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na be you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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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1 때까지 맨 앞줄도 아니었고
쓸만한 소녀들도 모두 다 이미 첫사랑 진행 전이었지
겨우 초중고등학교가 하나뿐인 작은 읍소재지에서
유년기를 보낸 탓이었을까
아니 그 덕이었을까 스무살이 될 때까지
동정을 떼기는커녕 여자 손 하나 못 잡아본 애들도 부지기수였지
누구는 DDR이 당시에 유행하던 장판만 뜻하는 게 아니라는 걸
대학교에 입학한 후 처음 알게 되서 몹시 충격 받았다고 하기도 했어
이런 바보 같은 녀석
한해 전에 HOT가 나와서 대아이돌 시대를 열었던 게
어렴풋한 기억 속에서도, 그 캔디 활동 때의 무대 복장까지 이 순간에도 너무 선명해
이수만 이 창의력 대장
첫 졸업을 앞두고 SES가 나타났지
난 당시에 밖에서 뛰어노는 걸 즐기는 아이라
나에게까지 노출된 건 꽤나 때늦은 편이었는데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친구를 둘씩이나 데리고
나는 군청 민원실에 가서 공용 PC로 유진을 봤지
지금은 이런 걸 입덕과 덕질이라 부른다지 아마
아직 DJ의 은총-ADSL이 전국에 보급되기 전이니
통신을 하려면 빛나는 수저를 가진 아이 빼고는
공공기관에 올 수밖에 없었지
그게 아마 갓 중학교에 입학 해,
여름방학 전 여름이었을거야
물론 유진에 대한 관심은 이내 꿈결처럼 별안간 사그라들었지
남자의 이상형은 처음 본 여자라는 진리때문도 아니었고
서두에 적었던 것처럼 연애는커녕 숫기 실종이라
빠졌던 환상에서 빠져나와 어떤 한 소녀 곁의 현실로 돌아온 것도 아니었어
그건 다름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바로 이 가상의 공간에 있게 만든 최초의 수원지를 발견했기 때문이지
세기말 1999년의 봄방학 전후
대한민국 전역 구석구석 도시에서부터 시골까지
PC방이 대대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거야
슬프지만 어쩌면 내 진짜 첫사랑인
스타크래프트를 만났지
이런 표현이 허락되는 곳인지 모르겠지만
스타크래프트를 존나 사랑했, 아니 그냥 했었다
)(']I'een::SsAuL이란 아이디는 특수문자 때문에 나중에 다시 만들 수 없었지
누군가 귓말로 아이디 좀 팔라고 물을 때마다
이거 길드 아이디라 안 돼요 노노
아마 중2 가을쯤에 만들었을 이 ID로만
승률 75% 이상으로 육천게임 이상 즐겼었지
물론 최대 10개 가깝게 불기도 했던
우리 엑스틴 길드원들의 ID는 이제 모두 공허로 사라진지 버얼써 오오래 전이고
최근에 확인해본 적이 너무 오래 전이라 자신없지만
)(']I'een:HerO 하나만 남아있을 거야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고
우리는 게임도 하지 않게 되었던 거야
어느날 갑자기 돌아버려서, 미친듯 공부를 했고
대학에 갔고 도시에 가게 되었으며
술도 마시고 담배도 태웠지
군대를 다녀오고 마지막 졸업을 했지
연애는커녕 게임도 못할 망정인데 아이돌따위에 관심이 생길 리 없었지
언제부턴가 TV 안 보는 게 이른바 힙이기도 했었고
게다가, 으레 공부를 많이 할수록 피가 마른다고들 하잖아
한권한권 책을 볼수록 한사람한사람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들의 간지는 밀레니엄 새천년의 세상만큼 발달해갔지
기승전결 이른바 클리셰란 걸 알게 되고
서사가 지겹고 따분해졌고
Dafunk back to the punk come on
Dafunk back to the punk come on
Dafunk back to the punk come on
Dafunk back to the punk come on
Dafunk back to the punk come on
시간을 모르는 것처럼 한구절만 주구장창 불렀지
Back on one of those other block rockin' beats
Back on one of those other block rockin' beats
Back on one of those other block rockin' beats
Back on one of those other block rockin' beats
Back on one of those other block rockin' beats
나아가 인간의 목소리는 점점 더 혐오스럽게만 들려가서
이윽고 나중에 우리는 기계음이 쩍쩍 바른 목소리만을 찾으려 극점까지 찾아다녔지
로보트 아니 적어도 사이보그라도 되고 싶은 것 마냥
이구동성 우리는 아이돌따위야
코웃음 아니
발가벗고 몸과 마음을 파는
창녀랑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어
사실 소녀들은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축복을 받은
어쩌면 신의 선물, 성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불과 보름전까지만 해도 미처 하지 못 했어
심지어 군대에서도 그건 마찬가지였어
서른해가 말짱 죽음과 같은 삶-헛수고만은 아니었는지
사랑이라 말하기에는 두렵지만 어쨌든 두번의 연애를 해봤지
이게 일종의 자격, 면허를 발급해준 모양이야
아무하고 만나 시작하기는 싫어서
얼마가 돼도 기다리고 싶어하는 소녀를
우와 우와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우아한 남자로 자란 게 아니라
황음의 음란함만 머리와 몸에 가득 차서 진심 없는 가짜 가짜-거짓말로
어머님이 누구냐고 제딴에는 신선하게 말 건다고
착각하는 게 우리들의 자화상 아니었을까
아주 우연찮게 트와이스를 알게 되었어
만난 건 그저 공교로운 행운이지만
좋아하게 된 건 저래서 운명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도 나는 다시 우아하겔 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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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시간 전, 다가오늘 금요일 25일에 올해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뮤직뱅크의 특집 방송에서 트와이스가 베이비복스의 야야야를 공연한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고맙다고 해야 할지 원망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커뮤니티에 아마도 저랑 비슷한 또래일 누군가가 뮤직비디오를 올리셨습니다. TV 없이 고스란히 20대를 보내기도 했고, 응답시리즈를 본 적도 없는 저지만, 왜인지 별안간 반가운 기분에 듣던 음악을 끄고 무작정 재생해봤습니다. 이 어설픈 메카물 흉내는 뭐시다냐.. 이따위가 전자음악이냐! 콧방귀를 뀌며 낄낄 거리면서 30초쯤 봤으려나요. 휘릿 요술 피리처럼 세계가 전환되는 순간 마치 마법처럼 저는 전율이 아니 무언가 통곡이 눈까지 급격하게 역류하는 기분에 거의 반사적으로 황급히 재생을 중지했습니다.
당시의 기분은 언어화 시킬 자신이 없군요..
20년에 가까운 세월이 몽땅 타버리고 남은 뒤
내 몸 아주 깊숙히 침전된 그 재들이
작은 미풍에 소용돌이 친 거라고 지금은 표현하고 싶네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흐른 걸까요
PS
여러분 아이돌 좋아하세요?
그럼 이제 아이돌 좋아하세요
트와이스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그게 되게 무겁다는 여기에 글이 써지기 시작합니다
우왕 굳 -_-b
PS
되는대로 써제껴내려가는게 가장 솔직한 낙서라 믿고 사는 편입니다. 듣기에 껄끄러운 반말이라고 해도 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으면 리플로 지적해주세요. 확인하는대로 반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