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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7/27 08:32
identity와 reality는 보통 철학에서는 동일성, 실재.. 요런 식으로 번역하던데.. 실체와 실재는 그렇다쳐도 정체성과 동일성은 약간 의미가 다르지 않나요..? 동일성 문장이라든가 이럴때 identity란 말을 썼던 거 같은데..
13/07/27 08:39
제가 가지고 있는 번역본을 다시 보니까, '실체'가 아니라 '실재'네요. 이건 그렇다치고... 일단 책에는 정체성이라고 되어 있는데 맥락상으로는 정체성에 더 가깝겠죠. 가능적 실재들을 구분할 수 있는 특성의 부재에 대해서 비판하면서 쓴 말이니까요. 물론 이 번역본이 꼭 맞다고 볼 수는 없지만, 동일성보다는 정체성이 더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identitiy가 동일성으로 번역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identity의 서로 다른 뜻이 서로 다른 맥락에서 쓰이는 것인지 아니면 철학에서 통용되는 하나의 뜻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전자겠죠?
13/07/27 08:45
번역자가 철학전공자가 아니라면 오역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셸리 케이건의 "죽음을 무엇인가"라는 책에서도 동일성을 정체성으로 번역하더라구요. 언어철학에서 '개밥바라기 별은 샛별이다' 같은 문장을 동일성 문장이라고도 하고 형이상학에서도 라이프니츠의 동일성 원리 등, 동일성은 실재성과 더불어서 존재론의 깊숙한 테마중에 하나죠. 콰인의 저 논증을 잘 몰라서 확답할 수는 없지만 혹시나 해서요.. 사실 identity를 철학 아니면 동일성이라고 쓰는 데가 없습니다. 특히 심리학 쪽에서는 identity하면 그냥 정체성이니까요.
13/07/27 08:55
다시 찾아보니까, 원문이 No entity without identity더군요. 수정했습니다. 번역자는 과학철학의 권위자인 교수님이신지라 그 부분에서 의심할 필요는 없겠지만, 정체성이냐 동일성이냐는 논해볼 수 있겠죠.
"개밥바라기 별은 샛별이다"가 유명한 문장이긴 한데 거기서 동일성은 identity보다 tautology가 더 적절한 것 같습니다. 논리학적으로 항상 참인 문장을 뜻하는 정확한 용어니까요. 라이프니츠의 동일성 원리는 identity가 맞겠죠. identical이라고 형용사형으로 쓰면 동일하다는 뜻으로 일상어에서도 많이 쓰지 않나요? 콰인은 가능적 실재에 대해 비판하면서 문 앞에 뚱뚱한 남자가 있다고 상상해보자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뚱뚱한 남자가 아니라 날씬한 남자라면 어떨까라고 지적했죠. 그러면서 얼마나 많은 뚱뚱한 남자와 얼마나 많은 날씬한 남자가 있으며 그들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가능적 실재를 상정한 존재론을 비판합니다. 이 맥락에서 어떤 실재를 다른 실재와 구분할 수 있는 특징에서의 의미라면 identity는 정체성이 더 올바른 번역 같아요.
13/07/27 10:51
권위자라고 하더라고 번역이 안좋은 경우도 있습니다;;; 번역을 자신이 안 했을 수도 있고 초벌 수준을 출판사가 그냥 내버리는 경우도 있고.. 어쨌든 철학에서 정체성이라는 단어를 쓰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그리고 동일성 문장(명제, 진술)이라는 identity statement 용어가 있습니다. entity도 사전에는 실재, 실체, 독립체 등으로 나오지만 현대 철학에서는 대상이라고 많이 번역을 합니다.
