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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8/21 14:09:04
Name Farce
Link #1 http://goldenbough.minumsa.com/book/1972/
Subject [일반] 러브크래프트 소설 입문 가이드 (수정됨)
안녕하세요.
오늘의 강의 "HPLC-101 : 러브크래프트 입문"을 맡게된 Farce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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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1890년 8월 20일 ~ 1937년 3월 15일)]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는 어떤 미국 작가의 이름입니다.
도대체, 괴상한 촉수덩어리 소설을 쓴 러브크래프트라는 소설가가 왜 유명할까요?

러브크래프트가 중요한 작가인 이유는 그가 바로 최초의 '대중성 있는 공포소설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이 최초의 공포소설을 쓰지는 않았겠지만, 1930년대 대중소설 시장에서, '팔리는 소설'로서 공포소설을 연재했다는 것은,
역사적인 업적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요. 그 이전에는 공포소설은 그리 대중적인 소재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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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누가 그렇게 기분 나쁜 물건들을 돈을 주고 살까요? 괴상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거기에다가 그런 사람들에게 글을 팔아서, 전업작가로 먹고 산다고요? 하하, 정말로 말도 안되는 이야기였지요!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은 참으로 '현대'적입니다. 지금 다시 읽어봐도, 어디선가 많이 본 '인터넷 괴담' 같은 접근성과 흡입력이 있지요.
하지만 80년도 더 된 소설이다보니, 시대의 한계가 여럿 있습니다.
그게 바로 제가 여러분께 단순히 "러브크래프트 소설을 읽고 싶으시다고요? 아무거나 하나 찾아 읽어보세요!" 라고 하지않는 이유입니다.

첫번째로,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은 "펄프 픽션"입니다. 다시 말해서, 문학적 가치는 '요즘 웹툰'만큼이나 가지고 있습니다.
왜 한국의 영어영문과에서 셰익스피어와 (러브크래프트의 공포 소설에 영향을 준) 에드거 앨런 포는 가르쳐도,
러브크래프트를 왜 안 가르치는지 짐작이 가지 않으시나요? 잡지에 연재되던 소설입니다. '순정만화'급 '대중작품'이에요.
그래서 지금 보면 아주 재미없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잡지에서 자기 시리즈를 연재중지시킬까봐 일단 던져놓은 작품도 많고요!

둘째, 러브크래프트가 다루는 공포요소는 30년대의 백인미국인들이 좋아할 인종차별주의적인 요소를 많이 담고 있습니다.
한국인 독자라면 상당히 거슬릴 수 밖에 없지요. 괴물은 항상 아프리카의 정글에서 튀어나와 미국으로 넘어오며,
백인들의 문명을 혼혈화시켜 타락시키기 위한 음모를 꾸미는 마법사가 등장하는 소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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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의 소설 중에서 '21세기'에 가장 많이 패배당하는 "레드훅의 공포"의 무시무시한 반전: "그 못생긴 흑인이 괴물이었어!"]

이런, 벌써부터 진입장벽이 생긴 것 같군요! 자 그러면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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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황금가지 사이트에 들어가서 7권짜리 전집을 검색해보니, 친절하게도 도합 "3570쪽"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정말로 '입문 가이드'가 필요한 두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걱정마세요! 여러분에게는 제가 있잖아요!

러브크래프트 소설을 읽고 싶은데, 어떤 것부터 읽어야할지 모르시겠다고요?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일단 보통 인터넷에서 러브크래프트의 대표작이라고 하면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이,
"크툴루의 부름", 또는 "던위치 호러"같은 복잡한 세계관이 매력적인 작품들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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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절대로 "크툴루의 부름"이나 "던위치 호러"로 시작하지마세요!]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이 재미있는지 보시려면, "크툴루 신화"가 들어가는 작품으로 시작하시면 재미가 없을 확률이 큽니다!

왜냐고요? 러브크래프트의 본업은 공포소설 작가인데요, '매혹적인 세계관의 연계'를 먼저 챙기시려고 하면 배탈부터 납니다.
그건 아무래도 좀 부가적인 요소가 아니겠습니까? "크툴루"가 누구고 어쩌고 저쩌고, "하스터"가 어쩌고 저쩌고, "니알라토텝"...
"네크로노미콘"... "드림랜드", "렝 고원"... 정말 공포스러울 정도로 재미없게 책을 읽는 방법입니다.

요즘 애니메이션이고 게임이고, 마블 유니버스고... 세계관 연동 좋고,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좋지요.
하지만 엔드게임이 최고의 작품이라고 해서, 그걸로 입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은 마블 히어로 영화보다 심지어 더 사정이 복잡합니다. 순서대로 속편이 몇줄기로 나온게 아니거든요.
하지만 제가 스스로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나름대로 스스로 읽으면 재미있는 순서를 알아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걸 좀 공유해드리고 싶네요.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은 왜 재미있는지, 그렇기에 어떤 순서로 읽어봐야 재미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지.
시작합니다!

1. "냉기 (Cool 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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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러브크래프트 소설을 읽어보시겠다는 분이 주변에 생기면 가장 먼저 말씀드리는 작품이 "냉기"입니다.]
한국어로도 제목이 성의가 없는데요. 영어로는 더 성의가 없습니다. "쿨 에어"입니다. 크크크...

이미 러브크래프트 소설을 찾아보기 시작하신 분이 아니시라면, 정말로 못 들어봤을 정도로, 그리 유명한 작품은 아닙니다.
아, 사실 아무도 모르는 비운의 작품이거나 하는 건 또 아닙니다. 왜냐면 "정말 짧고, 간결하거든요".

러브크래프트의 다른 작품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생활형(?) 괴담입니다.

다른 단편소설은 그래도 인터넷 게시판이 있었다면 러브크래프트가 올렸을 것같은 작품인데,
얘는 트위터에 올리고 싶었다는 느낌까지 드는 작품이에요.

복잡한 "고대 신"들의 뒤틀린 신화에 대한 이야기? 안 나옵니다!
주인공은 학자도, 모험가도, 심지어 직장인도 아닌 그냥 '대학생'입니다.
돈이 쪼들려서 하숙집을 더 싼 곳으로 옮겼어요. 냄새나는 뒷골목에 있는, 뭐 다 무너져내려가는 그런 곳인데,
아니 글쎄 윗층에서 어떤 '미치광이 학자'가 실험실을 차렸지 않겠습니까?

설마 그 사람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이라도 생기면 어떡하죠?

단편 "냉기"의 장점은, 세계관 요소는 하나도 없는 작품 주제에,
러브크래프트가 자기가 좋아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독자들에게 알려준다는 것이지요.

