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업 후 쉬는 시간에 사우디 아라비아 출신 남학생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나이가 좀 있고, 이미 결혼을 해서 아내와 같이 살던 학생이었는데, 학교 근처에 어디 빵집이 맛있다더라.
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이 자기 아내 생일이라 케잌을 사러 갈건데
그 빵집이 맛있게 잘하니 같이 가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수업이 끝나고 같이 빵집에 가서 그 친구는 생일 케잌을 사고 저는 이런 저런 디저트류 빵을 샀는데,
밖으로 나와서 지하철로 걸어가는 중에 백인 경찰 2명이 그 학생을 멈춰 세우더라고요.
그리고선 하는 말이 그 비닐봉지 좀 열어보라고 하는 겁니다. 그 친구는 많이 당해봐서 익숙해졌다는 표정으로 별 말 없이
안에 있는 케잌상자를 보여줬고요.
경찰들은 저한텐 별 관심을 보이진 않았는데, 오히려 제가 얼굴에 피가 쏠리는게 느껴질 정도로 당황스럽고 화가 나더라고요.
그렇게 되니 영어도 한국어도 안나오고 버벅이게 되더군요. 만약 그렇게 대놓고 일상생활에서 차별을 당한게 쌓인다면
흔히 말하는 '외로운 늑대' 타입의 유혈사태가 왜 터지는지 이해가 가는 날이었습니다.
2. 샌프란시스코와 맨해튼, 세상에서 땅값 비싸기로 소문난 곳만 다녔는데, 월세가 미친(x100) 수준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또 폭등했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당시에 제가 쓰던 돈으로는 엄두도 못 낼 것 같아요.
땅값이 비싼 도시들 답게 두 도시 모두 거지가 참 많았던게 기억이 나는데, 신기한게 같은 '미국' 인데 노숙자들이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두 도시의 노숙자들이 달랐어요.
샌프란시스코의 경우엔 시내로 나가면 한 가게당 노숙자 하나일 정도로 정말 노숙자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간 첫날부터 '아, 이게 대마 냄새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그 쿰쿰한 냄새가 코를 후벼팠구요.
좀 특이한 점이라면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노숙자들은 적극적으로 구걸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는 겁니다. 여유롭다고 해야하나?
그냥 가게 앞에 앉아서 '어이" 소리만 무한 반복하는데 딱히 사람들을 쳐다보지도 않더군요.
그외 특이점으론 개를 키우는 노숙자가 좀 많이 보이고, 가끔씩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하는 샤워트럭이 있는데 거기 앞에 줄을 서서
며칠에 한번 정도 몸을 씻는다는 점? 그리고 어학원 선생님들이 이야기 해주셨는데, 의외로 그 노숙자들중 고학력자가 있다고 하더군요.
테크 컴퍼니에서 고연봉을 받다가 스트레스를 못 이기고 마약에 손을 댔다가 저렇게 된 사람들이 있다고요.
뉴욕에서 처음 본 거지는 지하철에서 만난 어린 흑인이었습니다. 지하철에 탑승해선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브루클린에
어린 동생 ~명이 있고, 어쩌구저쩌구" 하더니 노래를 (????) 시작하더군요.
심지어 노래를 엄청 잘불렀어요. 와, 저게 그 소울인가 뭔가 하는건가? 싶을 정도로요. 웃긴건 지하철 안에서 저 빼곤 아무도
그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더라고요. 흔히들 있는 일인양.
여기까지만 보면 어디서 많이 보거나 들은 이야기다 싶으실 겁니다. (사실 사람들도 약간 서울 깍쟁이스럽습니다)
네,
뉴욕 노숙자들은 서울 노숙자랑 좀 많이 비슷하더라고요. 좀 더 적극적으로 들이밀고 지하철을 돌아다니면서 앵벌이를 한다던지...
한 가지 궁금한 점은 뉴욕은 일년에 한번 정도는 미터 단위로 눈이 오는 날이 있는데 그때 그 많은 노숙자들이 어디서 사는지가
참 궁금했습니다. 나중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맨해튼 지하에 버려진 지하시설이나 터널에서 산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3. 샌프란에 있을 때, 매일같이 기름진 미국음식만 먹다보니 절실하게 땡기는 음식이 2가지 있었는데 하나는 풀떼기, 두번째는 생선류였습니다.
풀떼기야 가끔씩 샐러드를 챙겨먹으면 되니 그렇게 힘든점이 없었는데, 미국에서 해물요리는 상상이상으로 비싸더군요.
(캘리포니아 롤같은 이단은 제외입니다. 그게 해물음식입니까, 해물향 얹은 양키김밥이지)
그래서 하루는 큰맘 먹고 재팬타운 근처에 있는 스시집을 찾아갔습니다. 일단 이름부터 교토스시에요. 믿음이 팍팍 갑니다.
들어갔더니 일식 조리사 모자를 쓴 동양인 할아버지께서 바로 '(イラッシャイマセ )이랏샤이 마세~'를 외치시더군요.
바로 점심 특선을 시키고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그 동양인 할아버지가 '야, 점심세트 하나' 이러시는 겁니다. (??????)
알고보니 한국인이시더군요. 저는 깜짝 놀래서 '한국인이세요?' 하고 물어봤고, 그 분도 '한국인이야?' 라고 맞받아치셨습니다. 크크크.
나중에 우동 하나를 서비스로 더 챙겨주셔서 감사하게 잘 먹고 나왔습니다.
4. 저랑 같이 살던 흑인 룸메이트랑 코인 세탁소에 들러서 세탁기를 돌리고 있는데, 그 친구가 저한테 궁금한게 하나 있다고 하더군요.
