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etnews.com/20170819000008
철원 k9자주포 사고, 사망자 2명으로 늘어나 '22살 꽃다운 나이'
K9자주포 훈련중 사고가 났다는 뉴스가 요즘 자주 보이더군요.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 역시 연천에 위치한 부대에서
자주포병으로 군생활을 했습니다. 뉴스를 보면서 군인시절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1.만일 제가 군대 가기 전으로 시간을 돌릴수 있다면 주저없이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공군이나 의경 혹은 기타
지원병으로 군대를 갔을 겁니다. 하지만 당시 저는 놀기에 바빠서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 너무나도 귀찮았고 귀찮아
서 아무 생각도 하다가 그냥 논산훈련소로 향했죠. 입대 일주일전만해도 신나게 친구들과 롤하면서 아무런 생각이 없었
는데 입대일 전날 인터스텔라 영화를 보고 사우나에 갔다가 집에 오니까 정말로 가기 싫더군요...거의 밤을 샜는데 시간
이 너무나도 잘갔습니다.
2.훈련소 생활은 패스하고 보통 저처럼 아무것도 없이 육군에 오면 대부분 보병 아니면 포병이라고 하더군요.(진실은
저도 잘 모르지만) 혹시 내가 운이 좋아서 어딘가의 꿀부대, 혹은 꿀보직을 배정받을수는 없을까?물론 그런일은 없었고
분명히 보직결정은 난수표를 돌려서 랜덤으로 결정난다고 했는데 포병이 되었습니다.
3.제가 소속된 사단에는 네개의 포병대대가 있었습니다. 대대로 전출되기 전 사단 신병교육대에서 3일정도 지내면서
어느 대대가 그나마 낫다더라 어느 대대가 최악이라더라(물론 포병은 어떻게해도 노답이다라는 이야기가 제일 많았
죠 옆에서 나는 방공대대 운전병인데 여기 개꿀이라던데~포병 개불쌍~하는 소리 많이 들었죠)식의 소문을 많이 들었
는데 제가 간 대대는 가장 낫다는 곳도 아니고 가장 최악이라는 곳도 아니였습니다.
4.버스를 타고 저녁이 되서야 제가 군생활을 할 대대에 가게되었는데 건물이 흔히 말하는 신막사더군요. 버스창가 너머로 신막사
건물이 보일때부터 열심히 자기최면을 걸었습니다 그래 포병이 최악이라지만 그래도 지내는 곳이라도 괜찮은게 어디냐
난 괜찮아..난 괜찮아....
5.도착하자마자 활동복을 입고 담배를 피거나 족구를 하는 선임병들의 시선을 느끼면서 인사과로 곧바로 갔습니다. 그런데
인사과장이 한 포병대대 안에는 3개의 포병중대(알파, 브라보, 차리라고 불렀습니다)와 본부중대가 있다더군요?딱 들어도
본부중대가 훠얼씬 편해보였습니다.(그리고 군생활을 하면서 사실이라는것도 알게되었죠) 제발 본부중대..제발 본부중대...
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지만 물론 그럴리가 없죠 전 브라보중대로 가게 되었습니다.
6.제가 있던 포병대대는 K55A1자주포를 썼습니다. K55가 이상해씨라면 K9가 이상해꽃이고 K55A1이 이상해풀입니다.
K55는 그야말로 모든게 수동인 고물중의 고물이지만 제가 군생활할때는 물론이요(2014~2016) 지금도 쓰는 부대도 있
습니다. K55A1는 K55를 개조해서 절반정도 자동화가 된 자주포고 K9은 모든게 버튼하나로 척척 해결되는 최신식입니다.
7.사실 제가 있던 대대도 불과 반년전만해도 K55를 썼었는데 제가 입대하기 몇달전 여름에 바뀌어서 K55A1으로 개편이
되었던겁니다. 그러면서 이제 전역할때 된 병장들이 너넨 이제 자주포 바뀐지 얼마 안됐으니까 실컷 써먹기위해 훈련
엄청나게 많을거다 기대해라 벌서 바뀌자마자 야외훈련 두번이나 했다 고생하고 난 전역한다 열심히해라 등등 그리고
그 말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군생활내내 훈련하나는 정말 원없이 하게되었죠. 불과 두달후 이등병인채로 2주짜리 야외
훈련을 나갔는데 전역하기 한달전에도 병장인채로 2주짜리 야외훈련을 다녀왔습니다.
