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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8/12/04 21:06:25 |
Name |
anddddna |
Subject |
[일반] 맥도날드에서 만난 12년전의 나 (수정됨) |
밤에 출출해서 근처 맥도날드에 갔다.
바삭한 애플파이에 설문조사를 하면 주는 커피 쿠폰을 먹이면
1000원으로 든든한 야참을 먹을 수 있다.
밤 10시가 넘어가면 근처 고등학교 학생들이
학교에서, 도서관에서, 학원에서 나온다.
학생들 몇몇이 들어오는데 유독 눈에 띄는 여학생이 있다.
스쳐봤음에도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여학생은
또렷한 이목구비에 화장을 더해 눈빛을 더욱 깊게
입술을 더욱 빨갛게 만들었다.
그리고 돕바 뒤에 korean traditional dance라는 마킹으로 화장을 까진게 아니라 열심히 연습하는 징표로 만들었다.
뒤이어 들어오는 까무잡잡하고 빗질하기 어려울정도로 머리숱이 빽빽한 남자애를 보았다.
흔한 얼굴이지만서도 머리부터 옷 입는 것까지 18살의 나와 너무 닮았다.
"뭐 먹을래?"
"소프트 아이스크림 먹자"
"쌀쌀한데?"
"내일부터 추워진다니까 내일부터 애플파이 먹자"
"뭐 먹을래?"
"소프트 아이스크림 먹자"
"저기 5번 온다"
"내일부터 개학이니 오늘까진 소프트콘 먹고 걸어가자"
그리고 그 날이 우리가 마을버스 5번을 타는 대신
그 돈으로 소프트콘을 먹던 마지막 날이었다.
지하철역으로 두 정거장 길을 그렇게 걸어다녔다.
더웠던 2006년 여름도 지나고
항상 만남의 장소였던 삼번 출구 앞 맥도날드도 사라지고
추억도 하나씩 사라지는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뜻하지 않은 동네에서 그것도 정반대의 계절인 겨울에 12년 전의 나를 만났다.
내일은 12월의 무더위를 식혀줄 소프트콘을 주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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