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5/02/26 12:51:26 |
Name |
아케미 |
Subject |
[장재호 선수 응원글] 달을 닮은 이 |
어느 어두운 밤.
희게 빛나는 둥근 보름달이 오늘따라 더 아름다워 보인다.
"…기분 탓일까."
검은 머리의 소녀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야, 너 지금 무서워하는 거냐?"
센티널의 어느 훈련장 한 구석, 즐거워 보이는 궁수 하나가 정반대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듯한 다른 궁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아, 아냐! 무섭긴 뭐가…뭐……"
울상이 된 궁수가 억지스레 고개를 젓는다.
"에이, 무서워하는 거 맞네. 너 이제 보니 아주 겁쟁이구나? 나는 신나는데. 내 화살이 적의 영웅에게 치명타를 입힌다! 생각만 해도…"
"어머 얘는! 너 죽을 건 생각 못하고?"
말이 미처 다 끝나기도 전에 이제는 아예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녀가 소리친다.
"어이구, 너야말로 정말 어떻게 군대에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넌 그냥 한가롭게 나무열매나 따면서 살아야 할 가냘픈 엘프인 성싶은데?"
"…그거야 나도 처음에는 재밌을 것 같아서 들어왔는데……."
말을 흐리는 그녀를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던 궁수가 힘차게 말했다.
"우리 사령관님이 누구신데?"
"……."
"그는 절대 지지 않아. 우리를 이끌고 전장에 나가서 그 건방진 호드에게 본때를 보여줄 거라고."
빙글빙글 웃는 그녀에게 울상이던 궁수가 간신히 제 얼굴을 찾고는 톡 쏘았다.
"너 말솜씨 무지 늘었구나. 한낱 궁수 주제에 사제님 뺨치네."
"그거 칭찬이지?"
빛이라고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파란 달빛밖에 없는 어두운 방 안, 한 사내가 굳은 듯이 서 있다. 앞에는 그의 시선을 끌 그 무엇도 없는데 그가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자신 있으십니까, 사령관님?"
"……무슨 대답을 원하는가?"
사내가 뒤를 돌아보며 차갑게 웃는다. 그 웃음에 여사제는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그래도 상대는 최근 기세가 예사롭지 않은 호드의 신성 Romeo입니다."
"……."
그는 잠시 침묵을 지키며 여사제가 자신의 말을 후회하고 있는 눈치인 것을 보았다.
"…얼라이언스의 시덥잖은 옛이야기 중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사랑타령이 있었지."
"예…?"
"내가 그에게 승리라는 줄리엣을 안겨줄 것 같은가?"
그 말을 들은 여사제는 그제야 입가에 엷은 웃음을 머금었다.
"…알겠습니다, Moon."
전장은 이미 눈앞에 있다.
남은 것은 자신과 자신의 전사들을 믿고 싸워 승리하는 것뿐.
사내는 눈을 감았다.
"엄마!"
"왜 그러니?"
"달 좀 보세요. 정말 예뻐요."
"그러게, 듣고 보니 그렇구나."
소녀는 한참 동안 말없이 하늘만 쳐다보다 불쑥 말했다.
"…저 달을 닮은 사람은 참 멋질 것 같아요."
보름달에 한 가지 소원을 빌라면
가슴 속에 묻어둔 말 꺼내 보겠어요
달아 달아 너를 닮은 사람이 있단다
그 사람 가는 길에 빛을 내려주렴
그 사람 가는 곳에 축복 채워주렴
달아 달아 너와 같은 사람이 있단다.
평소 MW의 팬텀님 글, 이곳의 토성님 글을 동경해 왔습니다. 나름대로 따라한 건데 역시, 저는 아직 멀었군요-_-; (아처를 등장시켜보고 싶었어요;)
결승전, 이제 하루 남았네요. 비록 현장에서 열기를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마음만이나마 내일은 세중게임월드에 가 있을 것 같습니다. 두 선수의 명승부를 기대하며, 장재호 선수 파이팅!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