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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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1/12 01:02:02
Name 이치죠 호타루
Subject [일반] 시스템에 관한 소고
가볍게 생각나는 대로 씁니다.



모두들 아시겠습니다만 완벽한 시스템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류 역사를 되돌아보았을 때 시스템의 발전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수천 년간의 땜질과 그로 인한 변화의 연속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각자가 자라온 환경에 따라서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이 달랐고 그로 인해 여러 가지 시스템이 발달해 왔으며 해당하는 시스템이 내부의 모순이던 외적인 이유던간에 무너지게 되면 그 자리에서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는... 그런 것이 시스템의 역사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예컨대 현재의 민주주의라는 시스템도 어디에서 모순이 생길지는, 또 어떤 이유로 급작스럽게 무너질지는 알 수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이전의 쿠데타 같은 외부(시스템 내부의 모순으로 쿠데타가 촉발되는 것이 아닌 한 외부의 요인으로 표현하는 것이 좀더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의 요인으로 인한 붕괴일 수도 있고, 시스템을 채용한 커뮤니티 - 이 경우는 국가가 되겠네요- 의 구성원들 다수가 원한 결과, 혹은 구성원들간의 갈등이 극에 달해서 스스로 무너진 결과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영국의 역사를 잠깐 들여다봅시다. 올리버 크롬웰이 찰스 1세의 목을 날리고 왕정을 폐지한 후 새로운 시스템인 호국경 시스템을 도입했죠. 어떻게 보면, 그 호국경이라는 시스템이 도입된 원인은 왕과 의회의 갈등, 거슬러올라가면 권력을 놓고 왕과 의회가 갈등을 벌일 수밖에 없는 시스템의 한계로 인한 변혁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호국경 제도가 무너지고 다시 왕정이 등장한 것 역시 호국경 한 사람에게 집중된 권력과 그 시스템에 대한 민중 혹은 기득권층의 불만이 크게 작용하여 결과적으로 누가 원했든간에 힘 있는 사람들이 원해서 시스템이 변화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죠. 제가 역사가는 아니니(더구나 저는 이학계열이라 역사 관련 과목을 수강한 적도 거의 없습니다) 해석하는 방식을 가지고 여러 가지 갑론을박이 벌어질 수 있겠습니다만, 제가 해석하기에는 그렇습니다.

여기서 부연 설명이 조금 더 필요하겠군요. 용어를 다시 정의하자면, "완벽한 시스템"이라 함은, "그 어떤 외부의 위협으로부터도 안전하고 그 어떤 내부의 불만요소도 없는 유토피아적인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당연히 이런 시스템은 상식적으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외부의 위협이야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쳐도, 내부의 불만을 줄일 수는 있는 것이 사회입니다. 외부의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 시스템에 변혁이 일어났다면, 그것은 내부의 불만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크게 일어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함입니다. 앞서 시스템의 발전을 수천 년간의 땜질과 그로 인한 변화의 연속이었다고 하는 이유는 이런 이유입니다.



이제 PGR을 봅시다.

퍼플레인 사건으로부터 이어진 일련의 사건은, 운영진의 권한이 크고 그 권한을 잘못 사용할 가능성 역시 심각할 정도로 크나, 그 잘못 사용했을 때의 제재가 운영진의 자의적인 자숙이라는 다소 약해 보이는 것이고, 더불어 잘못 사용한 피해자가 보통 사이트를 탈퇴하는 일 등이 벌어지기 때문에 당한 피해자만 억울하다는 비가역적인 요소가 끼어 있기 때문에 더욱 논란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이런 겁니다. 운영진이 하는 일은 보통 사법적인 일이니, 검찰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검찰이 그 권한을 남용 혹은 오용해서 피의자로 몰리던 사람이 자살했는데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피의자는 결백하다. 그렇다면 결국 비난은 검찰로 돌아갑니다. 자살이라는 것이 극단적인 일이고 사이트 활동을 접고 탈퇴한 후에 다시 재가입하지 못한다는 법도 없기 때문에 과장된 비유이기는 합니다만, 어디까지나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죠. 계정 재가입도 오래 걸리는 시스템이라서 탈퇴라는 요소는 충분히 비가역적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태가 (예상치 못한 사유로 인해) 일어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원인을 같이하는 사건이 계속해서 연속적으로 일어난다면, 그것은 시스템이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지 못하기 때문이죠.

