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12/31 10:35:14
Name Asterflos
Subject [일반] 미스터션샤인-동경에 대하여
회사 동료가 제발 보라고 사정을 하다시피 한 드라마.
나는 그렇게 뒤늦은 정주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5화를 채 넘기기전에,
이것은 나의 인생 드라마가 될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병헌의 연기야 늘상 그렇듯 보증수표나 다름없었고,
사람들이 왜 김태리를 전도유망한 신성이라 하는지 알것 같았다.

작금의 시대를 '낭만의 시대'라 평하며 보려주는 화려한 영상미와,부잣집 양반의 여식이 의병으로 활동한다는 야누스적 설정이 내게는 너무나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거기에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사는 어떠한가.
(못할거요. 다음은 허그니까. / H는, 내 이미 배웠소) 같은,
곱씹을수록 맛깔나고 되돌아보게 하는 대사는 그 어떤 드라마에서도 느끼지못할 여운을 남겨주었다.

모든 주연들이 동일한 화법을 구사하는것 같은 느낌은 옥에 티처럼 느껴졌으나,
감상하는데 있어서 거북한 정도는 아니었다.

수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미스터선샤인.
그러나 과연,
이것만 가지고 '인생작'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인가.

당장 김은숙 작가의 전작인 태양의 후예나 도깨비도,
각각의 개성있는 세계관과 매력적인 배우들,
그리고 대사의 감칠맛이 있었다.

적어도 '인생작'이라 할정도면 본인의 일상을 뒤흔들만한 파급력이 있을 터.
나는 그 파급력의 근본에 대해 생각했고,
이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
그것이 내가 미스터션샤인에 빠져든 본질이었다.

첫번째는 자신의 삶을 바칠정도의 사랑.
혹자에게는 가능할지도 모르나,
나에게는 아직까지 해당사항이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아마 높은 확률로,
생을 마감할때까지 불가능할 것이다.

좋게 포장하면 자기애가 강하고,
나쁘게 말하면 이기적이라고 할수 있겠다.

내인생에서 가장 소중한건 나고,
어떤 불같은 사랑을 하더라도 연인을 위해 내 목숨을 바치는것은 불가능하다.

고애신을 만나는 것이 자신의 삶에 아무런 득이 되지 못함에도,
심지어 그것이 자신을 버린 x같은 나라를 다시 품어야 하는 일임에도 유진은 기꺼이 받아들였다.

과연 나였다면 그럴수 있었을까.
못한다.
그러나 동경한다.
내가 할수 없는 일이라는걸 알면서도,
한번쯤은 그런 사람이 되어보고 싶기에.

두번째 동경은 고애신을 비롯한 조선인들의 독립 운동이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내 인생에서 제일 소중한건 나였기에,
일단 내가 삶을 살아야 국가가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친구들끼리 단톡방에서 '일제시대였다면 독립운동은 커녕 매국이나 안하면 다행' 이라고 자조하는것도,
그런 나의 부끄러운 성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동경하는 사랑을 했던 고애신.
그런데 그녀는 차마 나는 할수없는 사랑도 포기한채,
불꽃처럼 스러지는 삶을 선택했다.
모진 고문을 기꺼이 견디고 웃는 낯으로 최후를 맞는 부잣집 도련님 김희성은 또 어떠한가.

내가 그당시 개화기에 살았다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못한다.
그러나 동경한다.
최대한 타협해서 '뒷돈으로 독립자금을 보태는 장사치' 정도가 내 그릇의 맥시멈이기에,
그렇게 자신의 삶을 내던지고 나라를 구하는 이들은 내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할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
마지막 동경은,
작가 김은숙에 대한 동경이었다.

웹소설을 쓰기 시작한지 이제 일년 반이 되었다.
그렇기에 '매력있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매일 절감한다.

소설을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거창한 꿈은 고사하고,
매일 매일 사이다 떡칠을 반복하며 스넥컬쳐의 길을 갈수밖에 없는 명확한 한계.

내 소설에는 그녀와같은 매력이 없다.
그래서,
그렇기에 동경한다.

내가 미스터션샤인을 통해 받은 감명을 다음 소설에 반영할수 있는 일이라고는, 주인공 이름을 유진(...)으로 하는것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할수없고, 가질수 없는것에 대한 동경.
사람들이 말하는 '대리만족'이란것이 어떤것인지,
미스터 션샤인은 내게 확실히 각인시켜주었다.