"미친 과학자님", "일상과 인간성의 붕괴", "똑바로 된 과학자라면 발견하지 못했을 괴상한 주술(?)-마법-과학...?"
그리고 제목이 촉감이 근질근질한 "냉기"인 것에 느껴지듯이 오감을 조금씩 조여오는 '오감 서술법'까지,
앞으로 러브크래프트 소설을 읽는다면 무한히 반복될 특징이 잘 살아있습니다. 괴담겸 단편소설 아니랄까봐.
와아아아 무서운 반전이다! 하면서 마지막 몇줄 집어놓고 결말을 털어버리는 것도 똑같고요 흐흐흐.

이걸 읽어보셨는데, 재미를 못 느끼신다면, 러브크래프트의 글은 독자분의 취향이 아닐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그래도 재미있으시다면, 다른 글을 읽어보시는 것도 좋고요.

"냉기"는 도서관에 하나씩은 비치되어있는 "황금가지 러브크래프트 전집", 그 중에서도 "2권"에 수록되어있습니다.
책을 통째로 빌리실 필요도 없이, 도서관에 들리셔서 빠르게 읽고 책을 내려놓을 정도의 길이니까, 그렇게 하셔도 좋고요!

1-1. "저 너머에서 (From Beyond)", "에리히 잔의 선율(The Music of Erich Zann)"

"냉기"를 읽었는데, 나쁘지 않다... 그렇다면 계속해서 '괴담식' 러브크래프트 단편을 읽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제가 다음으로 추천드리는 것은 일단 "저 너머에서"입니다. 역시 짧습니다. 거기에다가 세계관적인 요소가 아주 조금만 들어가있지요.

"냉기"가 세계관적인 요소가 없기에,
앞으로 러브크래프트 소설에서 떠들 말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면 "저 너머에서"를 읽어두면 아주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저 너머에서"의 큰 단점이 있으니... 작품 자체가 공포분위기는 좋은데, 그 자체로는 줄거리적으로 별일이 안 일어납니다.

하지만 "냉기"를 먼저 읽으셨다면,
"저 너머에서" 등장하는 '저 세상으로 가는 포탈'을 보면서 ["어 잠깐만, 이거 큰 일인데!'라고 말하게 되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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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포탈은 열렸고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괴물딱지로 가득하며, 포탈은 과학기술로 유지되는 세상에 어서오세요!

그래서 두 작품이 '전집 2권'에 같이 수록되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거창한 판타지보다 더 간단하고 생활밀착형으로 초대를 하는 것이지요.
이미 크툴루 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을 위한 전집 1권과 2권의 분위기를 다르게 만들기 위한 편집부의 노력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에리히 잔의 선율"은 본격적인 러브크래프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냉기"하고 비슷하게, 하숙집 아저씨에게 생기는 일인데요. "저 너머에서"에서 말해주듯이,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은, 우주를 함부로 쳐다보면 우주 저편과의 문이 열려버리는 그런 세계관이거든요.

음악을 연주하기 전에 악보의 출처를 제대로 알아보고 연주합시다. 밤하늘 너머에서 무언가가 넘어오는 꼴을 보기 싫으시다면...

"에리히 잔의 선율"은 도시형 괴담이 어떤 형태를 띄어야하는지 러브크래프트의 내공이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아파트 창문 너머로 원래는 다른 아파트 건물이 보이지 밤하늘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자기 건물 옥상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
옆집에는 이상한 삼촌이 산다는 것.... 조금만 각색해도 현대적인 배경에도 괜찮을 그런 이야기입니다.

"에리히 잔의 선율"은 '전집 1권'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2. "우주에서 온 색채(The Colour Out of Space)"

하지만 앞서 말한 단편들은 작품의 길이가 짧다보니, 깊이마저도 얉은 아쉬움이 존재합니다.
오히려 러브크래프트가 평범한 괴담가로 느껴지신다면, 그 때야말로 "우주에서 온 색채"를 읽어보실 차례입니다.

러브크래프트의 정수는 바로 '역사적 사실 및 지역적인 배경과 공포 소재를 섞어서 제시하기'라고 생각합니다.
댐을 만드는 바람에 강 속에 수몰되는 전통적인 마을이 뉴잉글랜드 지방에는 많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단편소설은,
미국의 오지산골에는 어떤 괴담이 있는지를 알려주면서, 어떤 '운석'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요.

아 뻔한 스포일러 하나 하겠습니다. '그 운석'이 마을사람들을 다 죽여요. 천천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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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다키스트 던전의 확장팩 "광기의 색채(The Color of Madness)"가 스포일러를 더 하고 있군요! 이런!]

20세기의 미국인이라면, 특히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조상님 중에서는 농사를 짓던 사람들도 있었겠지요.
돌아갈 고향도 있고요. 그건 21세기의 한국인도 마찬가지 일것입니다. 아 그리고 조상님 고향에 떨어질 운석은 언제나 무섭고요!
하지만 도시 사람들이 시골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떻게 알겠어요.

2-1.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자(The Whisperer in Darkness)", "벽 속의 쥐(The Rats in the Walls)"

여기서 더 나아가 조금 더 '순한 맛'을 고르자면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자"가 등장하고,
'매운 맛'주세요, 라고하시면 "벽 속의 쥐"가 등장합니다.

둘다, 영국에서 온 시조들이 어떠네, 이런 사건이 요즘 미국에 있었네, 음모론과 괴담이 섞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일단 "어둠 속에서..."는 시골에 외계인이 산다! 라는 도시촌놈의 이야기인데요.
미국인이 쓴 소설 아니랄까봐, 더블배럴 샷건으로 외계인을 쏘면 죽습니다. 그래서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더 가볍습니다.
중간 중간에 분위기를 잡는 장면이 없으면 그냥 모험소설로 읽어도 될 정도에요.

시골과 도시를 오가면서 외계인과 그 단서를 찾는 이야기라니, 정말로 그럴싸한 SF섞인 액션 영화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명왕성에서 온 외계인들은 무시무시한 무력은 가지지 못했지만, 아주 끔찍한 취향의 소유자들이었고...
아니 왜 그걸 묘사하시는거에요, 도대체! 영화 "맨 인 블랙"의 B급 정서가 그리우셨다면 아주 좋아하실만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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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속의 쥐"는 대놓고 끔찍한 유혈사태를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쥐'는 갉아먹는 것을 즐기지 않겠어요?

나무위키에서도 적혀있는 이야기인데요. 러브크래프트는 '기절'을 자주 기법으로 사용합니다.
괴물을 보았고, "으악!", 정신차려보니 병원이더라.
그런데요. "벽 속의 쥐"는 러브크래프트가 좋아하는 '오감'에 '시각'도 들어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작품입니다.
상당히, 시각적이고요. 그 와중에, 인물 묘사도 정말 손에 꼽힙니다.

다른 작품에서는 고대신에게 괴상한 희생제사를 바치는 광신도들을 괴상한 주문이나 웅얼거리는 '괴물'로 많이 소모했는데요.
여기서는, 마음의 상처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럴수도 있지않을까? 라고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어우 분위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시각적인 묘사, 미국 개척사에 곁들어진 역사떡밥, 미쳐가는 주인공... 거기에 세계관 연계까지!
단편소설은 이렇게 취향따라 골라잡으시면, 러브크래프트라는 사람이 무슨 소설을 쓰던 사람인지 대강 감이 오실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러브크래프트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서, 정말로 이 사람만의 이야기에 홀딱 빠져보고 싶으시다고요?
설마 그런 분이, 취향이 Farce도 아니고 있으실까는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미리 추천리스트를 드려 보겠습니다.

