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가 집권해야 하고, '보수'가 나라를 지켜야 하고, '보수'에게 권력을 줘야 한다는 정당성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이번 국정농단을 둘러싼 여러 가지 상황과 장면에서. 보수 세력은 또 다시 그들의 부정직과 그들의 부패를 드러냈습니다.
그들이 사랑하는 것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아니고 그들이 보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님을 재확인했습니다.
물론 여기까지는 기존 보수 부패정권과 부역자들이 해 오던 행동과 규모에서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지금의 국정농단을 일으킨 보수 부패정권 집단은 과거의 보수 부패정권 집단과 한 가지 분명한 차이점을 지닙니다.
바로 '능력의 부재', 즉 '무능'을 국민들 앞에서 위의 그림처럼 스스로 인정하면서까지 자기 책임를 회피하고 개인적 안위를 노리는 것입니다.
물론 예전에도 보수를 자처하는 자들이 자기 자신의 부패행위와 공적, 사적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일부 죄인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기억 결손 정도로 위장하는 일들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렇게 큰 규모로, 거의 모든 관련자들이, 대통령부터 말단까지 '나는 국정 운영 능력 없는 무능력자입니다' 수준으로,
망신살이 뻗치든 말든 자기 자신이 무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까지 자기의 책임을 회피한 적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 무능함을 방패삼아 국정농단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국민을 우롱하는 태도는.
그들이 정권을 잡으려 그 전의 정권들을 '무능'하다고 말하고 자신을 '능력'으로 포장하던 때와 비교하면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2.
약 9년 전으로 돌아가 봅니다.
이명박근혜 정부의 첫 시작이 되었던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갖은 부패 의혹과 과거의 전력에 대한 공격을 받을 때마다.
당시 한나라당 측의 대응은 한결같았습니다. '능력'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정권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나온 말들이 "부패도 능력이다" / "일 잘 하는 머슴 손에 때 좀 탈 수도 있지" 같은 말이었습니다.
자신들이 책떼기 차떼기도 하고 뇌물도 받고 비리도 저지르고 했지만,
무능한 과거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유능한 보수정당'이 정권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능력'이 있으면 다소간의 흠결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태도. 그리고 거기에 동조되어 바뀐 정권.
하지만 그들이 말한 능력은 어디에도 없었고 그들 집단이 가진 다소간의 흠결은 다소간의 흠결이 아니었습니다.
줄줄이 낙마하는 공직 후보자. 공직자의 기본사양이 청렴과 준법이 아니라 위장전입과 논문표절, 다운계약서라는 비아냥.
나라의 원칙과 기강과 살림은 황폐해졌고, '웰빙'을 외치고 삶의 질을 고민하던 사람들이 '헬조선'과 이민을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황폐하고 황무하게 만든 나라의 원칙과 기강과 살림이 '기울어진 경기장'으로도 더 가릴 수 없게 된 지금.
'능력'을 앞세워 집권한 저들은 자신들이 져야 하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무능'을 너무도 당당히 이야기합니다.
그들의 행위로 인해 파탄난 나라의 이곳 저곳, 그리고 벌어진 국정농단, 그로 인해 져야 할 책임과 반성해야 할 잘못조차,
무능이 죄가 아니라며 국민이 무능한 위정자를 세워서 이 꼴이 된 것이니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그들.
이뜸 되면, 그들이 배설해 놓은 IMF를 극복한 정권들을 가리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한 것은 막말 축에도 못 낄 것 같습니다.
3.
박근혜의 탄핵을 외치는 촛불집회와 그에 대응해 일어난 탄기국 집회.
지난 주말 전국 107만이 모였다는 촛불집회. 그에 대응해 300만이었다가 400만이 모였다고 소리를 높이는 탄기국 집회.
그러나 휴대폰 사용량이나 지하철 인원 등으로 유추했을 때에 사실과 근접한 설득력을 가진다고 언급되었던 촛불집회에 비하면
탄기국 집회에서 그들 사이에서만 몇백만이 모였다고 말하는 인원은 설득력은 커녕 공허한 외침으로 보입니다.
