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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2 17:31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제 학생들의 가장 큰 불만은 선생님들이 수업을 못한다가 아니라 수업을 안한다 였던게 기억납니다. 구성주의 교육어쩌구 이런거 전 싫습니다. 저래놓고 시험은 안가르쳐 준 부분에서 또 어렵게 내서요.
19/09/22 17:37
맞습니다. 대부분 학생들의 불만은 [안한다]입니다. 못하는 것도 괜찮아요.
애들에게만 토론 맡겨놓고 유인물 걷고 10분 정도 설명하고 끝내는 패턴의 수업이, 적어도 제가 아는 바로는 은근히 많습니다. 당연히 아이들은 '배운게 없다'며 반발하고, 학생들 사교육 비율 조사하면 [암기과목인데 왜 이리 사교육 비율이 높냐] 소리를 듣게 되니 결국 시험범위를 줄이거나 출제문제를 거의 알려주다시피 합니다. 아니면 둘 다 하거나. 과거에는 교과서에 실린 세계사 파트의 1/3이 안배우는 부분이었다면 이번 학기는 1/2 이상입니다. 2학년은 중간고사 성적에 따라 중국사를 패스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있고 여튼 농어촌이라 그런가 모르겠는데 대단해요. 하하하.
19/09/22 17:45
이게 촌이라, 일반화시키기에는 쫌 거시기 합니다. 농어촌 치고도 저학력 지역입니다. ㅜ.ㅜ
도시 지역에 있던 선생님들은 처음에 안그러다가 점차 변해가고 그러는 모습도 봐서. 5의 사례도 있듯이 이게 정말 제각각입니다. 선생님들의 개성(?)이 강해지고 그에 따라 공통되는 부분이 줄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동시에 그래도 반일 이런건 절대 안빼먹는게... 현 역사 교과의 정체성을 알려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19/09/22 17:56
저도 지금은 서울에 있지만 촌에서 자랐습니다만... 제가 학교 다닐때보다 많이 심하다 싶네요 진짜... 차라리 수능 일변도라 그 부분 공부해야 하는게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드네요
19/09/22 18:07
저도 졸업한지 한참이나 지나서 깨달은거지만 나름 국사, 세계사 열심히 들었다고 생각했는데도 일본, 중동, 인도, 동남아의 역사에 대해선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니 시험에 안나온다고 싸그리 빼먹은거였음. 아놔...
19/09/22 18:43
저도 일단 사범대 출신이고 교생과정도 이수했기 때문에 그게 어렵다는건 압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해서 잘된다면 그 자체가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놀고먹는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학생참여형수업을 빙자한 그냥 방치할 뿐인 수업이 실제로 존재하기는 합니다만...
아마 옛날처럼 모델 하나 만들어놓고 그걸로 돌려막는 경우도 적을거구요. 그런데 어려운 것과 효과적인 것은 다릅니다. 학생참여형 수업이 효과를 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정말 좋아요.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 다른 아이들을 가르치라고 합니다. 그것도 좋아요. 문제가 있다면 꽤 랜덤하다는 겁니다. 또한 교사의 질에 따라 편차가 커도 너무 커요. 하긴 무슨 모델이건 안그러겠습니까만.... 그게 좀 극대화 되는 느낌입니다. 그걸 보완하고는 있을겁니다. 그럴거라고 믿습니다만. 결국 마무리는 학습지 빈 칸 채우기이고 그게 주가 되버리는 경우도 있고 그런거죠. 또한 난이도가 높다는 것은 잘 안될 경우도 많다는 얘길겁니다. 일반 강의식 수업이 단점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어차피 안들을 애들은 안듣는 건 똑같아요. 앞에서 생쇼를 하건 어쨌건....
19/09/22 18:47
공교육에서 수업은 가야할 길이 없는 기분입니다. 그냥 하나부터 열까지 다 잘못돼서 뭘해도 사망선고만 받을 수 밖에 없는거같아요... 내가 왜 사대를갔을까나
19/09/22 19:29
여하튼 학생참여형수업을 빙자한 일부 수업에 대해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이 "선생님이 아무것도 안해요"인게 문제입니다. 선생님은 분명 노력하셨을테지만 사용자인 학생이 그렇게 느낀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는거죠. 문제는 이게 외부 피드백이 잘 안됩니다.
뭘해도...라기 보다는 사회는 다변화되고 이런 촌구석마저도 다양한 요구를 받고 있는데 교사들을 포함한 사회가, 어른들이 이걸 처리할 능력이 못된다는게 핵심이라 봅니다. 그런 고급인력들이 저희 동네에 있을리는 없지만 있어도 제풀에 포기하는 케이스도 있을 것 같습니다.