3. "광기의 산맥(At the Mountains of Madness)"

장편소설입니다. 장편치고는 짧다고 '중편'이라고 부르는 분들도 계신데, 러브크래프트의 '장편'이 다 이렇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원래 '단편'아니면 '장편'이라고 하잖아요. 흐흐흐... 장편은 참 좋지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있으니까요.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나중에 모아보니까, 세계관이 있는 것이지, 러브크래프트는 세계관이 없다!,
라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광기의 산맥"을 읽어보시면 그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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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탐험은 사람을 미치게 합니다. 거긴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지요. 얼음과 눈만 쌓여있어도 사람의 정신줄이 시험에 듭니다.]
그리고 그 얼음 덩어리 밑에는 외계인의 고대문명이 남긴 유적들이 널부러져있지요.

"광기의 산맥"이 재미있는 이유는, 러브크래프트 특유의 '추격전'이 가장 세련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남극 탐험을 왔습니다.
어? 뭐지 저 이상한 건? 설인인가?
으악 놀라서 구덩이에 떨어졌다?
여긴 어디지? 지하유적?
으악 뒤에서 무언가가! 할 수 없군, 유적 속을 헤매는 수 밖에!

단편에서는 이런 전개가 가끔은 '작위적인 연출', '썰렁개그'로 소모되기도 하는데요. (길거리에서 이상한걸 보고, 기절해보니 병원, 끝!)
"광기의 산맥"에서는 '완급조절'이 대단합니다. 무슨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보는 느낌이에요. "메이즈 러너"나 "에일리언" 같은거요.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광기의 산맥"은 연재처를 찾지 못하고 러브크래프트를 한동안 생활고로 고생시킨 작품입니다.
파편화 되어서 이런 저런 연재처에 올라가긴 했는데, 편집된 글의 상태가 말이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보는 모든 판본은
사실은 러브크래프트 사후에 원고지에서 꺼내온 버젼입니다. 즉 요즘으로 치자면 웹툰작가님 하드드라이브를 사후에 꺼낸 거에요.

이렇게 좋은 소설을 만들어봤자, 편집부에서 퇴짜만 놓는다니,
러브크래프트가 괴상하게도 재미없는 단편을 많이 남겼던 것도 이해가 갑니다. 아아 창작의 고통이여.

3-1. "시간 속의 그림자(The Shadow Out of Time)", "인스머스의 그림자(The Shadow over Innsmouth)"

공교롭게도 이름에 그림자가 들어가는 형제로군요!
"시간 속..."이 순한 맛이고, "인스머스의..."가 매운 맛입니다.

역시나 "광기의 산맥"에서처럼, 둘다 세계관을 천천히 설명해주면서 떠드는 장편작품인지라,
단순히 밑도 끝도 없이 무서운 이야기를 찾으신다면, 앞서 추천드린 단편들이 더 좋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시간 속..."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소설인데요. 사실 이건 공포소설이 아닌것 같기도 해요. "괴기소설"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외계인과 함께 손잡고 떠다는 외우주탐험! 와! 괴상망측하다!" 다음에 무슨 이상한 이야기를 꺼낼까, 기대하면서 읽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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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머스의 그림자"는 하도 매력적인 소재라서 게임으로 몇번이나 나오고, 죽을 연속해서 쑤고 있는 그런 작품입니다.]
"이끼" 또는 "곡성"이 생각나는, 시골 스릴러입니다. (아까 "우주에서 온 색채"에서도 그랬지만, 이건 러브크래프트의 장기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광기의 산맥"과 동급 또는, 그 이상일 정도로 러브크래프트의 필력이 폭발한 장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소설을 추천 목록의 마지막에 언급하듯이 끼워넣은 이유가 있습니다.

'정말 뻔해요'.

진짜. 지금 기준으로 이거 읽으면서 재미있기가 힘듭니다. 이걸 처음 소설로 읽으신다면 정말 재미 없을거에요.
지금 스포일러를 하고 싶은 근질거림이 목구멍 바로 뒤까지 올라왔습니다. 왜냐면, 이거 배경 이야기를 하는 순간
"어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인데?"라는 말이 반드시 나옵니다. 결말도 이미 다 아실걸요?
결말을 이미 아는 러브크래프트 작품만큼, 세상에 재미 없는게 또 없는데도 말이지요!

어촌. 광신도. 촉수. 비린내.
으아 뻔하다 뻔해.

하지만, 정말로 잘 만들어진 장편입니다.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챙겨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절대로 놓쳐서는 안되는 작품이지요.

이상.
제가 생각하는 "러브크래프트 입문 가이드"를 마칩니다.
재미있는 공포소설을 알아가시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혹시 제가 '러알못'일수도 있으니, PGR의 고수분들의 지적과 다른 작품 추천을 대환영합니다!

"사냥개(Hound)", "사르나스에 닥쳐온 파멸 (The Doom That Came to Sarnath)", "고분 (The Mound)" 등등...
저를 신나게 만들어주고, 같이 떠들고 싶은 그 밖에 다양한 작품들이 있지만, 그건 그것대로 다음에 기회가 있겠지요 :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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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1 14:16
수정 아이콘
저는 아재인지라, From beyond 를 불법 복제한 VHS 영화로 먼저 봤습니다. 그래도 재미있더라고요!
19/08/21 14:3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앗! 저는 요즘 새로 나오는 영화를 따라잡기도 벅차서, 고전명작들은 봐야지 봐야지하면서 인생을 허비하고 있습니다. 이 기회에 한번 합법적인 수단이 있나 눈도장좀 찍어놔야겠군요!
로즈 티코
19/08/21 15:19
수정 아이콘
[지옥인간]이었겠군요 분명. 흐흐흐흐
19/08/21 20:09
수정 아이콘
오오!!!
이호철
19/08/21 14:19
수정 아이콘
러브크래프트 하면 문어괴물이 증기선에 배빵맞고 실신했다는 이야기만 알고 있었습니다.
19/08/21 14:41
수정 아이콘
80년도 더 된 소설이다보니까, 아무래도 '스케일'이 지금 보기에는 구린 묘사가 참 많지요 크크크.... 그래서 현대작가들이 자꾸 러브크래프트 소재를 꺼내들 때마다 저는 환호성을 내지릅니다! 리메이크란 이런 요소가 있는 작품에서 하는 것이지요!

