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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05 01:17
저도 처음에 외국에 공부하러 갔을때가 생각나는군요.. 도착하고 다음날 집에서 쓸 냄비랑 프라이팬을 사려고 중고 사이트를 보다가 새 제품을 필요없다고 200 달라에 판다는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만나서 이래 저래 난 어제 처음 이 나라에 와서 냄비도 없어서 요리도 못한다 신세한탄 했더니 웰컴 선물이라고 100 달라만 받고 주시더라고요. 정말 고마워서 눈물이 났던 기억이..
17/10/05 01:26
하하하하 좋은 사람 만나셨네요. 처음 왔다고 하면 오히려 싫어하는 사람도 제법 있더라고요. 그래도 아직은 환영해주는 사람들이 주류죠.
17/10/05 02:24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가 제가 공부하던곳으로 방문을 오셨었습니다. 전부 모시고 메이저리그 관람을 갔는데, 하필 그날따라 표가 매진인겁니다. 암표라도 사려고 흥정을 하는데 가격을 비싸게 부르는거에요. 그래서 '좀 깎아달라' '안된다' '난 돈이 진짜 이거밖에 없다' '니 사정이다'. 이러고 실갱이를 하고 있는데, 어떤 행인이 저를 툭 치더니 손에 $50을 쥐어주고 가더군요. 당황해서 불렀더니 뒤돌아 보면서 쿨하게 엄지 척 하고 총총..
17/10/05 02:31
오, 간지납니다. 그 정도로 멋진 사람은 사실 흔하지 않은데, 상당히 귀한 경험을 하셨네요.
경우는 좀 다르지만 (제 경우에는 충분히 관찰해서 상황을 파악할 여유가 있었음), 저도 언젠가 자정에 주유소에 갔었는데 거기서 아이 둘 데리고 온 흑인 아주머니가 연료통은 앵꼬났고 카드는 안 돼서 난감해하시더라고요. 해서 대신 내드린 적은 한 번 있어요. 근데 운동화님 경우에는 뒤에서 슬쩍 보고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기 힘들었을 텐데, 그 사람 참 과감하군요! 그렇게 서로 돕고 하는 거죠.
17/10/05 02:51
사실 주유소에서 저쪽에서 먼저 접근하면 이게 상습범일 수도 있어서 기분이 좋지 않죠. 제 경우에는 그건 아니었던 지라 딱하니 의심할 이유는 없어서 다행이었어요.
17/10/05 04:46
일본 첫 여행을 혼자 도쿄로 갔었는데 지금도 기억에 남는 친절이 세가지가 있네요.
첫번째는 츠키지어시장 근처에 묶었던 모텔 주인이였는데, 유심칩에 문제가 발생하니까 저대신 통신사 이곳 저곳에 문의를 해주더니 근처에 있던 빅카메라에 가서 선불칩을 사는 방법으로 해결방법을 제시해줬습니다. 제 일본어가 그냥 기초회화만 되는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상황을 인식하고 대응해주시는 자세에 큰 감동을 받았었죠. 두번째는 디즈니랜드씨에서의 에피소드인데 2인석이였던 어트랙션에 탑승할 일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알아서 제 옆자리를 채우려니 했는데 안내원이 저를 부르더니 옆에 누굴 앉혀도 되겠냐고 물어보더라구요. 속으로 뭘 이런걸 굳이 허락을 받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웬 중학생친구 한명과 같이 탔는데, 다타고 나서 출구로 나가는데 그 친구가 제 앞으로 오더니 90도 인사를 하면서 옆에 앉는걸 허락해줘서 감사하다고 얘기하더군요. 일본의 예의가 바르다는게 이런건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굉장히 인상이 남더라구요. 세번째는 하루는 캡슐호텔에 묶을 예정이였는데 요 건물이 도통 보이지가 않는겁니다. 구글맵 실시간으로 키면서 거의 다 왔는데 도저히 간판이 보이지 않아서 늦은시간이였지만 길거리에 보이는 남자분 하나 붙잡고 여길 아냐고 묻는데 그분도 잘 모르시는거 같더라구요. 그런데 갑자기 제 손을 이끌고 동네 안내소 같은 곳에 데려가서 막 설명을 듣더니 직접 캡슐호텔까지 안내를 해주는 겁니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이 잘 지내면 좋겠다 이런식으로 얘기하면서 마무리 짓는데 정말 이때 일본에 대해 많은 호감이 생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반전은 이후 오사카와 홋카이도 여행을 갔었는데 여기는 도쿄만큼 친절하지 않더군요. 오사카에서는 길찾는 질문하다가 까인게 꽤 되고, 홋카이도에서는 와사비 테러까지는 아니지만 좀 과하게 맛본 경험도 해보고 그랬던거 같습니다. 크크
17/10/05 05:30
저는 일본에 가본 적이 없지만, 미국에서 만나는 일본 사람들은 대부분 정말 친절하고 예의바르더군요. 가끔 그걸 위선이라고 까는 분들도 있지만, 위선으로라도 친절한 것이 솔직하게(?) 무례한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믿는 편인지라 저는 일본 사람들 좋아합니다. 오사카는 평균적인 일본에 비해서 훨씬 거칠다던데, 과연 그런가보네요!!
