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대학생 시절부터 자주 들락날락하는 두개의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하나는 싸줄이고, 하나는 피지알이네요.
왠지 오늘은 제 얘기를 두 커뮤니티에 올리고 싶어서 그냥 주저리주저리 적어봤습니다.
싸줄에는 싸줄버전의 비슷한 글이 썼고, 그걸 피지알에 맞게 약간 편집했습니다. 흐흐..
글이 비슷하더라도 너무 서운해하진 마세요..^^ 애초에 두군데 다 올리고 싶었어요...
십수년동안 여기서 남얘기만 보고 들으며 커뮤니티 생활을 했었는데. 제 얘기도 한번 해보고 싶어서 적습니다.
(물론 프로 피지알러답게 한번씩 키배는 열정적으로 했습니다만... 크크)
원래 제목에
[긴글주의]를 달았었는데..사실 피지알에 이정도는 긴글도 아니라 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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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레프트와 퀘이크3를 정말 좋아하던 저는 2002년 월드컵과 함께 재수를 장렬하게 말아먹은 전력이 있습니다.
실의에 빠진 나날을 보내며 대학교 입학때까지 시간을 뭘로 보낼까 하다가,
피지알이라는 사이트를 알게되고 학교 스타 짱이었던 저는 공략글을 하나 올려보면서 피지알에 맛들립니다.
(
https://cdn.pgr21.com/pb/pb.php?id=daku&no=1124&page=22 )
누군가 제 공략에 악플을 달았던 것 같지만,
당시의 저는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착한척을 하면서 그분을 더 나쁜사람을 만들어버렸습니다. 크크..
어쨌든, 그때쯤 저는 생활이 참 힘들었습니다
부모님이 목사에게 사기를 당해서 거의 전재산을 날리던 시기라서
컴공과 03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했지만, 저의 대학생활은 시작부터가 학자금 대출이었습니다.
현실세계에서는 생활에 대한 답답함과 미래에 대한 막막함이 있었기 때문에 피지알이나 싸커라인같은 커뮤니티에 더 빠져들었던것 같네요.
축구를 보면서 많은 위안도 받았고.. 그렇게 입대 전에 유로2004를 시청하고 군대에 다녀왔습니다.
(군대에서 박형의 AC밀란전을 라이브로 못본게 너무 아쉽 ㅠ)
2006년도 말에 군대를 제대해서도 방황을 좀 했습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도 이것저것 했었고요.
공장 아르바이트가 돈이 좀 되었지만.... 전 그때 큰 깨우침을 얻습니다.
'정신이 힘든것보다 몸이힘든게 차라리 낫다' -> 저에게는 해당이 안되는 말이었습니다 ㅠㅠ;;
아무튼 입대 전에 망쳐놓은 학점과 현재,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조금 방황하며
복학하고서 1년정도는 동아리생활에 빠져있었던것 같아요.
그렇지만 계절학기를 들으면서 나름 복구하려는 노력을 했었고, 3학년 2학기까지 마치고 1년 휴학을 하고 제대로 공부를 시작합니다.
가끔 피지알 질게나 싸커라인에 보면 프로그래밍 질문을 올리는 학생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2009년도에 저도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비트컴퓨터학원에서 오전에 3시간.. 점심먹고 저녁 6-7시까지 계속 자바 코딩..
학원 과정이 시작할때에 저는 같은반에서 중간 정도 실력밖에는 가지지 못했지만
끝날때쯤엔 같은반 학생들이 코딩하다가 모르면 다들 저를 찾도록 만들었던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돈을 벌던것도 아니고.. 경제사정은 딱히 나아지질 않아서 하루의 시작을 돈계산으로 시작했던게 생각나네요..흐흐
지하철요금카드, 주먹밥또는 김밥. 간식비..
돈이 떨어져갈때쯤 편의점알바와 전단지 알바를 했던게 생각납니다.
신림역 근처 편의점 야간알바는 정말 고역입니다.. 수많은 진상들이.. 후....ㅠㅠ..
(전 처음보는분인데 저한테 담배 이름을 말도 안하고 야! 내가 맨날피던거 있잖아 그거 담배내놔! 하던사람부터 해서...하하....^^)
전단지 알바는 당시에 삼겹살+불판+음료+야채를 묶음으로 배달하는 꽤 혁신적인 아이템을 하시던 젊은 사장님이 고용해 주셨는데..
그분 사업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네요..
그렇게 돈을 모아서 다시 학원에 등록해서 듣고싶은 과정을 듣고 공부하며 2009년 1년을 보냈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2010년도에 복학을 해서 2점대 후반이던 학점을 3점대로 올려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4학년을 시작합니다(..)