8.사실 자주포병을 해도 은근히 훈련내용자체는 별로 어려운게 없었습니다. 자주포를 쏘는게 훈련인데 훈련하면서 맨날
포탄을 실제로 쏠수는 없는거죠.(실제로 포탄을 쏘는건 일년에 한두번밖에없는 빅이벤트입니다)그래서 훈련상황이 발
생하면 어디에 쏴라 명령이 내려오면 포구만 실제로 돌리고 장전완료! 사격준비끝!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가상으로 진행
합니다.
9.그래서 훈련이 상당히 많은 군생활이긴 했지만 많아봤자 훈련 안할때만은 못하죠 그럼 평소엔 무엇을 하느냐? 육군
어느 부대에서나 할법한 통상적인 삽질을 제외한다면 주된건 바로 포상관리입니다. 한 중대에 여섯대의 자주포가 있고
이 자주포들이 산 아래 언덕에 하나씩 배치되어있는데 여길 포상이라고 하죠. 당연히 흙+돌산입니다. 근데 자주포한대의
무게는 30톤 가까이 되죠. 필연적으로 수많은 트러블이 발생합니다. 특히 비가 오면 아마존 밀림에 온마냥 끝도 안
보이는 수많은 늪들이 생겨납니다. 열심히 삽질을 해서 꺼진 땅을 메꿔야하고, 물이 고이지 않도록 하수구도 열심히
삽질을 해서 파내야합니다. 흙으로 되어있는곳에 비가 내리기 무럭무럭 자라는 잡초들도 열심히 뽑고...군대 아니랄
까봐 윗분들 변덕이 심해서 잊을만하면 한번씩 포상을 통채로 갈아엎는 공사를 합니다. 제 군생활동안 3번쯤 한거
같네요. 역시 군대는 일이 없으면 만들어야죠. 공병들이 와서 포크레인으로 뒤엎으면 열심히 삽질하고 돌나르고
등등 하면 잊을만하면 다시 공병이 와서 뒤엎고 삽질하고 등등
10.화포는 당연히 비가 내부에 들어오면 안됩니다. 그래서 화포 전체를 덮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비닐?덮개?가 있습니다.
(저희는 포카바라고 불렀습니다)한 화포에 소속된 병사가 통상 4~5명 정도 되는데 비가 오면 낮이든 밤이든 새벽이든
4~5명중 아래에서 두명이 가장 후진 우의를 입고 열심히 포상에 올라가서 포카바를 칩니다. 병사 4~5명인데 자기 아래
에 두명이 들어오려면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죠 저도 일병 말때까지 열심히 치러나갔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비 오는데
나가서 치고 오면 귀찮은건 둘째치고 온몸이 진흙투성이가되는건 당연합니다. 하루에 고작해야 두시간도 안되는 저녁
자유시간에 비 와서 다녀오면 샤워도 다시 해야하고 아주아주아주 귀찮죠. 그래도 귀찮은정도로 끝나면 괜찮습니다 선
임병중 하나는 밤에 포카바 치다가 화포 위(3~3.5미터정도)에서 떨어져서 허리를 다치고 입원하더니 군생활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냈습니다. 부대에 있는것보다야 대부분 병원에서 지내는게 편하기야하겠지만 허리가 완치되었을때의 이야
기인데 허리는 괜찮은지 모르겠네요.
11.자주포가 상당한 중장비다보니 자칫하면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지게 되죠. 관련 사고사례 교범을 보면 초보 조종
수가 전진을 해야하는데 후진을 해서 2명이 깔려죽었다던가, 화포 뒷문을 닫다가 실수해서 손가락이 잘렸다던가 등등
무시무시한 사례가 많았습니다. 다행히도 제가 군생활 할동안은 소소하게 위에 사례처럼 허리가 나간다던가 손가락이
부러진다던가 하는 정도였지 큰 사고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커다란 사고는 전역하기 얼마전 본부중대에서 발생했었죠.
5톤트럭 뒷문을 내리다가 손가락이 끼여서 절단된 운전병이 있었다더군요.
