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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02 03:11
제가 엔딩 크레딧 나올 때 극장에서 박수를 쳤습니다. 그리고 짤평에서 별 4.5를 줬죠. (5는 거의 안 줍니다. 4.5면 저에겐 만점)
짤평 보시면 영화에 대해 하고싶은 말은 거의 다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글 올라왔으니 이 영화에서 감탄했던 점을 적어봅니다. <스포트라이트>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집중합니다. 충격적인 사건을 보여줌으로써 자극을 유발하지 않습니다. 사건을 묘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죠. 대신에 그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 집중합니다. 보통 이런 사회 고발류 작품은 충격적 사건을 전면에 보여주고, 이를 파헤치는 사람들의 분노를 묘사합니다. 여기에 관객이 공감하게 하죠. <도가니>가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스포트라이트>에서는 분노하는 장면은 딱 한 신에 불과합니다. 그 마저도 사건에 대한 분노보다는 언론의 사정이 얽힌 복합적 이유였죠. 이 영화는 자극적인 내용은 미뤄두고 대신에 지루할 것 같은 기자들의 '업무'를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그런데도 엄~~청 재밌습니다. 이유는 과정을 착실하게 묘사하는 데서 오는 '생생함' 때문입니다. 사건을 쫓는 재미를 제대로 구현했죠. 같은 사건을 기사(article)로 접하는 것과 스크린으로 접하는 것의 차이가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스포트라이트>는 개별 인물에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배역이 조연처럼 다가오죠. 대신에 '스포트라이트 팀'이 주인공이 됩니다. 여기서 팀플레이의 매력이 나옵니다. 장르물에 가까운 쾌감을 전해주죠. 이런 요소들이 모여서 영화의 스타일을 이룹니다. 그런데 그 스타일이 영화의 내용과 완벽하게 조우합니다. 영화는 극적이거나 현란하지 않습니다. 사건을 다루면서 재현 장면이나 플래시 백 조차 나오질 않습니다. 대신에 보여줘야 할 것을 묵묵히 보여줍니다. 마치 기자들이 묵묵하게 자신의 업무를 수행했던 것처럼 말이죠. 내러티브와 스타일의 완벽한 조화입니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아야 마땅한 작품이죠.
16/03/02 06:35
제가 취재경험이 있는건 아니지만 메모해도 되나요? 하고 묻는 모습이나 헐레벌떡 메모를 받아적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온 이유도 이런데에 있었겠군요.
평 감사합니다.
16/03/02 11:21
맞아요. 뉴스룸에서도 그거 무진장 강조했죠. 언론인의 직업윤리이지만, 사실 지키는 게 바보같아 보이는 일이기도 해요. 눈 앞에 증거가 다 있는데 그걸 못 까고 끝내 소스를 기다리는게....
그런데 그런 바보같은 우직함이 이 영화가 감동적인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16/03/02 03:52
근 2-3년 사이 본 영화 중 최고입니다. 화려하지 않고 건조하게 진행되면서도 영화에 몰입되어 시간가는 줄 몰랐네요. 레이첼 맥아담스 팬이라 배우만 보고 갔다가 횡재한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 보면서 직업 윤리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이 특종 취재가 이제까지의 관행을 거스르고, 소속된 집단에 손해를 입힐 수도 있는 상황에서, 주변의 압력을 견디면서 진실을 취재하는 기자들의 모습이 제 상황에 자꾸 비춰보게 되더군요. 많은 반성을 하게 한 영화였어요. 내리기 전에 한번더 보러가야겠어요.
16/03/02 04:09
내러티브 방식이 취재과정에의 집중이다보니.. 정작 추기경 내지 상부조직의 은폐, 소아성애에 관련된 카톨릭의 뿌리깊은 타락, 추행에 대한 가해 신부의 기묘한 인식 등 흥미가 느껴지거나 좀 더 디테일하게 짚어줬으면하는, 사건 자체의 본질적인 내용들은 죄다 겉핥기 식으로 넘어가 버리니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감상이었습니다.
내용과 서사의 밸런스가 좋다라는 평을 글쓴분도 충달님도 해주셨는데.. 내용은 앞서 말했듯 겉핥기로 느껴졌고, 서사의 부분에서도 기자들의 취재 동기나 취재 방향이 어디서 낙하산 비슷하게 발령받아온 편집장의 왜인지 모를 일방적 지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팀워크나 언론인으로서의 치열함보다는 위에서 하라니 하고, 하다보니 내용이 채워지고, 그러다보니 화도 좀 나고하는, 솔직히 말해 별 관심도 없는 기자들의 지리한 일상을 풀어헤쳐놓은 정도로만 느껴졌습니다. 60년 이후 오스카 작품상 수상작 중 크래쉬에 이어 두번째로 크게 실망했던 영화였네요.
