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을 무엇이라 정의할 것인가부터 짚고 넘어가자.
기존에 "악"을 이렇게 정의해왔다.
"반 사회적 - 사회적으로 합의된 쌍방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의 '합의'(:윤리)를 깨는 행위"적 마음을 갖고서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행위.
이 "반 사회적"이라는 말은 작게는 형법상의 죄악을 포함해 넓게는 인간대 인간으로서의 예의를 포함한다.
악이 침해하는 것을 두 가지로 분류할수가 있다.
1. 인권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권리로 헌법에서 규정하는 인권을 말한다.
2. 이익과 이에 대한 권리
개인의 사적 이익을 포함해 넓게는 공공의 이익까지 아우른다.
이익에 대한 소유권과 지배권 등의 권리를 아우른다.
나는 선과 악의 문제는 분간할 수 없는 상대적 개념이라는 것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악행"이 일어나는 상황 자체는 그 사실로서의 "객관"이라고 바라보기 때문이다.
행위에 의해 일어난 결과와 그 행위는 그 사실로서의 "객관"으로 두고
행위의 동기를 따로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선과 악의 상대성을 주장하는 이들의 주장 근거는 크게 두가지의 맥락으로 분류된다.
1. 악에 대한 불완전한 개념과 정의
인간이 어떤 근거로 "악"을 규정하는가.
인간이 만들어낸 불완전한 개념이기 때문에 시대별로 국가별로 "악행"의 개념이 서로 다르다.
2. 선과 악의 경계가 불투명한 경우
선을 실현하기 위해 악행을 저질렀지만 결과적으로 선의 결과를 낳는 모호한 경우도 있다.
악행이 일어나는 상황을 세 가지로 대분류해볼수 있다.
1. 인간 대 인간 사이 직접적인 "상호작용"에 의해 타자의 인권과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
: 사람과 사람 사이 원인과 결과가 낳은 자력구제형 보복행위
ex ) 배우자의 불륜으로 인한 배신감과 그 여파적 손해로 인해(ex.재정손실)
배우자와 배우자의 불륜상대를 살해하는 경우
2. 자기중심적 판단으로 타인의 인권과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
:직접적인 피해 여부를 떠나 자기중심적 판단(1.개인적인 유희, 2.자신만의 왜곡된 반사회적 신념-정치적 이유도 포함-)으로
저지르는 악행을 뜻한다.
ex) 1'. 상대의 반응을 보는 게 재미있어서 욕설을 하거나 때리거나 살인을 하는 경우
2'. 세상은 효율적이고 멋지게 작동해야한다고 생각하며 세상에는 이런 효율성을 해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그들을 경멸하다가
아이큐 110이하의 사람들과 장애인들을 살해하는 경우
2''. 여자는 순결해야하며 순결하지 않은 여자는 더러운 김취녀들이며 이들은 죽어 마땅하다는 그릇된 신념으로
여성을 살해하는 경우
2'''. 인간 세계는 약육강식의 논리로 돌아가는 세계이며 강자는 약자를 짓밟고 강자가 된다고 생각하는 왜곡된 신념으로
이 세계의 강자가 되기 위해서 본보기로 만만한 상대를 하나 골라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
3. "어쩔 수 없이" 타인의 "권익"을 침해할수밖에 없는 행위
: 어쩔수 없이 반사회적 행동을 선택할수 밖에 없어 일어난 행위로,
행위자는 자신이 저지른 악행으로 인해 1과 2의 케이스에 비해 "상당한 수치심" 동반하게 된다.
"상당한 수치심"이란 죄의식과는 별개로 자신이 그릇된 행위를 할수밖에 없었었던 것에 대해 스스로에게 갖는 자기수치감을 말한다.
이 경우는 반사회적 성격을 가진 사람이 아닌 보통 일반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데,
자신이 권익을 침해한 타자와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없는 상황을 말한다.
그래서 1의 케이스와는 달리 당사자는 자신의 반사회적 행위에서 빚어진 수치감을 합리화해서 자아를 지켜낼 방법이 없는 경우를 말한다.
보통의 평범한 양심 수준과 윤리 개념을 갖고 있어 타자의 "권익"을 고의로 해치는 경우는 많지만,
고의로 "인권"을 해치는 경우는 드물다.
ex) 1'. 권익을 해쳤지만 인권을 해치지 않은 경우
나이가 어린 미혼부가 생활고로 인해 어쩔수 없이 마트에서 분유를 절도하는 경우
2;. 권익을 해치지 않았지만 인권을 해친 경우
졸음 운전을 하다 지나가는 행인을 차로 치어서 죽인 경우
[2] 일상적으로 반사회적 악의를 가진 사람들의 특성
"일상적"으로 "반사회적 악의"를 가지고 있다는 말의 의미를 구체화해보자.