12.제가 있던 포병대대에는 비사격훈련이라는게 있었습니다.(아마 거의 전 부대에서 하는걸겁니다) 훈련이 생기게 된 계
기는?북한의 포격도발로인해 언제든지 즉각대응이 가능한 전투준비태세를 갖추기위해서 어쩌구저쩌구. 그래서 일정 지
역 내의 대대들이 묶여서 로테이션을 돌면서 훈련을 합니다. 제가 있던 대대는 한달에 한번 돌아왔죠. 그럼 7일동안 또 3개의
포병중대가 로테이션을 돕니다. 제가 있던 브라보중대가 걸리는 날에는 무엇을 하느냐?한마디로 대기를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총까지 꺼내서 단독군장을 차고 대기합니다. 그러다보면 어디선가 열심히 사이렌이 울리면 포상의 자기 화
포까지 열심히 뛰어가서 가상의 사격훈련을 한다음 취침시간 전까지 하루종일 안에서 대기합니다. 그렇게 13시간정도
대기하면서 몇번 가상의 사격훈련을 하면 씻고 자게되는데 당연히 그걸로 끝은 아니고 반드시 새벽에 한번 사이렌이 울
립니다 그러면 해당중대 전원이 자다가 일어나서 열심히 화포로 뛰어가서 또 훈련을 하는거죠. 재수가 없으면(검열이
온다던가) 하루에 두번 자다가 일어날때도 있고, 새벽에 비가 오면 보통은 잘 안하는데 당직장교가 FM이면 할 때도 있고,
천만다행으로 경계근무는 안나갑니다.(예전에는 경계근무까지 나갔다고 하더군요 덜덜) 더욱 최악인것은 이 주에 주말에
순번이 걸려버리면 주말조차 하루종일 밖에서 대기를 해야한다는 겁니다. 즉 천금같은 주말이 날라가버리는거죠.
훈련자체도 무지막지하게 지루하고 재미없는데다가 잠까지 설치고 훈련날엔 자유시간도 없는데다가 재수없으면 주말까지
날리고 그런데 이게 한달에 한번씩 오니 짬 쌓이고 적응하니까 그냥 그려려니 했지만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참 많이 받
았었죠.
13.제가 군대에 있었을때 북한 지뢰도발이 있었습니다. 얄궂게도 비슷한 시기에 저희 포병대대의 비사격 훈련주간이 돌
아왔죠. 당시 지뢰도발사건으로인해 긴장감 고조 어쩌구저쩌구하면서 그 주에는 대기하는날 날밤을 새서 대기를 했습니다.
날밤을 통으로 새서 대기한다음에(사실 다들 화포안에서 쪽잠자기는 하지만)내려와서 씻고 갈아입고 드디어 자는구나!
하고 누우는데 부대에 싸이렌소리가 엄청 크게 울리더군요. 다들 뭐지 개꿀잼몰카인가 하면서 어리둥절하는데 행정관이
와서 빨리 다시 군복입고 올라가라는겁니다. 다들 너무나도 졸렸지만 올라가라는데 뭐 다시 갈아입고 올라갔죠. 그런데
올라가서 이게 무슨상황이지 궁금해하면서 멍하니 앉아있었는데 포탄을 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한두발 쏘는것도 아니고
연속으로 한참동안. 당시 뉴스에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북한에 위협포격을 30발가량 가한 포병대대가 바로 제가 있던
대대 바로 옆 대대였습니다. 뭐냐?전쟁이냐?하고서는 그날부로 약 이주일간 저희는 다시 막사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막사 불은 모두 꺼지고 전쟁분위기 조정하면서 너도나도 얼굴에 위장크림 바른다음 이주일간 화포안에서 비닐밥 먹고
자고하면서 살았었죠. 사실 당시 초반 2~3일에는 정말로 전쟁나는줄알고 아주조금 무서웠습니다.(일주일쯤 지나니
에라이 빨리 상황끝나라 하면서 지루해했지만 그런데 갑자기 사이렌 울리고 뛰어올라갔더니 포쏘는소리가 한참들리니까
정말 좀 무섭긴 하더군요)당시 같이 이주일간 화포안에서 먹고자던 부사관들 썰 들어보니 연평도사건때는 이짓을
한달씩 했다고...
14.하지만 지뢰도발사건과 이주일간의 갑작스런 야외훈련(야외는 야외입니다)으로 얻은것이 있다면 시기가 딱 유격훈련
시기와 겹쳐서 그 해의 유격훈련이 취소되었다는 겁니다 만세! 그리고 다음해가 되니까 포병은 이제부터 유격훈련을 안받는
다고합니다 만세!(물론 올해는 또 바뀌었을수 있습니다)그래서 저는 군생활동안 유격훈련 구경도 못하고 전역했습니다.
15.화포라는 물건은 엄청나게 큰 고철덩이리입니다. 무슨말이냐면 자주포 안에 있으면 여름에는 더 덥고 겨울에는 더
춥습니다. 기적의 보온이 아닐수없죠. 사실 제가 쓰던 K55A1자주포 안에는 에어콘은 없지만 히터는 있었습니다. 이등병때
2주짜리 겨울야외훈련 한번, 상병때 2주짜리 겨울야외훈련 한번을 나갔는데 일병때는 히터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상병이 되고 훈련을 나갔을때 새로 바뀐 여단장이 히터 있는데 왜 안쓰냐 펑펑 틀어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정
말로 펑펑 틀었습니다. 전 부대의 기름소모량이 극심해지긴 했지만 뭐 제가 사서 쓰는 기름도 아니고 원없이 틀었습니다.