PGR의 현 시스템은, 이처럼 내부로부터의 위협, 다시 말해서 운영진의 권한 오용을 제재할 시스템의 부재 혹은 오기능(단어 선택이 영 아닌데, 영어로 malfunction입니다. 뭔가 시스템이 있기는 한데 잘못 돌아간다는 이야기죠)이 수면 위로 떠오른 상태입니다. 이는 PGR을 구성하는 회원들의 불만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회원들은 그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합니다. 운영진이 갖는 권한이 강대하니, 그 권한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 회원 분들의 일반적인 여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스템을 개선할 방향은 다양합니다. 그것은 한 고제의 천하통일 이후 발표된 약법삼장일 수도 있고, 제갈량이 입촉하고 내세운 율령처럼 빡빡한 법령일 수도 있으며, 극단적으로 스탈린 치하의 대숙청과 같은 시스템이 될 수도 있습니다(이를 개선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고 이렇게 되어서도 안 되겠습니다만, 이런 식으로 회원들의 불만을 아예 억눌러버림으로써 사전에 불만을 차단하는 방식도 인류 역사상 많이 도입되어 왔죠). 그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더구나 저는, 현재의 PGR의 시스템은 내부 다수의 불만과 몇 차례의 연속된 사고(그것도 현 체제의 문제점으로 인한 사고)로 인해 그 생명이 다했다고 봅니다. 운영진이 일괄 사퇴하라는 이야기가 아닌 점을 명백히 밝힙니다. 시스템의 개선 방향을 두고 공개적인 꾸준한 논의가 필요하며, 무작정 옆 사이트의 방식이 좋다고 도입할 것이 아니라 현재와 같은 선의의 피해자가 어떤 측면에서 발생할 것인지를 면밀히 따지는 것이 선결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어쩌면 이러한 노력과 시도는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던 스스로부터 반성해야겠지요. 그러나 이왕 일이 이렇게 촉발된 이상 공론화의 과정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역사의 사례를 PGR과 비교해 보았을 때, 그리고 시스템에 대한 제 관점을 바탕으로 하면, PGR은 불만을 가진 유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한 현재 시스템의 변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죠.



어떤 방식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결정하려면, 내부의 불만을 촉발하는 현 시스템의 문제점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개선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는 불가피합니다.

일단 제가 보는 현 시스템의 문제는 운영진 권한의 문제입니다. 이건 다른 분들도 많이 지적하신 문제라고 봅니다. 사고를 운영진이 치고 억울한 피해자가 생겼는데 피해자는 돌아올 길이 없고 운영진의 생각은 바뀌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 운영진을 견제할 수단이 없다. 이를 위해서 운영위원 시스템도 도입해 보고 이의제기를 가능하게 하는 등의 피드백이 있긴 했으나, 시스템이 생각한 대로 잘 굴러가지 않거나 홍보의 부족으로 시스템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게 현실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제가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방법이 있습니다. 운영진의 제재 조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죠.

예컨대 이런 것입니다.

1. 운영진이 주어진 기간 내로 해당 유저에게 벌점사유를 고지하지 않았을 경우 벌점을 발부한 운영진에게 운영벌점 1점을 발부한다.
2. 논란이 일어난 사안에 대해서 양측이 끝까지 의견 대립이 이어질 경우 벌점을 발부한 운영진과 해당 유저의 의견을 당사자들이 각각 통합하여 제3자의 운영진이 수합한 후, 사이트에 공시한다.
3. 공시한 내용을 바탕으로 당사자와 운영진을 제외한 유저들은 투표를 통해서 책임소재를 결정한다.
4. 이를 위한 게시판을 신설하며, 투표 기한은 7일로 한다.
5. 책임소재가 운영진에게 있다고 판결될 경우 해당 운영진에게 운영벌점 1점을 발부한다.
6. 책임소재가 당사자에게 있다고 판결될 경우 발부된 벌점은 유지된다.
7. 쌍방 과실이거나 쌍방 무죄라고 생각될 경우 유저는 그 의견을 투표에 참여하면서 제시할 수 있으며, 이 역시 유효하게 받아들여진다.
8. 운영벌점이 3점이 되면 해당 운영진은 이유 여하, 공로 여하를 막론하고 즉각 운영진에서 사퇴한다.

이 시스템이 가능하려면, 해당 벌점을 발부한 주체가 누구인지를 밝혀야 합니다. 또 이를 위해(유저들의 자체적인 판단을 위해서) 구체적으로 사안에 대해 명시된 법전과 판례도 있어야 할 것 같군요. 예컨대 앞서 보셨듯이 운영진에 대한 규칙을 제정하고, 해당 규칙에 따른 판례를 모아서 제시함으로써 판단을 내릴 가이드라인으로 삼자는 겁니다. 불만을 아주 막을 수는 없지만, 내부의 불만을 줄일 수 있는 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판례에 문제가 있으면 유저들이 알아서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봅니다. 현 법원이 기계적으로 판례를 적용하는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운영진에 대한 규정이 명백하고 운영진의 과실이 명백함에도 운영진이 그 규율을 스스로 지키지 않는다면 그 때야말로 회원들이 사이트를 좋아하며 남아 있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는 것입니다.