16/03/02 08:38
음... 내러티브, 서사, 내용 등의 용어를 잘못 사용하시는 것 같네요. 전 내러티브(서사)와 스타일이 조화를 이룬다고 했습니다. 이 영화는 서사가 곧 내용인 영화였구요.
16/03/02 14:40
아.. 예 댓글 다시 보니 그렇게 말씀하셨었네요.
이야기의 내용은 빈약했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지루하고 평범했다는 의견이었습니다 :)
16/03/02 13:56
사실 저널리즘을 다룬 영화에서 사건에 대한 세부 내용을 최대화하는것은 러닝타임에 있어 낭비에 가깝습니다. 가톨릭 사제 성추행 사건은 이미 누구나 조금만 찾아보면 꽤 심도있게 알아볼 수 있는 내용이구요. 영화의 포커스가 사실이 아니라 그 사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는데 맞춰진 영화인 셈이죠. 가령 저널리즘 영화의 또다른 수작인 Good night & Good luck에서도 그 소재는 매카시즘이지만 같은 이유로 정작 매카시와 그 피해자는 몇몇 자료화면을 빼면 극히 비중이 적습니다. 그리고 저는 오히려 낙하산(엄밀히 말하면 낙하산은 아니지만)에 의해 까라면 까야지 식으로 시작된 부분이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디까지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니까요. 저는 굳이 이 영화의 단점을 지적하라면 오히려 기자 개인에 좀 더 집중하지 못한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취재 시스템과 관행, 과정 등 큰 그림은 디테일하게 잘 그려 놨는데 기자들의 감정에는 호소력이 조금 부족해요.
16/03/02 15:08
낭비라기보다는 이 영화의 선택이 아닐까 합니다. 15분짜리 서프라이즈도 이보다는 심도있고 흥미롭게 사건의 내용을 풀어낼 수 있다고 보거든요. 같은 작품상 수상작인 양들의 침묵이 떠오르는 부분이었습니다.
가톨릭성추행 사건은 어느 정도는 찾아볼 필요라도 있겠지만, 기자들의 취재과정(팀워크, 사회의 압력)은 그냥 뻔하디 뻔한 일상으로 다가올 뿐이었습니다. 분명 작품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인정받는 영화인데 왜 이렇게 평범하고 재미없게 느껴졌는지.. 기자 개인이나 취재과정에 더 집중하여 세부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더 와닿게 만들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에서는 공감합니다 :)
16/03/02 16:38
평가가 워낙 좋길래 저도 봤는데 제 감상도 windermere 님과 같습니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것들은 공감이 갔지만 인상깊지는 않았어요.
16/03/02 08:46
매우 만족스럽게 봤습니다. 그리고 별개로,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졌다면 어떤 작품이 나왔을까 상상해봤습니다.
팀원들에겐 한없이 따뜻하지만 외부 인사와 상부에겐 꺾이지 않은 강한 팀장 예쁘지만 한 성격에 왈가닥하는 털털한 여기자 껄렁껄렁하면 진행 내내 유머를 주는 베테랑 남기자 어딘가 서툴고 핀트가 나간듯 하지만 열심인 남기자 패기로 똘똘 물친 부서의 신입 남기자 그리고 이들이 취재하려는 반대 편에서 서서 무서운 얼굴을 하고 어떻게든 이들의 취재를 방해하는 악당패거리와 그들의 보스. 중간에 취재팀에게 외부압박 때문에 짤릴 수도 있으니 취재를 그만하라 권하는 중간관리자 이경영. 집에 돌아간 팀장, 집에는 아직 학교도 가지 않은 딸내미와 아들, 그리고 빨래를 개고 있는 아내가 있고,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소주를 까고. 어쩔 수 없잖아라고 말하는 타부서 동기 팀장. 술을 마시고 돌아와 자고 있는 아들의 방에 들어가 면도하지 않은 턱으로 부비는 가장. 술을 마시며 x발 이건 아니잖아 하고 한강변에서 외치는 여기자와 남기자. 팀내 갈등이 터지고 사분오열하는 취재팀. 씨익 웃음을 짓는 악당과 미안한 표정으로 화면에 잡히는 제보자들. 그러다 마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자가 된 제보자들과 그런 게 있으면 처음부터 말을 해야 할 거 아니야 란 말이 절로 나오는 증거로 다시 돌아가는 판세. 난데없이 장엄하고 비장한 OST와 함께 서류뭉치를 흔들며 그녀답지 않게 눈물을 흘리고 울분을 터뜨리며 대중들에게 외치는 여기자의 모습이 슬로우비디오처럼 흘러가는 빤한 하이라이트. 고개를 절레 저었습니다.