16.히터와 함께한 정말 좋았던 추억이 있는데 2주짜리 훈련을 나갈때면 각자 PX를 탈탈 털어서 각종 군것질거리를 챙
길수있는한 최대한 챙겨서 흔히 말하는 더블백 하나 심하면 두개를 꽉채워서 화포안에 꼭꼭 숨겨둡니다. 2주동안
다같이 나눠먹는거죠. 당시 라면은 필수 준비품이였는데 배식때 나눠주는 국에 라면을 풀어서 먹으면 꿀맛이였기 때문입
니다. 그런데 슥 보아하니 히터의 화력이 생각보다 강하더군요. 그래서 훈련이 끝나갈즈음 수통에 물을 꽉꽉채우고 히
터를 최대출력으로 틀은 후 히터 앞에 수통을 두고 기다렸다가 그 물로 반합에 라면을 끓여먹는다는 시도를 해봤는데
아주 성공적이였습니다. 군부대라는곳이 보통 라면을 끓여먹을수가 없는 곳이라 먹어봤자 컵라면인데 진짜로 봉지라면
을 사회에서 끓여먹는 그 맛이 나더군요. 정말 맛있게 잘먹었습니다.
17.자주포병으로 군생활을 하면서 느낀건 훈련이 정말로 지루하다는 거였습니다. K55자주포를 썼다면 서서 포 쏠
준비하는거자체가 모조리 수동이라 온갖 일거리가 생겼겠지만 K55A1은 그래도 이상해풀정도는 되기때문에 별로 할게
없습니다. 조종수는 이야기가 다르지만 전 조종수도 아니였고 그냥 이동하는동안 화포 안에 앉아있다가 자리잡고
쏘라고 하면 가상으로 쏘고, 또 기다리다가 이동해서 가상으로 쏘고 이러다가 끝이죠.
18.진짜로 포 쏠때가 가장 재밌었습니다. 준비과정과 후속처리가 상당히 귀찮기는 했지만 진짜로 쏴보니까 좀 신선
하고 흥미가 생기더군요. 문제는 진짜로 쏘는건 일년에 두번 있으면 많이있는 거였다는것.
19.육군을 나오신 분이라면 전투준비태세 훈련이 뭔지 다 아실텐데 저는 이 훈련이 정말 너무나도 싫었습니다. 왜냐,
훈련자체도 다들 아시다시피 최악이지만 포병은 거기에 포탄적재가 추가됩니다. 5톤트럭에 한 발당 40~50kg하는 포
탄을 4~5명이서 탄약고에서 옮겨서 150발 가까이 실어야했죠.
아주 힘들지만 그래도 저것만이라면 괜찮습니다. 문제는 그 훈련 전후과정이 정말 군대스럽다고 할정도로 어마어마
하죠.
1)일단 이 훈련은 실제 포탄으로 안합니다. 연습용 포탄으로 진행합니다.
2)그런데 부대 내에 충분한 수량이 없어요. 그래서 옆 대대에 5톤트럭을 타고 가서 빌려옵니다. 당연히 병사들이 열
심히 수백발씩 실고 다시 와서 내리고 정리합니다.
3)근데 포탄적재가 위험한 훈련이라고 합니다. 그렇긴 해요 하다가 놓쳐서 다치는 사람 많았거든요. 그래서 이걸 따로
연습을 합니다. 훈련 전 일주일 일과는 기상->오전에 4~5명이서 150발 적재하고 검사받고 하차하고 정리->점심->오
후에 4~5명이서 150발 적재하고 검사받고 하차하고 정리 으아악!
4)그렇게 해서 훈련 당일 전투준비태세에 수반되는 수많은 귀찮은 훈련을 하면서 포탄적재훈련도 합니다.
5)훈련이 잘 끝났습니다. 당연히 저희가 다시 내려서 정리합니다.
6)다음날 당연히 아침부터 다시 새로운 5톤트럭에 실은이후에 빌려왔던 옆 대대로 가서 반납해줍니다.
정말 치가 떨렸던 훈련인데...뭔 전투준비태세를 그리 자주하는지 잊을만하면 한번씩 꼭 하더군요.
20.이 훈련중 생겼던 한 군대다운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1)훈련이 끝났습니다. 다음날 아침 열심히 트럭에 실으려 위해 다들 포상으로 나갔죠.
2)절반쯤 싣었는데 갑자기 어디서 최신식 유압기를 지원받아서 유압의 힘으로 올려준다는겁니다.
