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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6/05 00:56:58
Name ㅇㅇ/
Subject [일반] 답답해서 직접 뛰어본 내 인생 세번의 선거
1.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가라는 명언을 남긴(?) 모 선수가 있었죠
뭐 살면서 축구경기 아니더라도 이런일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어느 모임을 가든 분위기를 주도하고 역할을 맡은 사람이 있는 반면
그냥 관망자 입장에서 그 상황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죠
전자의 경우는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사람들이 모른다고 아웅다웅 할때도 많으며
후자의 경우 쟤들은 왜 저렇게밖에 못하냐고 실컷 욕하기 바쁘기도 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천성이 비굴하지가 못해 할 말 다하고 살고 비판도 거침없이 합니다.
덕분에 오해도 많이 사고 많은 사람들의 타켓이 되기 마련이죠
이런 성격으로 모난돌 정맞으며 살아도 뒷감당이 되려면
아니 그냥 이 답답함을 싫은소리 하는거만으로 감당해 내기가 힘들때는
직접 나서야 할 때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대로 욕하고 비판하다보면 에이씨 그냥 내가 뛰고 말지 하는 그 타이밍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잡다보니 직접이든 간접이든 살면서 커다란 선거를 세번이나 치르게 되었습니다.

결과요? 차근차근 살펴보시죠 하하

2. 우선 간략하게 성격을 좀 서술해 보겠습니다. 그래야 이해가 좀 빠를거 같네요
먼저 말하는데 단어선택이 좀 과격할때가 많습니다. 괜한 오해를 사죠. 곧 정정을 하지만 전 결국 나쁜놈이 되고 맙니다.
사람을 이끄는 천성적인 매력? 이런건 그닥 없습니다. 이런 매력을 극복하기 위해 말빨과 유머로 중무장 되어있죠.
하지만 뭐 웃기고 성격 좋은 녀석 이상 이하는 없습니다. 일 잘하고도 어필을 하지 못해 항상 보이지 않습니다.
성향상 진보적입니다. 아닌건 바꿔야 하고 이상한건 개선해야 합니다. 익숙하지만 그른것은 어색하지만 옳은것으로 바꿔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현상에 집착하기 보다는 보이지 않는 근본에 더 초점을 맞춥니다. 숨어있는 1인치가 세상을 바꾼다는 마인드죠
그래서 사람들에게 주장을 설득시키기에 아주아주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합니다.
대부분은 한마디 듣고 물음표를 백개씩 던져주며, 넌 너무 이상적이야 내 눈빛만보고...는 아니고 암튼 뜬구름 잡는다 뭐라하죠
하지만 결국에는 너가 옳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합니다. 그거야 말로 제 인생에서의 통쾌한 한방역할을 합니다. 신나죠.

주욱 살펴보시면
선거에서 이기는데 하등 도움이 될것 없는 아주 부적절한 타입의 인간입니다.
그래도 전 선거에 나갑니다. 왜? 내가 옳으니까. 내가하면 잘 할 수 있으니까. 그러면 너도 나도 우리 모두 행복해 질거니까.

3. 첫 선거는 대학교 4학년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전 당시 학교의 교지편집위원회 편집장으로 있었습니다.
학교가 조그마한지라(전교생 1200명) 학생단체들의 역할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학생들의 성향상 무언가 목적의식이 없는곳이 많았습니다.
총학생회는 전 해까지는 학교와 적절한 줄타기를 하며 균형을 유지하다 그해 들어서 선본이 교체되면서
문제의식없이 학교의 정책방향에 무작정 따라가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당시 교편위(교지편집위원회)는 소위 언제 없어져도 모를 그런 사람들에게 잊혀진 단체였었고,
내가 짱을 먹었으니 내가 데리고 있는 이 조직만큼은 그럴수 없다는 일념 하나로
정말 너무 미안한 말이지만 내 후배들 열심히 굴려서 학생단체 내에서 조금씩 인정받아보자 하고 1년을 빡세게 보내는 중이었습니다.

