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10/21 00:19:37
Name 솔빈
Subject [일반] 농업의 시작
선사시대 농사의 시작은 과연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생존을 위해 강요된 행위였을까 의문이 든다.

200만 년 전에 출현한 호모 하빌리스들은 돌로 만든 도구를 남기며 석기시대로 도래했음을 알려준다. 수렵과 채집으로 식량을 구했던 시대는 구석기, 농사를 시작한 시대는 신석기시대로 구분된다. 만 년 전까지 인류 역사의 99%가 넘는 기간 동안 인류는 수렵과 채집을 통하여 생존해 왔다. 이 시대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굶주림과 맹수의 위험이 도사리던 야만적인 시대가 아녔다. 자연과 조화롭게 공존하는 방식이었다.

넓은 땅에 적은 인구가 분포하며 살아갔기에 식량은 풍족했고 생태계를 어지럽히던 일도 없었다. 남자들은 주로 사냥을 가고 여자들은 주로 씨앗이나 식물, 알 등을 채집하며 충분한 여가를 즐겼다. 사냥 도구는 물론이고 가재도구, 음식물도 어디서든지 구할 수 있기에 가지고 저장하지 않았다. 이들은 20~25명 정도의 무리를 이루며 계절마다 나는 음식을 찾아다녔다. 풍부한 자연의 혜택을 받으며 나름 만족했던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인류는 농부가 되었을까? 대부분의 역사책은 농사를 위대한 발명으로 치부하며 어느 위대한 선지가가 농사를 "발견"해 위대한 농업혁명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구석기시대에서 신석기시대로의 전환이 자연스러운 역사적 발전으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자연에서 식량을 구할 수 있는 수렵채집 생활보다 농사가 과연 더 수월했을까? 수렵채집은 노력과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 여러 거지 방법으로 식량을 구할 수 있던 반면  농사는 땅을 개간하고, 씨를 뿌리고, 작물을 수확하고, 가축을 돌봐야 하는 아주 번잡하고 힘든 일이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구석기시대에도 농사를 지을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수렵채집 생활을 바꿀만한 절박한 동기가 없던 것이다. 하지만 그러다가 농사를 지을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 도래했다. 그것은 "환경"이 변한 것이다.

  1만년 전 전체 지구의 인간은 500만 명까지 늘어났다. 이제 늘어간 인류는 더 많은 식량을 요구 하였다. 이제 수렵채집으로는 먹고 사는데 지장이 생겼다. 게다가 때마침 빙하기가 끝나 해수면이 상승하여 사냥과 채집을 하던 터전까지 잠겨 버린 것이다. 이미 비옥한 땅들은 다른 누구 군가가 차지하여 결국 자원이 빈약하고 척박한 땅에 남겨진 인류는 생존을 위하여 농사를 시작했다. 척박한 땅에서 힘든 노동을 통해 식량을 생산했다.

  다행히 이제 부터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어졌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심각한 일이 생겼다. 많은 식량은 인구의 증가를 가져왔고 늘어난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더욱 농사에 매진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 한번 농사를 짓기 시작하자 수렵채집 생활로는 돌아 갈 수 없었다. 식량 생산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엄청난 결과로 다가왔다.

신석기 시대에 농사를 짓던 인류와 현재 인류에게 주어진 노동의 강도, 노동의 시간이 더 나아졌다고 할 수 볼 수 있을까?, 수렵채집을 하는 구석기시대인들 보다 더욱 여유롭게 살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최소한 해 지면 쉬기라도 했지!) 하지만 농사를 지으므로 생겨난 잉여 식량을 원동력으로 정치, 사회, 과학이 발달하였다. 그로 인해 지배계층이 생기고 노동의 고리에서 벗어난 인간은 자본과 토지를 소유한 사람들뿐이다. 대다수의 인간은 최초로 농사가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온 노동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류가 멸망 할때 까지 악순환에 고리에 빠질 후손들의 미래를 내다 볼 수 있었다면 구석기시대 인류는 땅에 씨앗을 심었을까?


