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떨립니다.
왜냐면, 제 첫 글이기 때문이죠!
첫 글을 가입인사로 쓰려고도 생각해봤지만 지금 제가 당면한 문제가 나름 심각하여서
바로 제 이야기로 들어갈까 합니다.
일단 저를 소개하자면 24년째 모태 솔로입니다.
여자와 사적으로 대화 한 번 한 적 없고 저의 핸드폰 연락처에 있는 여자는 엄마와 친누나뿐입니다.
사실 고등학교 3학년 이전까지는 2차 성징이 오지 않아서 그랬는지 여자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제가 남들보다 성장이 더뎌서 고등학교 2, 3학년 때부터 키도 크고 2차 성징이 왔는데요.
그때부터였습니다. 여자가 여자로 보이더군요. 예쁜 여자가 보이면 눈도 자연스럽게 돌아가더군요.
그리고 본격적인 외로움은 스무 살이었던 대학교 1학년 때 시작되었습니다.
남중, 남고, 공대 테크트리를 타긴 했지만 대학교가 남대는 아니었으니까 학교엔 당연히 여학생도 있었죠.
예쁜 여대생들을 보니 눈이 돌아가고 결국엔 외롭더라구요.
그래도 중고등학교와는 다른 대학교만의 분위기에 심취해 있어서 그냥 모든 게 신기하던 터라
엄청나게 외롭진 않더라구요. 그냥 조금 외롭다 정도? 그리고 교복 입은 여학생들 보면 가끔 설레긴 했습니다. (철컹철컹인가요?!)
그리고 스물한 살, 입대했습니다.
바쁜 군 생활로 외로움이 잊혀지나 싶었지만, 병장을 달고 말년이 되면서 다시 외로움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작년 스물셋, 전역하고 스물넷인 지금까지 걷잡을 수 없는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바로 지금 이 시기에! 한 명인 A양이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서론이 길었지만 이제 진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올해 3월, 저는 2학년으로 복학을 했습니다.
특징이 있다면 09년도 신입생 때보다 여학생이 많아졌다는 거?
1학년 때 같은 학년에 4명 정도 있었는데 지금 같은 학년에 8명 정도가 보이더라구요. 신기했습니다.
제 학과가 소프트웨어공학과인데 앞으로도 여학생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하하하.
갑자기 딴 길로 샜네요. 아무튼, 그 8명 중 한 명인 A양은 사투리를 쓰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저는 부산 사람이고 학교도 부산에 있습니다.
다 사투리를 쓰는데 혼자만 표준어를 쓰더군요. 근데 말투를 들으니 사투리를 쓰다가 고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그냥 신기했습니다. 사투리를 안 쓰네? 이 정도였지 그 이상의 느낌은 없었어요.
오히려 학기 초엔 다른 사람이 눈에 띄더라구요. 키가 저만했는데 (제 키가 178입니다.) 여자치고 정말 압도적으로 크다 보니
처음엔 그쪽으로 눈이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그 일이 생기고 나서, 그 키 큰 여자는 보이지도 않고 저는 아직도 괴로움에 몸서리를 치고 있습니다.
때는 노트검사 시간 때입니다.
한창 노트검사를 받고 있는데 제 앞에는 친구인 B군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B군 차례가 되고, B군은 교수님께 노트를 펼쳤습니다.
B군은 혹시 몰라 지난번에 받은 과제를 노트에 붙였다고 부가적인 설명을 하면서 자신이 한 과제 부분을 교수님께 보였습니다.
근데 그때! 교수님을 감탄사를 연발하셨죠. 제가 봐도 아주 잘했으니까요.
아주 잘했다는 칭찬에 순간 몇몇이 B군의 노트를 보려고 앞으로 나왔고, 바로 그때!!! A양도 그 노트를 보려고
하필이면 제가 있는 쪽으로 왔습니다. 정말 한순간에 제 쪽으로 쑤욱 들이댔죠.
전 순간 놀래서 얼른 피했습니다. A양은 B군의 노트를 보면서 한마디 했죠.
"우와~! 진짜 잘했다!"
전 그 순간 알 수 없는 패배감을 느꼈습니다. B군 노트 속 내용에 비해 제 노트는 허접했으니까요. 물론 과제도 붙이지 않았죠.
그리고 한동안 계속되는 B군 노트 속 과제에 대한 칭찬과 감탄의 연속으로 제 차례는 몇 분 정도 지연이 되었습니다.
