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에 한 여자가 있었는데 노래를 매우 잘 부르는 여자였어 그 노래를 듣는 사람은 누구나 멈춰서서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는 했어 이 여자의 노래가 특이했던 점은 노래 가사가 미래의 일을 예언한다는 것이었어
예언의 성격에 따라 노래의 분위기도 바뀌었어 여자가 느끼기에 우울한 예언은 슬픈 멜로디에, 좋은 예언은 경쾌한 멜로디에 실려 나오곤 했어 여자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어 그녀 자신도 자기가 왜 그런지 몰랐는데말야
그녀는 그냥 숨을 쉬듯이 혹은 배고프면 식사를 하듯이 노래를 하고 싶어지면 노래불렀던거야 마을 사람들도 그런 그녀를 싫어하지 않았어 무섭게 여기지도 않았지 그녀의 예언은 마을사람들한테 유용했을뿐 아니라(아주 평범한, '내일은 비가 올것같다네'같은 것들도 유용했지)노래를 제외하면 그녀는 지극히 평범한 여자였어
아무 문제가 없을것 같았는데 문제는 갑자기 발생했어 여자의 대한 소문이 점점 퍼져서 마침내 왕의 귀에 들어갔고, 권력의 최정상에서 늘 불안했던 왕은 예언이 필요했지
그래서 그녀는 스무살의 어느날 갑자기 왕궁으로 끌려가게 되었어 그녀는 몹시 가기 싫었지만 어쩔수 없었어 마차에 실려가는 그녀는 울면서 노래 몇 소절을 불렀어
"나 노래를 잘해서 슬퍼졌어요 노래는 내 자랑이었죠 이제는 아니에요 더이상 좋은 노래는 부를 수 없을 거 같아요"
그 어느때보다도 구슬픈 음색에 마을사람들도 모두 눈물을 흘렸어 그리고 한편으론 이게 어떤 예언일지 궁금해했어 좋은 예언은 아닐게 분명했지
왕궁에 도착한 여자는 왕을 알현했고 왕은 여자에게 예언을 명했어 왕은 자신의 신하들중 역모를 꾀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가 늘 궁금했어 그러나 여자는 당연하게도 예언을 할수는 없었어
그래서 그녀는 자신은 노래가 하고싶어질때만 할 수 있다고 말했을뿐인데 왕은 기분이 상했던거야
여자는 생전 처음 겪는 긴 고통의 밤을 보냈어 마지막에 왕은 여자의 혀를 자를것을 명했지
처참해진 몰골의 여자를 왕은 지하감옥에 가뒀어 그런데 며칠 뒤부터 여자는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 혀가 잘려 발음은 부정확했지만 여전히 굉장한 노래였어 아니 오히려 그 구슬픈 음색과 호소력은 전보다도 더욱 훌륭했어
감옥의 죄인들도 간수들도 여자의 노래가 시작되면 모두 넋을 놓을 정도였으니 대단하지 게다가 예언도 다시 시작되었어 이제 예언의 내용은 늘 부정적인 것이었어 감옥의 누군가가 죽는다거나, 싸움이 있을 것이라거나 하는 것들이었어
부정확한 가사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며 그녀의 노래를 더욱 신비롭게 보이도록했어
어느날부턴가 그녀는 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불렀어 "어으으캉캉 어으으캉캉 청둥이 히면 누나비 캄캄(우르르쾅쾅 우르르쾅쾅 천둥이 치면 눈앞이 캄캄)"
여자의 노래는 늘 달랐는데 같은 노래가 반복되는건 특이한 일이었어 게다가 날씨는 맑았고 천둥은 치지 않았지 여자의 예언은 틀린적이 없었는데 말야?
이 소식을 들은 왕은 이건 뭔가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했어 왕의 불안증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었어 왕은 갈수록 쉽게 화내고 신하들을 불신했어 그는 여자를 다시 불렀어
여자는 그 노래를 다시 불러보라는 왕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주었어 왕은 여자의 노래솜씨에 놀라며 이게 무슨 뜻인지 물었어 여자는 아무말 없이 주위를 둘러보며 불안한 기색을 보였어
포악하지만 눈치빠르고 영민했던 왕은 이 예언이 바로 자신이 기다리던 종류의 것이라는걸 알았어 여자는 눈짓으로 왕에게 가까이, 가까이 오라고 했어
왕은 자신의 지체를 걱정하는 신하들을 좌우로 물리치고 왕좌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갔어 여자는 왕의 귀에 자신의 입을 서서히 가져갔어
그리고 사람들은 여자의 몸에서 천둥이 울리는 소리를 들었어 찰나에 왕의 양쪽 고막은 파열됐고 눈도 멀어버렸어 여자는 미친듯이 웃었어 그녀는 왕궁에 와서 처음 웃었어 물론 그 즉시 목이 베였지만 말야
귀머거리에 장님이 된 왕은 며칠만에 살해당하고, 정국은 끝없는 왕위찬탈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혼란해졌어 그리고 몇년뒤엔 마침내 유목민족의 침입을 받아 왕국은 멸망했어
예전에는 아이였던, 여자가 살던 마을의 노인들은 아직도 가끔씩 여자의 노래를 기억하곤해
그리고 우울한 낯빛으로 침을 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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