"사냥개(The Hound)"도 정말 괴상한 소설인게요. 아니, 대학교에서 할짓없는 퇴폐적인 킹카 둘이서 극한의 쾌락을 추구한 끝에, 으시시한 고대 오컬트 서적을 꺼내들고 제사를 지낸다는게 말이나 됩니까? 그래서 "His Mouth Will Taste of Wormwood"라고 어떤 야설작가분이 리메이크한 버젼을 찾아 읽었습니다. 어우... 정말 명작이 되었습니다.

러브크래프트 소설의 약점은 '대화'라고 하더군요. '1인칭 괴담'일때는 그럴싸해 보이는데, 인싸적인 요소를 조금이라도 넣으려고 하면 작가의 밑천이 드러나버린다고요 흐흐... 30년대면 문어괴물을 군대가 무찌를 방법이 훨씬 많았을텐데... 아쉽지요. 디테일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공포소설 작가여서 참 다행이에요.
19/08/21 14:20
수정 아이콘
음 좋네요. 하나하나 구매해서 읽겠습니다.
19/08/21 14:43
수정 아이콘
Kanoth님의 취향과 어울릴지가 참 기대되긴 하네요. 일단 "냉기"부터도 사실 진입장벽이 좀 있어서요. 요즘 인터넷 괴담이 더 재미있을 수도 있습니다. 80년된 소설이 다 그렇지요 뭐 크흐흐...
valewalker
19/08/21 14:23
수정 아이콘
황금가지 전집 2권까지 사서 재밌게 읽었는데 나머지도 읽을만 한가요? 그리고 제발 광기의 산맥 영화화좀... 프로메테우스 분위기로 똭..
19/08/21 14:45
수정 아이콘
황금가지 전집이 딱 2권까지가 그나마 '작품성'있는 작품인 느낌이고요. 나머지는 '러브크래프트가 좋다' 수준의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사실 후자여서, 단편들도 막 찾아읽고 그랬거든요 (영어 원본은 저작권이 만료되었지요! 인터넷에 치면 다 나옵니다!)

아아 진짜 광기의 산맥은 영화로 만들만도 한데 모르겠네요. 연출만 좋아도 아직은 크게 진부하지 않을 작품인데, 진부해지려고 하면 너무나도 후대의 작품들이 다 써먹어서...
이쥴레이
19/08/21 14:24
수정 아이콘
정독해서 다 읽었습니다. 추천도하면서 정말 아깝지 않은 입문서네요. 크크

냉기부터 읽어봐야겠습니다.
19/08/21 14:46
수정 아이콘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냉기" 재미있습니다! 취향에 맞으셨으면 좋겠네요.
나와 같다면
19/08/21 14:25
수정 아이콘
사랑의 대가인 러브크래프트 전문가시군요. 소개만 봐도 사랑이 용솟음치네요
19/08/21 14:47
수정 아이콘
도대체 러브크래프트의 성은 왜 러브크래프트일까요. 이름도 아니니까 자기가 뭐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러브 빼고는 다 있는 느낌인데 말이지요, 하하하!
19/08/21 14:2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소설은 몇편 안읽고 위키에서 괴물들 정보 좀 익히고 보드게임 하는데 보드게임들이 다 너무 재밌네요 크크
이번에 광기의 저택 한글화돼서 나왔는데 분위기 정말 끝내줍니다. 시나리오 하나당 소설 하나씩 보는 기분이에요
다다름
19/08/21 14:35
수정 아이콘
저도 아컴호러, 엘드리치 호러, 엘더 사인까지는 즐겨 하는데, 광기의 저택 호평이 많아 고민이 되네요.. 사야 하나 크크
19/08/2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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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나리오 깨는 중이라 반복플레이가 어떤 느낌일지는 모르겠는데 초회차 몰입감은 정말 압도적입니다
문 뒤에 소리가 나는데 이걸 열어야하나 말아야하나 진짜 무서워요 크크
거기에 별의 자손 피규어는 보는 순간 돈값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네요
19/08/2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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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보드게임을 하시는군요! 저는 PC판으로 제대로 나오면 해야지 했다가 세월만 보내고 있습니다. (저도 보드게임이라는 개념자체는 좋아하는데, 기물관리도 잘 못하고, 손도 땀 많이나고 그래서 좀 꺼리게 되더군요.)

으아악 광기의 저택으로 영입당할 것 같네요.
19/08/2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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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저택은 진행을 앱/pc 프로그램으로 돌리는거라 기물이 훨씬 간단합니다!
값이 좀 비싸서 무작정 추천은 못드리겠지만 기물 수가 부담이시라면 한번 검색해서 사진 보시는걸 추천합니다. 다이소 2000원짜리 다용도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 대부분의 기물이 들어가고 지도/괴물 피규어만 따로 정리하면 간단합니다. 저도 아캄호러/엘드리치 호러는 기물 세팅하고 정리하는게 부담이라 선뜻 손이 안가는데 광기의 저택은 그 부담이 없는게 너무 좋아요
19/08/2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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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오 요즘 보드게임은 그렇게 최신기술이 적용되나보군요!

아아... 총알...총알이 필요합니다.... 고대신님께 어서 빨리 바쳐야할 제물이...
닉네임을바꾸다
19/08/2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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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중 3권인가 4권까지인가는 대학교다닐때 있어서 읽었었는데...
19/08/2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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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집은 사서 소장하기에는 좀 부담되지요. 도서관이 왜 있는데요!

러브크래프트 선생님 소설에서도 온갖 마도서는 도서관에서 꺼내씁니다 크크크크....
及時雨
19/08/2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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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직히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리애니메이터 보세요 히히
19/08/2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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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아아아앗! 아아아악!

아닙니다. 아직 재미있는 작품들도 있다고요!
드랍쉽도 잡는 질럿
19/08/2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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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거 앨런 포나 러브크래프트는 뭐라 정의내리기 어려운, 놀라운 글들을 썼죠.
19/08/2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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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는 정말 천재였지요. 무서운 이야기를 소설로 만든 최초의 사람은 정말로 포라고 생각합니다.
러브크래프트는 생업작가인 면모가 매력이면서 동시에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웃긴건 둘다 굶주림 끝에 허무하게 죽었다는 것이지요. 아무나 한 분야의 선구자가 되는건 아닌가 봅니다.
19/08/2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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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6QFwo57WKwg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을 소재로 하는 뮤직비디오 하나 추천합니다.

당연히 표현의 수위가 다소 높습니다!
19/08/2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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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수영장이 등장하는 그 작품 맞네요!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은 그냥 괴물이 이상하게 생겨서가 아니라, 뜬금없이 일상이 비일상으로 연결되고 무너져내리는 소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오랜만에 이 영상을 다시보니까, 그런 요소가 잘 살아있네요. 간만에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aDayInTheLife
19/08/2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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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공포물 무서워서 쫄고 그러는 사람인데
기예르모 델 토로식 광기의 산맥은 진짜 보고 싶었긴 합니다. 여러 사정 때문에 사실상 접힌 기획같긴 하던데..
19/08/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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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기예르모 델 토로라면 광기의 산맥의 매력포인트를 너무나도 잘 알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영화역시 매력덩어리로 나왔겠지요.