전 괜히 창피하기도 했고, 제 존재감도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제가 노트검사를 받았습니다. 장담하는데 5초 만에 끝났습니다.
정말 그 수업시간만큼은 B군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내가 B군이었으면 싶었습니다.
그렇게 노트검사가 끝나고 나니, 이제는 제 쪽으로 들이댔던 A양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자꾸만 A양한테 시선이 가더군요.
비단 그 시간만 그런 것이 아니고 그 후에도 다른 수업시간에도 A양 쪽으로 눈이 돌아가더군요.
솔직히 처음엔 크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러다 말겠지 싶었는데 아니더군요.
점점 심해지더라구요. 집에 있을 때도 뜬금없이 생각나고 계속 이러니까 미쳐버릴 것 같았습니다.
나 왜 이러고 있지? 란 생각이 들면서 잠시 잊었다가도 또 A양 생각을 하는 저 자신을 보니 너무 답답하더군요.
이거 분명 짝사랑 같은데 솔직히 전 부정하고 싶어요. 이건 뭔가 아니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거든요.
사실 전 A양 얼굴 제대로 본 적도 없습니다. 12학번인 A양에게 09학번인 저는 그냥 완전 아저씨겠죠.
그리고 복학하니 동기들끼리만 모이게 되더라구요. 이번 1학기에 프로젝트만 3개를 했는데 모두 동기들과 할 정도로
선후배와의 교류가 없기도 하구요. 동기 빼면 사실상 아웃사이더죠. 선후배와 대화 자체를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A양은 겉보기에도 말 잘하고 활발한 성격이라서 주위에 언제나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제가 어떻게 뭘 하겠습니까. A양은 그냥 저에게 같은 수업만 듣는 먼 나라 사람일 뿐이죠.
그래서 최근에 A양 얼굴을 보려고 나름 살짝살짝 시도했습니다. "얼굴을 제대로 보자. 예쁘지 않으면 잊겠지." 싶었죠.
그렇게 살짝 본 A양 얼굴은 못나지도 예쁘지도 않은 수수한 얼굴이었습니다. 아아, 제가 그런 수수한 스타일 좋아합니다.
키도 160 정도로 아담해 보였습니다. 차라리 못생기기라도 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오늘 시험이 끝난 관계로 이제 방학이 시작됐습니다. 당분간 학교에 갈 일이 없죠.
시험이 끝나고 또 A양을 살짝 봤습니다. 여전히 그 모습이었습니다. 그렇게 잠깐 보고 친구들과 쿨하게 뒤도 안 보고 집으로 왔습니다.
이제 두 달 동안 안 보게 되는데 자꾸 생각날까 봐 솔직히 두렵네요.
A양 보려고 한 행동을 생각하면 저 자신이 한없이 찌질해 보여서 저도 제가 싫어지게 되더라구요.
정말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누가 짝사랑이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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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동갑이시네요.
글을 보아하니 부정하기엔 늦었습니다. 일단 마음이 생겼다면 정면돌파가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이니까 성공률이 완전 높진 않겠지만 자유게시판과 추천게시판 잘 보시면 좋은 조언글 많이 있습니다 잘 쓰시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모쏠이라 어느정도 동병상련을 느껴요.
다만 저는 아직 살면서 '내가 이 여자를 진짜 좋아하는구나' 의 느낌이 전혀 아직 없어서.. 이러다가 걍 연애사에 관심도 없이 혼자 살까 걱정입니다. 정체성은 보이그룹은 이름도 잘 모르나 걸그룹은 한때 줄줄이 꿰었던 걸로 봐서 이성애자 인 것 같지만 무소용 인거같아요 ㅠㅠ
내맘이야님은 그런점에서 저보다 훨씬 이미 나아가신 겁니다. 님도 군복학 하셨으니 동기 여자는 아마 거의 없을 것 같고.. 조별과제라도 하면 후배여자와 말이라도 하면서 조금씩 예습 하시면 되지 싶..아 내처지도 이런데 뭔소릴 하는거야 ㅠㅠ
하여튼 내맘이야님은 꼭 성공하시길.. 제 몫까지..
제 친구의 가장 최근 두번의 연애는 상대와의 나이차이가 13살, 15살 이었습니다.
제 친구가 특별히 잘생긴것도 아니고 부자도 아니고 엄청 똑똑한것도 아닙니다.
3학번 차이나면 아저씨라고 생각하는 여성도 있겠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여성도 있지요.
미리부터 그렇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