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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7 16:53
오늘 약국에 어떤환자분이 펜벤다졸 문의하셨는데, 모 판매처에서 한통에 60만원에 판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해당 제품을 다뤄본적이 없어서 일반적 가격은 잘 모르지만 저 가격은 말도 안되는 바가지죠..
그 분은 이미 경기도 전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한통에 6~10만원씩 주고 구매하고 있다는데, 일단 아는바를 최대한 설명해드리긴 했지만, 그 분도 알면서 혹시나하고 사모으더라구요. 여러모로 마음이 착잡했는데 이런 글을 보니 댓글을 안남길수가 없네요.
19/10/17 17:43
한통에 60만원....몇 알이나 들었는지, 몇 일 치인지는 모르겠지만, 부담스러운 가격이네요. 알면서도 혹시나, 봐도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안타까운 사연입니다. 약사분들이나 의사분들도 이번 일로 걱정이 아주 크시겠지요. 부디 기운내시길 바랍니다.
19/10/17 17:25
너무나 동감하는 얘기입니다. 특히 주위 사람 얘기는 1000% 동감합니다. 다 좋은 의도로 말씀주시는 선량한 분들이라고 생각하고 덕분에 너무도 다양한 치료 방법들에 대해 듣게 됐습니다. 하지만 현대 의학과 단절하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주치의와 해당 관계자들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간혹 '왜 아직도 이 치료를 안 받고 있냐'며 적극적으로 권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왜 지난 번부터 얘기했는데 안 받냐고 화도 내시고요), 솔직히 어떤 부작용이 있을 지, 그리고 이 치료를 통해서 수명이 더 줄어들거나 고통이 심해지게 되는 건 온전히 가족의 몫입니다. 좀 과한 비유일 수도 있겠지만 주식이나 코인 권하는 것과 뭐가 다른 지 하는 생각도 들곤 합니다. 선택에 대한 고민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 지에 대해서만 좀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19/10/17 17:58
정말 힘들죠... 당사자와 제3자 간에 온도 차이가 극심한 부분 같습니다. 기껏 너 좋으라고 '해준' 말인데 vs 피곤해도 예의상 '들어줬는데' 정도의 느낌이랄까요. 아무튼 몸도 마음도 지칠 때가 많아요. 제 경우는 스트레스를 굳이 사서 받을 필요는 없으니, 핑계를 대서라도 말을 끊는 편입니다. 이런 문제가 많은 환자분들이 환자라는 사실을 오픈하거나 근황을 알리실 때 고심하시는 원인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분들이라도 당사자가 아닌 한, 말씀하신 선택과 고민의 무게를 알기는 어려우니까요. 당장 저도 아버지랑도 이런 얘기 잘 안합니다. 서로 피곤해요, 하하하하.
포카리님의 상황은 모르지만, 부디 좋은 결과가 따르길 기원하겠습니다.
19/10/17 17:34
친동생이 뇌종양 4기인데 먹으려고 하더군요
항암치료 너무 힘들어하고...식사를거의 못해요 이리저리 고민이 많네요 아직30대중반인데
19/10/17 17:34
말기암 환자들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이것저것 시도하지만 제일 좋은 치료는 자신에게 잘맞는 임상약물 투여 인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2년전 이맘때쯤 이미 장기에 전이된 위암 말기였는데 다행이 잘맞는 임상치료약 투여로 완치는 아니지만 일상생활을 할 정도로 건강해지셨습니다.
19/10/17 18:15
저희 어머니도 수텐이 임상약이던 시절에 임상에 참여하셔서 큰 효과를 본 케이스입니다. 처음 간 병원에서는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고 1년도 어렵다고 하셨어요. 결국, 임상이 끝나고도 한 5~6년 정도 더 드셨지요. 이제는 수텐이 신세포암 표준 치료제에서 탈락할 상황이라고 하니, 감회가 정말 남다릅니다.
아버지께서 많이 좋아지셨다니 정말 축하드립니다. 부디 그 상태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19/10/17 18:57
저도 어쨋든 희귀난치성질환 가지고 있는데 공감합니다
예전에 모임 나갔을때 다들 이것 저것 권유받는게 힘들다고 하던 얘기가 떠올랐네요 가끔 가다가 홍보로 자기들은 고쳤다고 하는거 보면 웃기긴 합니다 제 쪽은 아직 의학쪽으로는 완치 판정받았다는 얘긴 없다던데 크크
19/10/17 23:02
그러게요. 실제로는 완치는 커녕 '치료'라는 말도 쓰기 조심스러운데 말이죠. 그런 광고를 보면 처음엔 분명 웃긴데... 가는 분들이 실제로 계시더라고요...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해야 하려나요. 착잡합니다.
무슨 질환을 앓으시는지 모르겠지만, 관리 잘 받으시고 또 잘 하시길 기원합니다.
19/10/17 23:03
감사합니다. 사실 완치될 거라는 희망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희망이 있고, 그거면 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케로니님께서도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19/10/17 21:5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암 수술하고 나서 바로 발효액 같은 거 선물받았는데 진짜 난감하더라고요. 그 뒤에 계속 저런 류의 얘기나 선물 비스무레한 게 들어오는데 쳐내는 것도 피곤할 때가 있어요. thelasid님과 어머님 건강하시길 빌게요.
19/10/17 23:07
그런 게 생각보다 엄청 비싸더라고요... 무척 난감하셨을 것 같습니다. 저도 가능한 한 상처 주지 않고 쳐내보려고 아둥바둥하는데, 심력 소모가 엄청난 느낌입니다. 고맙습니다. 바닐라빈님과 가족분들도 건강하시길 빌께요.