"부대찌개랑 양념치킨 이런거, 한국음식 맞지?" (아마 LA출신이라 한인타운 한번쯤은 들러봤나봅니다)
"그치, 한국음식이지"
"그거 북한 음식이 아니라, 남한 음식이지?"
"그치, 남한 음식이지"
"그럼 미국엔 북한 음식을 파는 곳이 없는거야?"
"북한엔 먹을게(음식이) 없어" 별 생각없이 한 농담이었는데, 그 친구는 이걸 듣고 숨도 못쉬고 웃더군요. 미국애들 유머감각이 꽤 자비롭나봐요.
5. 할로윈 며칠전에 센트럴파크 외곽쪽을 따라서 걷고 있는데,
백인 할아버지 할머니 수십명이 빨간색 모자를 쓰고 왁자지껄 떠들어대고 있는걸 봤습니다.
자세히 보니 모자에 Make America Great Again 이라고 써있더군요.
전 그때까지만 해도 그 사람들이 할로윈 특집으로 플래시몹 같은걸 하는 줄 알았습니다.
샌프란, 뉴욕같은 민주당 지지지역만 가보니 진지하게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밖에서 그렇게 모일 거라곤 생각을 못했거든요.
그래서 그 사람들 사진을 찍고 다른 학생들한테 '크크크 이거 봐라, 할로윈이라고 저렇게 입은듯?' 이라고 했는데
중국학생이
'이 빙신아, 뒤에 트럼프타워 안보이냐?' 라고 하더군요.
네, 그 사람들은 트럼프 타워앞에 모인 찐 트럼프 지지자들이었습니다.
6. 미국에 가기전에 들었던 이야기론 한국 사람들이 마늘이 들어간 한식을 많이 먹어서 인종차별을 당한다는 게 있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 가기 한달 전부터 김치 및 한국음식도 안먹고, 가급적이면 미국에서도 한국 음식은 잘 안먹었어요.
그래도 혈관속에 흐르는게 한국인 피인지라 한인타운에 가서 가끔식은 한식을 먹어줘야 뭐가 풀리는 기분은 들더라고요.
32번가 한인타운에 가서 부대찌개를 시켰는데, 좀 흥미로운 광경을 하나 봤습니다.
제 맞은편에 나이가 꽤 드신 한국인 부부 (이민 1세대로 보이셨습니다), 아들 (이민 2세대?), 그리고 백인 여자분이 같이 모여서
식사를 하시고 계시더라고요. 정확하게 그 분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진 못했지만, 여자친구를 부모님께 소개 시켜 드리는 자리인 듯 했습니다.
아들이 중간에서 열심히 통역을 하는게 보이는데, 부모님들 표정이 한국인 특유의 그 무뚝뚝한 표정이라 그걸 보고있는 제가 체할거 같더군요.
7. 시험을 잘 보려면 기도가 아니라 공부를 해야 한다던 북아프리카 출신 무슬림 여사친은 이야기를 할 수록 제가 알던
무슬림 여성에 대한 편견을 완벽하게 깨부쉈습니다. 순종적이다 뭐 이런건 걔한테선 찾아볼 수 없어요. 절대로.
(이 친구는 한국어는 토픽 4~5급 수준이고, 한국 정치사 지식은 '남산의 부장들', '공작','1987' '강철비' 같은 한국영화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아랍의 봄을 겪은 국가중 유일하게 민주사회로 정착한 자기 나라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고요)
a. 혁명은 로맨틱하지 않아.
전공 수업중 하나가 국제관계의 이해 이런 과목이었습니다. 교수님이 이런 저런 주제를 던져주시면 그걸 주제로 학생들끼리
조를 짜서 의견교환을 하고 에세이를 쓰는 시간이 있었는데, 혁명이란 주제로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리고 이때가 2018년인가 그랬을겁니다.
" 2015년 쯤에 왔으니까, 나중에 한국에서 촛불 시위 하는거 봤겠네?"
"응 봤어"
"가끔 한국 신문에서 '촛불 혁명' 이라고 하는데,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
"아니, 그건 정권 교체지, 혁명은 그렇게 로맨틱하지 않아"(음.... 이 친구는 2011년 튀니지 혁명을 자기 눈으로 봤던 학생입니다. 수백명이 죽고 다치고 실종됐던 혁명을 봤다면
무혈 촛불 시위정도는 로맨틱하게 보일수도 있다 싶습니다)
b.알라후 아크바르!
밤 늦게까지 같이 공부를 하고 집에 가는 중에 그 친구를 학교 근처에 있는 집까지 바래다 주고 온 적이 있습니다.
꽤 후미진 곳에 있는 고시원에 살고 있길래
"이런데 혼자 살면 밤에 다니기 무섭지 않아?""괜찮아, 적당히 알라후 아크바르 라고 소리치면 외국인이라고 알아서 도망갈걸?"저는 빵 터져선
'야, 그걸로 농담하면 안되는거 아니냐?"라고 했더니
"나는 무슬림이라 해도 괜찮은거야", "오빠는 해도 봐줄게" ... 이렇게 저는 알라후 아크바르 농담 허가증을 받았습니다.
c. 한국에서 라마단 지내기
라마단 기간이라 한국에 온 이후로 라마단을 지키고 있냐고 물어봤더니
첫 해에 해보고 x질뻔 해서 그 후론 못하겠답니다. 자기네 나라에 있을땐 다 같이 금식을 하고 일정도 바뀌었는데
한국에선 그렇게 하다간 정말 죽을 수도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