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을 향해 출발한 우주인들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에 발을 디딘 후 아폴로 17호까지 인류는 모두 여섯 차례 달을 밟아보았습니다. 아폴로 13호와 관련한 불의의 사고가 없었더라면 인류는 총 일곱 차례 달을 방문했을 겁니다.
아폴로 착륙선 착륙 지점들...13호의 자리는 없다...
그 가운데 1971년 아폴로 15호가 달에 갔을 때 우주인 데이비드 스콧은 달 표면에서 처음으로 월면차를 운전하는 기록을 달성합니다. 그런데 그가 달에 가서 처음으로 한 일이 차량을 운전한 것뿐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달 표면에 작은 기념물을 하나 남기고 돌아옵니다. 후에 Fallen Astronaut이라고 알려지게 될 작은 조각품과 명판 하나를 세우고 온 것이었습니다. 그가 이런 행위를 한 이유는 그 동안 우주 탐사를 하면서 소중한 목숨을 희생한 우주인들을 기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아폴로 15호 우주인 데이비드 스콧
그런데 이것에 대한 생각을 처음 했던 사람은 데이비드 스콧이 아니었습니다. Paul van Hoeydonck(이 이름의 우리말 발음 표기가 제각각이어서 그냥 원문으로 표기합니다...--;;)이라는 한 예술가가 이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생각했었던 겁니다. 그는 아폴로 15호를 타고 떠날 예정이었던 데이비드 스콧에게 이 일을 해달라고 부탁을 했고 데이비드 스콧은 Paul van Hoeydonck의 취지에 동감하여 일을 진행한 것이었습니다.
Paul van Hoeydonck (폴 반 호이도...?)
달에 놓여진 조각품의 크기는 약 9cm 정도였고 인간의 형상을 하고는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각품은 남녀 구분도 없고 인종 구분도 없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또 달의 가혹한 환경에 잘 견디도록 알루미늄을 사용했습니다.
그렇게 데이비드 스콧은 조용히 작은 의식을 치르고 무사히 지구로 돌아왔는데 이 일이 나중에 좀 논란이 되고 말았습니다. 데이비드 스콧은 애당초 Paul van Hoeydonck와 이 일을 논의할 때 희생된 우주인들을 추모하는 작은 행사로 치르기로 서로 합의했다고 믿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 일을 크게 부각시킬 생각이 없었습니다. 언론에 대고 떠들 일도 아니었고 그냥 조용히 넘어가길 바랐습니다. 실제로 일도 그렇게 진행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Paul van Hoeydonck의 생각은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그는 기본적으로 이 일 역시 인류가 다른 천체에 도달한 것을 기념할 수 있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봤습니다. 조용히 넘어가기 보다는 이를 좀 알리고 일반인들도 알 필요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그는 나중에 CBS 이브닝뉴스의 앵커이자 유명 언론인이었던 월터 크롱카이트에게 사건의 전말을 다 얘기하는데 이로 인해 이 일이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고 뒤 이어 논란들도 좀 있었다고 합니다. (논란의 정확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추측컨데 우주인의 직업의식...그러니까 민간인의 부탁을 받고 미션 이외의 행위를 한 것에 대한 논란이 있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만 해봅니다.) 그리고 조각품 자체와 관련해서도 저게 과연 취지에 부합하게 잘 만든 조각품인가 하는 논란도 있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Paul van Hoeydonck는 나중에 Fallen Astronaut와 똑같은 복제품을 만들어서 일반인들에게 판매하려고 했었는데 이 때문에 미 정부가 그에게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뭐 이런 저런 논란은 있었지만 어쨌든 이런 경위로 지금 달에는 우주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생을 달리한 우주인들을 추모하는 작은 기념물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끝이 어떻게 됐든 간에 애초에 데이비드 스콧과 Paul van Hoeydonck가 생각했던 행위의 취지 자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또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우주인들의 희생을 기리는 장소로서 달보다 더 좋은 곳도 찾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우주 탐사 과정에서 희생된 모든 우주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Fallen Astrona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