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에 뒤진 우주를 향한 경쟁을 만회하겠다고 케네디 대통령이 야심 차게 선언했던 “인류를 달로 보내겠다”는 아폴로 계획은 처음에는 출발이 좋지 않았습니다. 1967년 1월 27일, 아폴로 1호에 탑승하여 우주를 향해 날아갈 계획이었던 세 명의 우주인 화이트, 그리섬, 채피는 지상에서 출발도 해보지 못한 채 사령선에서 발생한 화재로 목숨을 잃고 말았지요.
화재 사고로 희생된 아폴로 1호의 우주인들...
하지만 이러한 비극을 이겨내고 NASA의 전 직원들이 공고한 협력 체계를 이루어 낸 끝에 아폴로 11호에 탑승한 닐 암스트롱, 버즈 알드린, 마이클 콜린스는 마침내 숙원 하던 달 착륙에 성공하게 됩니다. 그것도 케네디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1970년이 되기 전인 1969년 7월 20일에 이루어 낸 쾌거였습니다.
달 위를 걷고 있는 아폴로 11호의 우주인 버즈 알드린...
1969년 11월 14일, 아폴로 11호의 성공에 한껏 고무된 NASA는 계획대로 아폴로 12호를 다시 한번 달로 보내게 됩니다. 노련한 우주인들이었던 피트 콘래드, 딕 고든 그리고 알 빈이 아폴로 12호의 우주인들이었습니다. 발사일 이었던 11월 14일은 날씨가 잔뜩 흐렸고 약하게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날씨 예보를 담당하고 있던 공군에서 오케이 사인을 받은 NASA는 예정대로 발사를 추진하게 됩니다.
아폴로 12호의 우주인 3인...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고 세턴 로켓에 실린 우주선이 힘차게 우주로 향해 날아가기 시작한 지 채 1분도 지나지 않아서 원정 대장인 콘래드가 곧 이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령실 내부의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온갖 종류의 경고등에 다 불이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앞으로의 달까지의 여정과 돌아오는 여정까지를 모두 관리하게 될 사령선의 두뇌가 갑자기 정줄을 놓은 것이었습니다. 콘래드는 다급하게 휴스턴의 통제실로 상황을 타전합니다.
휴스턴의 통제실 역시 당황하고 있었습니다. 아폴로 사령선의 컴퓨터의 모든 상황은 휴스턴의 통제실에서도 원격 측정(telemetry)로 다 확인할 수 있었는데 통제실의 컴퓨터를 통해서도 역시 사령선의 컴퓨터가 전혀 말도 안 되는 정보들을 토해내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령선이 전기 동력을 잃어버린 것이었습니다. 비상 전원이 가동되고 있었지만 그것으로는 단지 2시간을 버틸 수 있을 뿐이었고 비상 전원이 다 소진되면 아폴로 12호의 사령선은 정전 상태로 빠지게 될 상황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일분 일초를 다투는 긴박한 상황이었습니다.
정상적인 미션 수행이 불가하다고 여겨질 경우 바로 미션을 취소하고 우주인들을 지구로 귀환시켜야만 했습니다. 우왕좌왕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자칫 우주인들이 미션을 취소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버린다면 최악의 경우 아폴로 12호의 우주인들은 귀환도 못한 채 우주 미아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존 애런
이때 통제실에서 아폴로 12호의 전기장치 통제를 담당하던 존 애런 이라는 직원은 1년 전에 시뮬레이션에서 모의 비행을 하고 있을 때 정확하게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었던 것을 기억해 내었습니다. 문제는 그 당시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그것을 기억해 내야만 했습니다. 세 명의 우주인들의 생명이 그에게 달린 것이었습니다. 그는 침착하게 그 당시의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보았습니다. 이윽고 그는 아폴로 계획 동안 휴스턴의 통제실에서 아폴로 호로 보냈던 명령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Flight, try S-C-E to Aux (아폴로 12호, S-C-E 스위치를 Aux 모드로 전환하라)”
이 명령을 받은 콘래드는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의 즉각적인 반응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What the hell is that? (그게 도대체 뭐야?)”
하지만 휴스턴의 통제실에서는 계속해서 같은 명령만을 보내오고 있었습니다.
“Try S-C-E to Aux”
그때 우주선에 타고 있던 우주인 가운데 한 명이었던 알 빈이 사령선 내의 “S-C-E”스위치를 기억해 냈습니다. 사령선 내부에는 수많은 스위치들이 있었는데 아무리 우주인들이라고 하더라도 그리고 아무리 시뮬레이션 비행을 여러 번 했다고 하더라도 사령선 내부의 모든 스위치의 위치와 기능을 다 기억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하늘이 도우려고 했는지 우주인 가운데 한 사람이 그 스위치를 기억해 낸 것이었습니다. 해당 스위치를 찾아서 그 스위치를 Aux (Auxiliary) 모드로 전환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령선의 컴퓨터가 제대로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S-C-E 스위치는 불의의 사고로 사령선 내에 전기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사령선의 전원 상태를 auxiliary 모드로 전환시키는 스위치였던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아폴로 12호가 발사될 때 번개가 아폴로 호의 선체를 두 차례에 걸쳐 때렸고 이로 인해 전기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비가 오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발사를 진행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어쨌든 자칫 우주인들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었던 절제절명의 순간에 한 엔지니어의 놀라운 집중력과 기억력으로 인해서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아폴로 12호는 예정했던 달 미션을 모두 성공적으로 수행한 이후 무사히 지구로 귀환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상황을 다룬 프로그램...
역시 세상은 (수업을 잘 들은!!!) 엔지니어들이 바꾸는 것입니다...아닌가요?
그리고 역시 수업 시간에는 졸지 말고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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