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트코인이 약 한달전 3월 10일 미연방거래위원회에서 ETF 승인을 거부당한 직후 사상 최고점인 $1320 을 찍고 $900 대로 내려간뒤 다시 돌아와서 최고점을 갱신할지도(?) 모르는 날입니다. 지금 현재 이 글을 쓰는 시각에 $1288 정도를 찍고 있으니 앞으로 반나절내로 돌파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비트코인이 세간에 본격적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2013년 말에 비트코인에 잠깐 입문하고 빠졌다가 최근에 다시 시작한 사람입니다.
그동안 코인트레이딩을 하면서 얻은 경험담에 대해 연재 비슷한 형식으로 드문드문 올려볼까 합니다.
코멘트를 달아주셔도 좋고, 질문 해주셔도 좋고, 논란이 많은 토픽인만큼 논쟁도 환영합니다.
잠시 그때 본인 소개를 해보자면 공부밖에 모르는 인문학도... 대학 3학년이라 슬슬 대학원을 갈건지 취업을 시도해볼건지에 대해 고민을 한참 하던 시절이었다. 미국에서 유학중이었는데 학비를 제하고 집에서 보내주는 생활비는 한달에 500불, 그러니까 한화로 한 60만원 정도 되었다. 집세로 빠지는게 300불이었던걸 기억해보면 결코 넉넉하다고 하기는 어려운 돈이었다.
철학에 대한 열정이 불타올라 철학과를 선택했으나 하필 취업이 제일 어렵다는 무쓸모 학과를 선택한 나의 과보였을까.
공부에 집중은 되지 않고 주변에 공과계열 나와서 한국 유수 기업 취직에 성공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부럽고 시기심도 일었다. 이상과 현실이 이렇게도 멀다는 사실에 한탄을 했다.
철학과 공부를 하면서 나의 최대 과제는 아무래도 영어 실력 이었다.
철학은 기본적으로 언어활용능력이 극대화되는 과이다. 비트겐슈타인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는가. 나의 언어의 한계가 곧 내 세계의 한계를 뜻한다고. 일상생활 영어나 겨우 하던 나는 어떻게라도 내 비루한 어휘를 늘려보려고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읽었다. 주로 매거진을 많이 읽었는데 그중에는 시사잡지 같은 Time 도 있었고 Wired 같은 테크쪽 잡지도 있었다.
아마 2012년 쯤이었나. 어쩌다 Wired 매거진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짤막한 글을 읽었다.
P2P 화폐라고?
이건 무슨 또 멍멍이 같은 소리지... 라는 생각이 번득 스치다가도 원래 기술/과학쪽에 관심이 있었던지라 관심있게 쭉 읽게 되었다.
오픈소스 코드에 P2P 형식으로 장부를 전세계 유저들이 가지고 있으면서 암호화 기술을 동원해서 거래내역을 검증한다는 식이었다.
대다수 사람들이 그랬겠지만 나 또한 이때는 그냥 그런게 있나 보다 하고 넘겼다.
몇몇 Hobbyist 들이나 가지고 노는 애들장난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서 2013년이 되었다.
기억을 떠올려 보면 여기 저기 웹브라우징중에 비트코인 얘기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던 걸로 기억이 된다.
그리고 2013년 9월 본격적으로 비트코인 값이 100불을 넘어가면서 본격적으로 비트코인 관련한 기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1년전만 해도 애들 장난이라고 생각했던게 개당 100불이나 한다고?
당시 기억하기로 1 비트코인 (BTC) 은 몇센트 정도 하던게 고작이었기에 나는 그 차이를 믿을 수가 없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인터넷 도래 이후 최대의 사기극 이라느니, 21세기의 튤립이라느니 하는 이야기들.
하지만 내가 제일 인상깊게 읽었던 이야기는 비트코인의 등장 의미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비트코인으로 이미 수익을 본 사람들이 쓴 글들.
그리고 나는 거기서 깊은 영감을 얻었다.
기본적으로 철학도는 질문하는 사람이다. 세상이 왜 이렇게 짜여져 있는지, 우리는 왜 이러한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하고 사고하는 사람이 철학도인 것이다. 통화량을 늘리고 빚을 불려가는 방식으로 폭탄돌리기를 연장해 나가는 세계경제구조, 금본위제도를 철폐한 미국기축통화에 의존하는 세계 겅제, 그리고 끝없는 소비의 파티가 끝났을때 그 피해는 제일 힘없는 저소득층이 고스란히 떠앉게 되는 불합리한 경제구조... 과연 이런 통화구조, 경제시스템이 정상적인 것이냐에 대해 의문을 가져갈 즈음...
9월 초 타임 매거진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그것도 헤드라인 기사.
1 BTC가 200 달러를 찍었다는 것이다.
불과 일주일전에 100달러 넘었다는 얘기가 나왔던게 이제는 200불을 찍었다는 것이다.
내 머릿속에는 한줄기 찬란한 빛이 보였다.