http://nicetoseeu.egloos.com/2582958 이 블로그에서는 같은 문장을 No entity without identity[동일성 조건이 없으면 대상이 없다.]라고 했네요. 저도 이 번역이 더 명쾌한 거 같아요. 더 자세히 풀어서 말하면 [(대상들을 가리키는 진술들 간의) 동일성이 없다면, 그 대상도 없는 것이다]라고 하는게 더 정확할 거 같습니다. 그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같은 가능적 대상을 가리킨다고 하면서 다른 조건들을 진술한다면 그 가능적 대상은 실재하지 않는다는 뜻 아닌가요? 잠깐 콰인에 대해 인터넷으로 뒤적거려 보니까 콰인의 존재론은 마치 비트겐슈타인 언어게임의 존재론 버전 같은 느낌이 드네요. http://www.weline.net/old/technote_new/read.cgi?board=life&y_number=144&nnew=1 이글에서 간략하게 잘 설명해 주고 있는 거 같아요. 이 글 내용을 간단히 언급하자면, 예를 들어 A는 요정이 있다라고 하고 B는 요정이 없다라고 한다면, A와 B가 만나서 요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때 B는 마치 요정이 있는 것처럼 가정하고 말을 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B입장에서는 요정이라는 대상도 실체도 의미도 없는 단어를 계속 써야된다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거죠. B가 '요정이 없어' 라고 말할 때, 그 문장이 의미가 있으려면 '요정'이라는 단어가 지칭하는 대상이 있어야 된다는 역설이 발생하는 겁니다. 그래서 콰인은 같은 체계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만 그게 가능하다고 이야기한 것 같아요. 즉, "자연과학이 상정하는 존재들과 신화나 종교가 상정하는 존재들은 각기 다르며 그 존재들은 각각의 체계 안에서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위에 문장이 더 이해가 잘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콰인의 존재론이라는 게 존재의 의미론적 기반을 만들기 위한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추상적, 가능적 대상에 대한 동일성 조건의 진술이 필요하니까요. 페가수스라는 말을 쓸 때, 그 대상이 없다면 무의미한 말이니까 만약 페가수스에 대해 기술하는 동일성 조건들이 있다면 페가수스는 가능적 대상으로 실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거..죠? 제가 잘 이해한 거 맞나요?
13/07/27 11:29
identity statement라는 말이 없다는 게 아니라 예시로 든 문장이 tautology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링크 걸어주신 것들보다 제가 더 자세하고 더 쉽게 요약한 것 같아요. 제가 콰인에 대해서 엄청 길게 써놨는데 다른 링크를 가지고 오셔서 이러이러한 것 "같다"고 말씀하시면 드릴 말씀이 없네요. 그래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여기서 맥락은 콰인이 과거 전통적 철학의 존재론 중 하나를 비판하는 것입니다. 현실적 실재와 가능적 실재를 구분하는 존재론에 대해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죠. 페가수스는 가능적 실재로서 존재하며 단순히 현실성이라는 특징이 없는 존재라는 종류의 이야기가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요정의 예에서 지적한 문제는 러셀의 한정 기술구로 해결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역설은 간단히 끝납니다. 페가수스에 대해 쓰신 부분은 완전히 잘못 이해하셨습니다. 원래 콰인은 위의 문 앞의 가상적 남자를 예로 들었는데 페가수스로 바꿔 보자면 이렇습니다. 날개가 긴 페가수스가 한 마리 창문 밖에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현실에는 없을테니 우리가 상상하는 가능적 실재입니다. 날개가 짧은 페가수스도 생각해봅시다. 이런 식으로 가능한 페가수스는 몇 마리일까요? 또, 아주 비슷해서 구분하기 거의 불가능한 두 마리를 생각해봅시다. 이는 서로 다른 존재일까요? 또, 모든 특성이 일치하는 두 마를 상상하면요? 