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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8/03/13 16:06:29 |
Name |
짱짱걸제시카 |
Subject |
[일반] [초단편소설]취권에 관하여. (수정됨) |
-저에게 취권을 권유했던건 삼촌이었습니다. 저같이 호전적이고 승부욕이 강한 타입은 그 불같은 성격때문에 경기를 그르치는 일이 많으니, 오히려 허허실실의 무예로 마음을 다스려 보라는게 취지였죠.
-효과가 있던가요?
-소림사에서는 한달에 한번 모의대결시합이 열리는데, 그때의 저는 매번 5~6위의 저조한 성적을 내는 바람에 심신이 피폐해져 있었습니다. 헌데, 별 기대없이 시작한 취권때문인지 조금은 마음이 상쾌해 지더군요. 벚꽃이 흩날리는 4월경의 일입니다.
-흐음..
-그렇게 취권 연마에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사쿠라 아스라지는 내음 아래, 너무나도 쉽게 6년간 매진하던 금강권을 버리고는 말이죠. 불안감은 없었어요. 아니,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 해야하나? 비로소 불가에서 말하는 정진의 단계에 들어선거라고 생각해요. 순일하고 물들지 아니한 마음으로 부지런히 움직인다는 뭐 그런건데..
-결과는요?
-다음번 시합에서 가뿐하게 일등 했습니다. 뛸뜻히 기뻤죠.
-와, 축하드려요.
-그런데, 이 이후로 다시 성적이 곤두박질 쳤어요. 심지어 꼴등도 해봤구요.
-알겠다. 한번 일등을 하니까 태만에 빠진거네.
-그렇지는 않아요. 저는 여전히 최선을 다해 취권을 연마했어요. 어쨌든 상황을 기묘하게 여긴 삼촌이 구원투수를 불러오면서 영문이 밝혀졌는데..
취권의 대가인 풍호대사가 일갈 하셨죠.
이놈아!! 취하지도 않고 취한척 하는게 취권이더냐!!
-그게 무슨 말이죠?
-취권이라는게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싸우는 무예 아닙니까. 그래서 연습때도 한잔씩 빨고 연습하는데.. 사실 저는 술을 별로 마셔 본 적이 없어서 취한다는게 뭔지 잘 몰랐거든요. 그래서 대충 막걸리 한두잔이면 되는줄 알았죠.
-와~
-어쨌든 비밀이 풀렸으니, 저는 안주를 푸짐하게 깔아놓고 제대로 취해보기위해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병.. 두병.. 열병.. 열병을 을 마셔도 정신이 말짱한겁니다. 도무지 취하질 않는거에요. 그때 삼촌이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어요.
하이고~~ 느그 아부지가 그리 말술이더니 그걸 쏙 빼닮았는갑다! 다 치아뿌라! 느그 아부지도 술을 독째로 마셔댔는데 한번도 취한적이 없다 안카나.
저는 모든 의욕이 꺾이고 방에 처박혀서 식음을 전폐했습니다. 이런 장난같은 운명이 어디있습니까?
-잠깐만요. 그런데, 왜 한번은 일등할 수 있었던거죠?
처음부터 취권을 제대로 쓸수없었다면 그때도 그냥 초장부터 두들겨맞고 끝났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흐흐.. 벚꽃에 취했던거죠.
-에이, 그게 뭐야..
-꼭 술에 취해야 한다는 법은 없나봐요. 뭐가 됐든, 취하기만 하면 취권을 쓸 수 있다네요. 그래서 말입니다. 혹시 전화번호좀 가르쳐 줄 수 있나요?
-네? 뜬금없이 무슨소리에요?
-님 미모에 취할꺼 같아서요. 찍접 거리는게 아니라 취권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라고, 어느 땡중이 헌팅을 시도하였다.
물론 여자는 아메리카노 마시다 주화입마에 빠지는 잡소리 말라며 불같이 화를 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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