17/10/05 09:33
갓 제대하고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난 곳이 스페인이었는데요, 톨레도에서 성체절 축제가 있어 광장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공연을 보고 있었습니다. 마침 옆에 어떤 노부부가 있어 군대에서 책 한 권으로 독학한 서툰 스페인어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저녁은 먹었냐고 해서 공연을 다 보고 나서 먹을 예정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1부가 끝나고 잠시 할아버지가 자리를 뜨시더니 집에 가서 만들어 오신 거라며 포장된 보까디요(스페인식 샌드위치)를 내미시더라고요. 자기네 아들도 징집 중이라 지금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복무 중인데 아들 생각도 나고 하신다고. 여행 중에 겪은 사고도 많지만 그 이상의 친절을 경험했는데, 첫 기억은 이거네요.
17/10/05 09:52
저도 본문에 적은 경험 중 두 개가 노부부, 노인 관련이죠. 생각해보면 나이 많으신 분들 중 삶의 여유가 좀 있으신 분들이 친절을 발휘하기 좋은 조건을 가지신 것 같기도 합니다. 30대 직장인한테 비슷한 친절을 기대하기는 힘들겠지요.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차가운 사람이 아니더라도, 당장 내 코가 석자니까요. 하여튼 좋은 추억 가지셨네요.
17/10/05 09:59
Tubers! hear me! 를 보니 <매트릭스 2> 시온 시민들 앞에서 연설하는 모피어스 생각이 나네요 흐흐흐
저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친절한 사람으로 기억되도록 살아야겠다 싶어집니다. 잘 봤습니다^^
17/10/05 10:27
댓글들 흐름을 보니 본인이 겪은 친절 썰 하나씩 푸는 느낌이라 저도 적어봅니다.
저는 군 첫 휴가가 긴급휴가(?)였습니다. 자대 배치받고 한달 좀 넘었던가, 일과 중에 갑자기 중대장이 부르더니 '너그 아버지 쓰러지셨다, 위독하시다는 연락이 왔다. 얼른 집에 가봐라'라는 겁니다. 헐... 평소 심각하던 아버지 고혈압 문제가 결국 터졌구나... 군장이고 신고고 뭐고 다 생략하고, 어머니에게 전화 걸어서 병원 위치만 겨우 파악하고 고속버스 탔는데 그동안 정말 아무 생각이 없더군요. 눈물이 나오는지 콧물이 나오는지 모른 채 머리 싸매고 고속버스 좌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옆에 앉은 어느 형님(딱 봐도 군은 제대했으나 아저씨는 아니신)께서 '괜찮으세요? 필요하시면 이거 쓰세요'라며 건네주신 핸드폰이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가족들과 통화하면서 오간 이야기를 들으셨는지, 내릴 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얼른 가봐요. 군생활 몸조심하구요'라고 말씀해주시던 그 형님. 지금 생각해도 고맙네요. 다행히 아부지는 수술 잘 마치셨고, 지금 아침식사하신 후 베란다에서 식후땡 태우고 계십니다(...) 그놈의 담배는 어휴. 세상이 참 좁은게, 제가 일병 달고 난 후 그분을 저희 부대에서 만났습니다. 제가 있던 부대가 예비군 훈련부대였거든요. 너무 죄송하게도 제가 먼저 알아보지 못했는데, 총 나눠드리던 저를 보더니 어? 전에 버스에서 폰 빌려갔던...? 하시더군요 크크크. 예비군도시락 드시지 말고 제가 냉동이라도 사겠다 했더니, 군인한테 얻어먹는 민간인이 어딨냐며 되레 부의 상징이던 뽀모x르 아이스크림 쥐어주시던 그분.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시나 모르겠지만 항상 행복하시길 빕니다.
17/10/05 10:41
첫 에피소드의 할아버지분은 뭔가 현실적 인물이 아니라 문학적, 영화적 인물같네요. 백발의 노인이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포효하여 작고 약한자의 소중한 것을 찾아주었더라~.~
17/10/05 11:06
몇년 전 펜실베니아에서 공부하고 있을 적이 생각나네요.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 줄을 기다리며 주문을 하고 계산할 차례가 돼서 캐셔앞에 갔는데 돈을 안받는다고 하더군요. 물어보니 저보다 몇대 앞에 있던 차가 지금까지 받은 주문 자기가 전부 계산하겠다고 한거였어요. 차가 네다섯대 정도 였을 텐데 얼굴도 안보여주고 쿨 하게 내면서 뒷사람도 기분 좋으라고 그런거 보곤 문화충격이었습니다.
17/10/05 12:51
저도 중국에서 유학하던 친구를 만나러 베이징에 간 적이 있었어요.
