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여성의 글부터 독해해보도록 하자.

글의 제목은 "전 여잔데 화가 나면 주체가 안됩니다ㅠㅠ"이다.
"여잔데"라고 왜 성별을 밝혔는지는 알 수 없다.
대충 추측해본다면 "화가 나면 주체가 안되는" 성향을 밝혔을 때 남자로 오해받을까봐 그랬을 수 있다.
성별에 따라 조언은 달라질 수 있으니까.
"ㅠㅠ"란 이모티콘을 봐도 그렇고, 독자는 글쓴이가 주체안되는 현상황을 주체하고 싶어한다는 욕망을 유추할 수 있다.
대개 "~가 안됩니다" 라는 글은 ~를 하고 싶어하는 소망을 반증하니까.

글의 첫문단, 첫문장은 "정말고치고 싶어요ㅠㅠ"이다.
제목에 이어서 곧바로 글쓴이는 글의 주제,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
제목부터 첫문장까지, 글쓴이의 요점은 확실하다. 그는 화가 나면 주체가 안되는 성향을 고치고 싶어한다.

두번째 문단과 세번째 문단은 증상에 관한 설명이다.
두번째 문단에서 글쓴이는 남친 혹은 친구들이라고 싸우는 대상에 대한 정보를 준다.
이 다음에는 분노가 발현되는 현상을 "미친 듯이 화가 나고" "머리가 블랙아웃되면서 돌변"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두번째 문단의 마지막 문장에서는 "뭔가 분노조절장애같기도하고ㅠㅠ"라며 자신의 증상을 어설프게나마 의학적으로 추측해보고 있다.

두번째 문단에서 글쓴이는 신체, 심리의 변화를 묘사했다.
세번째 문단에서는 구체적인 행태를 묘사한다.
그는 싸움이 심해지면 "주위에 있는 물건을 집어던지고" "죽어버릴 거라는 막말"을 무의식적으로 한다.
이어지는 내용에서 그는 이런 자기자신의 모습에 자괴감과 죄책감을 드러낸다.
그는 "참고 또 속아주는 남친에게 미칠 정도로 미안"해하고 있다.

네번째 문단, 결말에서 그는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는지 묻는다.
그가 이 증상을 고치고 싶어하는 이유는 관계를 유지하고 싶기 때문이다.

제목에서 마지막 문단에 이르기까지 글의 흐름은 대략 이렇다.
문제, 문제의 양상, 문제를 고치고 싶은 욕망이다.
머리와 꼬리만 떼놓고 봐도 해줄 수 있는 대답이 선명해진다.

"전 여잔데 화가나면 주체가 안됩니다ㅠㅠ
정말고치고싶어요ㅠㅠ
어떡하면 좋을까요"

글쓴이가 기대하는 대로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라는 how의 대답을 들려주면 된다.

이 글에서 글쓴이를 가치판단할 건덕지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누구나 그렇듯, 글쓴이 역시도 문제를 가지고 있고 그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고치고 싶어한다.
"내가 만약 글쓴이라면 이런 상황이 참 괴롭고 힘들겠군"
글쓴이에게 감정을 이입하기 별로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자신의 분노를 능숙히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이 글의 요지는 화가 나면 주체가 안되는 내 성향을 좀 고치고 싶다, 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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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대한 답글은 이상할 정도로 짜증에 차있다.
그 날 개인적으로 굉장히 안좋은 일이 있었거나, 글쓴이의 성향과 얽힌 개인적 상처가 있는 게 아닌지 의구심을 품게 된다.
댓글을 단 록키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답변을 시작한다.

"개지랄 떨어도 님을 뒤지게, 진짜로 뒤지게 팰 사람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록키는 질문자의 성향과 행동방식을 "개지랄"이라는 공격적인 단어로 정의한다.
같은 문장에서 그가 제시하는 해결방식은 "뒤지게 팰 사람이 있는 것" 즉 "뒤지게 맞는 것"이다.
질문자의 무엇에 이토록 화가 나서 록키는 "개지랄"이라는 단어와 "뒤지게 맞는 것"으로 답을 하는 것일까?