이렇게 가능적 실재는 다른 가능적 실재와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이 없거나 매우 모호합니다. 콰인은 이 점에서 가능적 실재라는 개념 자체를 비판하고 있는 것입니다. 존재론을 정의역을 설정하는 작업으로 봤으니, 똑같은 변수를 넣었는데 다른 함수값이 나올 수 없다는 원리와 비슷하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x에 들어가야 할 값이 a인지 a'인지 b인지 분명하지 않으면 안되겠죠. a와 a' 그리고 b를 구분 짓게 하는 그것을 존재의 identity라고 부른 것이죠. 그러한 맥락에서 정체성이 더 적절하다고 봅니다. 콰인의 존재론이 그렇다면 무엇인가... 하는 부분은 본문을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
13/07/27 11:43
설명하신 것에 따르면 정체성이 아니라 동일성이 맞습니다. 페가수스를 진술하는 명제들 사이의 동일성 조건이 맞아야 페가수스라는 대상이 존재한다는 의미니까요. identity는 정체성이 아니라 동일성 조건의 동일성인 거 같습니다. 애초에 정체성이라는 말을 안 잘 쓰는데 왜 정체성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아니면 실제로 철학 수업 시간에 그런 말을 쓰는 것을 들어 보셨나요? 지난 학기 형이상학 수업에서 제가 정체성으로 번역했다가 동일성으로 다 고쳐지는 굴욕을 겪어서요;; 근데 예를 페가수스로 바꾸는 바람에 의미가 약간 달라진 거 같아요. 가상의 남자라는 가능적 대상을 진술하는 명제들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페가수스라는 신화적 대상은 같은 경우가 있습니다. 흰말에 날개 달린 이미지는 페가수스라는 단어를 아는 사람들에 한에서는 거의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이미지니까요. 그러면 페가수스는 존재하는 걸까요? 예, 존재하는 거죠. 콰인에 따르면, 신화적 체계 내에서 같은 동일성조건으로 진술할 수 있다면 존재한다는 겁니다. 근데 가상의 남자는 다르죠. 페가수스를 예를 드는 바람에 좀 이해하기 힘든 거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그 책을 보고 싶지만 볼 수 없어서 안타깝네요..
13/07/27 16:35
링크해주신 글도 유심히 다시 읽어보니 동일성이든 정체성이든 맥락상 제가 지적한 의미와 다르지 않게 쓰고 있긴 합니다.
문제는 콰인 철학을 너무 오해하고 계신 것 같아요. 콰인은 페가수스의 존재를 인정하는 존재론을 모두 비판했습니다. 동일성 조건을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모르겠는데 그걸 만족한다고 해서 존재한다고 보는 건 콰인의 견해가 절대 아닙니다. 그러니까 동일성이 맞는지 정체성이 맞는지 논의하기 앞서서 다른 글이나 제가 쓴 본문이나 댓글을 잘 읽으셨으면 해요. 책은 가장 많이 쓰이는 분석철학 교과서 중 하나입니다. 왠만한 도서관이나 대형 서점에 있을 겁니다.
13/07/27 17:32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 체계 내에서는 존재한다고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과학 체계에서는 신이 존재하지 않지만 종교 체계에서는 신이 존재한다는 거죠. 그것도 언어의 의미론적으로 그렇다는 거지, 말그대로 실재한다는 것도 아니구요. 그런 식으로 접근한게 아닌가 했는데.. 아닌가 보군요. 제가 책을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13/07/27 17:44
identity 문제는 제가 밑에 새로 썼습니다. 몽키.D.루피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제 설명이 불충분하다면 책을 직접 읽어보는 것도 좋겠죠. ^^;;
13/07/27 11:16
토톨로지는 앞 단어의 개념이 뒷 단어의 개념과 같거나 뒷 단어의 개념을 포함해야합니다. 개밥바라기별(evening star)은 초저녁에 뜨는 금성을 뜻하고 샛별(morning star)은 새벽에 뜨는 금성을 뜻합니다. 따라서 그 문장은 동일한 대상을 지칭하지만 토톨로지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풀어말하면 두 단어가 그저 금성을 지칭할 뿐이라고 생각하면 토톨로지고, 금성에 대한 조금 다른 단어라고 생각한다면 토톨로지가 아닙니다.
13/07/27 11:33
그런데 "금성에 대한"이라는 말에서 이미 샛별과 개밥바라기별은 같은 대상을 "지시"하고 있기 때문에 프레게적인 의미에서 토톨로지일 겁니다.
