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제공하고 있는 러시아 드라마입니다. [전쟁과 사랑] 영어 원제는 "Road to Calvary"라고 하는데, 톨스토이(우리가 아는 그 톨스토이가 아니라 다른 동명이인이라고 합니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이 드라마는 정말 놀랍습니다. 화려하고 섬세하고 아름답습니다. CG와 소품을 정말 훌륭히 활용하여 꼭 20세기 초 러시아에 정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제국의 수도 상크트 페쪠르부르크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해냈습니다. 나폴레옹 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알렉산드르 기둥이 있는 궁전광장, 구세주 피의 성당과 그 맞은 편에 있는 미하일로프스키 정원, 그리고 네프스키 대로. 이 장소들은 오늘날 모두 옛날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CG를 활용하여 더욱 생동감 있게 그려냈더군요. 예전에 3일간 방문한 적이 있어 더욱 감회가 새로왔습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두 명의 자매입니다. 카탸와 다샤. 이들은 상류층 집안의 자녀로, 부족한 것 없이 자라 순수하고 선합니다. 그리고 그런 만큼 세상물정에도 어둡습니다. 그런데 굳센 의지를 가진 여인들이며 또 아주 순수한 사랑을 추구하는 여인들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 때문에 전쟁과 혁명 소용돌이에 얽히게 되며 두 자매의 운명은 서로 갈라지게 됩니다. 평등한 사회를 만든다고 하는 이상주의자들, 무신론자들에게 맞서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보수파들 사이에서 말이죠.
이 드라마는 전쟁과 혁명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파도 속에서 헤엄치는 일반인들의 삶을 보여줍니다. 전쟁(1차세계대전)으로 인해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여인들, 애국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군인, 내 다리가 잘렸는데 그깟 애국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되받아치는 군인. 그리고 갑자기 찾아온 혁명. 장교, 의사, 시인, 교수, 언론인, 노동자... 모두 각자의 진영을 선택하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는 어떤 거창한 이념적 확신도 아닙니다. 당장의 필요. 또는 우정. 또는 사랑. 삶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선택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선택 또한 꼭 어떤 신념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한편 인상적인 것은 이 드라마에는 영웅이 없습니다. 어떤 선악도 없습니다. 그저 역사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가는 개개인만 있을 뿐입니다. 상류층이라고 해서 심성이 악한 것도 아니고 하층민이라고 해서 선한 것도 아닙니다. 각자의 입장에서, 각자 자라온 환경과 윤리 그리고 가치관에 따라 충실히 행동할 뿐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것은 주연들의 훌륭한 연기입니다. 물론 러시아어는 외국어라서, 잘 알수는 없겠다만, 우리가 할리우드 영화를 볼 때에도 얘는 연기 못하고 얘는 정말 잘한다 정도는 평가할 수 있는 것처럼, 그 정도는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 드라마의 주연들은 정말 모두 연기가 훌륭합니다. 말로만 연기하는 게 아니라 눈빛, 입술, 목소리의 떨림 등. 그 때문에 각 주인공의 입장에서 더욱 더 몰입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전편 (총 12화)을 제공하고 있으니 한 번 봐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