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박재현 옮김
제 47회 에도가와 람포상 수상작 『13계단』의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의 장편소설. 자살로 목숨을 잃고 유령이 된 네 명의 주인공들은 천국에 가려면 49일 동안 1백명의 목숨을 구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이 작품은 이들이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자살을 결심한 100명의 등장인물들을 설득해 삶으로 되돌리는 과정을 담았다.
저자는 각각 나이, 성별, 직업 뿐 아니라 자살의 이유도 천차만별인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그들의 내면을 현실감있게 그려냈다. 우울증과 사회부적응, 집단 왕따, 불우한 가정환경과 인격 장애, 경제적 곤궁 등 자살을 택한 이들의 절박한 심리묘사와 고통스런 삶의 묘사가 흡인력 있다. '자살'이라는 가볍지 않은 사회문제에 대한 진지하고도 명쾌한 소설적 처방.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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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향한 절망은 모두 망상일 뿐이야]
과거에도 필자는 다카노 가즈아키의 책을 두 권이나 소개한 바가 있다. 데뷔작인
[13 계단]과 최신작인
[제노사이드]. 두 작품이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고, 그 사이에 나온 3권의 책들도 굉장히 호평을 받는 편이다. 유령 인명구조대는, 그 사이에 나온 세권의 책들 중 한 권이다. 다카노 가즈아키가 정말 잘 하는 장르인 추리나 미스테리, 스릴러라기 보다는 감동과 눈물의 서스펜스..라고 해야하나. '판타지'소설이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처음에 기획했을 때, 단지 '죽은 유령'이 '산 사람'을 구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그려보고 싶다고 한 데서 출발했다고 한다. 놀라운 점은, 이러한 판타지 요소가 가득한 소설에 마저 취재를 통한 리얼리티를 살리려고 노력했다는 점인데, 작가는 이 이야기에 쓰여진 '자살'이라는 소재를 위해 심리학, 자살, 사회학 관련 서적만 10여권을 넘게 독파하고 취재했다고 한다.
때때로 소설가 분들 중에선 그런 이야기들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 자신이 모르는 분야의 소설을 쓰고 싶다면, 그 장르의 책을 100권쯤 읽거나, 아니면 관련 학술서적과 전문가의 취재에 온 힘을 기울이라는 것. 다카노 가즈아키의 '이야기'에 대한 욕심은 정말 감탄이 나올뿐이다.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 하고, 책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이 소설은 과거의 소설들에 비해 '흡입력'이라는 부분에서는 모자란게 사실이다. 긴장감..이라기보다는 소재의 힘으로 끌어가는 소설. 이야기의 유기적인 구성도 조금 불만스럽다. 옴니버스 소설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렇지만 '옴니버스 소설'은 아니다. 대신 이 소설의 힘은 다른 곳에 있다. 예술에서 허용되는 '허구'를 통해 삶과 죽음을 그 어떤 것보다도 솔직하게, 담백하게, 그리고 당사자답게 풀어낸 것.
대부분의 이야기(문학을 포함하여)는 죽음과 삶에 대해 극단적인 입장을 취한다. 흔히 요새 핫한 '진격의 거인'처럼 죽음을 그저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으로 그려내며 그 충격을 극의 전개에 필요한 에너지로 바꾸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원피스'처럼 죽음을 최대한 그려내지 않고 삶의 태도에 집중하는 작품들도 있다. 그래서 삶과 죽음이란 작품을 만드는 모든 방식에 있어서 인간이 나름의 답을 만들어 내는데에 과거부터 쭉 힘써왔던 소재다. 그리고 다카노 가즈아키는 이것에 대해, '삶과 죽음에 직면하는 사람' 이라는 모습을 정말 잘 표현했다고 말하고 싶다.
말하자면 그렇다. 살아있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삶과 죽음에 대한 관념은 한정적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이미 자살한 네 명이 자살을 하려 하는 사람들을 구하면서 벌어지는 죽음과 삶의 경계선에 대한 체험과, 인간이 죽음을 결심할 때 까지의 과정, 원인, 해결책 등을 보여준다. 이런 과정에서 작가 마음대로 헛소리처럼 떠들지 않기 위해서 그는 그렇게 많은 책을 참고하고 취재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 이야기의 내용들은 상당히 타당하다. 이런 이야기의 약점이 '이런걸로 죽음을 극복할 리가 있냐?' 혹은 '저런 일로 죽는게 말이됨?' 따위의, '소설'임에도 인정받기 어려운 낮은 개연성이라고 한다면 그는 충분한 자료를 통해 이를 현명하게 극복해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죽음과 삶에 대해 '유령'을 통한 현실적이면서도 담백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작가는 자신이 생각하는 생명관과 자살에 대해 부드러운 이야기 전개와 옴니버스에 가까운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주제를 전달한다. 특히 소재나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며 '결말을 어떻게 내도 불만족스러울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건만, 천만에. 이 정도면 결말도 상당히 만족스럽다. 그야말로 결말과 이야기가 잘 어우러졌다!