아무래도, 코스믹 호러는 저예산이라면 모를까, 각잡고 만들려는 사람하고는 인연이 없어 보입니다.
aDayInTheLife
19/08/2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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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R등급 블록버스터는 까다롭죠. 만들기도 보기도... 에일리언 처럼 미친 인지도를 가지던가 해야하는데.

코스믹 호러라는 장르가 결국 인간의 왜소함과 무기력함을 최대한으로 강조하는 장르다 보니 그런거 같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참 애매한게 이 '무지에 대한 공포'가 이런 러브크래프트식 호러의 핵심인거 같은데, 이게 소설이라 가능한 지점인거 같거든요. 묘사가 철저하고, 삽화가 들어가도 이 끔찍하고 괴기한 이미지는 머리 속에서 상상하는게 최상이라고 생각하는데, 영화는 결국 시각 자료를 줘야하다보니 평범한 스플래터 호러로 변하는건 아닐까 싶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독특한 미술의 델토로를 기대했었습니다...
이쥴레이
19/08/2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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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테우스 영향이 크다는 소리가...
aDayInTheLife
19/08/2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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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때문에 중지되었다가 프로메테우스 영화 나오고 다시 추진된다 했다가 뭐 그랬는데, 그 이후로 데스 스트랜딩도 하고, 본인 작품도 하고 하면서 접힌거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셰이프 오브 워터 이후로 오히려 블록버스터보단 작은 프로젝트 쪽으로 선회한 느낌도 들고...
밴가드
19/08/2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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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Lovecraft: Tales라고 800장 규모로 20개 정도의 스토리들을 포함한 요약 전집?을 수년째 가지고 있는데 다시 확인해 보니 Farce님께서 언급하신 스토리들은 다 포함이 되어 있네요. 다행이라고 안심 중 흐흐... 저 중에 유일하게 읽어본건 인스머스의 그림자일뿐인데 그걸 읽어본 이유가 어릴때 Shadow of the Comet이라고 저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dos 게임 해본게 정말 무섭고 인상 깊었거든요.

러브크래프트 작품들 영화화된건 딱히 잘된게 없는거 같은데 존 카펜터의 매드니스가 러브크래프트스러운 작품들중에서는 최고봉 격이 아닌가 싶네요.
19/08/2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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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니, 전집까지 가지고 계셨군요! 재미있는 경험되시길 바라겠습니다!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은 아무래도 '공포영화'가 등장할 시점이 되면 이미 끝장을 볼정도로 진부해졌기 때문에 영화로 잘 풀리지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당장 저도 여기 제가 예시로 든 작품하고 비슷한 소재가 쓰였으면서 더 세련되고 재미있는 최신 작품 찾아오라면 왠지 다 찾아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매드니스"를 못 봤는데요. (제가 어리다보니, 고전명작은 정말 본게 손에 꼽네요....) 이 글을 쓴 김에 한번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나 눈도장좀 찍어 놔야겠습니다. 저도 좋은 거 봐야지요, 하하하!
밴가드
19/08/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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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니스 정도면 주류 영화급으로 예산들여서 때깔도 나지만 그것보다도 멀쩡해 보이던 세상이 그로테스크하게 서서히 바뀌면서 주인공 멘탈이 무너지는걸 참 잘 표현했다고 봐요. 그로테스크가 어떻하냐면 카펜터의 호러 명작 더 씽을 생각하시면 될거라고 봅니다. 그러고보니 카펜터의 아포칼립스 3부작들이 더 씽,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 매드니스인데 그냥 내친김에 다 보시기를 권장할게요.
19/08/2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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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씽! 정말 좋아합니다! 제가 크리쳐라고 하면 껌뻑 죽거든요! 그건 보긴 했네요!

흐흐 이 참에 한번 다시 찾아봐야겠습니다. 상기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19/08/2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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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 작품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껴보려면,
역시 "다키스트 던전" 을 해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대충 오마주된 작품이 두세 편 이상은 될 듯.
19/08/2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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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키스트 던전 본편 이야기를 안 한 이유는, 정말로 두세편은 스포일러를 하게되기 때문이었습니다. 흐흐흐...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게임으로 구현하자!, 가 아니라 일단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자!,가 우선이었을텐데... 정말로 서로 잘 녹여서 섞여있지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alchemist*
19/08/2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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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판 리디북스로 사두곤 읽지를 않고 있네요(...) 말씀하신 냉기부터 도전해봐야겠네요!
19/08/2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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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리디북스! 이북! 좋은 책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시군요!

한번 시간내서 봐보세요. 취향에 맞는 작가를 찾게 되실지 누가 알겠습니까, 후후후후....
*alchemist*
19/08/2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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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일권 처음부터 (매번 하던대로) 읽어본 결과는 그닥 재미가 없긴 했습니다... 크크크;;
*alchemist*
19/08/2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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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순서대로 우주에서 온 색채까지 읽었습니다

오우 이거 괜츈한대요!!!
19/08/2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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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첫 댓글을 보고 취향이 아닐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말씀을 남겨주시니 좋네요!

즐거운 여름 피서 독서되세요 흐흐흐... 혹시 제가 드리는 순서대로 읽으신다면, "벽 속의 쥐" 앞에서는 하루를 쉬시고 읽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정신력을 후벼파는 작품이여서요...
휴먼히읗체
19/08/2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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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공포영화랑 공포소설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고 크툴루쪽도 게임이나 다른 책에서 많이 접해서 관심도 많거든요
근데... 되게 이상하게도... 위에 저기 소개해주신 전집 몇권 읽다가 멘탈이 털려서 포기했습니다 멘탈이 털렸다기보다는 저쪽 용어로 SAN치가 붕괴된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특히 벽속의 쥐 읽고나서 아 정말 컨디션 좋은날 다시 도전해봐야겠다고 하고 다시 못읽고있네요
주변에 이야기해봐도 다들 그게 무슨 소리냐고 비웃던데 저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서 크크
이 글을 보고 다시 심연을 마주할 용기를 얻어서 도전해보렵니다 광기의 산맥 너무 재밌겠네요
다시 한번 좋은글 감사드리고 써놓고보니 이상한 댓글 죄송합니다..
19/08/2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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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벽속의 쥐"요!?
그거 진짜 매운 맛인데요! 다른 작품으로 천천히 시작하시면 조금 더 나을겁니다. 아이구야... 휴먼히읗체님! 이번에는 공략집을 끼고 한번 심연을 종주해보시죠! 그렇다고 무리는 하지마시고요. 그 심연이 돌아보면 어떡하시려고요, 흐흐흐...
valewalker
19/08/2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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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본문 정독하는데 싱킹 시티 이 게임도 결국 죽쒓나 보군요 ㅠㅠ 작년쯤에 나온 콜 오브 크툴루 게임도 별로였는데..
19/08/2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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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오브 크툴루에 비하면 그래도 괜찮다... 인데.... 어음.... 여기까지만 말하겠습니다.

