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 다른 종족들을 정복하며 여러 대륙으로 진출한 대략적인 시기는 아래와 같고
특히 아메리카 대륙은 대략 15,000년 전 경에 베링 육교 (Beringia) 를 건너 진출한 것이 정설로 받아드려지고 있습니다.
1. 간빙기인 지금은 베링 해협이라는 얕은 바다로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나누어져 있지만 지난 빙하기 (대략 25,000 ~12,600) 에 해수면이 낮아져 있어서 대륙붕 지역인 베링 해협은 육지로 바뀌었고 그 결과 시베리아와 알래스카는 육지로 연결되어 베링 육교 (Beringia) 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육교라기엔 좀 넓은데 최대 폭이 무려 1,500km 인 대형 육교였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비록 위도가 높은 지역에 위치한 베링지역이 지대가 낮아 빙하가 생성되지 않아서 베링 육교 (Beringia) 지역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초원으로 바뀌었고 많은 초식동물과 그를 따르는 육식동물들이 이 베링 육교를 지나다니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사냥꾼인 인류도 이 베링 육교를 통해 세력권을 넓혀갔겠죠. 그 전까지 알래스카에서 발견되는 아메리카 원주민 거주 지역의 대부분은 단기적인 수렵 캠프인데 비해 알래스카 "업워드 선 리버 (upward sun river)" 의 11,500 년 전 경 유적은 장기적인 정착지로서 주거 구조의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더 많은 유적들은 아마 바닷속에 있지 않을까 하네요.) 거주 구조물 안에서 쌍둥이 유아들의 유골이 발견되었는데 거주 구조물 안에 아이들을 매장하는 것은 시베리아 동부의 우시키 유적지에서 보고된 바 있어 시베리아로부터 알래스카로 진출하였음을 알려주는 증거 중에 하나입니다. 또 쌍둥이 유골의 mtDNA 분석 결과 이들도 아메리카 원주민의 선조들과 같다는 것도 밝혀졌습니다. 당시 인류의 이동이 세계 지도를 참고해 목표 의식을 가지고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서 아메리카로 진출하고자 베링육교를 건넌 것은 아니고 사냥감을 따라 쫓아다니다보니 "업워드 선 리버" 유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부는 정착하고 일부는 다시 이동을 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다보니 시베리아도 지나고 베링육교도 지나고 알래스카도 지나 아메리카에 도달한 것입니다.
2. 거대한 초원이었던 베링 지역을 지나 15,000년 전에 알래스카로 진출한 인류는 또 다른 거대한 벽에 막혀있었습니다. 북아메리카 북부 전체가 록키산맥에 형성된 Cordilleran 빙하와 거대한 Laurentide 빙하가 연결되어 거대한 벽을 형성하고 있어서 알래스카로 진출한 인류는 더 이상 남하할 수가 없었습니다. 만약 이곳을 넘으려면 왕좌의 게임에서 나오듯 빙벽등반해서 넘어가야 했을 거에요.
3. 빙하기가 끝나고 간빙기에 접어들면서 기온이 올라가 12,600년 전 경에 Cordilleran 빙하와 Laurentide 빙하 사이에 통로가 생기고 이 협곡을 통해 인류는 북아메리카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클로비스(clovis)인
지난 번에 소개한 것처럼 적어도 13,000년 전에 특이한 클로비스 석기를 가지고 북아메리카에 거주했던 클로비스인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12,600년 빙하가 녹아 통로가 열리기 이전부터 북아메리카에 살고 있던 사람들입니다.
과연 이들은 어디에서 온 것 인가?
솔뤼트레 (Solutrean)
지난 번에 소개한 것처럼 솔뤼트레인 (Solutrean) 은 20,000~15,000년 전까지 유럽 지역인 스페인, 프랑스 주변에 살았던 현생 유럽인들보다 먼저 유럽에 정착했던 종족으로 여겨지며 클로비스 석기와 비슷한 석기 사용하였습니다. 이를 근거로 알래스카와 미국을 가로막은 빙하가 열려 (12,600년 전) 다수의 아시아인들이 북아메리카에 도달하기 전에 유럽에서 대서양을 통해 북아메리카 동부로 진출한 솔뤼트레인들이 클로비스인들의 선조라는 설이 있다고 지난 번에 소개해드렸죠.
에스키모처럼 물개를 잡아먹고 낚시를 하면서 이동해 대서양을 건너갔다는 설인데 북대서양이 빙하로 얼어있어 유럽과 아메리카가 연결이 되어 걸어서 갔다고 하더라도 (정확하게 방향을 잡고 걸어도 100일, 보통 이리저리 방황을 하니 수년에 수십년은 걸렸을 겁니다.) 빙하 위는 사막보다 더 생명체가 없는 곳이라서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들었을테고 또 북대서양의 바다는 근해와 달리 생태계가 그리 풍족하지 않아 식량조달은 거의 불가능했을 거라 여겨집니다. 만약 이런 시도를 했더라도 다 굶어 죽었을 거에요.
광범위한 DNA 분석 결과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거의 대부분이 아시아계라는 사실은 명확합니다. 8,340–9,200년 전 유골인 Kennewick Man 의 DNA 분석 (mtDNA haplogroup X2) 결과 현대 아메리카 원주민의 조상으로 역시 아시아를 통해서 들어온 사람들의 후손이 확실하고 직접적인 클로비스인의 유골로 여겨지는 Anzick-1 유골의 DNA 분석 (mtDNA haplogroup D4h3a) 결과도 역시 클로비스인도 아메리카 원주민의 조상으로 아시아를 통해서 들어온 사람들의 후손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다만 클로비스 석기의 흔적이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에서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점, DNA 분석으로 유럽인들에게만 나타나는 특징들이 아메리카 원주민에게도 일부 나타난다는 점, 빙하의 협곡길이 열리기 전 클로비스인들이 진출하였다는 점들이 의문으로 남아있죠.