제시하신 후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토톨로지도 아니겠지만 아이덴티티는 더욱 아니겠죠? ^^;;
13/07/27 11:41
토톨로지는 지칭과 관련된 개념이 아닙니다. 그리고 프레게에 의하면 더더욱 토톨로지가 아닙니다. 프레게는 단어의 의미가 대상에 의해 바로 획득되지 않고 sense(...)를 거쳐 획득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개밥바라기별과 샛별은 [동일한 대상을 지칭하지만] 다른 sense(...)를 가지고 있고, 따라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개밥바리기별(evening star)과 샛별(morning star)의 동일성 문장도 이를 설명하기 위해 프레게가 직접 예를 든 문장으로 알고 있습니다.
13/07/27 12:02
http://www.pakebi.com/philosophy/general/frege.html 여기 그 설명이 나오는 것 같네요.
13/07/27 11:57
(무지렁이는 그저 입 다물고 보기만 하는 게 순리인 줄 알지만... 대화를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 건지 확인차원에서... 헣헣)
1. '강타는 강타다' 2. '강타는 안칠현이다' 3. '강타는 H.O.T.의 메인보컬이다' 1번이야 누가 봐도 tautology이지만, 2번은 tautology인가 entity인가 identity인가 하는 논점인가 보네요. 3번은 2번과 비슷하게 보면 될까요, 아니면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일까요?
13/07/27 12:31
안칠현이 강타가 아닌 경우는 상상할 수 없지만, HOT의 메인보컬이 강타가 아닌 경우는 상상할 수 있으니 다른 이야기 같습니다.
13/07/27 13:06
가능성에 대한 상상의 문제라면, 안칠현 씨가 데뷔를 하지 않아서 강타가 아닌 삶을 살고 있을 가능성을 상상할 수도 있지 않나 싶은데, 그러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상상이라 또다른 차원이 되는 것이려나요? 헣헣
13/07/27 13:25
저는 데뷔를 하지 않는 가능성 속의 안칠현 씨를 (그 가능성 속에서는 그렇진 않지만 어쨌든) 강타와 동일하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심지어 지금 우리가 안칠현 씨라고 부르는 존재자의 이름이 안칠현이 아닌 경우에도 그 존재자가 강타와 동일하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대신에 그 가능성 속의 안칠현 씨를 HOT의 메인보컬이라고 생각하긴 힘들 것 같고요. 어떤 존재자에 관한 인식에 그에 대한 실명-예명-역할이 얼마나 고정되어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 같네요.
13/07/27 17:09
지금 와서 다시 보니, 여기서는 논점 없고요, cetaphil님이나 몽키.D.루피님 말이 맞습니다. ^^;; 논리학에서 항진 명제 개념은 좀 기다려서 비트겐슈타인까지 가야합니다. 그러니까 프레게 논리학에서 항진 명제 개념은 없습니다.
여튼 "샛별은 금성이다" 이 문장은 identity statement라고 보는 것이 맞고 여기서 identitiy는 equality로 보면 되겠습니다. 'a=a'와 'a=b'에 대해서 다루는 얘기니까요. 제가 위에서 한 얘기는 identity가 property에 더 가까운 의미니까 정체성이 더 맞는 것 같다라는 말이었고요.
13/07/27 15:32
존재론이란 존재하는 a b c d...의 공통요소가 z에도 있다면 Z도 존재한다는거고 Z는 보통 나죠. 주체.
인식론은 SOUL을 REASON이라는 단어로 최대한 바꿔가보는 작업이죠.
13/07/27 17:34
identity에 대해서 찾아보니까 "동일성"이라고 번역하는 게 맞는 것 같네요. identity가 일상어에서 번역될 때는 "정체성"이나 "동일성(유사성)" 둘 중 하나로 선택되지만, 철학에서 identity는 이를 아우르는 하나의 개념이고 콰인 역시 그 연장선 상에서 말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이 identity를 더 잘 표현하느냐 그런 문제가 아니라 identity를 상황에 따라서 바꿔서 번역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아요.
뭐, 일상어에서 identity라는 말과 정확하게 상응하는 우리 말이 없는 것 같기도... 여튼 철학적 개념에서 identity는 동일성으로 통일하는 게 맞네요. "샛별은 금성이다"도 동일성 언명(identity statement) 맞고요, 특별히 다르다고 볼 이유는 없을 것 같고요. 허허, 제가 불필요한 논쟁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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