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소세키의 대표적 3부작 : 산시로 - 그 후 - 문으로 이어지는 작품입니다. 세 작품이 완전히 이어지는 스토리는 아니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비슷한 주인공들이 나와서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산시로'는 대학시절의 방황과 풋풋함을, '그 후'는 사회로 나아가기전의 내적 갈등과 금지된 사랑을, '문'에서는 죄의식과 평범한 부부생활을 다룹니다. 작품의 재미나 기억에 남는 정도로만 따지면 '문'은 앞선 두 작품에 비해서 좀 떨어진다고 느껴집니다. '산시로'에서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나, '그 후'에서 처럼 강렬한 갈등요소가 없이 평탄한 이야기가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갈등이라봐야 약간의 돈 문제, 그리고 과거에 본인이 벌인 일에 대한 죄의식 정도입니다. 그 외에는 금슬좋은 부부생활에 대한 서술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한번쯤 읽어볼만한 이유는, 나쓰메소세키의 생생한 현실 묘사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간결하고 힘이 들어가지 않은 문체를 통해 잔잔한 이야기도 술술 읽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문'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저는 문이 각 개인이 극복해나가야 할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데미안'의 '알을 깨는 새'처럼요. 누구나 자신만이 갖고 있는, 남들에겐 말할 수 없는 컴플렉스, 약점, 수치스러운 부분이 있을것입니다. 잊고 살려고 해도 시시각각 떠오르는 그것입니다. '문'에서 나오는 주인공의 경우엔 불륜으로 결혼한 과거였습니다. 어떤 행동을 해도 그들이 불륜을 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마음 속에 평생 가지고 가야할 두려움, 불안, 죄책감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이처럼 강렬한 사건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특정 대상, 사건에 대하여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주인공 소스케는 이 문을 끝내 열어내지 못했습니다.
[그 자신은 오랫동안 문밖에 우두커니 서 있어야 할 운명으로 태어난 것 같았다. 거기에는 옳고 그름도 없었다. 그렇지만 어차피 통과하지 못할 문이라면, 일부러 여기까지 고생 끝에 닿는다는 건 모순이었다. 그는 뒤를 돌아다보았다. 도저히 왔던 길로는 되돌아갈 용기가 없었다. 그는 앞을 바라다보았다. 앞에는 육중한 문짝이 언제까지나 전망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그는 문을 통과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문을 통과하지 않고 끝날 사람도 아니었다. 결국 그는 문 아래에 꼼짝달싹 못하고 서서 날이 저물기를 기다려야 하는 불행한 사람이었다.] - 265p
하지만 그 문을 열어내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한 인생'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목표는 '문'을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문'을 통과하기 위한 과정에서의 희노애락을 충분히 느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평범한 노력과 과정 속에서 소스케는 깨달음을 얻은 것 같습니다. 그것은 한계의 극복이 아니라 수용입니다.
["정말로 기뻐요. 이제 봄이되어서". "응, 그렇지만 또 겨울이 올거야"] - 277p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저는 예전에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읽었는데요. 참 이채로운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20세기초 풍요로운 일본제국의 모습이 그랬어요. 굶어죽을 걱정이 없고 몸이 편하니 잡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마음에 얽매이고 고통받는 거라는 고리타분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본인들은 남다른 데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