아예 규정이고 뭐고 싹 날리고 최소한의 규정만 남기고(약법삼장처럼 말이죠) 감독하지 않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그런 방향이 옳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방법을 쓰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제안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제 글이 좀 두서가 없는데,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현 시스템은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지 못하며, 같은 문제가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
2) 같은 문제가 반복해서 일어나는 시점에서 PGR의 시스템은 어딘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3) 어딘가 잘못 돌아간 시스템은, 그 수명이 명백히 다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유저들의 이탈만 가속될 뿐이다.
4) 유저들이 다시 찾고 싶은 PGR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 시스템에 개혁이 불가피하다.
5) 어떤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어야 하는가를 결정하려면 더 많은 유저들의 의견 피력이 필요하다.
6) 그에 따른 본인의 의견 피력(개선 방안) - 운영벌점제 도입, 운영진 견책 조항과 판례 도입, 배심원제 도입.



사족이지만 이건 역사적으로 왕권이 어떻게 왕 한 사람의 손에서 떠나서 민중들의 손으로 돌아갔는가를 떠올리다 보니(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몽테스키외가 주창한 삼권 분립이 떠오르더군요) 떠오른 아이디어이고, 배심원제에 대한 아이디어는 소환사 배심원제와 도편 추방제를 바탕으로 얻었습니다. 물론 도편 추방제가 굉장히 말이 많은 시스템이지만, 사이트의 규모를 생각해 보았을 때 어느 정도는 용인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완벽한 시스템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시스템을 제안해 보고 그에 따른 부작용의 가능성을 재면서 나아갈 수밖에요. 인류 역사가 그래 왔듯이.

덧붙이면, 왕권을 민중의 손으로 빼앗아오는 일은 결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민중들이 투표할 권리를 찾기 위해 피를 흘려야 했죠. 저는 이번 일련의 사태를, 마치 강한 왕권을 뺏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렸던 것처럼, 강력한 권한을 가진 운영진과 그 권한을 일부 빼앗아오려는 회원간의 싸움이라 보고 있습니다. 빼앗는다고 나쁜 것이 아니라, 강한 권한을 제재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공론을 장려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기에 이렇게 두서없는 글이나마 썼습니다. 방식이 피를 흘리는 방식에서 의견표명을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을 뿐이죠. 그리고 더 나은 시스템을 위해서 많은 의견표명과 공론화는 필수라고 생각했고 그것을 역설하기 위해 건의게시판이 아닌 자유게시판을 이용한 것입니다.

저는 역사와 정치 체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만,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이상 다른 관점을 바탕으로한 더 많은 의견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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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상어
16/01/12 01:08
수정 아이콘
본래 규정이란 것은 추상적이기에, 구체적인 사안에 적용하는 과정 중에서는 경계선에 있는 경우가 늘 발생합니다.

경계선에 있는 사안에 대한 판단이 때로는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을 수도 있고 비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만, 지지를 받는 대다수의 판단은 그냥 지나가게 되고 비판을 받는 일부 판단이 발생하면 그 때 규정이나 규정에 대한 해석이 바뀌는 거죠.
이치죠 호타루
16/01/12 01:10
수정 아이콘
네. 이번 사안에서는 운영진의 잘못이 명백한 사안이었습니다마는 경계선에 있는 경우가 아예 발생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만큼 이에 대한 납득할 만한 처리가 어떻게 되는가가 반드시 필요하고, 그래서 명문화된 판례가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운영진의 규정 적용이 이랬다저랬다하면 곤란하니 말입니다.
16/01/12 01:22
수정 아이콘
아래의 이치죠 호타루님 댓글 보고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글을 올려주시니 감사하네요. 운영벌점제나 배심원제는 더 많은 얘기가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판례 도입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규정이라는 성문법이 있지만 주관적으로 제재를 가한다는 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선례를 남겨둬서 어느정도의 구속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치죠 호타루
16/01/12 01:25
수정 아이콘
더욱 중요한 것은 판례를 남기는 선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해당 권한을 잘못 휘두른 사람에게 어떻게 책임을 묻고 그에 대한 처벌을 명시적으로 시행할 강제조항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선례만 남기고 운영진이 아무렇게나 판결해도 이렇다할 제재조치가 없다면 결과적으로 선례라는 건 만드나마나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세인트
16/01/12 11:06
수정 아이콘
오오. 좋은 글이네요. 적극 검토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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