질문자는 울고 있는 이모티콘 ㅠㅠ를 계속 써가며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나타내고 있다. 충분히 측은지심을 느낄만한 말투다.
질문자가 민폐를 끼치는 걸 부정할 순 없으나, 어차피 남의 일이다. 당사자도 이미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내용과 어투의 질문을 두고 록키는 "너는 개지랄 떨었다, 너는 뒤지게 맞아야 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여: 화를 못참아서 민폐를 끼쳐ㅠ 어떻게 하지?
록: 개지랄 떠네. 뒤지게 맞아야겠다.

??????????????????????????
첫문장만 두고 보면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사람은 오히려 록키처럼 보인다.
질문자의 성별을 감안한다면, 그의 답변은 더더욱 비이성적이다.

인신공격에 가까운 표현들로 가득찬 첫번째 문장에 이어 록키는 두번째 문장에서 요지를 밝힌다.
"진짜 분노조절장애면 그정도의 분노가 아니라 진짜 누굴찌르던가 어디서 혼자 진짜 뛰어내리던가 해야 조절장애죠"
여기서 록키가 화를 내는 이유가 드러난다.
록키는 질문자가 진짜 분노조절장애가 아닌데 분노조절장애인척 하고 있는 점이 불쾌했다.
록키가 볼 때 질문자는 진짜 분노조절장애가 아니며, 질문자는 분노조절장애로 착각하고 있거나 자기기만을 하고 있다.

여기서부터 대화가 꼬이기 시작한다.
질문자가 분노조절장애인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차피 질문자의 본문에서도 "분노조절장애"에 대한 이야기는 딱 한번 짧게 나온다.
"뭔가 분노조절장애같기도하고ㅠㅠ" 스스로도 이거다, 라는 확신을 낸 게 아니며 가까스로 얻은 답도 매우 흐릿하다.
질문자가 원한 대화의 핵심은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이다.
그런데 록키는 "제가 혹시 분노조절장애는 아닐까요?" 라는 질문을 받았다는 듯이 대답을 하고 있다.
어떻게를 물었는데 진짜와 가짜에 대한 답이 나온다. how에 대해 what이 나오고 있다.

록키는 질문을 제대로 오독한 것이다. 완전히 쌩뚱맞은 이야기를 하며 혼자 흥분하고 있다.

분노조절장애에 대한 록키의 정의가 정확한 것일까?
분노조절장애는 말 그대로 조절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는 장애다. 한마디로 이 증상은 조절여부가 기준이다.
그런데 록키는 분노조절장애를 "분노의 발현 강도"로 정의한다.
모름지기 진짜 분노조절장애라면 "누굴 찌르던가" "어디서 혼자 뛰어내려야" 하는 정도로 분노가 표출된다는 것이다.
그가 질문자의 분노조절장애를 가짜로 판단하는 이유는 누굴 찌르지도 않았고 어디서 혼자 뛰어내리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두번째 문단에서 록키는 차갑고, 단정적으로 말한다.
"다 조절하잖아요
거기까진."

애초에 질문자는 누굴 찌를까봐 걱정돼요, 어디서 혼자 뛰어내릴 것만 같아요, 라며 고민을 꺼낸 게 아니었다.
질문자가 고민하는 건 물건을 집어던지고, 죽어버릴 거라 소리를 지르는 정도의 분노다.
분노의 정도를 0에서 100까지의 스펙트럼으로 놓고 볼 때 질문자는 50정도의 분노를 통제하지 못해서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 록키는 질문자의 분노가 90, 95가 아니라는 걸 이야기한 후 50의 분노를 통제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화를 못참아서 저도 모르게 물건을 집어던져요,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화를 못참는다고 뛰어내리진 않잖아요, 라는 답변이 나온다.