19/10/17 22:50
너무나도 이성적이신...
글쓰시는 솜씨가 너무 부럽고 질투가 나네요 그렇기에 얼마나 남들보다 더 힘드실지.. 감히 상상도 안가네요.. 화이팅입니다 정말로요
19/10/17 23:12
아이고, 과분한 말씀 감사합니다.
거너스님도 분명 남들보다 힘드신 일이 있으시겠지요. 그런 일이 적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항상 화이팅하시길! (그렇지만 힘든 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듯하다는 사족도 덧붙여봅니다.)
19/10/18 07:25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북미에 살아서 지인들이 펜벤다졸 좀 구해달라고 성화인데 와닿는 점이 많네요.
글쓴 분과 어머님의 건강을 빌겠습니다.
19/10/18 08:50
평생을 같이 할 친구가 의료계에 종사하고 있는지라 자주 듣는 얘기기도 하네요.
주치의나 소위 말하는 '의사'분들께서 확실한 차도나 예후를 말하기 어려운 것은 말씀하신대로 전문가인 그들조차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말이 공감이 되네요. 글쓴 분과 어머님이 항상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19/10/18 19:26
친구분이 많이 힘드시겠네요. 몸도 마음도 힘든 직종인지라, 좋은 일 하십니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라는 말밖에 드릴 수가 없네요.
그래도 그 분께는 그런 이야기를 털어놓을 클로프님이 계시니 다행이네요 :) 두 분도 항상 건강하시길 빕니다.
19/10/18 10:04
좋은글, 저도 환자의 가족으로써 너무 공감됩니다. 누구나 언젠가는 환자가 될수도 있고 환자의 가족이 될수도 있고 또 환자의 가족을 지인으로 둘수도 있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글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9/10/18 19:46
감사합니다.
사람인데, 어떻게 매번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있겠습니까. 배려와 관심에 항상 감사합니다. 상대방분도 아마 루인님께 고마워하셨을 거예요. 제가 본문에서 다소 강하게 말씀 드린 것은, 때때로 배려가 과할 때가 있어서에요. 가령 수십 만원어치 한약 같은 거요. 금액 자체도 부담스럽고, 먹을 수도 없으니 곤혹스럽습니다. 우리가 아는 사람한테 선물을 할 때, 상대가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고민하잖아요. 환자한테 선물을 주실 때는, 도와주고 싶으시다는 생각이 앞서셔서 그런지, 많은 분들께서 여러 면에서 과한 선물을 주시곤 합니다. 저는 가벼운 선물을 좋아합니다. 아마 다른 환자분들도 그러실 거예요. 제가 받았던 선물 중 가장 기뻤던 건 입원했을 때 받은 고급 화장지와 물티슈, 향이 좋은 핸드크림이랑 립밤 같은 거였어요. 실제로 요긴할 뿐더러, 정말 배려심이 느껴지는 선물이었습니다. 혹시 오해하실까봐 적는데, 저 남자입니다. 그렇지만 수술 후에는 온몸에 수분이 다 날아가는 느낌이라, 저렇게 보습에 도움이 되는 물건이 요긴해요. 암튼 잡소리가 길었네요. '불편한' 배려라는 말씀을 들으니... 제가 말씀을 잘못드렸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절거렸습니다. 불편하지 않아요. 때때로 과하게 느껴진다, 보답하기 조금 벅차다, 뭐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
19/10/18 14:21
VHL 환자분이시군요. 전공의때 1케이스 봤었는데, 힘내시길 바랍니다. 그거와 별개로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선, 과학적 사고방식이 아직 국내 일반에 정착되지 않아서 라고 봅니다. 실험군-대조군, 통계적 분석, 이런거에 대해 전혀 익숙하지 않으니깐요. 유례없이 빠르게 성장한 나라인만큼 어느정도는 그럴수 있다고 봅니다.
19/10/18 20:19
아무래도 그렇겠죠. 사실 과학적 방법론이 일반에 정착되기는 쉽지 않은 듯해요.
우리보다 더 선진화됐다고 일컬어지는 사회도 대동소이한 느낌입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사회 전반이라고 해야 할지, 의사나 여타 전문가들, 더 나아가 타인에 대한 신뢰가 많이 부족한 것 같긴 해요. 타당하든 아니든, 환자가 의사를 믿지 않는(혹은 못하는) 이유가 있겠지만, 의료 문제와 관련하여 환자 자신이나 지인들의 판단이 의사의 판단보다 과연 더 믿을 만한지는 숙고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겪은 특정 의사가 믿을 만하지 않다고 해서, 의사는 다 그렇다고 확대 적용해도 안 되겠고요. 예전에 입원했을 때, 주치의 선생님(아마도 패컬티? 암튼 매우 쎄신 분)께서 인턴 및 레지던트 선생님들이랑 같이 새벽 회진을 다니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정말 우르르 몰려다니셨는데, 발소리만 듣고도 오시는 줄 알았죠. 그때 턱최몇님을 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마 아니시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니 재미있네요 :) (저는 한 세트에 10번씩 다섯 세트 합니다!) 의사분들께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더 많이 글을 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9/10/19 14:35
허리디스크만되도 주변에서 온갖 말들이 많은데 심지어 허리디스큰데 다리가 왜 아프냐고 디스크 알못을 만들기도 하구요. 암은 상상도 못하겠네요. 건강하시기를
19/10/21 00:03
그러게요. 역으로 다리가 아픈데 왜 허리 mri를 찍냐 그러는 경우도 많고, 병이라는 게 여로 모로 참 어렵습니다. 치킨은진리다님도 항상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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