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리처드 도킨스의 광팬이다. 그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이과의 길에 접어들었고, 종교인과의 키보드배틀을 마다하지 않는 그의 호전성을 본받고자 살아오고 있다.
단, 종교에 대한 견해에 있어서 그와 나는 다르다. 내 책장에 꽃힌 만들어진 신은 벌써 3회독을 넘어섰지만, 난 여전히 종교가 불필요하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 종교는 필요 불필요에 따라 인류가/국민이 멋대로 없앨 수 있는 정책적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뿌리가 남아있는 한 끊임없이 전파되고 성장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히려, 종교를 없애려면 더 큰 종교가 필요하다고 본다.
진(gene)과 밈(meme)의 가장 큰 공통점은 바로 자기복제성이다. 자기복제성은 생물개체나 문화가 살아남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엄밀히 말하면 모든 정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자기복제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신교와 일신교, 주류와 비주류를 막론하고 모든 종교는 일정 수준의 자기복제성을 가지고 있는데, 옅게는 "신화"에서 볼 수 있는 전파되기 좋은 이야기적 요소를 가지고 있고, 짙게는 "개독"에서 볼 수 있는 전도를 통한 구원에서 그 편린을 옅볼 수 있다.
종교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용어의 정의와 범위가 달라진다. 한국(KOREA)종교의 특징은 거의 대부분 수많은 종파로 갈라진 기독교들에서 나타난다. 이러한 종교들은 모두 전도는 선한 것이며, 종교인이면 마땅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때로는 교리 자체에 전도를 하라는 명령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종교는, 어느정도 성장한 순간 종교인의 모임에 의해 정의되지 않고, 종교 자체로 존재하게 된다. 아무리 종교에 대한 비판과 회의론이 대두되어도, 종교인이 탈종교를 할 수는 있지만 종교 자체가 사라지는 일은 없다. 종교는 자기복제성을 갖고, 바이러스와 같이 끊임없이 한 종교인에서 다른 무종교인에게 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교는 전 인류/국민의 머릿속에서 단 한순간에 잊혀지지 않는 한 없어질 수 없으며, 그 자체로 전파와 성장가능성을 내포하게 된다.
즉, 종교에 대하여 논할 때 필요한지 불필요한지에 대해 언쟁을 하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할 수 있다. 종교가 불필요하다고 대다수의 구성원들이 합의한다고 해서 종교가 사라지는 일은 없다. 이는 마치 모기가 불필요한 동물이니 박멸시키자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 종교에 대한 반감을 가진 자가 종교의 위력을 없애기 위한 좋은 프레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종교를 없애고자 하는 개인이나 집단이 존재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종교를 공격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종교를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종교에는 과거 종교에 대한 혐오와, 무엇보다도 자기복제성이 포함되어야 한다.
"종교를 믿는 것은 미개한 행동이며, 깨어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사실을 널리 알리고, 멍청한 종교인들에게 물리법칙에 의해 움직이는 세상에 대한 설명을 해줄 필요가 있다." 라는 교리를 지닌 새로운 종교는 기존 종교에게 진정한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종교를 혐오하는 한국(KOREA)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좋은 프레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