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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4/26 13:43:26
Name
깐딩
Subject
[일반] 동물의 고백(8)
가게로 들어가자마자 알아서 자리를 찾아 들어간다.
야경도 좋고 적당히 조용한 자리에 앉았다.
메뉴판을 건네며 드시고 싶은 게 있냐고 물었다.
"저는 아무거나 괜찮아요"
메뉴판을 보며 잠시 고민하더니 예상했던 반응을 보였다.
"여기 칼츠버그 생맥주 500두 잔 주시고 씬 치즈크러스트 피자 한 판, 토마토 샐러드 하나 주세요"
친구들끼리 맥주 마시고 싶을 때 마다 자주 왔던 곳이다.
어떤 맥주가 맛있는지 어떤 안주가 맛있는지 이미 다 알고 있다.
누굴 데려와도 절대 실패한 적 없는 메뉴다.
자연스럽게 기본안주를 집어먹으며 가볍게 얘기를 꺼냈다.
"야구 좋아하시는 거 같은데"
"어? 어떻게 아셨어요?"
"카톡 프로필 사진을 좀 봤는데 야구장에서 찍으신 사진이 꽤 많더라고요."
"네 저 야구장 가는 거 엄청 좋아해요. LG 팬이에요."
여자의 취미로 대화를 시작했다.
"오 LG면 홈구장도 잠실이라 구경하러 가기도 좋네요"
"네 홈경기는 꼬박꼬박 구경하러 가고 원정도 자주 보러 가요"
"원정도 가세요? 수원야구장?"
"시간 나면 수원이나 인천은 멀진 않으니까 가는 편이고 대전이나 부산도 한 번씩 가요."
"진짜 야구 좋아하시는구나. 혼자 다니시진 않으실 것 같은데?"
"야구모임에서 같이 가고 친구들도 같이 가요. 같이 다니는 게 재밌잖아요."
"맞아요! 가서 같이 응원도 하고 치맥도 하고 웃고 떠들면 신나잖아요."
여자가 신나서 떠들기 시작한다.
나는 그저 잘 들어주며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며 같이 웃어주었다.
그렇다고 그게 대화를 끌어내기 위한 거짓된 행동이 아니라 나도 야구를 잘 알고 있고
특정 팀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대화가 잘 통하게 된 것이다.
맥주와 안주가 나온 것도 잊은 채 떠들어 댔다.
그러다 자연스레 맥주와 안주로 손이 가기 시작한다.
"OO씨는 취미가 뭐예요?"
이젠 여자가 물어온다.
"운동하는 거 좋아하고 노래방 가는 거 제일 좋아해요. 치맥도 좋아하고."
진짜 운동이 좋다.
이성에게 섹스어필을 하기위한 거짓말이 아니라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되면서 한 억지 운동이 진짜로 내 취미가 돼버린 것이다.
"무슨 운동 하세요?"
"다이어트하려고 집에서 맨손 운동하다 요즘엔 헬스장 다니고 있어요."
"다이어트요? 살 뺄게 없어 보이시는데? 지금 딱 좋아요."
"지금은 이렇게 보이는데 몇 개월 전만해도 장난 아니었어요"
자연스럽게 내 이야기로 넘어갔다.
거짓말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구체적으로 말할 필요도 없다.
적당히 걸러낼 이야기 걸러내고 듣기 쉽게 말했다.
"노래방 좋아하시는 거 보니 노래 잘 부르시나 봐요."
"에이, 노래방은 잘 불러서 가는 게 아니라 잘 놀려고 가는 거죠"
"무슨 노래 부르세요?"
"저는 랩 좋아해서 랩 주로 불러요"
"랩요? 되게 특이하다. 보통 다들 발라드나 댄스곡 부르던데 어떤 가수 좋아하세요?"
"송민호요!"
"저도 랩 자주 들었어요. 리쌍이나 다이나믹듀오랑 그...인순이랑 랩 불렀던 거 뭐였더라?"
"조PD 친구여 말씀하시는 거죠?"
"네 맞아요! 진짜 잘 아시네."
이런저런 자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한잔 두잔 마시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10시가 훌쩍 넘었다.
커피를 마시기엔 내일 출근이 부담되는 시간이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네요."
"그러게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놀았네요."
정거장까지 배웅을 해주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나는 그날의 만남을 마무리했다.
집으로 돌아오며 곰곰이 생각해 봤다.
서로 대화도 잘 통했고 지루해하지 않고 잘 놀았다.
무엇보다 여자 쪽에서도 대화할 마음이 있으니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갈 수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드디어 내가 서울에서 첫 연애를 시작할 수 있게 되는 걸까?'
아니, 이제 처음 만난 거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자.
편의점에 들러 제일 좋아하는 기네스를 또 한 캔 사 들고 돌아갔다.
맛있다.
내 몸에 흐르는 피가 충전되어 가는 기분이다.
-어제 잘 들어가셨어요? 어제 기분 좋게 마셔서 그런지 머리도 안 아프고 속도 이상 없네요.
다음 날 아침 출근 시간쯤 확인차 카톡을 보낸다.
내가 싫은지 좋은지 반응이 확실하게 오지 않을까?
-네! OO씨 덕분에 어제 진짜 재밌게 잘 놀았어요. 어제 갔던 가게도 되게 맛있었어요.
대답이 밝다.
그럼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괜찮은가?
-이번에 영화 재밌는 거 개봉하는데 혹시' 너의 이름은'이라는 영화 들어보셨어요?
-아 그거 애니메이션 아니에요? 친구들이 보고 왔다는데 엄청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친구들 나이스!
-이번 주 토요일에 시간 괜찮으시면 그거 같이 보러 가실래요?
-아… 저 그날 약속 있어요. 안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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