비트코인은 수십년간 중산층의 피를 빨아먹으며 배를 두둑히 채운 월가의 양복쟁이들에게 그간의 죄값을 치르게 할 최후의 비밀병기이자 Federal (연방) 이란 수식어를 달고서도 결국 사기업인 은행의 이익을 우선하는 미연방준비은행의 뺨을 후려갈길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더불어 한시 빨리라도 비트코인을 사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피지알, 클리앙 등등 내가 가는 인터넷 커뮤니티는 죄다 냉소적인 반응이었다.
신용의 주체가 없는데 무슨 화폐기능을 한다느니...
이미 뉴스에 회자될 정도면 늦어도 한참 늦었다느니....
21세기 튤립이 여기 있다느니...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왜냐면 나는 철학만 공부해서 시장경제, 투자, 주식이라고는 쥐뿔도 모르는 무식이 용감이라는 말에 딱 어울리는 표본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나는 비트코인에 설득당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정말 내가 비트코인의 잠재력과 가상화폐가 가지는 기능적 가치에 기반한 믿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당장에 미친년 널뛰기 마냥 올라가는 비트코인 가격을 보면서 나는 지금이라도 들어가지 않으면 비트코인이 가져다줄 부의 재분배에 동참할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이미 며칠전에 마운트 곡스 (당시 일본에 위치한 세계 최대 비트코인 온라인 거래소; 지금은 해킹이후 망함) 에 계정을 개설하고 돈을 송금하기 위해 절차를 마친 상태였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검색을 하다가 Localbitcoins 라는, 오프라인에서 비트코인 거래를 가능케 해주는 웹사이트를 발견했다.
내가 있던 지역에도 마침 seller 가 있었는데 시세는 1 비트코인에 $250 이었다.
당시 부모님은 환율이 쌀때 1년치 생활비를 몽땅 보내주셨는데 마침 통장에는 두세달치 생활비를 제외하고 $2500 불정도 돈이 남아있었다.
셀러에게 $250 / BTC 의 가격으로 2500불, 즉 10 비트코인을 구매하고 싶다고 연락을 넣었다.
10분쯤 지났을까. 셀러에게 답변이 왔다.
"sorry, not selling right now, this price is too crazy"
흐미... 뭐래... 안팔겠다는 건가?
그래도 꼭 사고싶으니 어떻게 안되겠냐고 하니까 한 한시간 있다가 다시 연락이 왔다.
1 비트코인에 $430 불을 제시하면서
"I made a new rate that accurately reflects my desire to sell.
I don't mean it to offend, getting money to the exchanges is just hard right now."
이정도는 팔아야지 좋겠단다.
후미 하루도 안되서 $250 불에서 $430 으로 올랐다는거다.
그래도 그때 나는 겁없이 용감했던터라 어떻게 하면 비트코인을 손에 넣을까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비트코인이 오르면 올랐지 떨어질 거라는 예상은 하지도 않았다.
내 머릿속엔 이미 1 비트코인은 1년뒤에는 금값보다 더 비싸지고 2년뒤에는 다이아몬드도 후려칠 아이템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당장 만나서 거래를 하자고 했다. 스벅에서 만나자고 얘기가 되었다. 셀러는 이왕이면 확인이 편하게 100불짜리 지폐로 들고오라는 주문을 했다.
살짝 긴장이 됬다. 마약거래를 하는건 아니지만 2500불이나 되는 큰돈을 가지고 스벅에서 셀러를 만나 사이버머니를 산다는게 얼마나 웃긴 일인가. 나는 설마를 대비해서 주변에 떡대 좋은 백인 친구 둘에게 부탁해서 스벅에 미리 가서 앉아있게 했다. 거래가 잘못되서 총질이라도 나면 어떡할 일인가! 여긴 천조국이지 않은가.
약속시간이 되었다. 정작 만나본 셀러는 마약딜러처럼 어딘가 이상해보이거나 스트립바에 문지기 처럼 우락부락한 느낌이 아니라 친근한 느낌의 보통 사람이었다. 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돈을 건네주니 한장 한장 넘겨보면서 검사를 했다. 지폐에 중간 중간 싸인펜 같은걸로 마킹을 하기도 했다. 자기는 비트코인 소유주가 아니고 그냥 일하는 사람이라면서 전화를 한통 넣어서 거래가 끝났다고 하니까 내 폰도 울리면서 거래가 종료되었다는 메세지가 떳다.
내 생에 처음으로 비트코인이라는걸 사 보았다. $2500 불로 개당 $430 에 샀으니 5.8 BTC 정도가 된다.
나는 당장 집에 와서 시세를 체크했다. 그새 500불로 뛰어 있었다.
흠냐... 이대로 쭉 가는 건가? 어디까지 가는걸까? 나 부자되는 건가?
세상 물정 모르는 스물넷 대딩 머릿속에는 벌써 돈이 생기면 뭘 할까 생각부터 스쳐지나간다.
