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에 나는 이름만 알고 있는 동창생, 내 친구의 친구인 사이인데 우연히 그 친구와 거리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 동창생이 팀장이 됬는데 후임들이 말을 안 듣고 있어서 불만이라는 이야기였는데, 그다지 부정적인 감정은 보이지 않았다.
당시 절정을 구가하면서 세계1위를 목표로 한다는 그 기업은 이 지방지역사회에서 선망받는 직장이었고, 더구나 신설될때 입사한
정규직 팀장이면, 하청을 전전하는 비정규직 입장에선 감히 마주할 수 없는 신분이다.
그런데 바로 그 기업이 청산예정이라는 소식이다.
나는 모르고 있었지만 그 기업은 주식상장하며 성공적인 투자를 유지하는 등 호기에 있었으나 주식상장 다음해부터
중국계 기업간의 경쟁이 심화, 주력제품의 판매가가 추락하기 시작하였다. 절정기에 3달러 이상을 받던 주력제품의 납품가가
현재는 1달러 이하라는 절망적인 정보도 있었다. 부도, 회생, 법정관리, 파산 등 다양한 단어가 오가는 가운데서
훨씬 규모가 큰 모그룹에서도 지원을 포기했다고 한다. 한때 잘 나갈때 주식을 샀던 주주들은 물론 절망에 빠져있는데,
그 주주들 중에선 우리사주를 한 직원들도 많았다.
노조와 사장이 적극권장하고, 당시 절정기이던 기업사정, 이자지원도 있어서 많은 직원들이 대출을 받아가며 우리사주를 구입하였는데
그 금액은 무려 290억에 달한다. 그러나 이자지원은 공수표였고, 많은 직원들에게 재정적 부담으로 돌아왔으며 주가폭락으로 많은
손실을 입은 가운데 청산까지 들어가면 직원들의 290억은 부도수표가 될 것이고 남아있던 직원들은 실직자가 될 것이다.
나의 동창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기업이 위기에 빠지기 이전 재빨리 손을 털고 이직해 여러 비정규직을 부리는 정규직 인생을
즐기고 있을까, 아니면 기업이 안긴 우리사주의 손해에 빠져 부채에 허덕이고 있을까.
후자라고 한다면 정규직 경력을 활용하여 우대받는 직장을 가질 수 있을까, 아니면 망한 기업의 경력은 무용지물일까.
또한 다른 기업의 공장폐쇄소식도 있었는데, 그쪽은 내가 꽤 장기간 있었던 장소이기도 하기에 잘 알고 있다.
봄이 되면 노동조합 조끼를 입은 정규직들이 노동가를 부르고, 그 정규직을 피해서 비정규직들이 출근을 한다.
근무시간이 되면 정규직들은 노동조끼를 입고 비정규직들을 지휘하는데 노동조끼를 입었을 때와 그렇지 않을때가 다른 점
이 있다면 노동조끼를 입은 시기에는 노조전임자들이 돌아다니면서 담소를 나누는 점이 있겠다.
그 기업은 사회에 굉장한 해악을 끼친 사건의 주요관계자였기 때문에 망하는 것은 당연했다. 오히려 그 사건이 엄청난 주목을
받았음에도, 기업이 문제없이 돌아갔고, 직원들이 불만을 표하지 않았던 것이야말로 불의한 일이었다. 이제서야 문을 닫는 것이다.
이 공장폐쇄이야기를 나의 절친에게 하니 나의 절친은 바로 말한다. "꼴 좋군"
나는 이 절친에게 정규직에게 당했던 여러 굴욕적인 경험을 이야기했다. 또한 이 기업이 끼친 해악이 큰 만큼 망하는 것은 사필귀정이다.
하지만 공장이 폐쇄되어 지방정보신문 알바자리의 한 칸이 빠진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리고 정보를 검색하면서 알게된 하나 놀라운 점은 나의 동창생이 다녔던 한때의 유력한 기업과 내가 비정규직으로 다녔으며
사회적 해악을 저지른 기업, 그리고 올해 전반기까지 내가 다니면서 비정규직치고는 꿀을 빨았던 기업이 모두 한 실업가가 세웠던 그룹에서
갈라졌다는 신기한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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