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사랑한다 말하고 손을 잡고 포옹을 하지만... 구름이 많고 추운 날이 계속되어서 인지 묘하게 그에 대한 마음이 부풀어 마치 처음 만나는 연인처럼 매일 설레고 두근거립니다. 문득 내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는지, 그가 내 마음을 잘 알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면 그가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 끝에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형태와, 그런 그를 바라보며 내가 느끼는 마음에 대해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잘 쓸 수 있을지 걱정되지만 그와 함께 오가는 커뮤니티는 이곳이 유일하기 때문에 용기를 내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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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소설 드래곤 라자에 나오는 현자 핸드레이크처럼 사랑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고, 용서하고, 이해하는 사랑. 그래서인지 그는 나에게 변화를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긴 머리가 예쁜지, 안경을 쓴 게 좋은지, 요리를 더 잘했으면 하는지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은지도 묵묵히 들어주고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도와주겠다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유일하게 요구했던 것이 건강을 위해 육류를 조금 더 섭취하라는 것이었는데 그마저도 미안하다고 사과했을 정도입니다. (트라우마가 있어 고기를 잘 먹지 못합니다.)
그는 나의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신경 써 줍니다. 힘든 하루를 보냈다고 말하면 퇴근길에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나 작은 선물을 사다 주고, 배가 고프다고 하면 늦은 시간에도 재료를 사와 요리해줍니다. 한 번은 도서관이 가고 싶은데 아이들 때문에 갈 수 없을 것 같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그는 자기가 휴가를 내고 아이를 봐줄 테니 다녀오라고 말해주었습니다. 휴가를 그렇게 사용하면 당신이 정작 필요할 땐 못 쓸 거 아니냐고 내가 도서관에 여러 번 가고 싶으면 어쩔 거냐고 화를 냈더니 자기 휴가는 자기가 쓰고 싶은 곳에 쓸 거라고 도서관 가고 싶을 때마다 휴가 써줄 거라며 화를 내서 사랑이 넘치는 부부싸움을 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세상 그 누구보다 그 앞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내가 자신의 가장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단 한 사람에게만 보여줄 수 있다고 한다면 아무 고민 없이 그를 선택할 겁니다. 그가 나를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말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는 늘 엉뚱한 곳에서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합니다. 첫째를 안고 부스스한 모습으로 마트 식당에 앉아서 식사를 기다리던 때 갑자기 오늘 예쁘다고 한다던지 아침에 일어나 세수도 못하고 둘째를 안고 있는 모습이 사랑스럽다며 아이와 나에게 거듭 입술을 맞추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좀 더 그에게 예쁘게 보일 수 있는지, 나는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는 잘 웃고 장난기도 넘치지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달콤한 말을 속삭여 주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런 그가 가끔씩 해주는 애정 표현은 나를 한참 동안 설레게 합니다. 사랑스러움이 묻었다며 장난스레 머리를 만지는 행동이나 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를 보내주면서 언젠가 꼭 우리 애기한테 불러주고 싶은 노래라고 말해주거나 잠자리에 들며 무릎에 입을 맞춰주는 것 같은 사소한 애정 표현을 받으면 나는 가슴 가득 행복이 차올라 코 끝이 찡해지곤 합니다.
그는 내가 받았던 대접들이 잘못된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어렸을 때 어떤 면접관이 내 연봉을 들먹이며 당신이 이런 어떻게 이런 연봉을 받았느냐고 물었던 일이 사실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그를 만나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나를 존중하고, 받아들이고, 설득하고, 경청하고, 올바른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줍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에게 감사와 존경을 느끼며 가슴속에 생긴 오랜 상처가 아물어 가는 것을 느낍니다.
퇴근 후 매일같이 설거지 같은 집안일을 하고 주말엔 아이들 돌보며 나를 신경 쓰는 모습이 미안해서 왜 이렇게 잘 해주냐고 물으면 사랑하니까 당연한 거 아니냐고 울먹이며 서운해하는 그가 얼마나 귀여운지 그는 알까요? 다시 나를 왜 이렇게 사랑하는지 물으면 예뻐서 그렇다고 말해주는 그가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그는 알까요?
우리가 서로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는 내게 말해 주었습니다. "우리 애기가 행복하면 나는 행복해요." 내가 당신이 내 곁에 있어 준다면 나는 언제나 행복하다고 대답했더니 "그럼 나는 언제나 행복한 사람이네요."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나는 아직도 그가 내 곁에서 살아주기에 행복합니다. 그도 여전히 나로 인해 행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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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재주가 좀 더 좋았으면 좋겠다고 지금처럼 간절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내 안에는 아직도 하지 못한 말들과 마음이 가득한데 다 꺼내서 보여주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는 꿈과 고민을 함께 나누는 친구이며, 지적 자극을 주는 대화 상대이며, 내가 볼을 부비고 싶어 하는 유일한 남자이며, 다시 태어나도 다시 결혼하고 싶은 남편입니다. 내가 건네는 "사랑해요"라는 말속에 이런 생각들이 가득 담겨 있다는 것을 그가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보지 못한다면 몰라주겠지만요. 하하.
부끄러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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