그런데 어쩔수가 없을 것 같긴 하더라고요. "인스머스의 그림자"를 가지고서 그렇게 몇번이나 똑같은 겜을 만들고, 다키스트 던젼이나 블러드본처럼 "촉수덩어리 어촌"을 더 세련되게 자기 작품으로 소화하는 작품도 쏟아지고 있는데... 뭐가 잘 나오고... 눈에 찰리가... 도저히 각이 안 보입니다.
이쥴레이
19/08/2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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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블러드본은 러브크래프트 소설들을 기반으로 한게 맞네요......그 기괴한 호러 설정 도시와 액션(?), 엔딩까지...
19/08/2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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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쥴레이님께서 블러드본 이야기를 하시니, 저는 블러드본의 베이스가 된 소설의 이야기를 말하지 않을 수가 없겠군요.

러브크래프트가 "인스머스의 그림자"를 썼을 때의 일입니다. (이하생략)

크크크... 블러드본은 중세풍의 다크소울에서 스물스물 올라오던 코스믹 호러 (사람이 시간을 신들에게서 빌렸고, 이제 멸종이 코 앞으로 다가온 시대)를 다루었던 실력을 드디어 현대적이고 고딕적인 배경으로 바꾸면서, 노골적으로 같은 소재를 공유하는 러브크래프트를 참조했지요. 그리고 내공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더해지자, 정말로 매력적인 세계가 존재하는 RPG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할 말이 많지만... 사실 제가 전에 관련 글을 쓴적이 있습니다! 하하 이렇게 자체광고를?

https://cdn.pgr21.com/?b=8&n=77821 읽어주시면 좋겠네요 :D ! 재미있을 것이라고 약속드릴게요!
六穴砲山猫
19/08/2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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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툴루 신화에 대해서 깊게는 잘 모릅니다만, 누이 되는 자는 참 감명깊게 보고 있습니다 (...)
19/08/2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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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송받는 자"의 오타인지 뭔지 몰라서 검색해봤다가 심연을 보고 왔습니다.

테켈리리! 테켈리리!
六穴砲山猫
19/08/2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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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기어와라 냐루코양은 아시는지..?? 이것도 하늘나라에 있는 러브크래프트가 알면 뒷목잡고 쓰러질 작품입니다;;;;
19/08/2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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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저는 고대 신중에서 "하스터"를 가장 좋아합니다.
六穴砲山猫
19/08/2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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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역시 배우신 분이십니다
六穴砲山猫
19/08/2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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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에화의 세계엔 참 끝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이죠(...)
19/08/2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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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아아..
六穴砲山猫
19/08/2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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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감동적인 작품이죠;;;
19/08/2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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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윌리스가 악역으로 나오는 영화였던가...
주인공이 브루스 윌리스 사무실에서 러브크래프트 소설을 발견하고 얘기 나누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잠깐의 장면 때문에 러브크래프트를 검색해 알게됐고 호기심에 '광기의 산맥'을 사서 봤습니다.
알고보니 무궁무진한 세계가 있었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19/08/2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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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런 영화작품도 있었군요. 이야, 호흡이 긴 "광기의 산맥"을 읽어보셨다니 정말로 대단하십니다.


저도 정말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남극이라는 곳을 아직도 우리가 대강 '얼음덩어리'라고 생각하지, 무슨 옆나라처럼 가본 사람이 많아서 어떻게 생겼는지 잘 아는 장소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고대유적을 버무려서, 사람이 들어가면 죽는 곳... 외계문명의 흥망성쇠가 죽지 못하고 남아있는 곳이라는 그 처량함과 잔인함을 글로 어떻게 그렇게 묘사했나 신기할 다름입니다. 영화화되서 눈으로 꼭 보고 싶네요.

좋은 덧글 감사합니다.
19/08/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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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래봬도 톨킨의 실마릴리온 5번 읽은 사람입니다, 엣험. 그 영화에서 나온 책도 광기의 산맥이라... 근데 광기의 산맥 읽을만하던데요?
19/08/2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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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실마릴리온을 읽을 정도로 독서내공이 되시는 분이셨군요!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척을 한것 같아서 부끄러워지네요 흑흑....

사실 저는 광기의 산맥을 읽다가 흐름을 몇번 놓쳤거든요. 유적 이야기 했다가, 모험 이야기 했다가, 결말은 제대로 설명도 안 해주고.... 그런데 몇번 읽고 나니까 정말 이게 대단한 책이구나 그제야 싶더군요. 저도 앞으로 책읽는 습관을 더 갈고 닦아야겠습니다 :)
로즈 티코
19/08/2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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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탑승해서 bgm 하나 깔고 갑니다!
https://youtu.be/TfGMinbSVI8
19/08/2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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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리카 형님들은 제가 음악적으로도 엄청 좋아합니다. (저는 밴드 음악이라고 하면 뭐든지 사족을 못씁니다 흐흐흐....)
그러고보니 이런 노래가 있었지요! 와 긴 곡이어서 집중해서 듣는데 시간좀 걸렸습니다. 좋은 브금 감사합니다! 역시 공포는 분위기이고, 러브크래프트도 분위기 만드는 것에 있어서는 한 일가견이 있던 양반이지요. 분위기를 만드는 것에는 역시 헤비한 밴드 음악이 최고입니다! 감사합니다.
도축하는 개장수
19/08/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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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입문용 작품으로 픽맨의 모델을 가장 추천하곤 합니다.
19/08/2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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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러고보니 "픽맨의 모델"도 입문용으로 괜찮은 소설이겠네요! 제 기준에 따르자면 "저 너머에서"와 어깨동무를 하고 있겠군요. 저도 엄청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그것도 잘 만든 생활형 공포단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좀비
19/08/2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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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툴루 세계관이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러브크래프트 세게관이라고 해야 할까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크툴루 세계관이라는게 어떤건가요?

가끔 소설을 보면 크툴루 세계관에을 기반으로 쓰여진 소설이라고 하는 소설들이 있던데
일단 크툴루 세계관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모르니..
cluefake
19/08/2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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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대충 말하자면,
'촉수의 존재' '형언할 수 없는 존재' '읽으면 미쳐버리는 마도서' '저 별 너머의 존재들' '고대신' '바닷속에 일렁거리는 무언가' 이런 키워드가 등장하면 그 작품은 크툴루 세계관에 영향을 받았다고 보면 됩니다.
음 글쓴이분 말대로 다키스트 던전이 이걸 너무 잘 표현해놓아서, 이 게임 해보셨으면 그냥 그게 크툴루식이다! 하고 생각하시면 얼추 맞습니다.
19/08/2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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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크툴루 신화(Cthulhu Mythos)"라고 하는데요. 일단 이 이야기를 하자면 좀 복잡해지니까, 소설을 추천하는 방법을 다루는 이 글에서는 일부로 제가 한마디도 하지않고 뺐습니다. 하지만 물어보시니 또 성심성의것 답변을 신나게 드릴 수밖에 없겠군요!

