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천성적인 눈팅족으로서 앞으로도 눈팅의 소명을 다하리라 생각해왔는데
느닷없이 글을 하나 올리고 싶어졌네요. 다름 아니라 제가 가끔 소설비스무리한걸 쓰는데
그냥 떠오르는 장면을 한번 써보거든요. 제가 써놓은걸 새벽에 읽다가 다른 누군가의
반응이 궁금해졌습니다. 네 그러니까 새벽에 그냥 뻘글을 올린다는 얘기죠!
여튼 혹시라도 충분한 잉여시간을 보유하신 피지알러들께서 이 글을 읽어보신다면
읽으시면서 든 느낌을 알려주셨으면 좋겠네요!
아래부터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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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의 구석 소파에 앉아있는 두 인물들은 겉으로 보아도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그다지 흥미가 없다는 듯한 표정과 자세로 앉아있었다.
그는 회색빛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고 다리를 오른쪽으로 꼬고 앉아, 샹들리에의 빛을 받아 유난히 번쩍거리는 짙은 검정색 워커를 신은 앉은 남자는 회담 안의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는 듯 했으나, 누구를 바라보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 옆에 앉은 꽉끼는 회색 스트라이프 양복을 입은 거구의 남자는 짧게 올려친 갈색 머리와 또렷한 이목구비로 인해 군인에 어울리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한쪽 입술을 오므린채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어딘가 학자적인 구석을 연상케했다.
홀 안에서는 구체적이지만 형식적인 말들이 오고가고 있었다. 회색머리의 남자는 왕이 무언가 농담을 들은듯 탁자를 손으로 짚은채 몸을 들썩이며 웃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양옆엔 심각한 표정으로 백발의 회색빛 코트를 입은 중년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내무부 장관 래리킹과 근엄한 검은색과 주황색이 적절히 어울린 자수 코트를 입은 국방장관 힐스턴이 있었다. 힐스턴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 했으나 실제로는 그만의 생각에 잠겨 건성으로 다른이들이 하는 말에 대꾸하고 있는 듯 했다.
그 외에도 브리스타와 하스의 외교인사와 총리들 그리고 마치 유니폼처럼 회색정장과 단추 두개를 푼 와이셔츠 차림으로 모여 열심히 서로의 노트를 들여다보는 일군의 기자들이 있었다. 회담장 안과 밖은 소란스러웠고, 구석에 놓인 자주색 가죽소파에 앉아있는 두명의 인물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침에 발표된 신성제국의 보호무역안에 대해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듯 했다.
거구의 인물이 옆의 회색머리 남자에게 무언가 말을 하자 회색머리의 남자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는데 그것은 일그러진것인지 웃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미소였다. 회색머리의 남자가 회당안 어딘가를 가리키려고 팔을 드는 찰나에 그들옆의 홀의 대문이 번쩍 열리면서 귀객의 입장을 알리는 방송이 울렸다. 일순간 내부의 모든 인물이 대문을 바라보았고, 그 두사람 역시 방금 들어온 인물에게 눈길을 돌렸다.
회색남자가 말했다.
“더치, 저 사람이 오늘 우리가 맡은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명인건 맞지만 니가 말한 ‘지하를 움켜쥘 사람’인지는 모르겠군..”
더치라고 불린 거구의 남자가 말했다.
“글쎄요 그레이, 당신이 뭐라고 하든.. 회당은 그를 잘 구슬리길 원합니다.”
그레이가 말했다.
“이미 삼인의 귀살자들이 기튼의 항구를 출발했다고 하더군. 그들이 여기 브리튼에 도착하는 데에는 삼,사일이 걸릴거야. 그 안에 우리는 저 자의 지랄맞은 성격을 견뎌내며 회당의 입장을 설득해야하는 거고. 그 이상이 걸리면 안돼. 지금 내 상태론 귀살자들을 상대하긴 어려울테니.”
더치가 대답했다.
“저도 그 알록달록한 물방울 무늬 슈트를 다시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회당은 귀살자
들을 상대함으로써 생길 임무차질의 비용과 저 자가 가진 그 상자를 얻는데서 나오는 이익을 이미 비교했습니다. 그래서 당신을 고용한거고요, 그레이 씨.”
“회당의 회계부서가 자밀턴에서의 일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는지 궁금하군. 아마 판단을 달리했을수도 있었을텐데 말야. 아무튼 이제 곧 여기서 죽치고 있던 보람을 발견하길 바라겠어. 대체 브리튼의 왕성은 왜 이리 더운거지? 200년 동안 그대로 보존된 건물이라고해서 냉방시설도 그대로 낙후되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한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브리튼의 심장은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답답한건 동감입니다. 어서 볼일을 끝내고 나가죠.”