변덕이 전성기 코인시장급으로 왔다갔다 하는 나이기에,
한달뒤 내 인생작은 '스카이캐슬'로 바뀌어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낭만의 시대를 보고 들으며 느꼈던 내 동경은,
앞으로도 오래동안 기억되지 않을까.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8/12/31 10:38
수정 아이콘
이제 드라마도 웹소설처럼 대리만족과 사이다 진행을 넘버원 가치로 보는 시대가 올까요.
닭장군
18/12/31 10:53
수정 아이콘
어차피 창작물, 즉 지어낸 콘텐츠는 대리만족이 기본목적이죠. 무엇을 대리만족할 것이냐가 그때그때 다른거지.
구양신공
18/12/31 10:56
수정 아이콘
와요. 분명 옵니다. 시대를 풍미한 김수현작가 드라마가 김은숙작가에게 왕좌를 내준건 시청연령층의 시대적 변화때문이라 봅니다. 다음 세대가 드라마 주연령층이 되는 그때 분명 그런 드라마가 올겁니다.
coolasice
18/12/31 11:05
수정 아이콘
분명히 평작 이상되는 드라마 이긴 한데
3남자가 그냥 보자마자 다 고애신에게 첫눈이 사랑에 빠져서 자기신념과 목숨까지 희생한다...라는 점은 조금....
그리고 중간에 그 사랑놀음으로 조금 지루하게 늘어나는 부분때문에 저에겐 걸작까진 아쉬운 드라마입니다
18/12/31 11:31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김은숙 작가는 달달한 로맨스만 썼으면 좋겠어요.
역사물은..아니 전략을 담은 그 어떤 드라마도 쓰지 말기를..
조선인 스파인인 기생 한명을 살리기 위해 민병 한부대가 나서서 목숨을 건 양동작전을 펼친다라거나..
일부 대원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다른 대다수의 대원들이 미끼 삼아 개죽음을 감수하게 한다거나..
작전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스토리 전개에 다른 모든 장점이 날아가 버리더군요.
휴먼히읗체
18/12/31 12:05
수정 아이콘
격하게 공감합니다
늦게 본 편인데 초반에 연애부분이 너무 재밌어서 스포가 안되는 선에서 반응을 살펴봤거든요
그런데 다수의 분들이 연애부분이 지겹고 뒤가 너무 재밌다길래 드디어 인생드라마 바꾸나했더니 뒤로갈수록 너무 힘들게봤어요 말씀하신 부분들이 거슬려서
라됴머리
19/01/01 07:49
수정 아이콘
볼 때는 별 생각 없었는데, 확실히 전략이 구리기는 했네요.
근데 한편으론, 그건 결과론이니까..
당시에는 실제로 행복회로 돌리는 무모한 전략들이 난무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블루투스 너마저
18/12/31 12:21
수정 아이콘
뭐, 리얼리즘보다는 '낭만적 애국주의'의 깃발을 들고 나온 드리마니깐요. 이해는 갑니다만...
저도 아직 끝내지 못했습니다. 손이 잘 안 가더라구요.
케이삶아
18/12/31 12:44
수정 아이콘
엔딩때문에 안보기로 결정했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마지막에 주인공 잘 안되면 절대 안보거든요.
ArcanumToss
18/12/31 12:48
수정 아이콘
몰입감이 장난아니더군요.
몰아보는 스탈인데 밥도 잠도 뒷전이 돼서 힘들었습니다. -_-;
다리기
18/12/31 12:58
수정 아이콘
최근에 봤는데 재밌었습니다. 완전 몰입해서 보진 않고 대충 보는데도 일명 대사 티키타카가 맛깔 나더라고요.
그.. 고구마적인 신파가 좀 싫긴해도 김태리가 이렇게 빨리 아가씨를 지울 줄은 몰랐습니다. 진짜 대단한 배우였단 걸 알게 됐죠.
이병헌은 뭐 더 할 말도 없고 유연석이나 변요한도 제가 느끼기엔 되기 의외의 캐릭터를 맡은 거 같았는데 엄청 잘 어울리고 재밌었어요.
히로&히까리
18/12/31 14:47
수정 아이콘
미스터션샤인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본방 한 번도 안 빠지고 봤고, 다시보기로도 한 번 더 봤습니다.

정말 재밌고, 다 좋았는데......