러브크래프트는 공포소설 작가였습니다. 그런데, "Weird Tales" 같은 출판 일정도 불규칙한 잡지에 연재를 하다보니까요. 요즘 판타지 소설 단행본을 내는 한국작가들보다도 연재된 소설의 내용이 체계적이지 못했습니다. 러브크래프트 본인은 글도 몇년 못쓰고 30년대에 생활고에 시달리다 요절해버렸고요. 그런데, 문제는 그가 죽고난 이후에 공포소설의 대중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마블 코믹스가 그랬듯이, 30~60년대는 '대중매체'가 태동한 시기거든요. 디즈니도 전쟁홍보용 애니메이션을 만들다가 그걸로 상업작품으로 대박을 치던 시기고요. 그러니 그 와중에 공포소설과 공포영화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사람들은 '최초'를 찾아서 명예를 주기로 했고 러브크래프트가 사후에 그 명예를 얻게 된 것입니다. 러브크래프트 본인도 그 당시 유행하던 소설을 많이 참고 했었는데요. 이제 공포작품에서 어떤 요소들은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참고한' 것이 되어버렸지요.

"SF, 흑마법, 외계인이자 고대신, 인간의 과거에 행해지던 고대신 신앙, 다른 세계로 가는 통로" 등등... 지금도 익숙한 요소들이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이 원류이다라고 불리게 된 것이지요. 비록 그 또한 여러가지 기존 작가와 동시대 작가의 글을 참고 했지만요.

"크툴루 신화"는 후대에 (요절한 러브크래프트보다 훨씬 오래 산) 친구 어거스트 덜레스가 그 당시 유행하던대로 "세계관"을 정리해보려고 한 것인데요. 저는 솔직히 별로 좋아하는 개념은 아닙니다. 러브크래프트의 작품 사이의 세계관 연계는 '아니 형이 왜 여기서 나와?' 같은 충격요법의 도구였지, 정교한 세계관을 위한 수단은 아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덜레스를 포함한 러브크래프트 생전의 작가들 역시 러브크래프트와 이런저런 콜라보를 하기도 했고, 실제로 지금 이 순간에도 '크툴루 신화' 속으로 자기 작품을 집어넣고 있는 현대 작가들은 많습니다.

혹시 이런것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러브크래프트 생전의 소설을 찾아보시는 것보다는, "크툴루 신화" 세계관 서적이 따로 나와있는 것들과, 나무위키의 "크툴루 신화" 항목을 강력 추천해드립니다. 이상 제 의견이었습니다.
노이즈캔슬링
19/08/2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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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제 리디북스에는 4권밖에 없는데?? 7권까지 나왔나보군요. 사놓고 잘 못봤는데 다시 한번 시도해볼까 싶네요.
19/08/2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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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까지가 '통상적인' 러브크래프트 전집이 맞습니다. 5권은 러브크래프트의 콜라보/대필/2차 창작 모음집이고, 6~7권은 동시대 작가의 단편집 모음이라서요. 그래도 이미 책이 있으시다니, 러브크래프트의 단편들이 노이즈캔슬링님의 취향에 맞는지 확인하는 것에는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노시키
19/08/2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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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 소설 엄청 고평가하시네요. 전 소설기준으론 최악. 코즈믹호러인데 호러를 느낄수가 없었네요. 차라리 90년대 공포특급이였나 단편 공포소설이 더 공포물로 낫다고 느낌니다. 딱 세계관 노름일뿐으로만 느낄뿐...
참고로 러브크래프트전집,단편 모음,trpg전권, 국내럽크세계관 설명책 전권, 아컴 엘드 엘더 보드게임 풀확장까지 다 샀는데 소설은 절대 추천 안해드림.세계관관련 사전책이나 크툴루trpg나 추천드리지요

더군다나 저 전집은 가독성 구리기로 유명합니다. 읽을때마다 당체 몬소리인지...차라리 전집 말고 궂이 소설보실꺼면 현대문학 세계문학단편선 총서 07번 러브크래프트편 보고나서 취향에 맞으면 전집보세요.해당 단편 모음이 거의 액기스만 추려났어요. 가독성도 훨씬 좋고요.
19/08/2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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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좋은 책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황금가지판을 재미있게 읽어서 토노시키님의 말씀이 의외이긴 합니다만... 더 나은 책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언제나 환영이지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참 좋아합니다. 과학, 마법, 역사 썰을 술술 풀면서 이런 저런 괴물을 독자에게 던지는 그런 상상력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하지만 30년대의 소설이었고, 확실히 지금 보기에는 이렇게 재미없고 진부할 수가 없습니다. 최초의 자동차는 세상에서 가장 구린 자동차이고, 최초의 스마트폰은 가장 구린 스마트폰이겠지요. 러브크래프트의 공포소설도 그런 느낌이 아닌가 싶습니다.

좋은 정보와 의견 감사합니다. 확실히 2010년대에 찾아 읽어볼 가치가 무조건 있는 작가는 아니지요. 저도 그래서 최대한 "취향에 맞는 저같은 사람 보시오"하고 글을 쓴 것이여서요~
토노시키
19/08/21 16:12
수정 아이콘
크툴루 극렬빠돌이라서 국내에 발매된 크툴루 서적, 보드게임등 관련 창작물은 다 모으는데 소설은 진짜 볼때마다 힘드네요. 전집 문체 자체가 너무 딱딱해서 이해하기가 너무 난해하더군요.볼때마다 뭔소리야? 그래서 뭐? 갸우뚱하게되서 그나마 추천드리는게 현대문학 세계문학단편선 총서 07번 입니다. 그나마 문체를 좀 부드럽게 표현하다보니 전집보다야 쉬엄쉬엄 읽히더군요.
지금은 소설을 바탕으로한 러브크래프트 걸작선 세트 (1~3권) 만화책이 있어서 소설보기 힘든분들은 만화책보는것도 괜찮을듯 합니다.
위버멘쉬
19/08/2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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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저랑 취향 비슷하셔서 놀랐습니다 크크 저도 작년에 황금가지판 4권까지 읽었거든요 순위로 치자면 1위 광기의산맥 2위 벽속의쥐 3위 인스머스의 그림자 정도 꼽고싶네요 추천해주신 순서도 진짜 적절하신거 같아서 또 공감함니다 인기없는데 개인적 취향에 맞았던것은 울타르의 고양이, 픽맨스 모델, 우주에서온 색체 생각나네요 텍스트 구성도 너무 빡빡하고 어휘도 굉장히 생소한게 많아서 중도포기하신분들 있으신거같은데 영화로 시작해보시는것도 좋을거 같아요

광기의산맥 모티브 존 카펜터의 괴물(1982)
인스머스의 그림자모티브 데이곤(2001)
리애니메이터 모티브 좀비오(1985)

의외로 영화로 많이 만들어졌지만 추천할만한 작품은 이정도인것같네요 역시 여름 밤에는 호러글 하나정돈 있어줘야함 크크
19/08/2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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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르의 고양이"도 시골 스릴러 느낌이 나서 좋지요. 크크크크.... "울타르의 고양이"와 "사르나스에 닥쳐온 파멸"처럼 굳이 1인칭 화자에게 직접 일어나는 사건에 안 얽매이고 거리를 둔 상태로 구전동화처럼 풀어가는 작품들을 사실 저는 더 좋아합니다. 마녀의 오두막에 앉아서, 늑대가죽을 뒤집어쓴 샤먼에게 창조신화를 듣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아 솥으로 끓인 한 잔의 커피와 함께요. 그런 의미에서 역시나 "광기의 산맥"은 주인공이 남극의 탐험가이기에 당장 일어나고 있는 일에 거리를 두면서 올드 원에 대한 이야기를 술술 푸는 것이기에 멋지다고 생각하고요.