록키는 상대방의 질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자의적인 기준에서 얕잡아보고 있다.
극한의 고통을 기준으로 두고 그보다 못한 고통은 진짜 고통도 아니라는, 헬조선식 절대평가다.
그리고 상대방의 분노에 대한 고민을 "조절하잖아요"라며 별 거 아닌 것 취급하는 데서 록키의 꼰대지수가 높다는 게 드러난다.

록키의 세번째 문단 역시 전형적인 헬조선식 폄훼다.
"그게 무슨 조절이 안되는 겁니까?
전과 있어요?
아님 진심으로 자살하려고 동맥에 칼 들어갔거나, 목에 밧줄 자국 있나요?"

분노가 작다고 해서 통제가능할 거라는 가정은 너무 단순하다.
오히려 작은 분노는 참지 못하고 바로 터트려도, 정말 크게 화가 나면 조용히 머금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작은 분노는 짜증의 형태로 맺어져서 바로 튀어나올 때가 있지만, 거대한 분노는 환멸과 원한의 형태로 응축되어 조용히 가라앉는다.
분노가 클 수록 발현도 과격해진다는 정비례의 가정은, 오히려 대답을 하는 록키야말로 분노의 경험이 얕다는 걸 암시한다.
동맥에 칼을 긋거나 목에 밧줄을 달아야 분노조절장애를 증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작은 분노가 조절이 안되는 사람들이 있다.
별 게 아닌 일인데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집어던지는 사례들은 굉장히 흔하다.
오히려 작으니까 분노가 통제가 안될 수도 있다. 동맥에 칼 긋는 것은 강도가 센 분노라 이성의 반작용도 크다.
자잘한 분노들이니까 이성의 끈이 쉽게 풀리고 바로바로 터진다.

네번째 문단에서 록키는 다시 한번 글쓴이의 고민을 "가짜"로 판정한다.
"그냥 영악한 겁니다.
이 구역의 미친년은 나니까, 그냥 건들면 지랄하면 다 알아서 맞춰주니까"
록키는 더욱 본격적으로 폭력적인 어휘들을 사용한다.
질문자는 "미친년"이 되었고 질문자의 분노는 단순한 "지랄"이 되었다.
질문자의 심리적 문제는 단순한 "영악함", 즉 인격적 결함이 되었다.
복잡한 사안을 어떻게든 이해하고, 판단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흑백논리에 가까운 선악의 잣대를 이용한다.

"이건 조절장애가 아니라 그냥 남들 생각안하는 이기적이고, 못되먹은 심보일 뿐.
근데 이런 사람들이 착각을해요.
항상.
'난 분노조절장애다.'

....사실은 그냥 노답 무개념 이기적인 비루한 인간인데."

어떻게 하면 문제를 고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두고, 록키는 다섯번째 문단에서 너는 어떤 인간이다 라고 아예 쐐기를 박는다.
원글에서 큰 의미가 없는 분노조절장애의 진위 여부를 두고 록키는 계속 이것이 핵심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질문자는 애초에 본인이 분노조절장애라고 인식한 적이 없다. (...인건지~? 라며 아리송해했을 따름)
그에게는 자신의 증상이 무엇이냐, 보다 자신의 증상이 어떠하며 이를 타개할 수단이 중요하다.

변하고 싶다는 문장으로 시작해 변하고 싶다는 문장으로 끝나는 글을 두고도 록키는 "변할 수 없어요"라고만 받아들인다.
배려를 해야 되는 상황에서 배려를 하고 싶은 사람을 두고, 너는 배려를 안하는 인간이라고 정의한다.
록키는 애초부터 "분노조절장애"라는 키워드에 너무 강하게 사로잡혀있어서 의도가 분명한 글을 두고도 제대로 독해를 하지 못한다.
록키에게 질문자의 글은 변할 수 있냐 없냐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설프게 정체를 숨기고 있는 글"이다.
숨기고 잣이고 할 분량자체도 없는 글에서 록키는 계속 감정적인 오독을 저지른다.
그는 질문자가 원하는 대로 질문자를 돕기보다, 질문자를 심판하고 싶어한다. 딱 보니까 사이즈가 나오는, 그런 인간이었던 셈이다.

