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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곰입니다. 항상 여러분을 위한 실용적인 여행기, 도움이 되는 여행기, 진지한 여행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 3박 4일간의 여행기도 드디어 오늘이 마지막이네요.
저녁식사장소로 정한 곳은 숙소 바로 앞에 있는 동네 식당이었습니다. 동네 식당이라지만 그래도 호텔 앞에 있으니만큼 영어메뉴판 정도는 있지 않을까 싶었지요. 2층짜리 건물에 식당이 서너 개쯤 입점해 있는데, 호텔 직원에게 어설픈 일본어로 저기가 레스토랑이냐고 물어보니 이자카야라고 대답합니다. 오. 그럼 더욱 좋지요. 당장 길을 건너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이런 건물입니다.)
잠시 안쪽을 기웃거리다, 개중 가장 분위기가 편안해 보이는 오른쪽 가게로 골라 들어갔습니다. 이름이 ‘사비라’인지 ‘자비라’인지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아무튼 들어가니 동네 주민들이 웃고 떠들면서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있더군요. 성인 셋과 꼬맹이 하나가 앉으니 메뉴판을 가져다줍니다. 그런데 영어로 보니까 이게 당최 무슨 메뉴인지 알 수가 없어서, 결국 일본어 메뉴판까지 부탁한 후 양쪽을 대조해 보며 주문했습니다. 그러니까 맥주 세 잔, 아와모리 한 잔, 주스 한 잔, 안주는 회, 튀김, 고기, 볶음밥, 덮밥, 소시지 등등 여기 있는 거 다 시켜보자!
처음에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주문을 받던 직원이, 하나하나 추가 주문을 할 때마다 안색이 밝아지며 노골적으로 친절해지더니, 급기야 나갈 때는 주방장이 급하게 달려 나와 직접 문을 열어주고는 정중하게 인사하더군요. 역시 많이 먹는 손님이 제일 좋은 손님인 모양입니다. 아무튼 맛있고 가격도 저렴했습니다. 오만가지 다 시켜 우적우적 먹어치웠는데도 만 엔도 안 들었거든요. 이 호텔에 묵으실 분들께 추천합니다.
(시원한 생맥주 한 잔)
그리고 이튿날, 오키나와에서의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드디어 해가 뜨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하도 감격스러워 한 컷 찍었습니다.
(오키나와에도 푸른 하늘이 있구나......)
그리고 조식 뷔페에 갔는데 베이컨이 없더군요. 이럴 수가. 마지막 날에 이런 식으로 극악무도하게 뒤통수를 치다니. 여러분. 이 호텔에 절대 묵지 마십시오. 아침메뉴에서 베이컨을 빼 버리는 극악한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몹쓸 곳입니다. 음. 그런데 대신 해시브라운이 있네요? 뭐 좋습니다. 베이컨 정도야 가끔씩은 없을 수도 있죠 뭐. 제가 이렇게 마음이 넓은 사람입니다.
(해시브라운에 커피를 곁들인 전통적인 코리안 블랙퍼스트)
아침을 먹은 후 TV를 보면서 짐을 쌌습니다. 그런데 보다가 경기를 일으킬 뻔 했네요. 백문이 불여일켠, 일단 TV화면부터 보시죠.
(자막 : 새로운 메이드 인 저팬이 세계로 날아간다.....!)
잘 눌어붙지 않는다는 이상한 프라이팬, 요리가 잘 된다는 밥솥, 어디에다 써먹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옛 일본 토기를 본뜬 무쇠 인형, 그리고 괴이한 뜰채가 등장하더니 마침내 저런 국뽕 넘치는 화면이 뚜둥 하고 등장하더군요. 우리나라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 더 국뽕 넘치는 광경에 과연 동조선이다 싶었습니다. 사실 이 사진을 찍기 직전에는 더 심한 장면도 있었는데 웃느라 사진을 못 찍어서 대신 그림을 그려 봅니다.
(대충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펄~럭이는 일장기와 웅장한 목소리의 나레이션이 차밍 포인트!)
그렇게 아침을 신나게 웃어젖힌 후 마침내 숙소를 나섰습니다. 잘 있어라. 그 동안 고마웠다. 다음에는 꼭 베이컨 잊지 말고.
(자기 캐리어를 끌고 나온 딸내미. 불쌍한 피카츄는 가방에 매달린 신세입니다.)
오전의 목적지는 유니클로였습니다. 장모님께서 이런저런 옷을 사고 싶다 하시더라고요. 마침 호텔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큰 유니클로 매장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곳으로 갔지요.
(해석 : 오늘 하루 영업 안합니다.)
