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후기입니다)
사실 큰 기대 안하고 갔는데 만족스러웠어요.
이런 기괴하면서 섬세한 판타지는 한국에서 참 오랜만입니다.
이전까지 배우 문근영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남자-여자, 어른-아이, 정상-비정상, 실상-환상의
경계에 있는 캐릭터를 맡았는데
문근영이라는 배우의 가치가 이런 것이었구나 처음 느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연출이 정말 좋았습니다.
씬과 씬의 연결, 그 연결선에 부여하는 미적 감각이 뛰어났어요.
어느 장면 하나 공들이지 않은 촬영이 없게 느껴지면서
자칫 미학에 취해 연결성을 놓치지 않은 실책도 최소화 됐습니다.
주연 캐릭터들 간에 평행선을 달리다가 맞다아지는 과정,
거기서 생긴 교집합과 여집합을 다루는 방식 또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김태훈 캐릭터 같은 경우 상당히 사실적으로 묘사되면서도
극과 잘 붙었던 것 역시 칭찬하고 싶고요.
또한 상업성에 잠식되지 않고 '판타지 드라마'로
밀어붙인 뚝심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문제는 분장-특수 효과 면에서 아쉬움이 남았고 (특히 결정적 순간에),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보여주는 바 모두 대중적 지지를 얻기가
쉽지 않아보인다는 점입니다.
다수의 관객은 대체로 명확하고 뚜렷한 걸 선호한다는 점에서
'섬세하면서 모호한', '괴기스럽지만 아름다운'
이 양립하기 어려운 가치를 내세운 [유리정원]을 좋게 바라볼진 잘 모르겠습니다.
저처럼 그 가치에 박수쳐 줄 분들이 많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