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라는 영화 보셨나요? 영어 원제는 <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 입니다.
위의 브레드 피트의 젊은 모습을 CG로 만들어내어 화제가 됐었던 영화이기도 한데요, 그러고보니, 벌써, 한 9년전인가요, 그당시 한참 썸타던 여자인 친 와 이 영화를 보고난 후 설렘반 흥분 반으로 피지알에 영화 후기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뒤로 잘 만나고, 잘 헤어지고, 결혼한다고 소식들었던 게 제작년인 것 같네요. 그 아이가 그립다기보다도, 뭔가 이 지나간 시간들을 피지알과 함께한 느낌? 이 들어서 기분이 묘하기도 하고 좋네요. 그러고보니 그때도 위와 같은 이미지를 올렸었네요 ^^
이 글은 지나간 인연 이야기도, 영화 리뷰도 아니구요(스포 걱정은 크게 안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요새 불현듯 드는 생각들과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큰 맥락은, 브레드피트가 거의 죽기 직전의 노인으로 태어나고, 시간이 흐를 수록 젊어지는, 한마디로 나이를 거꾸로 먹는 설정의 영화입니다. 설정 자체가 저는 굉장히 신선하다고 생각했었는데요, 그와 별개로 영화자체는 훈훈함과 밝음으로 꽉 차있는 매우 따뜻한 영화입니다.
브레드피트와 브레드피트가 어릴적부터 짝사랑하던 동내 여자아이의, 젊어져가며 그리고 늙어져가며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인데요, 영화가 중반을 지나며 그 둘의 시간이 겹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마침내 그들의 시간이 비슷해 지며, 가장 열렬히 사랑할 수 있는 아름다운 시간이 되었지만, 곧 그 시간은 영원히 멀어지게 되는 길로 들어서게 되기에, 영화 전반에 있어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장면으로 기억합니다.
많이 뜬금없지만, 저는 요새 저와 제 부모님이 바로 그 골든타임에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30대 초반의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나이입니다. 부모님은 작년에 두 분 모두 환갑을 치루시고, 사회전선에서 물러나실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반대로 저는 공부가 길어져, 이제 곧 사회전선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지요. 얼마전 결혼기념일을 맞이해서 부모님은 여행도 다녀오시고, 다행히도 정정하십니다. 곧 손주도 보시게 될 것 같고, 자식들 딱히 돈 들어갈 일은 없고, 힘들고 치열했던 시기는 지나, 조금은 편안히 즐길 것 즐기시며 지내실 수 있는 시간으로 접어드신 것 같습니다.
어렸을 적 부터, 부모님은 그저 '어른' 이라는 존재로 제 평생 존재해 왔던 것 같습니다. 저는 반대로 '아이' 였구요. 제가 20대 후반을 거쳐 30대가 되면서, 빠르게 저는 아이에서 어른이 되고, 뭐랄까. 어른이 됨에 가속이 붙는 느낌이 듭니다. 반대로 그동안 느리고, 천천히 어른의 시간으로만 계시던 부모님은 곧 어른 넘어의 또 다른 시간으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지금. 지금 이 시간이 저와 제 부모님에게 있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어른'으로서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정말 아름답지만 너무 짧아 슬픈 그 골든 타임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인생을 여러 번 살아보지 않아, 뭐가 맞고 틀린지 모르지만, 이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 것 같은 그냥 그런 느낌이 듭니다. 네. 효도해야지요. 근데 길지 않은 시간이기에 벌써부터 안타깝고, 괜히 울적해진다기 보다도, 그냥, 아 이게 '산다' 라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너무 바쁘고 정신없고, 그저 힘들고 하다가도, 그냥 갑자기 문득 이런 생각들이 스치울 때마다, 이렇게 조금씩, 하나하나 느끼면서 알아나가는 거구나. 그래 이렇게 시간은 흘러가는 거구나...
학교다닐 때 강의 도중에 교수님께서 갑자기 '자네는 인생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라는 엄청난 질문을 하셨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저는 너무 당황해서 아무생각 없이 '인생은 정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라고 했고, 교수님께서는 '내 생각에는 인생은 자기가 행한 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과정의 연속인 것 같다' 라고 말씀하셨었습니다. 사실, 제가 평소 생각하던 인생이란 무엇인가의 답과 일치해서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냥 그렇게 후회없이 행하고, 그것의 결과에 온전히 책임 질 수 있는, 그런 시간을 저는 계속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이 참 두서없고 정신없네요. 흐흐흐. 매번 피지알에 글을 쓸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피지알이 있어 참 다행이고 고맙습니다. 9년전 그때나 지금이나, 피지알이기에, 이렇게 제 생각과 감정들을 공유하고 기억 한편에 모아 둘 수 있습니다. 다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