이노무 구닥다리 차를 바꿀까. 이걸로 대학원비를 마련하는건 아닐까. 부모님에게 우리 이밤이가 똑똑하다는 칭찬을 들을까.
그리고 단 며칠사이에 거짓말처럼 비트코인 가격은 하늘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일주일 후엔 $650 일 찍더니 2주 후에는 $1000, 그리고 그 며칠 뒤에는 당시 사상최고가인 $1130을 찍었다.
사실 나는 그때만 해도 비트코인이 쭈욱 올라가서 개당 만불이라도 찍을 줄 알았다.
주식을 한번도 만져본 적이 없는 내가 등락이라는 롤러코스터를 알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근데 $1130의 최고가를 찍은후 비트코인 가격은 주춤하더니 내려오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며칠후 $900 을 찍었다.
그제서야 나는 비트코인에 거품이 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빠르게 올라간만큼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가격.
결국 나는 개당 $750 불 가량에 비트코인을 다 팔았다.
430에 사서 750에 팔았으니 75% 정도의 수익이다.
2500불이 한달만에 4500불이 되었다.
그리고 며칠뒤 비트코인은 더 떨여저서 $500불에 다달았다.
한달도 안되는 기간 내에 일어난 일이었다.
비트코인이 정말 만불까지라도 치솟을줄 알았던 나는 결국 비트코인도 별수 없구나 하는 실망감이 들었다. 하지만 다다다다다음달 생활비까지 공짜로 생겼다는 생각에 이내 곧 기뻤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경고하던 튤립, 그게 바로 비트코인이었구나 하며 이 세상 어떤 물건이라도 시장경제논리에서 예외일순 없고 거품이 있으면 결국엔 빠진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비트코인은 $1130의 정점을 찍은 이후로 연일 하한가를 갱신해 나아갔다.
누가 비트코인에 대해 물으면 "나는 다행히도 $750에 빠져나와셔 75%의 수익을 올렸지. 아직도 붙들고 있으면 그거 바보 아냐?" 하며 키득거렸다. 내가 그 살얼음판에서 돈을 잃지않고 따올수 있었던건 순전한 운, 그리고 무식이라는 사실을 알지도 못한채 나는 한철 지나가는 유행에 내 기지를 발휘해 영리하게 들어가서 돈을 따고 나왔다는 착각에 내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주변 친구들에게 늘어놓았다.
그렇게 비트코인은 내 머릿속에서 뿐만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빠르게 잊혀져 갔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네 당시에는 아무래도 비트코인 자체를 알고 있는 사람도 굉장히 희소했고
진입장벽 또한 꽤 높았습니다. 지금이야 미국내에도 거래소가 많아서 계정만 개설하고 은행에서 송금만 하면 일주일 내로도 트레이딩이 가능하지만
당시에는 일본의 마운트곡스나 유럽 어디에 위치한 어디어디 거래소까지 해외송금을 하고 본인인증도 했어야 되는지라 본격적으로 비트코인 구입까지 시간이 오래걸렸죠. 그러던 와중에 뉴스에서는 계속 비트코인 얘기가 나오고 결국에는 금융권에서도 냄새를 맡고 본격적으로 펌핑이 시작되고...
두세달만에 1500%로 뛰는 기적의 천국행 엘리베이터인줄 알았으나.... 롤러코스터더군요 크크크
변동성 면에서는 비트코인은 지금에 와서는 다른 암호화폐보다는 훨씬 양반입니다. 몸집이 워낙 거대해진지라 올라도 비교적 조금씩 오르고 내려도 조금씩 내려서 일일변동폭이 아무리 커도 3% 를 안넘어가는 반면...
다른 암호화폐는 잘 오르면 하루에 40%도 오르죠. 떨어질때 반토막 되는 일도 있구요.
재미삼아 그쪽에서 푼돈으로 짤짤이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인 반면 큰돈 들고 가셨다가 운좋아서 50% 따고 나오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마진콜당하고 시원하게 말아드시고 나오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아마 대박 나신분도 있겠지만 극소수일 겁니다.
본문에 언급한데로 2013년 말에 제대로 터지긴 했는데 그뒤로 2015년까지 쭉 하향세였던지라 손절매 못하신 분들은 크게 날리셨을겁니다.
오히려 따블 따따블 기록하신 분들은 2015년 최하점 찍고 2016년에 기지개 켜고 다시 올라오기 시작할때 들어오신 분들이지요.
대단한 혜안과 배짱을 가진 분들이시죠.
블록체인 기술이 최근에 부상한게 아니었군요;; 역시 문과는 읽어도 잘 모르나 봅니다. 비트코인이나 ETF, 삼성전자 주식 등 신문 읽으면서 유망하구나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투자할 돈이 없더라구요. 괜히 돈이 돈을 먹는다는 얘기가 나온게 아닌거 같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교양으로 증권투자 수업 들을 때가 80만원 때였는데 그거 한 주 사기도 힘들죠. 그리고 지금 가격은.... 결단력이 대단하십니다. 생활비를 몽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