여섯번째 문단도 헬조선식 절대평가의 반복과 정체성의 규정으로 점철되어있다. 동어반복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항상 뒤지게 팰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분노조절 장애 같은 건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건 진리에요.
그런 사람들 앞에서도 님이 분노조절 장애가 왔다면 님이 지금 뽐뿌에 이런글을 싸지르고 있진 못하겠죠.
병실에 누워 있거나, 향냄새 맡고 있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정말 분노조절을 하지 못해 빵에 들어가 있거나..."

진리를 운운하기에는, 록키는 아무 전문적 지식이 없다.
그는 계속해서 90년대에 쓰여진 삼류 조폭 영화의 대사 같은 말들만 반복한다.
그가 내놓는 해결책이란 고작해야 "뒤지게 팰 수 있는 사람"이다. 이것도 해결책이라기보다는 진위를 가르는 심사도구다.
어디 너가 뒤지게 팰 수 있는 이 사람 앞에서도 까불 수 있는지 보자!!
록키는 상대방의 거짓말을 전제하고, 이를 응징하기 위해, 혹은 가짜의 정체를 드러내고 망신을 주기 위해 절대적 폭력을 대여한다.
어떻게 하죠ㅠㅠ? 로 시작해 어떻게 할까요ㅠㅠ? 로 끝나는 글에 대고 록키는 처음부터 끝까지 뒤지게 패고 싶다만 이야기하고 있다.

록키의 대답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아가거나 보태는 내용이 없다.
상대방의 정보를 들으면 그 정보를 기초로 분석하고, 대화가 이어져야 하는데 록키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잣말을 한다.
"내가 보아하니 너는 무엇이고, 너는 좀 맞아야겠다"
팩트폭력이라고 하는데 팩트는 F도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폭력만 있다.
록키의 글에 알맹이는 없고 계속해서 칼, 밧줄, 입원, 자살, 빵, 향냄새 같은 폭력의 이미지만 나열된다.

마지막 문단에 이르면 다시 한번 엉뚱한 답이 나온다.
"자.
결론은 나왔네요.
당신은 애초에 분노조절장애가 아니니, 이런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다시 질문글을 작성하세요.

'개조또 이기적인 나, 노답인가요?'"

분노조절장애인지 아닌지 묻지 않았는데, 계속 그에 대한 대답을 한다. 혹은 그것이 정말 중요한 것처럼 상정하고 대답한다.

폭력을 "상대방이 뭔가를 하도록 강제적으로 수단"이라고 한다면 이 대화는 심각한 수준의 폭력이다.
질문자는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는데 질문자의 모든 답을 거짓에 놓고, 아예 인간의 인격을 뜯어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 라고 하는데 "넌 그런 사람이 아냐"라고 규정해버린다.
그리고 상대를 나쁘다고 한 이후 죽지 못할 거면 뒤지게 맞든가 이기적인 인간이 되든가 양자택일을 강요한다.
상대를 때리기 위해서 계속 근거없는 자신의 추측만을 상대에게 뒤집어씌운다. 1970년대 안기부 소속 경찰들 수준이다.

질문한 여자가 분노조절장애인지 아닌지는 잘 모른다.
그가 만화가 네온비처럼 분노를 다스리는 법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훈련만 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오히려 록키라는 글쓴이가 어떤 사람인지 그의 댓글이 그를 알려준다.
알지 못하는 사람을 함부로 정하고 패고 싶어하는 그야말로, "이기적이고 못되먹은 심보의, 무개념 비루한 인간"이다.

그런데 이 글은 사이다 서사로 소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