저랑 취향이 비슷한 분이 계셔서 놀랍네요! 이제 영화나 빨리 보러 가야겠습니다. 제가 80년대에 태어나지 못한 꼬꼬맹이라 아직 미처 보지못한 영화 추천을 엄청나게 많이 얻어가는군요! 러브크래프트의 영화는 B급 호러글이 최고지요! 아 오늘도 덥습니다. 분명 가을 다 온줄 알았는데 말이지요....
콰트로치즈와퍼
19/08/2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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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데이곤을 추천합니다.
19/08/2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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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곤은 해피엔딩 영화여서 제가 정말 좋아합니다. 흐흐흐... 요즘에는 왜 이런 결말의 작품이 안 나올까요.
풍각쟁이
19/08/2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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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케이블에서 해준 이탈리아 영화였나..
여주인공이 너무 이뻐서 기억에 남았는데 알고보니 인스머스의 그림자를 영화화했더라구요.
이탈리아 영화로 나와서 헐리우드보다 훨씬 표현이 쎄더라구요
전 취향에 아주 잘 맞았었습니다.
제목이 기억이 안 나는데 지식인 여러분이 찾아주세요!
19/08/2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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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윗덧글에 있는 스페인 영화 "데이곤"일겁니다. 정말 명작이지요!
southpaw16
19/08/2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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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에서 나온 전집 4권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본문대로 2권 이후는 습작 느낌이 강해서 읽기가 힘들더라구요. 1권을 사실 고등학교 때 생일선물로 받았는데, 현대적 호러를 생각했지. 저런 분위기일 줄을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래도 정말 재미있게 읽긴 했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인스머스의 그림자와 벽 속의 쥐를 제일 좋아합니다. 인스머스의 그림자는 러브크래프트의 대표작이라고 생각하고요, 사실, 일본 서브컬처에 나온 크툴루 신화를 생각하고 읽으면 정말 재미 없는 책은 맞죠. 저도 읽기 전에 크툴루의 부름의 대략적인 정보는 알고 있었는데, 실상은 다른 느낌이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러브크래프트 작품은 크툴루 신화로 묶여서 신들의 위계나 이계들을 정리해 나가면서 읽는 게 아니라, 1인칭 주인공 시선에 투과되는 각각의 공포를 즐기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크툴루라던가 니알라토텝 같은 이름은 마치 정신이 잃은 사람이 내뱉는 비명같은 느낌이니까요
19/08/2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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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덧글 감사합니다. 제가 하고 싶었는데 잘 정리가 안 되고있던 말씀을 해주시는군요.

후대에 어떻게 윤색이 되었던 간에, 러브크래프트 '본인'은 흥미본위용 싸구려 잡지에 공포소설을 연재하던 영세한 작가였습니다. 고급 다이제스트 잡지도 아니었고, 작가협회에서 권위있는 회지를 낸것도 아니었지요. 그런 맥락을 빼고서 작품을 다룰려고 하면 괴리감이 생길 수 밖에 없겠지요. 물론 동시에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싸구려 소설"이라고 폄하할 수만은 없습니다. 그가 다루고자 했던 소재는 지금 21세기에서 계속해서 잘 쓰이는 왕도이거든요.

그러니, 이 두가지 요소를 다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무위키나 위키피디아의 줄거리 요약을 읽는 것보다는 '본인이 한번 읽어보고 자신의 의견을 가져보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한번 입문 가이드를 써봤습니다. 재미 없을 수도 있고. 재미가 은근히 있을 수도 있지요. 직접 글을 읽고서 독자로서 느끼신다면야, 저는 정말로 행복한 Farce가 될 것입니다.
19/08/2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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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키스트 던전 하면서 이름만 들어봤는데 굉장히 흥미롭네요. 좋은 가이드글 감사합니다
19/08/21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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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키스트 던전은 정말로 러브크래프트 소설을 재미없게 하는 스포일러 덩어리입니다 크흐흐....
제작사 이름부터가 "레드훅의 공포"에서 따온 "레드 훅"이고요. 4대 던전 + 가장 어두운 던전의 모티브를 생각하자면 일단 스토리 5개는 스포일러를 털리고 시작합니다.

하지만 게이머와 소설 독자는 같은 사람일 필요가 없지요! 소설에도 관심이 가신다면 한번 잘 부탁드리고요. 현대식을 세련되게 재가공된 이야기에 머무르셔도 좋습니다. 너무 오래된 소설은 사실 지금보면 너무 뻔하디 뻔하거든요 크크크..
Bartkira
19/08/2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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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19/08/2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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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덧글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더 좋은 서평으로 찾아뵈겠습니다~
안유진
19/08/21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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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으로 얼핏 듣기만 했던 단어들이많네요 추천글데로 한번읽어보겠습니다
스렉코비치
19/08/22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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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러브크래프트 아시는구나!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러브크래프트 얘기라서 저도 뛰어들자면...

일본 만화 중에 공포만화의 대가(?)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가 러브크래프트를 아주 재미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러브크래프트를 떠나서, 굉장히 재미있는 만화니까 혹시 안 보신 분들은 꼭 읽어보세요("살아있는 목"이 시리즈 1권입니다)

제가 처음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에 관심을 갖게 된 작품은...
구리모토 카오루의 SF수호지(원제 : 마계수호전)였습니다. 특히 1권 마지막의, 가족이 알 수 없는 뭔가로 변해버린 씬에서 당시에 굉장히 충격을 받았는데, 알고보니 인스머스에서 상당 부분 설정을 차용한...
뱀파이어 헌터D로 유명한 키쿠치 히데유키도 요마 시리즈같은 크툴루 신화 베이스의 책들을 썼는데,
이런 류의 일본 크툴루 소설들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야한장면이 많다는 것(...)
지금 와서 보면 소설 자체의 퀄리티는 그렇게 높진 않지만 이건 러브크래프트도 마찬가지니(...)
먼저 일본류 야한 러브크래프트를 보면서 호기심이 생기면, 본가로 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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