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 글(정확히는 만화겠죠...)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어릴 때 제가 저랬거든요.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대충 10살쯔음 부터 그랬지 않나 싶네요. 죽음이라는 걸 알고, 두려워하고, 그 때문에 잠을 설친 적도 한 두번이 아닙니다.
어둠 속에 가만히 누워 잠이 오길 기다리면 어쩜 그렇게도 별별 생각이 다 들었을까요. 그러다 죽음에 대한 생각이 스치면 그 때부터 무서워지기 시작하는 겁니다. 이 어둠도, 자는 것도,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두요. 그렇게 무서워하는데 생각은 자꾸만 더 자세해지고 구체화되기 시작합니다. 땅 속에 누워있는 나를 생각하는 순간 온 몸이 굳어버리기 일쑤였지요. 옆에 동생이 자고 있어서 혼자도 아닌데도 말이죠.
그런 무서운 생각에서 벗어나려고 제가 선택한 방법은 빛과 소리였습니다. 작은 수면등을 하나 밤새 켜 놓고, 당시 하던 영어 학습지 테이프를 계속 틀어놓는 거였죠. 숙면을 취하는 건 당연히 힘들었지만 그 소리에 집중하다보면 무서운 생각을 그나마 덜하게 되어 그나마 일찍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그 방법으로도 견디기 힘들어 어떻게든 밤을 보낼 궁리를 하다가 집에 있던 부르마블을 꺼내서 혼자 주사위를 굴리며 밤 새 게임을 한 적도 있습니다. 물론 불은 꺼놓고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동생이 자고 있었고, 불을 켜놓은 채로 있으면 잠 안 잔다고 부모님께 혼 날 게 뻔하니까요.
이렇게 제 잠을 방해하던 죽음에 대한 공포는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잠을 편히 잘 수 없습니다. 이제는 산다는 게 너무나 무서워졌거든요. 지금의 저는 머리와 가슴에 돌을 올려놓고 사는 기분입니다. 나 자신에 대한 절망과 매일의 불안감때문에요.
실은 얼마 전에 1년간 일하던 부서에서 다른 부서로 옮겨진 상태입니다. 옮겨졌다라고 표현한 건 거기에 제 의지라고는 없었기 때문이죠. 어쩔 수 없습니다. 원래 그런 직장이거든요. 거기서 원래 하던 일과 영 다른 일을 하는데 그야말로 숨막혀 죽을 판입니다. 제 성격과는 전혀 맞지 않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겁이 많은 편입니다. 특히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는요. 비굴한 성격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사람을 대하는 걸 좀 힘들어하는 편입니다. 물론 친한 사이면 그런 거 없긴 하지만요. 그런데 이 일은 계속해서 다른 사람에게 요청하고 묻고 그래야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 때마다 제 가슴에 바윗돌이 내려앉는 기분입니다. 몸이 벌벌 떨리면서 굳고요. 직접 얼굴 보고 하는 말이 아니라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일에는 눈치가 있어야합니다. 그래야 일도 빨리 배울 수 있고 이 사람에게는 이렇게 말해야 하는구나 저 사람에게는 저렇게 해야겠구나 이 일에는 이렇게 해야겠구나 이런 게 파악이 됩니다. 문제는 전 눈치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사람입니다. 하나를 말하면 그 하나라도 제대로 이해하면 다행입니다.
이런 제가 저도 한심합니다. 왜 사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머릿 속에 박혀버리더군요. 사실 부서를 옮기게 되었다는 소식을 처음 듣게 되었을 때 처음 든 생각도 '죽고 싶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지금 부서가 좀 힘든 곳으로 직장 내에서 이름 난 곳이긴 하거든요.
문제는 이 박혀버린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점점 더 구체화 되는 겁니다. 어릴 때 자다가 갑자기 든 '죽음'에 대한 생각이 점점 구체화 된 것처럼요. 굳이 자세히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만 너무나 간절하게 죽을 방법을 속으로 궁리하는 저를 깨닫게 되면서 소름이 끼치더군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난 죽고싶지 않아' '죽으면 안돼' '어떻게든 버텨야 해'이런 생각도 하긴 합니다. 가족때문에라도 나는 살아야 해. 내가 죽으면 엄마는 버티지 못할 거야. 엄마랑 아빠는 다른 사람을 원망할 텐데...순전히 내가 못난 탓인데...내가 죽으면 동생들 앞날은 어떻게 되는 거지? 가족 중에 그렇게 죽은 사람이 있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수군댈텐데...결혼은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애써 이를 악뭅니다만 그럼에도 남들에게 폐끼치지 않고 삶을 끝내는 방법을 다시 생각하는 저를 보면...
분명 유게글을 보고 든 생각을 적은 건데 너무 우울한 얘기만 했네요. 죄송합니다. 이런 글을 보게 해드려서.
하지만 전 이런 식으로라도 속을 털어내고 싶었어요. 저를 아는 누군가에게 얘기 했다가 자칫 잘못하면 말이 퍼질 수도 있고, 가족들에게 얘기하면 분명 엄청 걱정할 게 뻔하거든요. 특히 부모님은 저보다도 힘들어 하실 거구요. 그렇다고 속에 계속 품어두기도 너무 힘들었어요. 일기장에 적을 수도 있겠지만...그냥 남들에게 속을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 더 컸어요. 나를 모르고 나에 대해 수군거리지 못할 사람들에게 말이에요.
만약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이 계신다면 진심으로 감사와 사과의 뜻을 전하고 싶네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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