16/03/02 09:36
팀장 : 이성민
여기자 : 김민희 베테랑 남기자 : 유해진 열심인 남기자 : 박해일 신입 남기자 : 김수현 악당 실무자 : 김남길 보스 : 조성하 그리고 이경영
16/03/02 09:56
실화를 바탕으로 사실적이고 담백하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분명 강점이 있는 영화입니다만 개인적으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널리즘에 대한 영화라고들 평하는데 제겐 그저 '유능한 취재팀의 사회 고발 스토리'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더군요. 어딘가 익숙함이 느껴졌습니다. 언론의 눈으로 사건을 바라봄으로서 다룰 수 있는 주제들에 대한 보다 깊은 고민이 녹아났어야 이 영화의 선택이 보다 설득력을 얻지 않았을까 싶네요.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무겁게 다가오는 ost, 사소한 반전에 이은 로비의 고백 정도로 이를 만회할 순 없었다고 봅니다.
16/03/02 10:25
익숙함을 느끼셔서 별로라고 하셧는데 어떤 영화와 비교하신건지 궁금하네요. 영화가 주는 감동은 각자 다를 수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이정도 완성도 갖춘 영화가 드물어서요. 특히 편집의 힘은 관련 공부했던 사람으로서 좌절감들게 할 정도로 대단했거든요
16/03/02 11:35
마스터충달님에 대한 대댓글에도 해당하겠네요.
비슷한 영화를 많이 접해서 낯이 익었다기보단 반대로 영화 구력이 짧은 저에겐 익숙하지 않은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평범함이 느껴져서 아쉬움이 컸습니다. 사회 고발 프로그램에서 진행되는 물밑 취재 과정의 루틴을 본 느낌이랄까요. 기술적인 부분에서 완성도가 떨어졌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16/03/02 11:37
시사 고발 프로를 보는 것 같긴 하죠.
그 취재 과정의 루틴을 보여준 게 색다르게 다가올 수도 일상적 평범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싶네요.
16/03/02 11:39
기사를 쓰듯이 영화를 만든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불타는 고발 정신이나 뻔한 선악 없이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자세에 대해 논하는 것 부분이 좋았습니다.
16/03/02 11:51
(스포?)
엔딩 장면에서 전화가 폭주하는 것을 보면서 신도들의 항의 전화구나 드디어 스팟라이트 팀에게 고난이 닥치는구나 했다가..... 아 저긴 헬이 아니지.... ( ..) 같은 맥락에서 영화 얘기를 좀 더 해보자면 좀 허탈하더라구요 사건을 담담하게 풀어낸 것은 좋았는데 취재 과정 같은 것들이 단조롭고 평면적이라서 영화가 전반적으로 딱히 와닿지 않고 마이크와 샤샤가 화내는 장면은 쌩뚱맞기 까지 하달까.. 기사 하나 내려면 경영진으로, 광고주로, 구독자로 부터 압박받고 목숨걸고 써야 하는거 아녔습니까?! 크크..
16/03/02 15:30
올해도 영화 하나 건졌다. 였습니다.
저는 썩어있는 사회문제 보다도 현란한 초식과 자극적인 인물범벅 없이 이 정도의 탄탄한 드라마극이 나왔다는 것이 매우 감탄스러웠습니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를 봤을 때의 즐거움? 과 비견 되네요.
16/03/02 18:34
너무 건조했던거 같아요. 물론 재밌게 보긴했지만 말이죠. 로비가 그래도 쇼크한번은 막판에 받아줬어야 했는데 너무 덤덤하다고나 할까요.
16/03/03 00:38
진짜 엔딩이 좋았네요... 제가 감독이라면 딱 저렇게 끝낼꺼야라고 생각했던 그래도 끝나서 좀 놀랐습니다..
마이클 키튼 옹의 입은 여전히 적응이 안되고 마크 러팔로가 화낼때마다 변신할꺼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혼자 피식 했습니다..
16/03/05 21:35
영화를 많이 본 사람일수록 그 담백함을 더 맛있게 느끼는 것 같고, 자주 안보는 사람들은 특별할 것 없는 영화로 보게 되는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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