더치가 일어나면서 말했다.
“브리튼 출신의 자부심인가. 좋아, 근데 아무래도 우린 좀 더 이 안에 갇혀 있게 생겼군.”
그레이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한 노란 모자를 쓴 인물이 양 손에 쟁반을 든 모양새로 그들을 보고 웃으며 다가왔기 때문이다.
“코퍼, 오랜만이군.”
그레이가 팔짱을 끼면서 인사했다.
“아 그래, 자네… 혹시나 했는데, 살아있었구만. 젠장, 반갑네!”
코퍼가 오른쪽 어금니가 보일만큼 입을 찢으며 말했다.
“자네 기대에 못미친것 같아 미안해지려하는군. 하지만 자네 그 빌어먹을 면상에 웃음꽃이 필 걸 생각하니 도저히 죽을 수는 없는 일 아니겠나.”
그레이가 대답했다.
“아 레넥스의 흑사자들이 하룻밤 사이에 반토막이 나고도 자네를 잡지 못한게 내 덕분이란 말이군? 이걸 레넥스한테 말해주면 속이 좀 시원해지려나? 그건 그렇고 여긴 무슨일인가? 중립국으로 온게 은신이 아니라 또 다른 꿍꿍이가 있는건가 보군. 자네 잘난 머리카락을 영구염색하러 온건 아닐테고 말이야..오,제발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있지 말게. 자네까지 저기 있는 머저리들 같은 표정을 짓고있다니 봐줄수가 없군. 5일이야. 고작 5일밖에 안됬다고! 그 사이에 저 너구리같은 백작놈이 ‘그걸’ 발견해내고 변방국에 알리더니 그 소문에 혹해서 최고대신들과 시간낭비를 주업으로 삼는 각국의 한량들이 지금 여기에 모이는 데 걸린 시간이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는게 믿겨지나? 이렇게 부지런한 양반들이 심팔라 사태때엔 모두 발목을 골절이라도 나있던 모양이구만. 구역질이나. 저기 저놈의 표정이 보이나? 이미 얻을건 다얻은것마냥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걸 보게. 주변의 파리떼들로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니 에피스 학파의 진정한 후계자가 여기있었군.”
그레이가 인자하게 굴려는듯이 말했다.
“그렇게 성낼것 없네 코퍼. 저들이 아무리 파리떼라고 해도, 결국 아무도 모르게 피를 빨아가는 모기를 위한 들러리일 뿐이지.”
코퍼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모기정도면 양호한것 아닌가? 적어도 피가 빨리는 대상에 별다른 해는 끼치지 않지. 그러나 자네같은 부류는 숙주가 죽을때까지 기생하고 또 다른 숙주를 찾지. 그래 이번에 찾은 숙주는 저기 저 애송이의 부모인가 보지? 골동품 수집상이라니, 자네도 급이 많이 떨어졌구만.”
더치가 대꾸했다.
“회주 명칭을 그렇게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요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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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런 장면인것이죠 하핫! 확실히 서양이 주 배경인데 저는 동양식의 단어의 어감이 좋아서인지 서양식 배경에 섞으면 매력적으로 느껴지더군요. 그게 어색하게 느껴지신건 아무래도 어설프게 섞은 제 필력의 탓이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흐흐.. 대화장면의 느낌이 좋으시다니 왠지 뿌듯하네요. 대화를 통해 인물들이 생동감있게 느껴지길 원했거든요
지적하신대로 이야기가 없는것처럼 느껴지는것은 공감합니다. 사실 이 짧은 글은 문득 머릿속에 스쳐간 장면을 묘사한 글입니다. 그래서 중심적인 스토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글은 사실 아무 의미도 없는 글이기도 하죠..하하. 일필휘지로 쓰다시피 하여 떠오른 장면에 대한 살을 붙이다보니 장황한 문체와 과한 형용사, 부사가 삽입됬다는 점도 공감합니다. 다만 글을 써내려가면서 즉흥적인 구상들이 얽혀서 중심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만약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가지고 쓴다면 이 글은 그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시작하기전 바로 직전의 인트로같은 장면이 될 수도 있을 거 같네요.
제가 이 글을 올린것은 이야기가 부재하기는 하나, 글에서 흐르는 분위기, 그리고 인물간의 대화만으로 제 글을 읽는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끼게 할 수 있는가가 궁금했던것 같습니다. 코멘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