노무현 정부 시절, 인터넷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개구리로 비유하며 비하하는 글들이 홍수를 이뤘었습니다. 언론에서는 툭하면 대통령을 비판/비난하고 당시의 야당이던 한나라당 역시 대통령을 모욕하다시피했습니다. 그 때는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할 말이 있으면 설령 그것이 이 나라의 최고권력자를 비판하고 비난하며 모욕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아무런 걱정도 없이 편하게 했던 시절입니다.
(만약 박근혜 정권 하에서 새정연이 이런 식으로 연극을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
그러다가 조금씩 시간이 지나서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게 되고 사대강 사업에 관련해서 촛불시위가 일어났었죠. 그때가지만 하더라도 인터넷에서, 오프라인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자체검열을 한다는 건 생각도 못 했었습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하고 싶은 말은 전부 다 자유롭게 했었죠. 그러던 게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터지고 미네르바 사건이 터지면서..... 조금씩 움츠려들게 되지 않았나 싶네요.
처음엔 (주어없음) 이라는 식으로 글 꼬리에 농담처럼 붙이던 편이었죠. 뭐 이때까지도 그다지 크게 신경은 안 썼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뭐 그렇네요. 그래도 최소한 경제대통령(좋은 의미이든 나쁜 의미이든) 리명박 가카 시절엔 자기검열이라는 것자체가 거의 농담삼아 써먹는 수준이었는데... 박근혜 정부 들어서면서는 참 여러가지로 씁쓸해집니다.
요즘 들어 온라인상에서 꽤 자주 보이는 농담이 있습니다.
판사님 전 눈이 없습니다. 판사님 전 고양이입니다. 등의 판사님으로 시작되는 농담.... --a 사용할 때야 그냥 농담처럼 써먹는 것이고 정말로 저런 표현을 쓰면서 내가 이런 걸 쓴다고 잡혀갈까?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만 노무현 정부 시절의 분위기와 비교해서 생각 해 보면 참 우습기만 합니다. 그때는 농담으로도 이런 걱정은 아예 하지를 않았었는데요. 굳이 온라인에 관련된 것이 아니어도 요즘엔 자의 반 타의 반 상당히 몸을 사리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만 이런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작년쯤에 경복궁엘 놀러간 적이 있었습니다. 마님이랑 마님이 이뻐하시는 후배님 모시고 셋이 간거였는데... 한참 세월호 관련해서 시위가 일어나던 땝니다. 경복궁을 구경하고서 청와대 정문과 맞닿아 있는 후문 쪽으로 나가려는데 경찰 몇 명이 후문으로 나가는 길목을 지키고 서서 가방을 열고 내용물을 확인 하더군요. 경복궁은 1년에도 세 번 네 번씩 종종 갔었는데 후문에서 그런 식으로 확인하는 건 처음 보는지라 어떤 법률에 의거해서 이런 수색을 하는 것인지 수색하시는 경찰 분의 성함과 직위도 같이 물어보고서 협조 해 주긴 했습니다만 그러고도 잘 이해가 되질 않아서 뉴스에 검색 해 보니 경복궁 검문에 관련해서는 기사가 전혀 올라와 있질 않았습니다. 이동하면서 PGR 질문게시판에 글을 올려볼까 하다가....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게 아닐까 싶어서(넵. 새가슴입니다 크크) 자체검열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떤 고등학교에서 한홍구 교수라는 분의 2시간 짜리 강의 영상을 시청각 자료로 틀어서 보여줬다는데... 이게 극도의 좌편향 시청각이어서 파문이라는 내용입니다. 뭔 소린가 싶어서 이것저것 뉴스를 찾아보니 그 극도의 좌편향 비난이라는 표현들의 수준이라는게 참.. --a
<한 교수는 강의에서 남로당 활동을 하다 붙잡혔을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사형시켰다면 대통령이 될 수 없고 박근혜 대통령도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6·25 전쟁 당시 한강 인도교 폭파 전 피신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세월호 선장에 비유했습니다.>
<한 교수는 영상에서 한국전쟁 당시 한강 인도교를 폭파하기 전 피신 간 이승만 전 대통령을 세월호 참사 당시 속옷바람으로 탈출한 선장 이준석씨에 비유한 뒤 "이 대통령이 다시 서울에 돌아온 날부터 세월호 죽음의 항로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또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로당 활동을 하다 잡혔지만 만주에서 함께 지냈던 수사책임자 김창용이 풀어줬다고 역설하며 "김창용이 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죽여도 될 사람을 하나 안 죽였다"고 발언한 내용도 담겨 있다. 이어 "박정희를 그때 죽였으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며 "언니(박근혜 대통령)는 태어나지도 못하는 건데 그때 살려줬다" "그때 죽여버렸으면 역사가 바뀌었다"는 발언도 내뱉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 몇 개를 찾아서 읽어보니 약간 강한 표현이 있기는 하지만 도대체 이게 왜 뉴스에 보도될 정도의 편향적인 내용인 건지 잘 이해가 안 되더군요. 정말 기계적인 중립을 따진다면야 몇몇 표현들에서 약간 걸리긴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인데... --a 2시간 짜리 동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지는 않아서 확신할 수 없지만 최대한 자극적인 부분들을 뽑아 보도하려는 뉴스의 특성을 생각 해 보면 저것들 이외에 또 특별히 편향적이랄 만한 부분이 있나? 싶기도 하고.... 참 보면서 황당했더랬습니다.
언론이 이 정도 것들까지 찾아서 때려대는 걸 보면 여권에서 계속 정권을 유지했다간 진짜로 옛날 유신이나 전두환 시절처럼 말 한마디 때문에 잡혀가서 고초를 겪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어쩌면 앞으로는 숲 속으로 들어가서 외쳐야 할 것 같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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