다행히 1년간 자바를 공부한게 헛되지 않았는지 교수님과 강사님들이 좋게 봐주셨고,
4학년 2학기에는 3점 초반의 학점으로 졸업학점을 마무리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때에도 집의 경제사정은 매우 힘들었었네요.. 생각해보면 4년 내내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다니느라 돈에는 항상 쪼들렸던것 같아요 ㅠ
그때에도 싸커라인과 함께 2010년 박형의 하드캐리를 실시간으로 본 기억이 나네요 ㅠ
특히 월드컵도 월드컵이지만 대 일본전 산책 세레모니 할땐 진짜 너무 감격스러웠습니다.
박형의 시대를 라이브로 보게 해준것에 감사합니다.
여튼 지금 생각하면 얼척없지만 하하... 자바 프로그래밍에 자신이 조금 생긴 저는
지인추천으로 대전의 회사에 1번 - 저보고 오라고 했는데 안갔습니다 ㅠㅠ 공부한게 조금 아까워서..
공채 지원으로 2번
총 이력서를 세번 씁니다.
공채 넣은곳은 2군데 다 제가 가고싶었던 회사입니다.
한군데는 오리역에 신사옥을 지었고, 당시에 괜찮은 솔루션과 SI, 증권회사 등등을 보유한채로 이름을 날리던 회사였습니다.
잘나가는 기업 답게 사옥이 으리으리하고 사내복지도 잘 되어있더군요.
초봉도 좋은 편이었습니다.
1차 기술면접까지는 어떻게 통과했지만 최종면접에서 사장님의 질문에 잘못 답변하는 바람에 떨어졌습니다.
대표님 : 음.. 지원자분은 왜 1,2학년 학점이 낮으시죠?
저 : 하하! 제가 1,2학년때 많이 놀아서 그렇습니다!
대표님 : !?? .. ???
그렇게 탈락을 맞이하게 됩니다. -_-;;;
여기서 저는 두번째 공채지원에서는 기술면접뿐 아니라 최종면접에서도 좋은인상을 주는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합니다.
두번째 공채지원했던 회사는 분당에 위치한 IT회사입니다.
두번째 회사에서는 필기시험 점수는 그저 그랬지만 기술면접에서 거의 최고수준의 점수를 받는데 성공합니다.
마지막 면접에서 면접관분께서 이부분을 언급하시더라구요. 필기시험 점수는 그저 그런데 기술면접은 거의 최상급이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더 자신감을 얻고 겸손한 모습도 좀 보여주면서 최종 면접에서 7: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습니다.
연봉도 만족스럽고, 복지도 너무 좋았습니다.
(피지알 전 운영진분도 여기서 FE개발을 하셨..)
2011년도부터 그렇게 착실하게 안드로이드앱 개발자로 회사를 다녔습니다.
흔한 개발자처럼 야근도 많았지만, 돈때문에 힘들었던 대학시절을 생각하면 눈물나게 감사한 현실이었죠.
대학생 시절에 항아리 바나나우유 하나 먹을때면 예산걱정을 하던 그때가 떠오르면서.. 아무리 늦은시간에 야근을 하고 있어도 힘이 났습니다.
그러다가 저에게 좋은 기회가 오게 되어서 계열사로 이직을 하게 되어서 아직까지 다니고 있습니다.
지금 다니는곳은 IT회사중에 연봉도 국내 IT회사중에서는 탑레벨이어서,
제가 대학생 시절 목사에게 사기를 당하시고 전재산을 날리신 부모님을 고향에 안락한 아파트에 다시 모실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래 계획보다 1년은 빠르게 모셔드렸네요
덕분에 저는 빈주머니가 되었지만.. 돈은 다시 모으면 되니까요 ^^
어떻게보면 싸줄도 그렇고, 피지알도 제 인생에 거의 반 가까이 같이 보내온 커뮤니티가 되어가고 있는데
저는 이곳에서 다른사람의 얘기만 들었지, 제 얘기는 딱히 한게 없는것 같네요
그래서 그냥 주저리주저리 하고 싶었습니다.
가끔 보면 힘든 생활에 지친 분들이 올리는 글을 볼때도 있었습니다.
너무 희망적인 말이 될수도 있겠지만.. 젊은날에는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라는 말씀도 같이 드리고 싶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본인만의 계획, 본인만의 저축, 본인만의 타이밍은 꼭 머릿속에 간직하시길 바래요.
그리고 본인만의 생활과 운동은 꾸준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