어떤 여성분에게 길을 여쭤봤는데 꽤나 먼거리임에도 자신이 가는길이라며 따라오라고 하더라구요. 초여름이었는데 양산을 쓰고계셔서 친구랑 양산부럽다 막 이런얘기를 했는데 알아들으신건지 조용히 양산까지 접고 가시더라구요. 혹시나 해서 지금 검색해보니 양산 발음이 양산이네요 크크크크 yángsǎn 약 30분을 넘게 걸어서 (덜덜) 안내해주시고 쿨하고 돌아가시는거 억지로 붙잡아서 음료하나 대접해 드렸네요. 반면 야밤에 놀고 집에 들어가는길에 약 30미터 전방 주차된 차 뒤에 누가 숨어있길래 멈춰서서 지켜봤더니 한 30초뒤 반바지만 입은 남자가 이상한 흉기들고 슥 나와서 돌아가는거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도...
17/10/05 13:09
훈훈한 이야기 중인가요 저도 하나 보탤까 합니다.
유럽에서 유료화가 사용되기 전 시절이야기인데요. 당시 저도 풋풋한 십대였는데 프라하에서 만난 폴란드 여학생하고 노닥거리다가 너무 늦게 오스트리아행 기차를 탄 나머지 기차역에 밤 11시가 넘어 도착했습니다. 당시 빈에서 밤 11시면 불도 다 꺼지고 한밤중이나 다름없더라구요. 미리 오스트리아 돈도 환전해 둔 게 없고 호텔에 전화해봤는데 발음이 어찌난 특이한지 5분 동안 이야기했는데 딱 한 단어 julius tanlder platz (잊혀지지도 않네요) 만 알아들었어요. 그래서 그땐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고 해서 이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집시들 옆에서 노숙해야 하나 하고 역앞에서 방황하고 있었는데, 한 30대 정도로 보이는 어떤 백인아저씨가 와서는 역앞은 위험한데 갈데 없냐고 해서 Julius Tandler Platz에 간다고 하니까 자기가 어딘지 안다면서 Tram 4 번타고 한정거장 가서 Tram D를 갈아 타라는 겁니다. 그래서 둘다 어떻게 타는지 모른다고 하니까 제손을 꼭 잡더니 자기가 잘 안다면서 직접 Tram 4을 타고 갈아타는 곳에 데려다 주었고, Tram D에 올라타서는 사람들한테 이 사람이 Julius Tandler Platz에 가니까 거기까지 가는 사람은 꼭 내려주라고 말해주었어요. 그리고 빈에서는 어디어디가 좋으니까 꼭 거기를 관광하라고. 어디서 뭐하고 계실지 아직도 생각납니다. 폴란드 여학생 전화번호가 아니라 그 아저씨 전화번호를 알아왔어야 했는데 말이죠.
17/10/05 22:49
독일 유학중에 친구가 학교시험을 보러 제 집에 묵고 있었습니다. 밤새 롤을 하고 이제 자려는데 배가 살살 아프다는겁니다. 그러더니 이번엔 등쪽이 아픈것 같다길래 파스를 붙여주고 자려는데 새벽 4신가부터 아파서 뒹굴뒹굴 구르더라구요. 아침 6시 쯤에는 펄쩍펄쩍 뛰기 시작하는데 그렇게 사람이 아파하는거 실제 처음봤습니다. 무슨 일 나겠다 싶어서 그 시간에 집주인을 깨워서 가까운 병원이 어딨냐고 물어봤습니다. 전 독일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동네는 외지라서 병원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거든요. 그러자 집주인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깨워서 차에 우리를 태워 20분걸리는 병원에 데려다주고 수속까지 밟아줬습니다. 너무 고맙더라구요 그리고 제 친구는 요로결석으로 밝혀졌습니다. 크크크 요로결석에 파스를 붙이다니...
17/10/06 01:24
남부 사람들이 고집은 있어도 순박해요. 저도 남부 텍사스에 살고 있는데 안지 십여년은 지난 옆집 멕시코 아저씨가 코스트코 갔다오면서 korean pear 봤다고 한박스 사다 주고 그러더라고요...
17/10/06 01:43
제 경험도 대체로 그렇습니다. 근데 피지알에서 이야기 나눴던 분들 중 몇몇 분은 또 끔찍하게 인종차별 당한 경험 이야기도 해주시더라고요. 고등학생 때 그런 일을 당했다던데, 아무래도 어렸을 때가 좀 더 본능에 따라서 움직여서 그런가봐요.
17/10/07 00:16
일본가서 지하철 역에서 지도만 보고있어도 도와주겠다며 말 거시는분들이 많더라구요..
하카타역앞에서 일행끼리 지도보면서 한국말로 "일단 저 뒤에 <요도바시 카메라>까지 가야겠다" 라는 식의 얘기를 하고있는데 지나가시던 어떤 일본 샐러리맨이 그걸또 캐치해서 요도바시카메라 가는길을 모르면 알려주시겠다고 .. 이런일 있을때마다 그나라에 대한 좋은이미지가 쌓이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행여 지나가다가 외국인이 헤매고 있는걸보면 성심껏 도와주려고 하는데 울산촌이라서 그럴 기회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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