19/09/22 21:39
고생 많으십니다
나름 역사 좋아했고, 문과를 가면 역사학과를 가야지 생각도 했었는데 (이과가서, 직업도 이과로 ...) 저희 고등학교 이과는 세계사를 안배우더라고요 흐흐
19/09/23 01:26
그렇죠.... 저도 반 인원이 20명 가까이 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때 분위기 안좋았지요. 강제로 막 앉은 애들도 있다보니.
남으라해서 남은 인원만 있는 지금이 훨 좋더라구요. "너에게 역사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첫번째 선생님이 되겠어!!"...... 따위는 대부분 실패 ㅡ.ㅜ
19/09/22 22:05
과목별로 과목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겠지만 특히 사회 과목 같은 경우는 토론이나 발표 등 학생 참여 방식을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되 지식적인 측면에서 학교 수업 시간은 큰 줄기만 잡아주는 식으로 진행하고 나머지는 다양한 형식의 과제를 통해 자습하는 식으로 보완하는 건 어떨까요? 자습하면서 이해가 잘 안 되거나 추가적으로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일차적으로는 자습 시에 개인적으로 더 알아보고 이차적으로 학교 수업 시간에 질문하여 해결하는 방식으로요. 자습이라고 해봤자 교과서 등과 같이 해당 학년에 맞는 것들을 자습 대상으로 선정하는 것이니 노력이 문제이지 내용적으로야 어려울 것은 전혀 없을 듯하고요. 이러면 열심히 하는 학생들만 지식이 쌓이고 공부하게 된다고들 하지만 어차피 이러든 저러든 열심히 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나뉘는 건 마찬가지이고, 마치 과거에 일괄적으로 야간자율 학습을 강제하던 것과 비슷하게 학교가 학생의 공부 습관 등과 관련하여 깊이 간섭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험이라는 것도 학습 대상과 범위만 명확하다면 굳이 수업 시간에 교사가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명시한 것만을 시험에서 다뤄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요.
19/09/23 01:12
이미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방법이 지금 학교에서 하는 교육의 방향이에요. SNS도 활용하고 뭐 그렇습니다.
모델 자체는 이상적이죠. 실제로 저렇게해서 학생과 학부모의 평도 좋고 학업성취까지 세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교사도 있습니다. 상당수가 세 마리 토끼 중 하나도 제대로 못잡으니 문제죠. 그리고 못잡는 교사들이 많이들 촌으로 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본디 학교란 줄세우기의 목적이 있으며 동시에 진학의 목표도 달성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이게 어렵습니다. 다들 잘 배웠다 그러는데 막상 그래서 "XXX를 아느냐"고 물으면 제대로 답하기 어려운, 뭐 그런 것들 말입니다. 거기에 시간 부족의 문제가 있습니다. 참여형 수업은 근본적으로 효율성이 나기 어려워요. 기본적으로 수업이 45분이면 앞뒤 준비 및 마무리 최소 5분에 실수업 시간 40분, 이상적으로 하려면 아이들이 오늘 수업할 내용에 대해 예습을 해와야 합니다. 그래야 토의를 할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주제당 최소 10분) 다른 토픽도 다룰 수 있죠. 그리고 선생님이 아이들의 중구난방인 내용을 평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체크는 해줘야 합니다. 선생님이 들어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할 의욕이 줄더라구요. 조가 3개라고 해도 발표하는데 15분은 족히 걸립니다. 사전개요 10분 토의 10분 발표 15분 평가 및 정리 15분. 어거지로 준비 5분을 빼도 이렇습니다. 그러면 이 시간동안 아이들이 다른 주제 하나가 뭐냐. '프랑스 혁명'입니다. 하지만 준비해오지 않은 조원의 문제, 조장에게 억지로 떠맡기는 문제, 조별로 소통이 되지 않는 문제. .... 결국 프랑스 혁명에 관해 토의보다 검색한 내용을 읽고 토의사항은 수행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형태로 겨우 수업이 성립됩니다. 수행평가와 함께 자유토론을 하라고 했더니 A조는 마리 앙투아네트 얘기만 했고 B조는 로베스피에르 얘기만 했습니다. C조는 교과서에도 없는 샬로트 코르데와 드 구즈 이야기만 했습니다. 이것도 나름 선생님이 관찰하며 조정하려고 했다는 전제하의 이야깁니다. 그래서 결국 대부분은 현실과 타협하고 끝에 학습지와 함께하는 선생님의 정리 10~15분이 핵심이 되는 수업이 되어버립니다. 그런 수업들이 꽤 많아요. 그러다보니 진도를 나가기 어렵고, 그러니 교과서 진도를 단원 째로 던져버리는 상황이 자주 일어나는 게지요. 그게 원인의 전부는 아니겠습니다만....