제가 편집장으로 임명되던 3학년 초 시기에 저와 동기로 들어온 S군이 갑자기 폭탄선언을 합니다.
교편위의 발전을 위해 자신이 총학생회로 적을 옮기겠다. 그래서 그곳에서 편집부장을 맡겠다.
총학이 전체 학생단체에서는 제일 힘이 있었고, 편집부면 교편위와 교류할 일도 많기 때문에
서로 밀고 당겨주며 교편위의 위상을 높이는데 힘을 써보겠다는 것이지요.

뭐 나쁠것이 없는 제안이었습니다. 교편위 편집위원들이야 다들 의욕도 넘치고 수도 부족함이 없었기에 인원 결손이 큰 문제는 아니었고
자진해서 좋은일 하겠다고 간다는데 누가 말리겠습니까? 모두 S군의 용기에 박수를 치며 그를 보내주었습니다.
1년간 교편위 살리기 위해 정말 저를 포함한 교편위 편집위원들이 많은 고생을 했더랬습니다.
교지를 내지 않으면 할일이라곤 학술토론, 편집회의 뿐이 없었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편집기술을 익혀보자는 방향을 잡았고
총학에서 발행하는 여러 회지나 출판물의 편집을 직접 교편위가 도맡아 외주진행을 하였습니다.
수많은 회지의 컨텐츠를 채우는것도 거의 교편위가 했고, 그 컨텐츠를 직접 편집하여 출판까지 진행하는것도 거의 교편위가 했습니다.
편집부장이 된 그 친구는 뭐 여기저기 도와주긴 했지만 그 역할을 주도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아니 사실 펑펑 놀았습니다.
뭐 어짜피 도움을 준다고 했지 일을 대신해준다는 말은 없었기에 교편위의 위상을 올리기 위한 저희의 노력과는 별개라 생각하여
그렇게 1년을 열심히 보냈습니다.

그러고 3학년 2학기가 끝나가는 11월 그 해에 총학생회 선거가 시작되었습니다.
학교에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 친구가 총학생회 선거에 나간다는 것이었습니다.
편집부장으로서 교편위의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한 바를 공으로 홍보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설마일까 했습니다.
자신이 2년넘께 같이 동고동락해온 선후배들이 1년간 정말 숙제고 시험이고 제껴두고 열심히 일해가며 만든 성과인데
그 모든 성과를 자신의 공으로 돌려세우고 그걸 배경삼아 총학생회에 나가려고 한다니
그냥 선거전략의 일환이겠거니 라는 생각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괘씸하긴 했습니다.
그 친구에게 욱하는 마음 반, 지금 총학 선본에 대한 비판적 자격 반(어쨌건 그 친구는 현재 선본출신이기 때문에)에
저도 문득 총학생회 선거에 나가야 겠다는 마음에 출사표를 내던졌습니다.

공약은 훌륭했습니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잘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포장할줄을 몰랐습니다.
이 공약 다 되면 학교 짱되겠다 싶었지만 그 당위성과 구체적인 방안을 설득할 구실을 못만들었습니다.
시간도 짧았고, 생각도 짧았고, 경험도 짧았습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했었습니다.
상대 후보는 제 공약중에 몇개만을 뽑아서 그걸 준비하는 과정을 먼저 진행하겠다고 홍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볼때는 저는 허무맹랑하며 상대후보는 준비되어있다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상대 후보는 철학이 없었습니다. 그냥 가져다 쓴 공약이었기에 내용들이 중구난방했습니다.
뭐 그래도 상관은 없었습니다. 어짜피 전교생도 얼마 안되는 학교라 인맥싸움입니다.

회장후보인 저는 A공과, 부회장후보 친구는 B이과/ 상대회장후보는 C공과, 부회장 후보는 D공과
공과는 학생수가 많고 이과는 학생수가 적습니다. 상대 선본과 우리선본간의 학과 표는 우리가 열세였습니다.
재미있게도 상대 회장후보 학과의 투표율은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학과 내에서도 지지를 못받는다는 의미였습니다.
다만 상대 부회장D학과가 워낙에 단결이 잘되는 지라 표를 어마어마하게 가져다 주었습니다.
고정표에서는 제 선본이 약 열세였고, 선거 전략에서 제가 완패한지라 저는 100표가 넘는 차이로 패배하였습니다. 투표율은 50%를 넘어갑니다.