1과 2의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한다.
1. 일상적으로 빈번하게 악의를 가질것
2. "악에대한 의지"를 실행하는데 큰 거리낌이나 내적갈등이 없을것
1과 2 모두 해당되어 빈번하게 반 사회적 행위를 일삼는 사람들의 내적 특징이 있다.
아래 <1>과 <2>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경우 그 해악이 폭발적으로 큰 편은 아니다.
<1>과 <2>와 <3>이 상호작용하는 경우의 문제가 심각해진다.
<1> 자기중심적 나르시시즘
자신의 왜곡된 가치관이나 판단에 대해 무조건적인 확신을 갖고 있다.
나는 우월하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뛰어나기 때문에 나에게서 나온 사고의 결과나 행위 역시도 아름답게 바라본다.
이들은 사회의 일반적인 룰에서 벗어나는 반사회적 행동 마저 타인과는 확연이 구별되는 자신만의 "특별함"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객관적 판단이 아닌 자신의 주관적 판단을 매우 신뢰하는 경향을 보이며,
자신에 판단에서 벗어나는 경우에 대해 "필사적으로 부정"하며 강박적으로 확인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강박적 경향은 아래와 같이 나타난다.
(예시)
남성들을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착취하는 나르시스틱한 한 여성이 있다.
그녀의 인지 도식은 아래와 같다.
"여자들은 여자들의 재력을 보는 속물들이야.(: 기본 신념)
여성이 남성의 재력을 탐하는 것은 당연하고
남성이 자신이 갖고 싶은 여자에게 물질적으로 호의를 베푸는 게 당연하기 때문에(일반론을 통한 자기 욕망의 합리화)
'매력적인' '내가' 남자들을 물질적으로 '착취'하는 것은 당연해.(자기중심적 결론)
왜 힘들어해? 내가 매력적이라서 내가 너에게 물질적인 부분들을 요구하는 게 당연하고
너가 네 의지로 나한테 주는 건데 니가 왜 힘들어해? (자신의 그릇된 언행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상대에 대한 공감결여)"
남성들을 물질적으로 착취하던 여성은 어느날
"여자들은 남자들의 재력을 보는 속물들이야."라는 기본 신념을 무너뜨리는 여성을 만났다.
그녀는 자신의 기본 신념과 욕망이 "틀렸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한 여자를 보게 되었다.
이 때 나르시시즘을 가진 당사자는 자신이 옳다는 것을 강박적으로 증명하려고 집착하면서
상대방 역시 속물이라는 것을 확신하며 너 역시 안 그런 척 하는 위선자라고 비웃어주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이간질을 하거나, 욕망을 부채질하거나, 의도한 상황을 만들거나, 등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몰아간다.
그래서 이들은 "이들의 기준에서" 크게 두 부류의 인간에게 악을 행하게 된다.
1. "자신의 기준에 따르면" 착취하고 경멸하고 짓밟아도 되는 타인
2. 자신의 신념이 틀렸음을 지난 행적으로 그리고 언어로 그리고 존재 자체로 정면 반박하는 타인
이들은 악을 행한 후의 수치감과 죄의식을 주로 "내로남불식"으로 처리하는 경향을 보인다.
타인의 배려와 호의는 이들에겐 당연하기 때문에 자신이 타인에게 끼친 피해와 착취에 대해서는 머리속 계산에서 지운다.
타인이 배려와 호의를 자신에게 주기위해 어떤 세심한 정성과 노력이 필요한지 모르기 때문에 이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이며,
타인과 나를 "동등"하게 바라보지 않고 "계급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하기에 자신보다 레벨이 낮은 사람에게 끼친 피해를 당연하게 생각하며
나와 너는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고 약점이 많고 부족한 부분이 많다면 짓밟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피해자의 입장에 공감하지 못한다.
타인이 자신을 떠받들며 숭배하지 않거나 자신의 불찰에 대해 지적하게 되거나 자신에게 실수하거나 잘못하게 되면 "니가 '감히' 나한테"라고 생각하는
강한 특권의식으로 상대의 잘못을 확대하게 된다.
그야말로 땅콩으로 갑질하다가 갑질이 거부당해서 상대에게 과도한 폭력을 가하게 되는 심리적 맥락이라 할수있다.
<2> 세상과 타인에게는 악의가 있다고 생각하고 의심하는 편집성이 강한 경우
악을 경험하고 악을 행하다 이에 익숙해지면 자연히 "세상에 믿을 놈 없고 사람들은 악의에 차있다"라고 믿게 된다.
