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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12/05 05:28:58
Name OrBef
Subject [일반] (부분 번역) 형벌의 경중이 판결에 미치는 영향
지인 페북을 통해서 접한 어떤 글이 재미있어서 퍼옵니다. 전체 번역이 꼭 필요한 글은 아닌 듯하여 부분 번역합니다.

원글 링크 (해당 기사)
https://www.aeaweb.org/research/punishment-severity-impact-jury-decisions-britain?fbclid=IwAR37oE7_YXIrLkKKYDlTW0fxeLH3LIFp7Daj_fI3yblUajQe7t8AwNZc6Tw

원글 링크 (해당 논문)
https://www.aeaweb.org/articles?id=10.1257/pol.20170214&&from=f

우리나라의 형량 기준이 너무 높다 혹은 약하다는 이야기들이 있지요. 저는 법알못이라서 형량에 대한 제 의견은 큰 의미가 없고, 통계를 기반으로 한 위 글을 가져왔습니다.

글의 개요는 단순합니다. 재판에 임하는 배심원들이나 판사/검사들은, 원칙적으로는 각종 증거와 정황, 증언들[만] 고려해서 재판을 진행해야 합니다.  근데 이 사람들도 사람이니만큼, 피고인이 유죄를 받을 때 예상되는 형량이 높을 수록:

[내가 유죄 판결을 내리면 저 사람에게 엄청난 형벌이 주어진다]

라는 심리적인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고 하네요. 해서 동일한 수준의 증거와 정황, 증언이 있더라도 중범죄에 대해서는 오히려 무죄를 판결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연구가 많이 되어서 이 자체는 제법 잘 알려진 이야기인가봅니다 (물론 저는 몰랐습니다만). 이 기사가 새로웠던 점은, 재미있는 최근 연구 결과를 보여줬다는 부분입니다. 아래 그림 보시죠.

해당 연구는 18 세기 영국의 베일리 형사 재판소의 판결 기록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 법원에서는 중범죄인이 유죄를 받을 경우 대부분 사형을 시키거나 미국 대륙으로 국외추방형을 선고했다고 하며, 그 비율은 대략 25% 와 75% 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언급한 18세기에 영국은 큰 변화를 겪었는데요, 하나는 사형제가 폐지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죄인을 국외추방하던 형벌이 미국의 독립 전쟁 와중에 중단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해당 법원이 선고할 수 있는 강력한 형벌 두 가지가 모두 없어진 것이죠. 이 시기부터는 중죄인들은 사형이나 국외추방을 당하는 대신 국내의 형무소에서 징역을 살게 되었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시면 그 변화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xhYsCTT.jpg

피고인 입장에서는, 아무리 18세기 형무소가 열악하다한들 사형을 당하거나 아오지 탄광으로 보내지는 것보다야 나았겠죠. 근데 형벌의 변화는 예기치못한 다른 변화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배심원들이 이 시기를 거치면서 보인 유죄 판결 비율이 그것인데요,

사형을 중지한 시점 이후로 모든 범죄에 대한 유죄 판결 비율이 무려 22 퍼센트포인트! 나 올라갔다고 합니다. 또한 폭력사범이나 성범죄자들로 한정하면 37% 나 올라갔고요. 국외추방형이 없어진 것도 유죄 판결 비율의 5 퍼센트포인트 증가로 이어졌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러한 증가는 이후에 감소하는 일 없이 영구히 고정되었다고 합니다.

요약하자면,

원칙적으로는 판결은 오로지 [이 사람에 대한 증거, 정황, 증언들이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는가?] 만을 기준으로 내려져야 합니다. 그리고 판/검사/배심원 모두 공식적으로는 본인들이 그렇게 행동했다고 말할 것이고, 어쩌면 진심으로 그렇게 믿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통계수치가 명백히 보여주는 진실은, [이 사람이 받아야 하는 형벌이 어느 정도인가?] 라는 후폭풍이 판/검사/배심원의 사고와 행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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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오스트로
18/12/05 06:11
수정 아이콘
답은 알파고다
18/12/05 06:37
수정 아이콘
반농으로 하신 말씀이실 텐데, 사실은 저도 그런 생각을 가끔 합니다. 다만 알파고가 '법조항 xx, yy, zz 및 27,550 개의 관련 판례를 종합하여 유죄를 선고한다' 라고 했는데 그 결과가 우리 직관하고 맞지 않으면 참 이상한 상황이 될 것 같기도 해요. 바둑이야 이기고 지는 거니까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어도 결과가 뻔히 보이는데, 판결은 그런 게 아니니까요.
18/12/05 08:00
수정 아이콘
한 가지 문제는 인공지능이 판결할 때 오판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하는가에 관한거겠죠.
칼리오스트로
18/12/05 10:03
수정 아이콘
현실 판사도 책임을 안지니 해결!
18/12/05 11:02
수정 아이콘
책임을 지는 형식이 있긴하죠... 제대로 안되서 그렇지만...
18/12/05 10:16
수정 아이콘
막스 베버가 지도자는 '목을 매달려고' 존재한다고 평했는데, 컴퓨터로 판결해도 입법자는 사람으로 계속 두는건 어떻겠습니까. 흐흐흐...
18/12/05 11:03
수정 아이콘
좀 다른 얘기일수도 있는데, 자동 운전도 비슷한 요인이 있습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누구 책임인지 가리기가 어렵다는 문제에서 자유로워져야 자동운전이 활성화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마련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8/12/05 06:41
수정 아이콘
적정한 형기의 중요성이라는 거군요. 사형제 폐지관련 논거로도 들어본 적이 있네요.
SCP재단
18/12/05 07:29
수정 아이콘
농담이 아니라 진짜 판례만 뒤져서 적용하는 판사들은 나중에 반드시 인공지능으로 대체됐으면 합니다