완패였습니다.
S군은 회장후보 연설을 하는데도 교편위를 팔아먹었습니다.
자신이 교편위를 일으켰다. 그런 능력이 있다. 이렇게 이야기 하는데 정말 한대 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전 이미 패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교지는 있었습니다.
선거가 끝나고 교지를 냈습니다. 뭐 복수한다는 마음이 없진 않았을겁니다. 총학생회 비판기사를 썼습니다.
악의적으로 쓰지는 않았습니다. 회장이 되어 직접 고치지 못한 점들을 하나하나 조목조목 비판해 글을 썼습니다.
당시 제가 만든 교지는 많은 분들의 호응을 얻고 칭찬을 들었던 좋은 교지였지만(자뻑....) 총학생회 사람들 모두를 척을 지게 만들었습니다.

이로 부터 1년 후 저를 엄청 싫어했다던 총학생회 활동하던 모 후배가 저와 같이 새준위를 같이하며 술을 마시며 이야기 하더군요.
"선배가 쓴 그 글 읽으면서 선배가 정말 싫었었어요. 그런데 1년간 총학 해보고 나니까 선배 말이 다 맞는거 같더라구요."

4. 이런 저의 성향은 학교를 넘어서 정치권까지 진출(까진 아니고 그냥 발담구기)하게 됩니다.
시작은 열린우리당이었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정당내 학생기구를 만드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게 민평연에서 이어지고, 대선과 이어져서 이후 민주당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활동의 목적은 단 하나입니다. 현재 청년들의 이야기와 의견은 정치권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으니
직접 젊은이들이 정치권 안으로 들어가서 정당 내에 공식적인 청년기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정당에 청년의 목소리를 울리게 하자.
정당 내에는 수많은 위원회가 있습니다. 여성위원회, 장애인위원회, 노인위원회, 청년위원회(응? 있잖아? 그런데 이 청년은 40대입니다...)
이런 위원회들은 정당내 소속 당원들의 이야기를 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정당에 전달하여 이를 정책화하는 루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20대는 그것이 없기때문에 지금 20대의 문제가 정당에서 전혀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마음에
우리가 직접 청년 당원을 모집하고 이들을 모아 위원회를 만들어 역할을 해보자는 컨셉이었습니다.

오 무언가 그럴싸한 플랜입니다.
그런데 사실 개뿔 말도안되는 계획입니다. 사실
왜냐하면, 정치인들은 표 안되는데는 관심도 없으니까요. 20대 당원은 종이당원 말고 버스 한대도 안나옵니다. 전국 통틀어서요.
당원 모집도 불가능합니다. 이때가 지지난 대선때쯤(2007년?)인데 이때 민주당 가입하라고 하면 가입할 20대가 몇명이나 될까요.
그냥 외부에서 볼때는 정치에 발담궈보려는 기회주의자들로 몰리기에 딱 적당한 입장이었습니다.

그래도 무언가 뜻을 품고 칼을 꺼냈으니 물이라도 베자는 마음의 심성 착하고 의지 굳은 우리의 동지들은
자신의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고 이 황량한 공터에서 말도안되는 플랜을 하기위한 일들을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2년이 넘게요.
대선도 뛰고, 총선도 뛰고, 입에서 정말 나오지 않던 '정동영'이란 단어 억지로 내뱉으며 선거운동도 했습니다. 어휴 끔찍하네요.
선거는 뭐 완패했지만... 그래도 정말 열심히 했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정당에서도 우리의 정체를 조금씩 눈치를 채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나 기뻤습니다. 2년간의 노력 고민, 결과는 약했지만 컨텐츠는 강했습니다. 지원만 해준다면 언제든지 움직일 준비가 되어있었습니다.
더이상 무너져가는 청과물시장의 허름한 당사(민주당 당사는 한번 가보시면 기가 막힙니다. 청과물 창고를 재고한 당사입니다.)
그 옥상의 전경들이 쉬던 컨테이너 박스 하나 빌려서 짜장면 시켜 먹어가며 컴퓨터 한대로 히터 하나로 겨울을 연명하고
유일한 직장인인(병특중) 저의 사비를 털어다가 광고내고 장소 빌려서 대학생 캠프 열고 했던 그 기억들
이제 그 모든걸 털어내고 우리가 2년간 갈고 닦은 내공과 컨텐츠를 만천하에 내 뿌려보자는 그 희망!
청년위원회에서 1년에 2억 예산을 배정하여 산하 대학생분과를 만들어 주겠다는 결정이 있던것입니다.

