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데 오랜만에 현배한테 카톡이 왔다. 마침 배도 고프고 술도 땡기고 심심하기도 해서 문돌이는 흔쾌히 응한다.
약속 장소는 하단. 동아대 밑. 금요일 퇴근 시간이라 차가 좀 막히긴 했지만 약속시간엔 늦지 않은거 같다. 롯*리아 밑 골목에서 서성거리고 있으니 저 멀리서 현배가 온다. 사실 남자 둘이 만날때 지금이 가장 어색한 시간이다. 저 멀리서 오는 동성 친구를 보며 활짝 웃고 손을 흔들기도 좀 그림이 이상한거 같고 오는걸 보고있는데 외면 하고 있는것도 이상하다. 다가오는 현배도 어색하긴 마찬가지. 둘 다 어색한 썩소를 지으며 가벼운 인사를 나눈다.
"어디가꼬?"
"암때나"
고등학교 시절 처음 하단에 놀러왔을땐 모든게 좋아보이고 맛있어 보였지만 서른이 다되가는 그들에겐 그냥 고깃집과 닭집 그리고 실내포차가
가득한 거리일뿐, 아무 감흥이 없다. 물론 새내기들 번호 따서 같이 술 먹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냥 사람 적당히 있고 적당히 시끄러운 닭도리탕집에 앉아 닭도리탕을 시킨다.
술은 좋은데이 하나 카스 하나. 도리탕이 나오기전에 일단 소맥 한잔
시원하게 말아서 원샷. 안주는 기본 밑반찬으로도 충분하다. 그렇게 도리탕이 나오기전에 술을 추가로 주문한다.
소맥 한잔을 1.7초만에 비울수 있는 특기를 가진 문돌이가 말한다.
"역시 술은 배 고플때 묵는게 젤 맛있다니까"
"그거 새끼야 알콜중독자들이 그런다드만. 술 어디갔노. 무슨 x바 변기통에 물 내리듯이 집어삼키노? 천천히 좀 무라 임마"
그렇게 시덥잖은 애기들을 주고 받으니 닭도리탕이 나온다, 이제부터는 소맥이 아닌 소주만 먹기로 가닥을 잡는다.
한잔 또 한잔. 어릴때만해도 소주 한잔에 안주 서너개를 먹었는데 이제 문돌이나 현배나 아재가 되어가는건지 닭다리 하나에 소주 3잔은 기본이고 안주먹기도 귀찮을땐 그냥 소주 한잔에 국물 한숫가락씩 먹는다. 왠지 닭도리탕 국물을 고기보다 더 맛있게 잘먹는거 같다. 닭고기는 아직 3분의 1도 안먹었지만 국물은 벌써 바짝 쫄아 버렸다.
"이모 여기 육수 좀 더주세요"
"좋은데이도 하나 더 주시구요"
"그나저나 현배야 니 공무원 준비는 잘되가나?"
"아 공무원?? 그거 접었다"
"아니 얼마나 했다고"
"두달 좀 안될끼야"
"아니 조선팔도에 공무원한다고 까불다가 두달만에 접는놈이 어딨노"
"마 요새는 기술이 있어야 대접받는 사회다."
"기술은 x바 니 중학교때 느그집에서 공고가서 기술이나 배우라 했을때 삐지가꼬 가출했잖아"
"그래서 상고로 갔지. 아무튼 요새는 기술이 있어야 평생 먹고 산다니까"
"용접 배울라고?"
"아니 전기. 마 전기기사만 있으면 평생 밥묵고 사는데 지장없단다. 늙어서 지 사업 차리도 되고"
"내 대학때 교양 같이 듣던 햄한테 들은건데 그 햄이 전기관가 전기공학관가 암튼 그랬는데 전기기사 그거 어렵다든데. 그거 할라면
수학도 할줄 알아야된다든데. 니 산수도 제대로 못 한다이가"
"내가 산수를 왜 못해 x바 암산천잰대"
"허허... 이 양반아 내가 니 산수 성적을 아는데. 니2분의 1 더하기 4분의 2가 뭔지는 아나??"
"하... 상고 나왔다고 무시하나 임마 이거, 6분의 3 아니가 임마 그것도 모를줄 아나?"
"6분의 3 ??? 6분의 3 ??? 확실하게 6분의 3 맞나?"
"확실하지 빙시야"
"에라이 빙시같은 새끼야. 내가 니 입에서 6분의3 나올줄 알았다. 이런 놈이 무슨 전기기사를 딴다고 크크크크"
"왜 빙시야 맞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