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똥지린 이야기들, 오늘은 취업이야기들이 게시판에 올라오니 관련 글은 댓글화...를 해야겠지만, 어느 쪽에 달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핑계로 써봅니다.
직장 생활 중 타 업체로부터 입사제의를 받았지만 형식적으로나마 면접을 봐야 했기에 무척 추웠던 2009년 1월, 면접을 보러 갔습니다. 평소 늦는 것보다 일찍 가는 것이 낫다는 신조를 가진 저는 면접장소 근처로 가서 지형지물을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보건소랑 파출소, 주민센터가 가깝고 유동인구가 많지 않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면접시간까지 약 30분정도 남아, 입사 후 자주 방문할 것 같은 카페에 가서 커피를 한잔 마셨습니다(입사 후 사라졌...ㅠㅜ)
이윽고 면접 10분전,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입김을 불며 카페에서 나와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행인이 없음을 확인한 저는 괄약근을 조절하여 복중 가스를 배출하였습니다.
' 푸딕...'
푸딕? 가스치고는 액상의 느낌을 주는 음향이 쎄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즉시 카페가 위치한 건물 1층의 공중 화장실에 들어가 확인을 했습니다.
추운 날, 빈속에 뜨거운 커피를 마신 탓일까요? 수트 하의는 무사했습니다만 속옷은 이미 오염되어있었습니다. 그냥 속옷을 휴지통에 버린 후 면접을 보러갈까하는 생각으로 수트 하의를 입었으나 천연 모직 혼방의 옷감은 제 가녀린 피부를 너무나도 따갑게 했습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면접시간은 5분 앞이었습니다. 주변은 매우 한적하여 속옷가게 따위는 없었습니다. 그러다 시야 끝에 편의점을 포착한 저는 저 곳에서도 속옷을 판매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비록 취향과 무관한 패턴과 컬러였지만 월급을 받아 맘에 드는 것을 구입하면 될 것이니, 속옷을 장착한 저는 시간에 맞춰 면접을 볼 수 있었고 이후 이직에 성공하게 됩니다. 스스로의 상황대처에 만족한 저는 당시 여자친구였던 아내에게 자랑하기까지 했...
오늘 아침, 커피 한잔 후 화장실 변기에 앉아 속옷을 보니 그날 구입한 녀석이더군요. 속옷의 수명을 감안하면 짧지 않은 6년여동안 묵묵히 제 밑(...)을 지켜준 녀석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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