3)그런데 유압기 쓰려면 몇개씩 잘 모아서 정리해놔야 포탄을 받쳐주던 일종의 나무판자(빠레트라고 하더군요)와
같이 올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실었던거 모조리 다시 다 내려서 아주 꼼꼼하게 정리했죠
4)기다렸습니다
5)근데 갑자기 유압기 못쓰게되었답니다
6)그래서 다시 저희가 직접 모두 실었습니다
그야말로 '군대'해버렸죠
21.한 화포 내에는 포반장, 사수, 부사수, 조종수, 1번포수 2번포수 등등등 이런순으로 있는데 통상 포반장이 부사관
입니다. 그런데 인원이 부족해서 가끔 병사가 포반장을 할 때가 있었죠. 제가 있던 대대는 포병은 분대장이 없었습니다.
단 한 중대에 한 명 정도 있는 병사포반장이 분대장의 권한과 보상(포상휴가)를 받을 수 있었죠. 병사에게 포반장을
시켜야하니 흔히 말하는 에이스들중 한명을 골라서 교육대에 보내서 교육을 시키고 포반장을 시킵니다.
22.분대장을 귀찮다고 느낀 전역자분들도 많겠지만 저희 부대에서는 분대장이 굉장히 인기가 많았는데 바로 포상휴가
때문이였습니다. 굉장히 휴가가 짠 대대였죠 군생활내내 포상 10일만 따도 상당히 잘땄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분대장을 하면 사고가 안 나면 포상을 상당히 받을 수 있는데 포병분과의 병사들에게는 천금같은 휴가를 얻을수있는 분대
장이라는 자리가 고작해야 한명 혹은 두명 병포반장 자리뿐이니 다들 되고싶어했죠. 다소 특수한 포지션으로 인해 얻
는 이득..뭐 간부랑 친해지기도 쉽고 등등, 그런것들도 있었고요.
23.저도 물론 병포반장이 되고싶었지만 아쉽게도(..) 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의외의 이득을 본 부분도 있었는데,
당시 말년휴가를 2주정도 모아뒀던 저는(제가 있던 부대는 말년에 휴가를 모아서 한꺼번에 나가는걸 굉장히 싫어해서
휴가 안쓰고 15일이상 모아두고있으면 행정관이 반강제로 내보냈었죠)전역 6주전에 있었던 2주짜리 야외훈련을 해야
했습니다. 한여름에요. 그런데 당시 제가 사수로 있던 포의 포반장(부사관)이 허리가 아파서 입원하고 나니 제 후임이
새로 병포반장으로 들어온것 아니겠습니까. 자주포라는것은 상당히 독립된 공간으로 훈련중에는 문도 모조리다 닫고
이동하고 멈추고 이동하고 멈추고를 반복하기때문에 외부의 간부와 완전히 격리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말
미칠듯이 더웠던것만 제외하면 제가 2주동안 훈련내내 했던거라곤...누워서 자다가 먹고 자다가 몰래 꿍쳐온 소설책 읽
다가 가끔 심심하면 기동중에 위에서 선탑하던 사람과 자리바꿔서 바람도 쐬고 했던거같네요. 한겨울에는 얼굴이 모조
리다 갈라지는 최악의 자리지만 한여름에는 흙이 많은 지역만 아니라면 상당히 상쾌하고 시원한 자리였죠.
24.아무튼 그래서 병장때 받은 훈련은 그래도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넘기고 전역을 했습니다. 금요일 복귀하고 주말 쉬고
월요일 공휴일 화요일 전역이였는데 사회에서 15일동안 있다가 부대 오니까 3일동안 정말로 할게 너무너무너무 없더군요.
사족
군생활이 21개월이니, 단순히 기간도 기간이고 어느정도 머리가 굵은 후에 보낸 21개월이니 알게모르게 기억에 많이
남아있더군요. 전역한지 애초에 1년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평소에는 아예 까먹고 사는데 군대와 관련된 혹은 겪었던 사항이 나오면 군대생각이 가장 먼저 들 때가 있습니다. 컵라면
끓여먹다 보면 야밤에 경계근무서고와서 먹던 불닭볶음면이 생각나고, 복학하고 엠티가서 하늘에 별 몇개 있는거보니까
이등병때 처음 경계근무 나가는날 하늘 보면서 별 개많네 하고 감탄했던 기억부터 납니다. 문제는 내가 생각난다고 군대
이야기꺼내면 같은 군필자 아니면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공감하는 사람도 없어요. 아직도 살다보면 군대생각 갑자기 날때
는 종종 있지만 군필 남자끼리 모인 자리가 아니면 군대이야기는 꺼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