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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9/09/10 13:43:41 |
Name |
목화씨내놔 |
Subject |
[일반] [10] 추석 선물 |
김영란법 이후에 언론인이나 공직자들은 조그만 추석 선물도 부담스러워 하지만 일반 기업들 사이에서는 그렇지는 않다
우리 회사에서도 같이 일하는 제휴사 쪽에 담당자 - 팀장 - 임원 까지해서 보통 3명한테 선물을 보낸다
가난한 회사라서 그런지 대단한 걸 보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뭐 일종의 성의니까
사원일 때는 선물을 아무도 안줬다 그래서 명절 휴일 전날 퇴근 전에 팀장님이 차에 뭐 좀 가지러 가자고 해서 같이 내려가면
양손에 다른 업체에서 들어온 선물을 듬뿍 쥐어주면서 부모님한테 가서 선물로 받은거라고 하면서 자랑하라고 하셨던 기억이 있다
곰탱이처럼 생겨서 그런 거는 또 세심하게 챙겼던 팀장님인데 지금은 우리 회사 넘버2가 되어있다
요즘에는 담배를 끊으신건지 담배사는걸 끊으신건지 종종 나의 담배를 가져가시고는 한다
여튼 뭐 그렇게 선물을 가져가면 아버지는 또 그 선물을 뜯지도 않고 그대로 할머니나 큰아버지 댁으로 가지고 가셨다
그래봐야 2~3개 받아왔는데 그걸 다 가져가셔서 큰 집에 주고 오시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버지는 아들이 그래도 사회에 나가서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랑 하려고 그런 모양이다
"우리 아들이 회사에 들어가서 뭘 하고 다니는지 여기저기서 명절만 되면 이렇게 선물이 들어오네 집에 너무 많이 들어와서 몇개 가즈왔어"
하시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잠깐 외도를 한 적이 있다 외도라기 보다는 뭐 모험을 한거지만 회사를 차리고 정말 죽자고 일해봤는데 안되더라
그렇게 2년 정도가 지나고 곰탱이가 지금 팀장 자리 비었다며 들어오라고 러브콜을 하면서 원래 다니던 회사에 복귀하였는데 그리고 처음 맞는 추석이다
선물이 꽤 들어왔는데 아버지는 싱글벙글이다
내가 양복입고 회사 나가는걸 그렇게 좋아하시던 아버지가 지난 2년동안 출근하다고 하며 노트북 들고 후줄근하게 다니던 나를 보며 얼마나 속상했을까
그래도 외부에 있어도 곰탱이 팀장이 선물은 꼬박꼬박 보내주시기는 했다
여튼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은 추석 선물이 도착하였고
아버지는 그 선물 중에 값 비싼 거 몇개를 골라내시면서 기분이 꽤나 좋아지신거 같다
한우 세트가 하나 들어왔는데 이걸 냉동 상태로 전주에 가지고 가야 하니 휴대용 냉장고가 하나 필요하다고 하신다
뭐 사놓으면 어딘가 쓸 데가 있으니까 이 기회에 사셔야한다는데
아이고 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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