19/09/23 11:47
사실 참여형 수업이라는 게 굳이 토론이나 발표 등을 "형식적으로" 갖춰서 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수업 내용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면서 질문이나 의견 표출 등에 있어 적극성만 있다면(적어도 주저하지만 않는다면) 통상의 강의식 수업에서 교사가 학생들의 자유로운 수업 참여의 길을 유도하고 열어주는 것만으로도 참여형 수업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동안은 교사는 물론 학생들 입장에서도 이러한 방식의 수업이 애초에 생소할 뿐더러 학습이라는 게 다소 강제 되는 게 우리 교육의 현실이라서 수업 방식을 이렇게 바꾸더라도 막상 학생들의 활발한 수업 참여가 쉽지 않았던 게 아닌가 짐작합니다. 이러한 점들은 비단 교육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화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에 완전하고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참여형 수업이 형식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정착이 되어 학생들이 이른 나이부터 이를 접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모습들이 앞으로는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현장에 계신 분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19/09/23 14:36
저는 현장에 있는 사람이라 말하기는 좀 그렇고, 그냥 발만 걸친 사람임을 우선 말씀드립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현역 분들과 교육관계자 분들이 그러한 비전을 갖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다만 그 반사효과로 사교육 시장의 강의식 수업들이 되려 인기를 얻는 (그냥 재밌고 성과가 나니까) 현실이 있다는거죠. 의외로 '참여'라는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투표장에 와서 투표 한 번 해달라는 것도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는 마당에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죠.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키는 수업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은 이해할만 합니다. 긴 비전을 갖고 줄기차게 하다보면 되지 않을까...가 현재 교육하시는 분들의 생각이고,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생각합니다. 단, 저는 농어촌 지역의 상대적으로 낙후된 교육환경의 입장에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현실적으로' 갖는 문제점들 말이지요. 아마도 이 문제점들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될 것 같지가 않습니다. 이미 이러한 교육이 실시된지 길게 보면 20년, 작게 봐도 10년이 지났어요. 뿌리를 내릴만큼 내린 겁니다. 하지만 역사교육의 경우, 학교 밖의 사람들이 요구하는 어떤 기준이 있고, 그 기준을 맞추기에 참여형 수업은 어떤 한계가 명확하게 보입니다. 강의형 수업의 한계만큼이나 뚜렷하게요. 제 학창시절에 영국의 공립 역사교육에 대해 배운 일이 있습니다. 20년 전이지만.... 한 학기 내내 이집트 고왕조만 발표수업하다 끝난다는군요. 학교와 선생님에 따라 재량권도 커서 누구는 한국사하고 싶다 하면 그러면 우리 이번 한기에 한국사하자 해서 옵션?비슷하게 할 수 있다고요. 성적 반영도 가능하고요. 이렇게 되면 똑같이 2년의 역사교육과정을 거쳤지만 아는 지식은 학생마다 천차만별이 됩니다. 공통된 '시험'을 치르거나 '줄세우기'를 하기 어렵게 되지요. 다만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 자료를 찾아 분석 발표하는 능력을 키운다]는게 목표라면 이 방식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역사교육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 목표가 혹시 [애국 애족의 마음가짐]입니까? 그렇다면 세계사를 배울 필요가 없어요. 사실 제가 가장 짜증나는 것은 [역사]라는 교과 과목으로 숨기는 현 역사교육의 허상입니다. 그럴거면 그냥 [한국 민족사]나 [서양굴기] 정도로 하지 무슨 기만을 하고 있냐는 겁니다. 실제로 다양하게 교육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외국인 노동자나 외국인 여성들도 많이 살고 있는 제 지역은 베트남 역사는 커녕 중국 역사도 던져버리고 있죠. 중국인 엄마, 베트남 엄마를 둔 아이, 파키스탄 부모를 둔 아이. 아빠가 선주여서 네팔, 미얀마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아이. 모두가 교과서에 적혀 있는 내용조차 제대로 못배운다는게 어이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한 학기 내내 그러라는 것도 아니고 잠시 언급 한 번 못해주는게 말이예요. 그건 그냥 교사 개인의 잘못아니냐구요? 참여형 수업의 잘못이 아니지 않느냐고요? 맞습니다. 그렇지만 참여형은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야 참여가 되는게 아닐까요. 마치 자율학습이 자율학습이 아닌 것과 같은 모순만 늘려나가는게 싫어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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