실속이 없는 집회의 실속을 대신 채우는 것은 과격한 발언과 행동들 뿐입니다.
자기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에게 가하는 위협, 힘 없고 만만해 보이는 사람과 공권력을 향한 폭행과 폭언,
'계엄령을 발동하라'. '군대여 일어나라', '빨갱이는 죽여도 된다' 등등의 자유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막말과 내란 선동.
그런 가운데에서 그저 눈에 빤히 보이는 허무맹랑한 인원 조작과 선동, 그리고 정신승리에 도취되어 있는 탄기국 집회.
탄기국 집회의 허위, 과장된 인원 조작. 그것이 과연 그저 상대에게 지기 싫다는 흔해빠진 거짓말이기만 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런 거짓말 역시 '무능'의 일면이고 보수를 자처하는 반역자들의 민낯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서 '보수'를 자처하는 자들에게는 '무능'한 민낯을 감추기 위한 허장성세가 이미 습관이 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무능의 민낯을 감추기 위해서라면 그들이 말하는 보수의 능력도. 자유민주주의도. 애국심과 태극기까지도
단지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말 정도로 이미 '보수'의 밑바닥이 드러난 것이지요.
3.1절을 맞이해 탄기국 측에서는 뻔뻔하게도 오늘 자신들의 집회에 500만이 모였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2002 월드컵 거리응원에 거리를 가득 메운 인원만큼 모였다고 선전하는 '보수'의 '능력'은,
그들 집회를 촬영한 사진 속의 빈틈만큼이나 공허합니다.
오늘 국민들은, 정작 3.1절이 되었는데도, 탄기국과 같은 부류로 취급받기 싫어서 스스로 태극기를 내리고 있습니다.
4.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수록 '기록'은 오래 남기 마련이고.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같은 잘못을, 더 크고 더 나쁜 규모로 반복한 부류를 기억하는 사람은 그만큼 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선례를 통해 사람의 기억력이 그렇게 신용할 게 못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IMF를 극복한 세력이 무능한 세력이 되고, IMF를 일으킨 세력이 유능한 세력으로 바뀌는 데에도 10년이면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민주주의 체제와 정당 정치의 큰 틀에서 보면, 일정 주기의 정권교체는 필요악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만일 누군가가 가까운 미래에 지금 대한민국을 개판으로 만들어 놓은 부류의 사람들을 이끌고 나와서
'국정 운영 경력이 있는 능력 있는 보수'가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는 말을 하면. 저는 그들을 마음껏 비웃어줄 예정입니다.
그리고 그 '국정 운영 경력이 있는 능력 있는 보수'라는 작자들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무슨 짓을 했는지에 대하여 켜켜이 쌓아 온 기억을 풀어놓을 것이고,
그 자들이 자신들의 책임을 저렇게 치졸하고 근천스럽게 회피했으며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치졸한 짓을 했는지 말할 것입니다.
물론 제가 딱히 저걸 말하든 말하지 않든 세상은 알아서 굴러갈 것이고. 제가 글을 쓴다 한들 나라를 뒤흔들 일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달 벌어 한달 먹고 사는 인간일 뿐인 제가 그렇게 말하는 것은,
지난 9년여의 세월 동안 벌어진 몇몇 일들을 앞으로의 생애에서 다시 되풀이하고 싶지도 않고, 다시 겪을 이유도 없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부패도 능력이라고 말하는 자들은, 반드시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을 만들 것이다'라는 누군가의 말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현실 속에서 겪었던 일들 중.
정치인의 병역에 대해 공개된 사실을 이야기했다는 이유로 경찰서에서 부당한 소환명령을 받는 일도.
내가 사랑한 대통령을 후원했다는 이유로 말도 안 되는 전화와 메일에 고난을 겪고 사적 협박을 받았던 일도.
불법과 탈법으로 나라를 망치고 헌법을 우습게 안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고 국민을 우롱하는 일도.
그리고 이미 흘러가 버렸지만 분명한 아픔과 허탈함을 주고 만 다른 나랏일과 개인적인 일들도.
저는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습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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