오키나와에서 금일 휴업 표지판을 만난 게 네 번째인지 다섯 번째인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인생사 원래 그런 것을. 그래서 오늘은 날씨도 개었겠다, 어제 가려다 못 간 국제거리로 갑니다. 오키나와 여행지 중에서도 슈리 성과 함께 가장 유명한 곳이죠. 우리나라로 치면 대충 명동쯤 되는 느낌입니다. 기념품 같은 것들을 많이 살 수 있어요. 적어도 여기 왔으니 사진 한 컷쯤은 찍어야겠죠?
사진 찍는 거 깜빡했습니다. 딸내미가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이것도 사 달라, 저것도 사 달라 하는 통에 뒤를 쫓아다니는 것만도 바빴어요. 결국 딸아이는 헬로키티 장난감 집과, 불빛 들어오는 요요와, 시사가 달린 열쇠고리와, 묘하게 생긴 액세서리를 획득하였고 저는 가게 아주머니가 저희 딸이 귀엽다면서 주신 초콜릿을 옆에서 함께 얻어먹었습니다. 이걸로 국제거리 모험담은 끝!
그리고 이제 마지막 코스인 우미카지 테라스(Umikaji Terrace)로 향합니다.
우미카지 테라스는 해안을 따라 여러 식당과 카페들이 늘어선 관광 명소입니다. 나하 공항에서 가까워서 렌터카 반납 전에 마지막으로 들르기 딱 좋아요. 그런데 시간이 조금 부족했기에 빵이나 샌드위치처럼 빨리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기로 했죠. 그 때는 몰랐습니다. 그 얕은 생각이 어떤 참극을 불러오게 될지.
(바다는 언제나 좋습니다. 그런데 바람은 여전히 맹렬했습니다.)
(주차하기가 꽤 곤란합니다. 간신히 빈자리를 찾아 들어갔어요.)
시간이 없어서 급히 선택한 식당은 TONNY CAFE&HUB라는 이름의 스파게티/샌드위치 가게였습니다. 외쿡인 아저씨 둘이서 운영하더군요. 중국인이냐고 묻기에 한국인라고 대답했더니 영어 메뉴판을 주었습니다. 뭐 이쯤이야 흔한 일이죠. 그런데 이 메뉴판이 좀 괴이합니다.
(들어간 가게. 옆에 메뉴판도 붙어 있습니다.)
뭐랄까, 어떻게 하면 음식을 맛없게 찍을 수 있는지를 공부한 사람이 의도적으로 맛없어 보이게 찍은 사진이 틀림없습니다. 누르죽죽하고 푸르딩딩하고 거무죽죽 불그스름한 스파게티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정신이 아득해져 옵니다. 게다가 이 가게의 인기메뉴는 길쭉하게 만들어서 튀긴 감자인데 마치 기생충이나 지렁이 튀김처럼 보이게 사진을 찍어 놨습니다.
그 메뉴판에 첫 번째 충격을 받은 후, 대충 먹고 가려고 양고기 샌드위치와 새우 샌드위치를 감자와 함께 주문합니다. 여기에는 무려 ‘고등어 샌드위치’가 있었는데 아무리 도전정신이 충만한 저라고 해도 차마 주문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샌드위치와 함께 나온 핫소스 병에서 두 번째 충격.
(영웅은 뚜껑 따윈 안 연다네. 번거롭게 뚜껑을 열지 않아도 되도록 구멍을 내 버리는 천조국의 기상!)
그리고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었는데.......
짜요. 짭니다. 소금으로 버무리고 소금으로 간해서 소금 두른 팬에 소금으로 볶아 낸 샌드위치가 분명합니다. 이렇게 세 번의 충격을 받고 오키나와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참고로 이 가게에서 가장 맛있는 메뉴는 코라콜라였습니다. 잊지 않겠다, 토니!
(즐거운 식사 장면. 먹다 남긴 것 같다면 착각입니다. 그래도 배가 고파서 반 이상 먹어치웠어요.)
그리고 렌터카를 반납한 후 공항으로 가서 인천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이렇게 오키나와 여행이 마무리되었네요.
(비행기는 과자를 싣고)
서두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이 여행기는 여행기를 올려 천만 히트수를 기록한 다음 출판사 스물일곱 곳의 접촉을 받은 끝에 계약을 맺어 십억 원의 선인세를 받고 책을 내는 전업여행작가가 되기 위해 쓰여졌습니다.
그러나 실은 사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었는데요. 여행기 핑계를 대고 딸아이의 귀여움을 자랑하기 위함이었죠. 저는 블로그 같은 게 없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일체의 소셜 미디어를 쓰지 않으며, 심지어 카카오스토리도 안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피지알 게시판을 제외한다면 제가 딸아이 사진을 올릴 곳이 단 한 곳도 없었거든요.
그런고로, 이 여행기는 숙소에서 찍은 다음 사진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