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고등학교 동창 중에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가 있습니다.
어제 그 친구와 술 한잔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들었는데 재미삼아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단 현 야권은 보수표의 결집을 가장 두려워 합니다.
지난 대선 결과를 보면 문재인 후보는 1400만표를 끌어 모았습니다.
이는 당시 박근혜 후보의 1500만표를 제외하면 역대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결과였습니다.
야권을 지지하는 표는 거의 다 나온 셈이죠.
하지만 지고 말았죠. 다시 말하면 보수표가 일사분란하게 결집되면 야권은 무조건 진다는 것이죠.

그래서 야권은 지금 친박과 비박의 지리멸렬한 공천 싸움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 새누리당의 내부 사정은 어떠한가?
이게 참 복잡하면서도 재미있더군요.
지금 새누리당의 내부 상황을 보면 친박:비박의 숫자가 3:7 내지는 4:6으로 비박이 우세합니다.
그래서 김무성, 유승민이 당선 된 것이죠.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개인들이 가장 돈이 많아도 힘을 못 쓰는 것처럼 비박들은 힘을 못 쓰는 상황입니다.
친박들이 일사분란하게 단일 대오를 형성한 반면, 비박들은 쫄보 성향이기도 하고 각 계파가 나누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김무성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대표가 되자 마자 각 지역 당협위원장에 자기 사람을 심는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 새누리당의 당협 위원장에는 김무성계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하네요.
그가 오픈 프라이머리를 주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면 아무래도 현역이나 당협위원장이 이길 확률이 높기 때문이죠

지금 새누리당의 예비 후보들은 기존의 2.5~3배 정도 입니다.
지역에 세력이 좀 있다 싶은 지역호족들이 대거 공천 신청을 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같으면 언감생심 공천장을 쳐다 보지도 못할 사람들이 오픈 프라이머리를 실시하면 해 볼만 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이를 그냥 두고볼 친박들이 아니죠.
친박들은 경선 지역을 최대한 줄이고 전략 공천 지역을 늘이려고 김무성 흠집내기에 나서는 중입니다.

그런데 이게 또 복잡한 측면이 있는 것이, 지금 지역에는 기존보다 2.5~3배가 넘는 예비후보들이 뛰고 있습니다.
전략 공천을 한다면 이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여태까지 선거 운동 열심히 하고 있는데 경선도 못해보고 그냥 나가라고 하면 과연 순순히 물러나겠느냐 하는 점이죠.

김무성이 노린 것도 이런 것이죠. 후보들이 워낙 많이 난립해 있기에
친박에서 마구잡이 식으로 전략 공천을 하는 것도 상당히 무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김무성이 그 동안 쫄보 소리를 들으면서도 박근혜한테 머리를 숙인 것이죠. `총선만 끝나라. 총선만 끝나면 이제 내 세상이다`이런 생각으로 버텨 온 거죠.

지금 야권의 필리버스터를 바라 보는 시각도 친박 비박이 정말 다르다고 하네요.
친박들은 `하려면 해라 시간 끌면 우리한테 더 유리하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뒤로 밀려 촉박해 지면 질 수록 전략공천에 더 명분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반면 비박들은 정말 속앓이가 심하다고 합니다. 빨리 선거구 획정하고 경선을 해야 하는데 어영부영 시간만 가고 있기 때문에 속으로는 빨리 협상하고자 하는데 워낙 쫄보들이라 그렇데고 못하고 있는 실정인거죠.

이런 상황이다 보니 현야권의 고민이 깊어진다고 하네요. 김무성이 너무 쫄보라서 그 동안 주장한거 다 덮고 백기투항해 버릴 까봐 고민이 많다고 합니다. 김무성이 백기 투항하고  친박을 중심으로 결집해서 강력한 단일대오를 형성한다면 야권은 그 무슨 짓을 해도 못 이긴다는 것이죠. 지난 대선의 트라우마가 크다고 합니다.

ps)필리버스터가 끝났네요. 어제 곧 끝날 것이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좀 허무하긴 하네요. 더 이상 끌면 여권의 강력한 단일대오 결집이 예상되기에 민주당 지도부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 그렇게 되었네요. 여권의 강력한 결집을 두려워하는 민주당을 욕해야 할지 아무 생각없이 1번 찍어 주는 1번 지지자들을 욕해랴 할지 잘 판단이 안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