아....일하기 싫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독수리가아니라닭
16/10/21 00:24
수정 아이콘
글을 두 개를 연속으로 쓰신 걸 보면 얼마나 일하기 싫으신지 짐작이 갑니다(...)
16/10/21 00:59
수정 아이콘
아.... 월도중에 써놓은거라서요 크크
tannenbaum
16/10/21 00:26
수정 아이콘
막 줄에서
BlazePsyki
16/10/21 00:29
수정 아이콘
농사 자체가 지금처럼 엄청나게 난이도를 요구하는 작업이 아니었다...죠. 그냥 대충 씨뿌리면 자라서 주워(-_-)먹는 그런 단순함. 근데 이제 효율성을 위해서 땅을 조금씩 더 깊게 파고, 종자를 고르고, 비료도 주고, 일부러 땅도 묵히고.... 그리고 그런 축복받은 환경에서 척박한 환경으로 퍼져나가고 하다보니 오늘날의 중노동이 되었을뿐입니다 ㅠㅠ.

이라고 쓰고보니까 같은 내용이네 ㅠㅠ 뭐.... 이런 정주문화가 아니라 이주문화였더라고 해도 사냥을 해서 하루 일용할 양식을 구해야 하는 중노동은 지금이랑 비슷할테니... 그냥 인간으로서의 원죄...라기보다는 그냥 생물로서의 원죄랄까요 하하...
16/10/21 00:59
수정 아이콘
에덴동산이 있다면 가고 싶네요. 크크
이대호
16/10/21 00:39
수정 아이콘
추천해도 되죠? 크크
제가 와이프 혹은 친한친구와 술한잔하며 했던 얘기들과 너무 비슷한 소재,맥락의 글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16/10/21 00:58
수정 아이콘
동지여, 반갑습니다.
16/10/21 00:45
수정 아이콘
구석기에 대한 단정이 많아서 읽으면서 궁금해지는 순간이 많이 찾아오네요
16/10/21 00:54
수정 아이콘
음.. 구석기 인류의 생활 방식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고고학 조사에서 밝혀진 여러가지 사실 중 하나는 구석기 인류의 신장이 신석기 인류보다 훨씬 컷다고 합니다. 그만큼 영양 상태가 좋았다는 얘기겠죠. 그리고 식량 비축이 불가능 했기에 [과일이나 고기는 금방 상하거든요. ] 그날 그날 먹을 것만 구하면 노동은 끝납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죠? 먹고사는데 지장없을 만큼 돈을 벌지만 재산을 형성하기 위해 무리해서 일을 합니다. 재산에 대한 개념 역시 보존가능한 식량 즉 곡식 때문에 생겨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더 모으기 위해 구석기 인류보다 더 많은 노동을 하지 않을까요?
박보검
16/10/21 00:50
수정 아이콘
저도 소설하나 써보자면,
척박한 땅에 남겨진 인류는 생존을 위하여 농사를 시작하기보단
남겨진 식량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죽이기 시작했다.
라고하면.. 이건 이거대로 끔찍하네요 크크
candymove
16/10/21 01:17
수정 아이콘
음... 저는 사실 구석기를 소환하는 방식으로 현실에 대한 소회를 풀어가는 것에 조금 반대합니다.. 꼭 구석기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황금시대도요.. 전 인간존재의 실존적 상황 자체를 어느 정도 불합리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방식에 거부감이 있는 것 같아요. 마치 그런 불합리가 없는 현실이 있을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주는 것 같아서... 오히려 담담히 불합리를 인정하되 굴복하지는 않는, 끊임없이 돌을 굴려 올리는 자세가 인류의 역사의 진실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16/10/21 01:20
수정 아이콘
많은 사람들이 과거를 미화하여 현실을 부정적으로 취급하지 않습니까. [독재를 했지만 박정희 때가 살기좋았어]같이요. 그냥 제 얘기는 지금 하는 일이 고되 하는 헛된 망상 정도로 취급해주세요
16/10/21 04:04
수정 아이콘
http://kezs.egloos.com/m/2003585
글 읽고 생각나서 링크 겁니다
무무무무무무
16/10/21 08:20
수정 아이콘
사실 집 장만하고, 애 안낳으면 그 때부턴 보험 두어개만 딱 들어놓고 버는 족족 써도 괜찮긴 하죠.... 그래서 모두들 로또를 원합니다.
Neanderthal
16/10/21 09:33
수정 아이콘
지금이 더 행복할까요? 구석기시대가 더 행복했을까요?...--;;
16/10/21 09:35
수정 아이콘
뭐라 단언 할수 없지만 구석기 시대보다 지금이 더 불행할 요소는 많은거 같아요
율리우스 카이사르
16/10/21 10:28
수정 아이콘
음.. 어떤 구석기의 선각자가 "우리 지금부터 농사하자!" 라고 해서 농사를 어떤 시점부터 짓기 시작한게 아니라..