언제나 그렇듯 다카노 가즈아키의 소설을 보고 '표현법'을 공부한다거나 '수사법'을 공부한다거나 하는 것은 방향이 틀렸을 것이다. 그의 소설은 작가가 주제의식을 담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구성력과 연출이 발군이다. 이번에는 소재까지 참신했다. 비록 그가 가장 잘 하는 장르가 아니었기에 다른 작품들(100만부를 자랑하는 13계단이나 그레이브 디거, 6시간 후 너는 죽는다)이나 서점대상 2위를 차지했던 제노사이드만큼의 평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 책이 그가 보여주는 인간에 대한 생명관, 선의, 따뜻함을 억지스럽지 않은 감동과 판타지적 유쾌함을 잘 버무려 내놓은 맛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눈시울을 붉히기도, 함께 답답해하기도 할 수 있었던 좋은 이야기였다. 이게 나의 솔직한 감상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자신과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고 한다면, 그들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혹시 아나? 당신의 황색신호를 그들이 뿅 하고 나타나 녹색신호가 되도록 도와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평점은 짜야지. 왜냐, 다카노 가즈아키는 5점 만점에 4.9점을 받을 수 있는 작가니까. 그래서 이 책은 4.2점만 주기로 했다. 다카노 가즈아키 치고는 조금 아쉬웠다. 연작까지는 아니어도 꾸준히 글을 쓰는 그라면 곧 이런 부분에서도 훨씬 멋진 작품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아! 이 책을 읽고싶어하시는 분이 있다면, 도서관을 찾기를 권한다. 국내에서는 절판도서라..구매가 어렵다.
더불어 이 책을 다카노 가즈아키의 최고 명작이라고 호평해주셔서 언덕길을 올라올라 헥헥대며 도서관까지 가서 책을 빌리게 한
루크레티아 님에게 감사를 드린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한테 들은 말이야. 어떤 일도 중간에서 내던지면 안 돼. 결과는 어찌 되어도 좋으니, 마지막까지 마무리 지으라고.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그건 인생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 우리들은 죽을 때까지 살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닐까. 언제 극랑왕생 하는가는 신이 결정해 주겠지. 그것까지 우리들이 책임질 필요는 없겠지. 어려운 문제 따위는 생각지 말고, 그저 이 세상에 있으면 그걸로 족하지 않을까."
코스케는 작게 신음했다.
"마라톤을 떠올려도 좋겠지. 우리는 긴 구간을 달려 왔더. 도중에 구르기도 하고, 물을 마시기도 하고, 조금 게으름도 피우면서 필사적으로 사는 듯이 보이기도 했고."
친구의 양팔을 흔들며 달리는 시늉에 코스케는 웃음 지었다.
"지금 40킬로를 넘어서, 골인지점을 눈앞에 두고 있어. 여기서 멈춰 버릴 셈인가? 조금만 힘을 내면 축하받으며 완주할 수 있는데 그냥 내던져 버리겠다고?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고맙게도 자네의 생명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네."
"좋아, 알았네." 라고 코스케는 함께 달리는 친구에게 말했다. "좀 더 달리지. 비틀거리겠지만 그래도 괜찮겠지."
"흐흐" 하고 인생의 장거리 마라토너는 이제까지의 굳은 표정을 풀고 웃음을 머금었다. "자네, 위는 괜찮은가?"
"그냥저냥."
"오늘밤은 고기라도 구워 먹을까?"
"좋지."
"앗싸!"
네 사람의 구조대원들은 고글을 착용한 채 즐거운 듯이 눈과 입으로만 웃었다.
-p.402
"저기." 조용히 가라앉은 공기를 가르고, 야기의 목소리가 울렸다. "지금까지 열심히 구조 활동을 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어."
"뭔데요?"라는 이치카와.
"이 세상에 절망하는 사람들의 마음속 말이야. 살아 있을 때의 내 자신도 마찬가지였어. 죽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건 미래야. 앞으로도 좋은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믿지. 그렇지만 그 누구도 미래를 예언할 수 없어. 노스트라다무스의 대예언도 보기 좋게 빗나갔잖아. 그래서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야기의 시선이 공중을 헤매며 적절한 말을 찾았다. "미래가 결정되지 않은 이상, 모든 절망은 착각이라는 거야."
-p.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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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뫼신사냥꾼 - 윤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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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야. 15번째까지 해냈네요. 100을 향해 달립니다. 과연 올해내로 할 수 있을 것인가.
100회나 연재하면 가장 적은 호응을 받고 가장 긴 연재를 한 사람으로 피지알에 랭크될 수 있을까요
타이틀이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