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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9/08/22 01:16:15 |
Name |
HALU |
Subject |
[일반] 오늘 뜬금없이 펑펑 울었습니다 (수정됨) |
최근에 와이프 성화로 강아지를 한마리 입양했습니다.
말썽만 피우고 말도 안듣고 아주 천방지축입니다.
오늘은 눈에 털이 붙은 채로 헥헥 거리며 뛰다니고 있었습니다.
늘 그렇듯 이 놈 신변에 무슨 문제가 있으면 강사모를 켜고 키워드를 검색합니다.
'강아지 눈에 털'
그냥 놔두면 없어진다
손으로 뗀다
인공눈물을 떨궈준다
다양한 답변중에 가장 타당해보이는 다수의 의견을 골라서 실행합니다.
주인과 숨바꼭질을 5분여 간 하고나서 결국 개는 제 손에 잡혀서 처분을 기다립니다.
한방울, 두방울, 세방울
신기하게도 답답하게 눈 가운데를 가로막던 하얀털이 밀려나와 눈이 깨끗해집니다.
'음~ 오늘도 하나 배워가는군'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17년간 함께했던 그 개가 떠오릅니다.
항상 눈에 털을 붙이고 저를 반기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아직 어린 나이였기에, 개를 돌보는 것보다 다른 것들에 더 관심이 많은 나이였기에,
신경써주지 못했던 그 개가 떠오릅니다.
진학과 취업에 치여 마지막 가는 날에도
같이 해주지 못했던 그 개가 떠오릅니다.
왜 그때는 눈에 붙은 털을 떼주지 않았을까
얼마나 답답했을까
나는 왜 그때 우리 여름이한테
작은 관심조차 쏟지 못했을까
30분을 펑펑 울었습니다.
와이프가 깜짝 놀라 이유를 묻습니다.
미안하다
하늘에서 잘 살고 있지?
나중에 꼭 바래러 나오렴
그때는 오빠가 눈에 붙은 털 꼭 떼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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