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정도 쯤 되었을 것 같다...
어린 차승이는 집안에서도 막내 중에 막내다.
예전 막내들은 엄마 젖을 오래 먹었다고 하던데
차승이가 그랬다.
멀리서 일하고 돌아오는 아버지, 어머니를 보자마자
놀던 차승이는 뛰어온다.
그리고는 어머니의 품안에 파고들어 젖을 빤다.
옆에 있던 아버지는 화를 낸다.
"너는 이놈아 7살이나 먹고 아직도 젖을 못 끊어..."
어느 날 동네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랑 배틀을 시작했다.
주제는 '나는 외갓집에 가서' 였다.
외삼촌하고 뭐하고 놀았다, 이모가 뭘 챙겨주더라,,
거기서 이밥을 먹었다는 등의 자랑이었다...
(이밥 = 하얀 백미의 쌀밥, 당시엔 아주 귀해서 자랑할 만 했다.)
그 애들한테는 중요한 자랑 포인트였다.
차승이는 집에 가서 어머니에게 졸랐다.
"엄마 우리 외갓집 가요~"
"...."
난감한 엄마였다.
10살 차이나는 형에게 물어봐도
"시끄러.. 우리가 외가집이 어딨어. 나가 놀아!!"
이런 소리나 듣는다.
맞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며칠을 외갓집에 가자고 졸랐는지 모른다.
단단히 삐졌다.
이제는 어머니가 일하고 와도 젖을 빨러 가지 않는다.
단식투쟁도 불사 한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가 작심한 듯 말했다.
"차승아, 우리 외갓집 가자!!"
차승이의 얼굴이 밝아지며 한 껏 들떴다.
외갓집은 의외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있었다.
'이리 가까웠으면 진작에 외갓집에 갈 것이지....'
차승이는 생각했다.
남들처럼 그 집에서 이밥도 먹고,
이모가 챙겨주는 선물도 받고 왔다.
이제는 동네 애들한테 할 말이 생겼다..
나도 외갓집이 있다...
나도 이밥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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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이를 데리고 외갓집에 가기 며칠 전...
차승이의 어머니는 유씨 집안 출신이었다.
거의 이씨만 있는 그 마을 외곽에 유씨 할아버지가 한 분 살고 계셨었다.
어머니는 그 집의 대문을 두드렸다.
유씨 아저씨가 나오셨다.
"안녕하세요. 유씨 아저씨.
오며 가며 인사했지요?
저도 유씨 집안의 딸인데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부탁 하나 드려도 될런지요..."
"아 어떤 부탁인가요?"
"제가 7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저와 5살 여동생을 보살필 수 없었던 아버지는
저와 동생을 각각 다른 집에 민며느리로 보내셨어요.
제가 있던 집 남자 애는 저를 미워해서 삶이 괴로웠었는데
14살 되던해 지금의 남편을 만나 혼인하여 이렇게 6남매를 키우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내 아들 녀석이 친구들한테 외갓집에 놀러간 얘기를 들었나봅니다.
저는 친정이 없어서 그 녀석한테 외갓집에 데려다 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기구한 사연을 다 말해줄 수도 없고...
그래서 이렇게 염치 불구하고 찾아왔습니다.."
"아 그렇군요... 무얼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혹시 하루만 외할아버지 노릇을 해줄 수 있나 해서요...
값은 쳐드리겠습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값은 안쳐드려도 됩니다.
추석 지나고 찾아 오십시요...
제가 융숭하게 대접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