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도, 출퇴근 지하철에서도, 아파트에서도 끙끙 앓으며 괴로워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화장실에서 계속 토하는 앙상한 사람을 본 적이 없고,
한밤중에 울려 퍼지는 비명소리를 들어본적이 없고,
피부가 썩어 문들어져 뼈가 보이는 광경을 본적이 없다.
아픈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데, 만나기가 힘들다.
병원에도, 각자의 집에도 봄이 찾아왔다.
커튼 사이로 따뜻한 햇살들이 들어온다.
그들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삶을 살아온 나에게 투병생활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본인이든 가족이든 환자라는 명함이 주어지는 순간 오늘까지 순조롭게 움직이던 톱니바귀가 갑자기 빠져나간 느낌을 받는다.
소중한 사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갑갑함.
누구의 잘못도 아닌 문제들.
사랑하기 때문에 괴롭다.
환자를 데리고 있는 가족 역시 다른 괴로움을 짊어지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괴로움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한번씩, 엄마는 마치 넋이 나간 사람 처럼 가만히 있었다.
얼마나 도망가고 싶었을까.
얼마나 속으로 멀리가서 다시 돌아왔을까.
그 도망가는 마음에 내가 얼마나 밉고 무거운 짐이었을까.
내가 짐이 었을까.
내가 얼마나 밉고 무거운 짐이었을까.
어디에도 출구가 없는 인생.
이곳에는 고통이, 슬픔이 어지럽게 뒤섞여 한 덩이로 뭉쳐있다.
우리 모두 마음이 가난한 시점이 온다.
세상 모든 고민들이 부질없게 다가오는 지점.
치열하게 부딪히고 싸웠던 모든 것들이 의미가 송두리째 없어지는 순간.
인간이기에 마주쳐야 하는 피할길 없는 슬픔앞에서 많은 고뇌들의 몸부림은 처절하다.
나한테 인생이 찾아왔다.
예고 한 번 없이 인생이 여기 구석까지 찾아왔다.
굉장히 큰 배를 타고 와서는 많은 짐들을 내 앞에 내려놓았다.
상대는 커녕 밀려드는 것을 막지 못해
매번 당하고 마는 슬픔들은 무슨 재주로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까
슬픔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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