마지막에 유진은 좀 살려줬으면 했습니다. 여러 드라마 많이 봤는데 주인공 죽어서 슬프기로는 제일 가는 드라마였습니다.
18/12/31 15:35
수정 아이콘
진짜 정주행 잘 안하는 스타일인데 드라마 다시 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미스터선샤인, 비밀의숲, 나의아저씨 이 3개는 꼭 다시 보고 싶네요
yeomyung
18/12/31 16:08
수정 아이콘
마지막 화 퀄러티나 전개가 좀 아쉬웠던거 같아요~
아직까지 애신아씨의 그 "뭐~!?" 이대사는 잊혀지지가 않네요....크크
18/12/31 16:31
수정 아이콘
왜이렇게 인기있나 궁금해서 꾸역꾸역보다가 포기했습니다.
태후도 도깨비도 시도하다가 포기..그냥 믿고 거르기로 했습니다 하하;
남광주보라
18/12/31 18:43
수정 아이콘
괜찮은 드라마였습니다. . . 그런데 sky캐슬쪽이 재미, 몰입감에서 더 압도적. . .

하얀 거탑만큼의 완성도와 재미에는 못 미쳐도, sky 캐슬이 근래 드라마중 my best no.1으로 제가 선정을 킄

그러다보니 미스터 션샤인은? ? 음. .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9561 [일반] 서울 대형병원에서 정신과 의사를 찔러죽인 환자 [29] 치느13836 19/01/01 13836 0
79559 [일반] 2번째 통풍발작후기 [16] 읍읍10796 19/01/01 10796 0
79558 [일반] 올해의 목표... 다들 얼마나 이루어지셨나요? [29] Goodspeed6429 18/12/31 6429 4
79557 [일반] 운영위원회는 왜 열었는지 모르겠네요 [72] Jun91112222 18/12/31 12222 15
79556 [일반] 민주당 vs 자한당 역대 여성부 장관들의 출신 해부 분석. [128] 마재11396 18/12/31 11396 19
79555 [일반] 한국(KOREA)에서의 생존법 [16] 성상우8289 18/12/31 8289 4
79554 [일반] 2018 히어로 영화 및 작품들 소감 [14] 잠이온다6574 18/12/31 6574 1
79552 [일반] 무심코 뽑아본 2018년에 즐겨 들은 음악 [5] KOZE4996 18/12/31 4996 4
79551 [일반] 과연 성차별문제 해결을 위해 중년층이 대가를 치뤄야 할까? [85] 유소필위9198 18/12/31 9198 1
79549 [일반] 올해의 영화는 무엇인가요? [64] 작고슬픈나무7671 18/12/31 7671 1
79548 [일반] 2019년 개통 예정인 수도권 전철역 [24] 光海10077 18/12/31 10077 6
79547 비밀글입니다 차오루17134 18/12/31 17134 32
79546 [일반] 일본이 레이더 갈등 홍보영상을 영문판으로 제작해서 유튜브에 홍보했습니다. [48] retrieval10119 18/12/31 10119 4
79545 [일반] 미스터션샤인-동경에 대하여 [16] Asterflos6475 18/12/31 6475 1
79544 [일반] 표창원 의원에게 문자를 보냈고, 답장을 받았습니다. [313] 마재19385 18/12/31 19385 53
79543 [일반] (원글)신재민 전 사무관이 기재부를 그만둔 이유 [170] 내일은해가뜬다22057 18/12/31 22057 36
79542 [일반] 레이더 사건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가 나왔습니다. [10] 츠라빈스카야7366 18/12/31 7366 0
79541 [일반] 내일부터 마트/슈퍼에서 비닐봉지가 전면 금지랍니다. [53] 홍승식11148 18/12/31 11148 1
79538 [일반] 일본에서 요양원 케어소홀로 사건이 있었습니다. [22] 짐승먹이8124 18/12/31 8124 1
79537 [일반] 운수 좋은 해 [61] 39년모솔탈출7332 18/12/31 7332 23
79535 [일반] 군대인가 학원인가…병사는 병사 다워야 정상 [220] 홍승식20549 18/12/30 20549 26
79534 [일반] 물증 없이 진술만으로 성폭력 유죄 선고 [169] 라임트레비19389 18/12/30 19389 14
79533 [일반] 육아의 어려움 [18] 해피어른8647 18/12/30 8647 3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