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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2/06 09:47
사시존치론의 핵심은 '신분상승'이라는 단어에 다 녹아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그야말로 '신분'이 상승하는 거였죠. 특권집단입니다. 그것을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인정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이 그같은 특권집단의 '권위'를 로스쿨이 실추시키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로스쿨 실력논란도 그와 무관하지 않겠죠. 여전히 어떤 사람들에게 법을 밥벌이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좀 더 부서져야 해요. 실무는 현장에서 배우면 됩니다. 자격증을 따기까지가 아니라 자격증을 따고 나서 사실 더 노력해야 하는 것이죠. 오히려 로스쿨을 비판하는 입장이다가 최근 사시폐지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음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15/12/06 10:35
몇 년 전엔 교수님들도 로스쿨 애들은 자기 이익만 챙기고 말도 잘 안 듣는다고 그러고,
학생들도 법대와 강의 차이도 없고 돈만 더 나간다 그래서 도대체 누구 좋으라고 만든 제도인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글을 보니 이제는 그렇지 않나 보군요.
15/12/06 11:54
1. 로스쿨 도입 논의 말고, 법대 수업 관련해서 생각나는 게 있어서 좀 적어봅니다.
법대 수업은 문제가 많았죠. 제가 고시낭인 시절 로스쿨 도입논의가 한창이었는데, 수업 개판 치는 교수들이 수업시간에 법학교육 정상화 운운하며, 국제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 로스쿨을 도입해야 한다느니, 로스쿨에서 충분히 실무형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느니 할 때, 학생들 모두 속으론 비웃었습니다[수업 열심히 하시는 분들께서는 일부러 로스쿨 논의를 피하셨던 걸로 기억하네요]. 물론 열심히 수업하시는 교수님들 강의도, 학생들이 자기진도랑 안 맞아서 열심히 안들었습니다만.... 교수들이 사시 답안채점할 때 학원강의 냄새가 나는 답안 작살내버리는 것도 유명했죠. 출제위원 교수들이 채점평이나 각종 특강에서 가장 강조했던 것도 그것이구요.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게 있는데... 모대학 어느 형법 교수님께서 채점평에 그런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채점을 하다보니, 공동정범의 본질을 '일부실행의 전부책임'으로 표현한 답안이 있더라. 그래서 처음엔 '재미있는 표현이네'하고 넘어갔는데, 그런 표현이 계속 나오길래 교수들 교과서를 다 찾아봤는데 그렇게 가르친 교수가 없더라. 다음부터 '일부실행의 전부책임'이라는 표현이 나온 답안지에 어떤 점수를 매겼는지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셨습니다만, 어떤 대접을 받았을 지는 뻔했죠. 그 채점평을 읽고, 나는 절대 그런 표현 쓰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같은 학교에서 형법을 가르치시는 다른 형법교수의 특강을 들었습니다. 그 분께서 공동정범의 본질을 설명하시면서 '일부실행의 전부책임'이란 표현을 쓰시더군요. 제 심정은 참 복잡했습니다. 2. 개인적으로 로스쿨 도입 논의부터 지금까지 지켜보면서 느끼는 점은... 참 답이 없다는 것입니다. - 과거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늘리면서, 사시 준비 '시장'이 생겼습니다. - 그 시장을 두고 교수들과 학원들의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는데, 교수들이 완패해버렸죠. 교수들 기본서/2차 대비 연습책은 볼만 했지만, 1차 대비 문제집은 학원이 완전히 쓸어버렸거든요. - 그걸 뒤집어 보려던 교수들의 노력은 모두 실패했습니다. 그 뒤 '법학교육 정상화'를 내건 로스쿨 도입 논의가 나오더군요. - 시민단체에 한 자리한 교수들과 언론이 로스쿨 도입을 '사법개혁의 완성' 쯤으로 포장을 해 버렸죠. - 이 과정에서 지금 로스쿨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모든 문제가 지적되었습니다만, 여론은 듣지 않았습니다. 법조계의 수구적 반동 쯤으로 튕겨내버리더군요. - 결국 로스쿨이 도입됩니다. '법학교육의 실패'에 적어도 절반의 책임은 져야 할 분들이, 바로 그 실패를 이유로 자신들의 철밥통을 금밥통으로 업그레이드 시켜버리는 걸 보면서 정말 감탄했습니다. - 로스쿨이 도입된 뒤, 갑자기 언론에서 태도를 바꿔 로스쿨을 까기 시작합니다. 여론도 돌을 던지는 방향을 돌립니다. 옛날엔 로스쿨 도입 반대론자들이 얻어맞던 돌멩이를, 지금은 로스쿨 학생들이 얻어맞고 있습니다. 저같은 무지렁이야 로스쿨이 판막음 하든 사시가 살아나든 상관이 없습니다만, 나라 꼴은 참 볼만합니다
15/12/06 12:31
-사실 법대교수들은 로스쿨 도입 전까지 참 인생 편안하게 살았어요. 문제해결에 어떤 기여도 하지 못하고 그저 외국이론 수입해서 소개나 하는 사람들이 전문가 행세를 하고 있었으니...한국 법대만큼 학계가 실무에 전적으로 이끌려다니는 분야는 없을 겁니다. 작성자님말대로 인생을 걸고 있는 로스쿨 학생들이 학원이 아니라 학교에 기대면서부터 교수들도 정신차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장 실력없거나 도움 안되는 강의, 현실성 없는 강의를 하는 교수들의 강의는 인원미달로 폐강되어 버리죠.
-인생 한방'을 공정하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이런걸 보면 한국인들의 인생 목표는 남들 머리위에 있는 쾌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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