그래서 상대의 표정과 말투와 행동에서 "악의"를 읽어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상대를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필사적인 노력으로 자신이 상대의 의도를 섣불리 판단하고 과잉왜곡해석하게 만들어 자신이 타인을 오해하게 된다.
자신이 오해한 부분에 대해 확신이 흔들린다면 내적혼란과 행동의 혼란으로 나타나며 대인관계의 불편을 겪을 뿐이다.
상대의 언행을 의심하는데 많은 신경을 소모하기 때문에 상대방과 제대로된 소통이 이뤄지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편집증이 나르시시즘과 혼재하게 되면
자신이 과잉왜곡해서 해석한 판단에 대해 과신하게 된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음모를 세우며,
상대방의 실수를 "고의적"이며 "악의적"이라고 부풀려 해석해서 상대에게 보복성 악행을 하게 된다.
그야말로 실수로 발을 밟았다가 다리 하나를 잃어버리는 꼴이다.
이들에게는 사회와 개인에 대해 신뢰를 잃어버릴수밖에 없었던 계기가 있다.
그런 계기가 됐던 사건이 있던 당시에 이들은 무력한 "피해자"였다.
이들은 고의적으로 상대방을 골탕먹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며
또한 타인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상대가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도록 거짓말을 한다.
<3> 반 사회적 성격
"인지적으로" 그리고 "타자에 대한 공감을 통해" 사회적으로 수용가능한지 아닌지를 분간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제멋대로 반 사회적인 언행을 하는 경우와
"인지적으로는" 해서는 안 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왜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지에 대한 "공감적 이해가 결여된" 경우가 있다.
전자는 사이코패스의 특징이고
후자는 소시오패스의 특징이다.
보통 "일상적으로 반 사회적 악의를 가진 사람들"에게 <1> <2> <3>의 특징이 공존하며 상호 작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악마를 길러내는 건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과인 것일까 생물학적 본성에 의한 것일까.
확실한 건 생물적 인자가 있어도 그 사람이 "반드시" 나중에 자라서 범죄를 저지른다고 할수 없다.
사람 대 사람 사이의 그리고 사회 안의 악의와 그로인한 심리적 상처는 돌고 돈다.
평범하고 선에 대한 의지를 지키는 의지가 그리 강하지 않은 보통 대다수의 인간들이 서로에게
그리고 생물학적으로 비공감적 요인을 가진 사람에게 던진 작은 돌맹이 하나 마저도 악마를 키우는 씨앗이 된다.
인간의 악의와 폭력성에 대한 누적된 경험이 악에 대한 굳은 신념을 만들어낸다.
생물학적으로 반사회성 인자가 없는 대다수의 일반적인 사람들은
양심과 죄의식 앞에 자신의 죄와 악의에 대해 내적으로 갈등하는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바르게 사는 건 손해보는 짓이야"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도덕적 규범에 대해 회의하게 만드는 반사회적인 얌체들이 많다.
이들을 겪고 나면 그동안 자신이 생각하던 윤리와 세계관에 대한 회의감을 갖게 되지만,
"악"과 그것을 만들어낸 "상호작용"이라는 배경이 역설적이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리"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시사한다.
사회 내부에 악의 총량과 개인의 트라우마가 조합되어 발생된 사회 병리의 모멘텀이 점점 커질수록
결과적으로 손해는 "나는 잘못한게 없어."라고 생각하며 방관한 대다수의 사람들이나
무심코 악의 타인에게 악의 씨앗을 뿌렸던 당사자들에게 돌아오게 된다.
"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
자신을 학대했던 부모를 죽여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박한상씨가 했던 말이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인정과 사과는 악의 씨앗의 생명력을 점점 퇴화시킬수 있는 에너지가 아닐까.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악에 대해 존재론적으로 이를테면 악마는 뿔이 나있다 등등 정의하는건 요즘 잘 못봤고 인식(=지식)론적으로 정의하는걸 보는데
이 경우 무지를 악이라고하거든요.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인정과 사과는 악의 씨앗의 생명력을 점점 퇴화시킬수 있는 에너지가 아닐까.'
무지를 사후적으로 보정하는게 인정이라면 예방적으로 보정하는게 사과인 것 같습니다. 나중에 무죄임이 드러날걸 스스로 믿어도 일단 사과를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사람은 인식의 한계가 명확하고 그렇다면 중요한건 나와 너중 누가 옳으냐 보다 나와 너의 '관계'니까요 그걸 해치지 않기위해서. 좀 억울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