그리고 판사들이 뭐 어쩌지 못하게 국회에서 법을 명확하게 잘 만들어야..
고기반찬
18/12/05 07:45
수정 아이콘
(수정됨) 형사재판에서 판사가 판결에 앞서 판례를 본다면 그건 법리 적용에 참조하기 위해서지 양형을 보려고 하는건 아니죠. 양형기준표가 있는데요.
18/12/05 07:59
수정 아이콘
정치적 논리가 적용될 경우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논문도 있습니다. 판사를 선거로 뽑는 지역과 임명직인 지역의 판결 성향을 비교해보니 판사를 선거로 뽑는 지역이면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일수록 중형 선고율이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왔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쪽도 경제학자들이 워낙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영역이라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악군
18/12/05 08:23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그럴수밖에 없죠.
반대로 말하자면, 형량이 가벼우면 더 경솔하게 유죄판결을 내린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18/12/05 08:29
수정 아이콘
그렇게 보면 또 그렇네요!
18/12/05 08:45
수정 아이콘
극형을 제외하고 다양한(?) 형량이 가능해지면 유죄판결에 사람이 거리낌이 없어진다는 것이군요. 신기하네요.

저는 알파고로 대표되는 '기계의 지배'에 반감이 매우 큰 사람입니다만, 인공지능 기술발전 덕분에 등장한 개념인 '정보화된 법(Computational Law)'을 적용한다면 인류의 복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해석해야하는 자연어/국어로 되있는 법안말고 조건문으로 되있는 법안을 '코딩'하는 입법부를 만들자는 것인데요.
여성선거권 이후로 오랜만에 민중이 정치인들의 영역이 된 삼권에게 요구할 수 있는 정치개혁 움직임이 되지않을까 기대합니다.
제도가 정착되면 코딩만 알고 또 현실을 모르는 철부지만 양산하겠지만요. 잘난것 하나없는 동등한 사람에게 부려지느니 인공지능을 찾게된 현대시민사회의 특질은 받아들어야 하지않나 싶습니다.
홍승식
18/12/05 09:08
수정 아이콘
아무리 법에 의거한 판결을 한다고 해도 자신의 행위가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는 거군요.
저 놈이 아무리 나쁜 놈이어도 내 손으로 사람을 죽이기는 싫다
이런 심리일까요?
metaljet
18/12/05 09:40
수정 아이콘
저당시 유배형에 처해진 사람들이 살아서 목적지에 일단 도착할 확률이 심한 경우 절반 밖에 안되었다캅니다. 죄수 이송을 도급받은 선주들의 부패가 너무 심해서 처우가 노예선보다 약간 나은 수준이었다고..
18/12/05 10:07
수정 아이콘
으악 그렇군요. 하긴 인권이란 개념이 희박한 시절이었을테니까요.
던져진
18/12/05 10:12
수정 아이콘
답은 알파고다.
최초의인간
18/12/05 10:22
수정 아이콘
직관적으로는 납득할 수 있는 주장이긴 한데, 시대 변화에 따라 무죄율에 영향을 준 다른 변인들의 영향도 무시하지 못할 것 같아요.
유죄를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수사기법과 과학기술의 발달, 시민권 보장에 따른 무분별한 공소제기의 감소 등.. 아무튼 좋은 글 감사합니다.
18/12/05 11:01
수정 아이콘
저 정도 논문이면 시간효과는 당연히 컨트롤 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최초의인간
18/12/05 13:21
수정 아이콘
네. 그래서 저도 꼼꼼히 읽어보고 싶었는데 국문 초록이 없는 걸 보고 포기했습니다. 껄껄..
18/12/05 13:22
수정 아이콘
지금 프랑스 출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퀄로 라이팅한 논문 읽고 있는데 비슷한 심정입니다 껄껄껄
최초의인간
18/12/05 21:03
수정 아이콘
노벨상 수상자도 논문을 발퀄로 쓸때가 있군요.. 힘내십셔 ㅠㅠ
18/12/05 21:33
수정 아이콘
내용은 너무 좋습니다. 라이팅이 거지라서 그렇죠....
raindraw
18/12/05 11:29
수정 아이콘
재산 보유에 대한 통계도 확인해보고 싶네요.
사람들이 정말 그렇게 생각하듯이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진실인가? 진실이라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칠까? 하는 부분에서 말입니다.
데오늬
18/12/05 11:41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그런 면이 있죠.
애매할때 집행유예의 함정이랄까...
초록물고기
18/12/05 17:36
수정 아이콘
사람이 하는 일이니 만큼 분명히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일례로 가벼운 사건의 경우 고의범인지 과실범인지 헷갈릴 정도로 실무가 운영되기도 합니다. 반면 살인죄의 경우 무죄추정이 상당히 엄격하게 적용됩니다. 사실상 교과서적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성범죄는 중범죄이면서도 유죄판결이 잘나온다는....
18/12/06 15:21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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