이런 활동을 하던 우리들의 대표적인 형님이 한분 계셨습니다.
수려?까진 아니지만 호남형의 외모와 훌륭한 언변, 사람을 끌어당기는 넘치는 매력과 훌륭한 철학과 도덕성까지
정치인이라는 단어를 붙이기 딱 좋은 상품성 넘치는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매력이 없었기 때문에 이 형님을 더더욱 따랐고, 이 형님 옆에서 조력자가 되어 이사람을 꼭 정치인을 만들어
우리가 이루지 못한 꿈을 같이 이루는 공동체를 만들어 보겠다는 꿈같은 꿈이 있었습니다.
이제 대학생 분과를 만들고, 그동안의 활동을 정리하여 보고 하고, 이분을 대표로 추천하여 조직을 구성하면
그 꿈같은 꿈에 한발 다가설 계기가 생길거다 싶었습니다........근데 왠걸
이 형님은 총학생회장 출신이 아닙니다. 위에서 보기에는 그래도 대표는 총학생회장이 해야하지 않겠냐? 이러더군요.
(486세대 정치인들은 대부분 총학출신에서 정치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아니 쌍팔년도 시절 이야기를 왜 우리한테)
그래서 그 형님은 일단 보류시키고 다른 후보를 물색해 보라고 하더군요.
이때 잠시 우리 모임에 몸담갔다가 뒤빨 약한걸 느끼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자리 알아보러 다니던 J모군이 등장합니다.
이 사람은 총학생회장도 1회 역임하셨으며(웩) 여기저기 아는 정치인이 많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참.... 정말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사람 그뿐입니다. 우리 모임도 왔었다가 빨 없는거 보고 팀장을 맡았다가 조용히 사라지더니
모 후보 캠프에 들어가서 일을 하고 있더군요. 그러다 그 후보 탈락하니 다시 다른일 알아보러 다닙니다.
소위 기회주의자 같은 녀석인데 이번 기회를 어김없이 놓치지 않더군요. 바로 치고들어오더니 장을 먹었습니다.

정말 어이가 없더군요. 2년간 함께 해온 노력을 한순간에 송두리째 뺏겨버렸었습니다.
더이상 이 활동을 할 의미를 모두가 한순간에 잃어버렸습니다. 그렇게 모임은 뿔뿔이 흩어졌죠.
그 형님도 방황하시더니 1년간 잠적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 후.
정당에서 정신을 좀차렸는지, 아님 뭐 뒷이야기가 또 있는지 모르겠는데
정식으로 대학생위원회를 만들어 보자는 발표를 했습니다.
그것도 정당 내의 대학생 당원들을 대상으로 공식 경선을 통해서 말이죠.
많이들 사람들이 사라졌지만, 그 형님은 여전히 정치권 근처에서 젊은이들의 정치참여 관련된 활동들을 하고 계셨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형님을 제가 설득시켜서 선거에 나가게 했습니다.
선거에는 총 3명의 후보가 나왔습니다. 한명은 그형님보다 조금 늦게 이활동을 했지만 다른 조직에서 나름 역할을 담당하던 H후보.
또 다른한명은 제가 섬기던 모 형님, 마지막한명은, 위에서 우리의 활동을 홀라당 말아드셨던 J군의 대리인 C후보.