말타 (Mal'ta) 의 소년
시베리아의 말타 (Mal'ta) 에서 발견된 24,000년 전 소년 유골의 DNA를 분석한 결과 초기 유럽인들의 유전자 특징으로 알려진 "mtDNA HaploGroup U" 에 속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또 현대 아메리카 원주민들 (HaploGroup U는 거의 없지만) 중에 14~38%가 이 소년과 같은 유전자 풀에서 나온 것이 밝혀졌습니다. 즉 이 소년은 동아시아인들과는 확연히 다르면서 (HaploGroup U) 아메리카 원주민의 상당수의 조상인 사람들의 DNA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말타의 이 소년은 동아시아인-유럽인-아메리카원주민을 이어주는 잃어버린 고리 같은 존재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흥미로운 가설이 생겼는데 아메리카 원주민의 선조들은 동아시아인들과 분리되어서 북쪽으로 이동하던 중 시베리아의 어느 지역에서 서부 유라시아로부터 온 사람들 ( 유럽인들의 유전자적 특징과 클로비스 석기) 이나 그 후손으로 여겨지는 "말타 (Mal'ta) 의 소년"이 속한 종족과 서로 조우하게 되어 피가 섞였고 이 후손들이 결국 베링육교 (Beringia) 를 건너면서 아메리카 원주민이 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클로비스 석기와 현재의 아메리카 원주민의 DNA에 남아있는 유럽인들의 흔적에 대한 설명을 유럽의 솔뤼트레인 (Solutrean) 이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로 왔다는 식으로 무리하게 하기보단 "말타 (Mal'ta) 의 소년"의 증거로부터 나온 위의 가설로 설명하는 것이 더 신빙성있게 받아드려지고 있습니다.
그럼 이들은 빙하 사이 협곡이 열리기( 12,600년) 전 어떻게 거대한 빙하를 넘어왔을까요?
위 그림을 다시 보면 12,600년 전에 빙하 사이의 길이 열리기 전에 적어도 14,600 년 이전에 (대략 15,000 ~17,000년 전) 해안가를 따라서 북아메리카로 진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많은 유적들이 해안선 따라 존재할텐데 해수면의 상승으로 역시 바닷속에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들이 아마도 클로비스인들이고 "말타 (Mal'ta) 의 소년"의 후예일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12,600년 전 이후 빙하의 길이 열리고 클로비스 문화(Clovis culture)가 아닌 또 다른 동아시아인들도 아메리카로 진출하여 클로비스인들과 경쟁도 하고 투쟁도 하면서 섞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Folsom culture) 그 후 클로비스 문화는 사라지는데 아마도...인류의 역사는 정복의 역사이니까요. 그래도 현재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겐 클로비스인들의 유전자도 남아있어 클로비스인들도 아메리카 원주민의 조상인 것은 확실합니다. 지난 번에 소개해 드린 13,000 년전 "나이아(Naia) 의 소녀" 도 베링육교 지역에 살았던 인류가 지닌 유전자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클로비스인들과 같은 종족이거나 클로비스인들처럼 해안가 길을 따라 먼저 아메리카로 진출한 사람들의 후손이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페드라 푸라다 (Pedra Furada)
아직 논란 중이긴 하지만 남아메리카 브라질에 위치한 페드라 푸라다 (Pedra Furada) 에는 그 이전 인류의 흔적으로 의심이 되는 유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해안가 길로 클로비스인보다 더 먼저 진출한 아시아인들이 아닐까 의심됩니다. 따라서 아메리카로 진출한 인류의 역사를 21,000 ~ 40,000 년 전까지 늘리기도 합니다. 물론 이들이 아프리카에서 배를 타고 남아메리카로 직접 왔다는 설도 있긴 한데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진 않습니다.
그 밖에도 아메리카 대륙으로 진출한 다양한 종족들이 있습니다. 특이하게 한참 후기이긴 하지만 브라질 원주민인 보토쿠도스 (Botocudos)의 두개골 DNA 와 오스트로네시아인의 후손인 이스터섬 원주민의 DNA를 비교 분석한 결과 오스트로네시아인과 남아메리카원주민들이 14~16세기 경 접촉했다는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현대 아메리카인들은 유럽 사람들이 다수이죠. 현대 콜롬비아인의 DNA를 분석해보면 mtDNA는 다양한 유형의 원주민 것들이 확인되지만 Y염색체는 94%가 콜롬비아를 정복한 스페인인들을 비롯한 유럽 남성들의 것입니다. 당연히 이곳의 역사를 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죠. 현재 신대륙 아메리카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패턴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역시 정복의 역사입니다.
현재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조상은 15000~12000년 전에 아메리카로 진출한 동아시아인들입니다. 이들은 시베리아를 지나면서 일부 유럽인들과 조우하였고 역시 수차례에 걸쳐 베링육교를 넘어 알래스카까지 진출하였고 역시 수차례에 걸쳐 해안선길과 거대한 빙하사이의 협곡길을 넘어 아메리카로 진출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는 사이 많은 유전자들이 섞이고 현재의 아메리카 원주민이 탄생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DNA 를 분석해보면 mtDNA변이가 Y염색체변이보다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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