머리는 좋은대신 한 개체가 성인이 되는데 오래걸리는 인류의 특성상..
인류의 위험회피 또는 생존 본능이 모여 사는쪽으로 진화하게되었고.. (혹은 인류중에 모여사는 쪽이 생존하게 되었고..)
거기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거겠죠.. 순환고리가 되어가지 않았을까요?

그룹화 진행 --> (수렵채집상태에서 인구압발생으로 인한)그룹끼리의 분쟁 --> 더 큰 그룹이 생존 --> 생존하려면 더 큰 그룹이 되어야 함
--> 그룹중에 농경을 시작한 쪽이 더 큰그룹이 되어 생존함 --> 농경 기술의 발달로 더 큰그룹이 된 쪽이 생존함 --> 블라블라블라

이런 테크트리라고 봐야죠.. 인류는 꾸준히 동물적 특성상 생존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밖에 없었고.. 그 그룹중 농경을 택한쪽이
잘되어 지금의 현생인류가 되었다.. 가 맞을 것 같아요..
퀀텀리프
16/10/21 10:35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농사는 로보트에게 시킵시다. 땅은 전국민에게 균등분배하고.. 이거슨 AI기반 공산주의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8073 [일반] 거물 소설가의 성추행 관련 폭로 [94] VKRKO19494 16/10/21 19494 0
68072 [일반] 조선일보가 사설로 박근혜를 강하게 비난했네요 [68] 군디츠마라13674 16/10/21 13674 3
68071 [일반] 솔뤼트레인 (Solutrean) 와 말타 (Mal'ta) 의 소년 [3] 모모스20136460 16/10/21 6460 9
68070 [일반] 갤럽도 대통령 지지율 최저치 경신했네요 [46] 블랙번 록9412 16/10/21 9412 1
68068 [일반] 아재들의 북악스카이웨이 "코너링" 테스트 [4] 어강됴리5727 16/10/21 5727 3
68067 [일반] 갤럭시 노트 7 폭발 사건 단상 [29] 들풀5768 16/10/21 5768 2
68065 [일반] 안녕하세요?(댓글 감사합니다) [32] 삭제됨6010 16/10/21 6010 20
68064 [일반] 농업의 시작 [18] 솔빈4604 16/10/21 4604 3
68063 [일반] 병사하고 있는 우리들 [41] 솔빈5014 16/10/21 5014 16
68062 [일반] 미대선 3차토론, "트럼프의 자폭" [45] Kaidou10654 16/10/20 10654 3
68060 [일반] 손학규, 정계복귀 하며 “민주당 떠나겠다” 탈당 선언 [84] 자전거도둑11235 16/10/20 11235 1
68059 [일반] 반기문+안철수+손학규 연합? [37] 삭제됨7465 16/10/20 7465 0
68058 [일반] [짤평] <걷기왕> - 나는 걸을란다 [40] 마스터충달4788 16/10/20 4788 4
68056 [일반] [NBA] 2016-17 시즌 프리뷰 [84] paauer6053 16/10/20 6053 1
68055 [일반] 대통령의 정면돌파? [91] 그러지말자14906 16/10/20 14906 7
68054 [일반] 제주도 여행 하면서 겪었던 아쉬운 순간 [21] Zelazny6988 16/10/20 6988 0
68053 [일반] 아프리카 대정령 사태 [72] 삭제됨17858 16/10/20 17858 1
68051 [일반] 클로비스 화살촉과 발사무기 [38] 모모스20137881 16/10/20 7881 19
68050 [일반] 새누리당 역풍, 지지율 더민주에 역전 [103] 삭제됨13860 16/10/20 13860 1
68049 [일반] 삼성이 갤럭시 노트 라인은 없앨까요?... [41] Neanderthal7500 16/10/20 7500 2
68048 [일반] 경향 - ‘잠적·휴강’···최순실 딸 특혜 연루 교수들 ‘꼭꼭 숨어’ [49] 블랙번 록9491 16/10/20 9491 0
68047 [일반] BJ 밴쯔도 유튜브행을 선언했습니다. [77] Manchester United16123 16/10/20 16123 1
68046 [일반] 박근혜 대통령은 어디까지가 자기생각일까요? [89] 삭제됨10539 16/10/20 10539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