전국 경선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민주당에는 대학생 후보가 쥐꼬리 만큼입니다. 뭐 경선한다고 방송에 글자한줄 안나갑니다.
연설영상 녹화하고 개인 cf찍어서 메일로 돌려봐야 한 10명 볼까 싶습니다. 결국? 인맥싸움입니다.
세 후보 모두 자신의 조직내에서 인맥이란 인맥은 다 끌여들여 선거인단으로 가입시킵니다.
H후보 C후보 모두 총학생회장 출신에 각자 조직이 있어 엄청나게 사람을 모아댑니다.
저와 함께했던 형님(L후보로 지칭하겠습니다.)도 인맥은 많습니다. 하지만 그 둘에는 조금 밀립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각 후보의 사람 명수가 파악되고 누가 이길지 윤곽이 보입니다.
분위기가 C > H > L의 순이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다시 이 판을 말아먹었던 J군의 대리인이 다시 대표를 맡게될 분위기 입니다.
H후보와 L후보는 둘다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둘중 하나가 양보를 하고 단일화하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재미있는건 H후보가 대표를 맡고있던 단체는 사실 L후보가 만든 단체였습니다. 사실상 이 터를 처음부터 만들어온 사람이었습니다.
내심 L후보가 이 판에선 선배이니 H후보가 양보해 주길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H후보가 선거인단은 더 많습니다.
협상에 들어갑니다. 영화에서 많이 보죠? 형님 이제 빠져주시죠. 이런 분위기.
결국 제가 지지하고 도와주던 L후보가 사퇴하게 됩니다. H후보로 단일화 되고 선거는 H후보의 승리로 끝이 납니다.

그 이후는 뭐.... 저희가 너무 순진했나 봅니다.
H후보는 우리 모임에서 자기 말 잘 들을것 같아보이던 몇명만 자기 편으로 만들고 우리 모임 사람들은 전부 팽 해버렸습니다.
그렇게 이 조직의 씨앗이 되었던 우리 모임 사람들은 전부 각자의 생업 전선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5. 위의 일들과 별개로 개인적인 취미생활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취미생활은 동호회 활동을 통해서 즐겼습니다.
제가 워낙에 좋아하는 취미이다 보니 남들보다 열심히 했고, 열심히 한만큼 많은 일들을 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워낙에 평균나이때보다 어릴때 들어가서 나이많은 형님, 누나들하고 가깝게 어울리지는 못했습니다.

또한 동호회가 운영 자체가 워낙에 폐쇄적인 편이라 아는 사람들끼리 아름아름 이끌어가게 되고
항상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는 저로서는 일반 회원들하고 노는데 집중을 한 나머지 운영진들하고는 좀 거리감이 있는 편이었습니다.
위의 사례들은 불특정 다수나 무언가 큰 가치를 보고 움직이는게 중요했기 때문에 스스로 컨텐츠를 쌓는게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동호회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사람들에게 항상 평가받고 뒷말로 숙덕숙덕 여론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그 속에서 어떤 이미지인가가 매우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저는 맨 위에서 말한 성격들로 인해 어디가든 말은 많이하는데 결국은 분란만 일으키는 그런 모난 사람의 이미지가 생겼습니다.
어짜피 운영은 회원들에서 나오는 의견보다는 운영진끼리 모여 토론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그냥 제가 하는 말들과 의견들은 뒷담 이상의 역할을 한적은 없고, 운영진의 결정은 회원들의 생각과는 조금 거리가 멀어지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깨고자 했던 일들이 종종 크게 터져 정맞기도 한 적이 많았습니다.
정말 여기저기 민폐를 끼는 회원을 실컷 욕하고 다니자 그 회원이 저의 모든 악행들을 낱낱이 조사하여 운영진에게 보고하기도 하고
운영진 비판하는 글을 남기자 저를 불러다가 당신 언행이 옳지 않으니 우리 동호회를 나가달라는 협박을 받기도 했으며
열심히 활동하기 위해 회원들을 다 만나고 다니면 저 친구는 소속도 없고 여자 꼬시러 다닌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운영진들은 운영진들대로 자신들이 생각하고 했던대로 하는게 속편하고 그 이상의 의무감은 갖질 못했습니다.
회원들은 그냥 자기 친한 사람들만 적당히 있으면 됬지라는 마음에 다른 회원들과 친해질 마음을 갖질 못했습니다.
강사들도 자신들이 가르친 회원들만 챙기고 다른 사람들은 배척하는 분위기가 갈수록 심해졌습니다.

이렇게 이기적인 분위기가 갈수록 심해지는데도 아무도 이를 알거나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너무 싫어지고, 결국 동호회는 그 규모도 작아지고 나오는 사람도 신규 유입되는 사람도 점점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다음 동호회장에 나오는 사람은 전 운영진에서 점찍은 친한 사람을 정해놓은 상황이었습니다.
이 회원은 취미활동보다는 그냥 노는거를 더 좋아하던 사람이었고, 모두가 함께하기 보다는 친한 사람들끼리 노는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만약 그 사람이 클럽장이 된다면 동호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생각에 선거에 또 출사표를 내밀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난 이렇게 열심히 활동하고 동호회를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날 지지해주지 않을까?하는 불만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여태 두번의 선거를 거쳐오면서, 결국 사회생활이라고 하는 것은, 관계라고 하는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준비를 하는데서 출발 하는것이지, 왜 마음을 얻지 못했는지 고민하는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총학선거를 하면서도 그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 보다는 학생들을 설득할 마음에 더 집중했더라면
정당활동을 하면서도 고귀한 목적을 추구하는 마음보다 정당의 정치인들을 설득하는데 더 집중했더라면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도 내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기 보다는 이런 나의 생각을 사람들에게 입증하는 데에 더 집중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이번 선거에서는 해볼만큼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상대후보를 현 운영진이 은근히 지원해주고 있다는 사실, 상대후보는 나보다 취미도 잘 못하고 노는것만 좋아한다는 비판
이런것들 보다 이 동호회를 이끌어 나가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역할, 이야기들에 더 집중하고 사람들을 설득했습니다.
인맥동원도 필요했습니다. 친한 사람들,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한표만 부탁한다고 설득했습니다.
이렇게 움직이니 저를 믿어주고 도움을 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저뿐만은 아니었습니다.
힘이 되더군요. 더 믿음을 가지고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5월 31일 동호회장 온라인 투표가 마감이 되었습니다.





흠 결과는?

2%차이로 석패 하였습니다.... 크크

어찌 사람이 같은 패배를 3번이나 당하겠습니다만은(!!)

그래도 당하긴 당하더군요. 그래도 기분이 좋습니다.

다른 후보가 동호회를 이끌어 나간다 하더라도 동호회가 망하진 않을겁니다.

제가 보지 못한 점들에서 더 좋게 변화할 수도 있을것이고, 우려대로 안좋은 방향으로 흐를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것이 선거라고 하는 참으로 합리적이면서도 불합리적인 제도를 통해서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저에게는 수긍할 수 있는 결과이고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거 같습니다.

언젠가는 뭐 한번정도는 이기지 않겠습니까? 그때쯤 되서 세상을 확 바꿔볼까 생각중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p.s 참고로 첫번째 선거의 S군은 얼마전 '짝'이라는 프로에 나와서 탈탈 털리더군요.
그 친구 거짓말이 입에 배고 이미지로 먹고 사는 녀석인데 그 프로가 그런거 또 부각하는거 좋아하는 방송인지라...
두번째 선거의 J군은 최근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 나왔습니다. (아마 젋은 사람 한명 나왔는데 그사람입니다.)
컷오프에서 떨어졌는데 기회주의적 선택치고는 어려운 선택이었을텐데 싶긴 했습니다. 뭐 앞으로 알아서 잘 살겠지요...
(라는 질투심 팍팍 나오는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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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6/05 01:14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정치활동을 하실 것이라면 마음속으로는 칼을 가시든, 이미 상대를 효수하셨든 간에 어허허 하고 웃으시면서 잘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의견이나 고집이 아예 없으면 더 좋고요. (...)
아니면 스펙(에서 나오는 인맥)+자금? ^^;;;;;
13/06/05 01:19
수정 아이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이 글만봐도 제가 참 매력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막 드시지 않습니까??........ 크크
정치할 마음은 접었습니다 민주당에서 한 3년만 굴러보면 정치인이라는게 참 맨정신에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요 쩝
말씀처럼 어허허 하는 마음 갖는 연습은 좀 해야할 거 같습니다. 쉬운일은 아닙니다만은 나이먹어가니 또 늘긴 늘더라구요. 능글맞아 진것인지.
물론 안철수형님만큼 성공한다면????? 그때쯤 국회의원 한번 나가볼까 생각중입니다 크크
애패는 엄마
13/06/05 01:40
수정 아이콘
정말 정말 잘 읽었습니다.
피지알에서 잠자기 전에 핸드폰으로 무슨 글이 있나 하고 간단히 살펴보다고 이 글을 보고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저랑 비슷한 부분이 많기도 한거 같구요. 저도 학교 동아리나 주변 동호회 보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는게 중요한가 싶은데
사람 마음 얻는데 아쉬운 부분이 많기도 하구요
너무 잘봤습니다. 핸드폰으로 읽으면서 잠들려다가 잠이 확 꺠고 글의 매력에 사로잡혀서 이렇게 컴터 앞에 앉아서 댓글을 쓰네요.
많은 부분이 비슷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단어 선택을 신중히 하고 의견 표현을 좀 고릅니다. 저와 의견이 다르면 앞장서서 주장하기보다는
한명 한명 뒤에서 조용히 설득하는 성격이네요. 그러다가 어느정도 되었다 싶으면 앞에 나서고 그래서 저 또한 시간이 아주아주 많이 걸린다는게 함정입니다. 너무 잘 봐서 추천드립니다.
13/06/05 09:09
수정 아이콘
와우 정말 감사합니다 ㅠㅠㅠ 급하게 쓴 글인데 추천까지 주시다니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지신 분이 있다니 반갑네요. 힘든 인생을 사시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봅니다.... 하하
사람들은 알아주지 못하지만, 그래도 나는 옳은 길을 가고있다는 신념 하나로 열심히 살아보고 있습니다
뭐 천성이 성공하기 힘든 성격이겠거니 해야죠... 크크
고민많은밤
13/06/05 05:58
수정 아이콘
이럴수가.... 읽다보니 학교 선배님 같네요!!
저도 과학생회에서 작은 역할을 맡으면서 느끼는거지만
애초에 워낙 작은 학교다 보니 일상 생활 자체가 정치라는 기분이 들어요.
투표는 그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자리 정도에 지나지않는다는 느낌도 들구요.
그래서 그런지 요새는 투표 열기도 시들시들하네요
파란만장한 선거전 이야기 잘읽었습니다~
13/06/05 09:15
수정 아이콘
오 안녕하십니까 후배님 반갑네요!
지금 학과학생회를 하고 있다면 제 선거때의 상황을 겪어보시진 못했을거라는 생각이 드네요.(06년도 선거였을테니)
몇년만의 경선이라 그때는 투표율도 높고 관심도 꽤나 있었는데
요새 학교 분위기 보니 뭐 선거고 자치단체고 뭐고 전부 개박살난 분위기? ㅠㅠ
공부도 좋지만 이런거도 경험해보고 해야 나중에 사회나가서 좋은일들 더 많이 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학과학생회하시면서 고생이 많으실텐데 너무 욕심내지 마시고 맘 편하게 하시기 바랍니다
꼴랑 1200명짜리 학교에서 총학생회장 하는거 그거 나중에 큰 일도 아닌데 그보다 작은일에도 정치력으로 목매는 아해들 보면
참 뭔가 슬프기도 하고 애매하기도 하고 싶더라구요
그래도 학교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모습 보기 좋네요 ^^ 반갑습니다 언제 술이나 한잔 사드리고 싶네요 크크
(심심하면 교편위 사무실 방문해서 11호 교지 한번 찾아다 보시길 바랍니다 제가 만든 교지입니다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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