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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08 19:59
예시로 든 작품들이 뭐랄까 테크노 판타지(..)라든가 테크노맨시라고 불러야 할 작품이 많은 느낌이 드는데요! 분명히 처음엔 톰 클랜시의 전쟁 소설이나 이런 쪽에 주로 붙는 타이틀이었던 것 같은데….
19/08/08 20:12
제 취향이 톰 클랜시 옹보다는 러브크래프트 옹인것도 없잖아 있습니다. 러브크래프트도 사실 '외계'기술 하나를 가지고 파국을 만들어내는 것에는 도가 튼 작가라... 톰 클랜시의 군사소설이 아무리 '현실적'이라고 해봤자, 저는 오히려 너무 밀덕적이어서 조금 몰입이 깨지는 감이 없잖아 있더군요. 제가 징병제 국가의 군인 출신이라(?) 그렇게 빠싹하게 구구절절 설명하는 캐릭터에 몰입이 안가는 것일 수도 있고요. 오히려 '갑자기 비현실적인 뒷세계 음모로 떨어진 직장인' 같은 소재를 좋아하는데, 프로페셔널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톰 클랜시 소설은 좀 안 맞기도 합니다...
사실 "납골당의 어린 왕자"이야기도 쓰려다가 너무 '이건 게임소설이지 테크노 스릴러는 조금 아닌데...'라고 제 스스로 자제했듯이, 저는 좀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에서는 '군대'소설은 인기가 없거든요. 그나마 제가 재밌게 본게 국산소설 중에 '헬릭스 - 악마포식자'라는 것이었는데, '악마 VS. 군대'라는 로망을 다루려고 했던 것 이외에는 테크노 스릴러로 치기에는 좀.....
19/08/08 20:25
RPG 세팅이지만 델타그린 같은 거 좋아하실 것 같네요.
톰 클랜시 영향 받아서 나온 한국 소설들은 대부분이 애매한 전쟁소설들이었죠(일본 해저에 핵을 쏴서 쓰나미를 유발해 항복시킨다거나;)…. 헬릭스는 저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이상 사태와 우리가 잘 아는 한국 배경을 잘 매치시켜 놓은 게 좋았었죠.
19/08/08 20:54
헬릭스는 '신과 함께' 만큼이나 국산 영화로 한번 보고 싶긴 합니다. B급 소설이긴 했지만, 각본만 좀 매만지면 A급 영화가 될 가치가 있다고도 생각해요 크크... 뭐 B급 영화로 개봉해도 웃긴맛으로 흥행할거고요. '검은 사제들'도 한국식 괴담이 충분히 멋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줬거든요. (제가 만화 "타이밍"도 정말 좋아하는데요... 애니판은 말하기 싫습니다... 차라리 상업적으로 성공한 '부활남'의 난잡한 스토리를 극장판 영화로 하나 잘라보는게 더 그럴싸하게 나올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소련 영화 "스토커"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다가, 다른 이야기가 늘어서 이쪽으로 글을 먼저 썼습니다. '스토커'라는 영화는 (동명의 게임 시리즈도 있긴 하지요), 체르노빌이라는 '핵'을 다루니 매우 '한국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마치 '메탈기어 솔리드'의 핵처럼요. 냉전이잖아요. 대한민국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도대체 핵이라는 거시적인 것 때문에 나의 소시민적인 삶이 어디부터 꼬였는가?'라는 궁금증을 포기해본 적이 없다고 생각해요. 영화 "스토커"는 말도 안되는 판타지를 통해서 그걸 풀어내려고 하지요. 우크라이나의 사람들에게, 방사능을 뿜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를 끼고 살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그래도 사람으로서 살아보라고 말해요. 북핵 판타지는 왜 없을까요? 글도 못쓰는 제가 써야하는 것일까요? 한국에도 "스토커"가 영화로 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인들만이 지금 이순간 답답해서 말하는 한국적인 이야기 있을테잖아요. 영화 "기생충"은 정말 한국적이더군요. 한국인의 고민을 천천히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라도 몰입할 수 있게 빨아들이면서 이야기를 털어놓는게 너무나도 무서웠어요. "스토커"도 결국 소련 사람도 아닌 사람들을 방사능에 절어있는 원자력의 "죽음의 땅"으로 천천히 끌고 가거든요. 거기에서 판타지적으로 뒤틀린 방사능 물질들을 팔면서 '가장'으로서 체면을 차리는 우리 주인공 '스토커'의 삶... 기술이 뭔데... 인간이 만든 기술이 뭔데 이리 개개인의 삶을 조지고, 또 개개인의 삶을 한정적으로 만듭니까? 한국인이면 전부 이렇게 비극적으로 군대에서 다리 부러지고 Farce처럼 보드카에 절어서 '스토커'처럼 살아야합니까? 저는 납득 못해요! 이상... 매우 사적인 "테크노 판타지"이야기 였습니다. 하지만 오리아나님께서 "어이! 사심이 지나쳐서, 테크노 스릴러라는 초점에서 어긋난것 같은 글이외다!"라는 덧글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피드백은 다 좋아해요!
19/08/08 20:15
저는 테크노 스릴러 보다는 김혜리 평론가의 글이었나요? 거기서 존 르카레의 주인공을 표현한 부분이 읽는 동안 문득 떠오르네요.
다른 사람을 탓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었고, 그렇다고 수긍해버리기엔 너무 어린, 그래서 비틀린 상황에 대해서 한 귀퉁이의 정의를 붙잡고 버티는 중년의 사람. 반대로 되게 '기술자'에 대한 집착이 강하게 강한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들도 생각나구요. 저는 제가 생각하는 테크노 스릴러는 되게 정치적인 이야기 같아요. 현실 사회의 정치라기보단, 기술이나, 사람이나, 정보라는게 결국은 가치관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거 같거든요. 예시로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가 그럴 수 있는거 같아요. 잘만든 액션 스릴러인 동시에 요즘에는 내가 하는 모든 행동들을 누군가가 감시하고 지켜보고 있는거 아닐까? 그러면 그 정보는 어디까지 사용될 수 있을까? 하는 정치적 질문이 결합되기 쉬운 장르인거 같아요. 그러면서 정보기관과의 '대결'구도가 잘 잡힐 수도 있구요. 다만 어느 시점에 테크노 스릴러류 영화(저는 아무래도 영화파에요. 흐흐)가 좀 뜸해진건 스케일의 문제가 있지 않나 싶어요. 돈 들여서 어떤 암투를 그릴거면 아예 더 크게 블록버스터로 그리는데, 저는 테크노 스릴러는 적당한 스케일, 일어났는지 아닌지 사람들은 음모론만 제기하면서 그 짜릿한 줄타기의 맛이 필요한거 같아요. 요새 그런 류의 영화는 안 나온지 좀 되니 아쉬움이 갑자기 드네요. 흐흐 잘읽었습니다!
19/08/08 21:01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는 저는 정말 사랑합니다. 흐흐... "직장인들의 킬러 영화"이지요. 그리고 이게 "신세계", "범죄와의 전쟁", "킬러들의 수다", "악녀"도 그랬듯이, 한국인도 정말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소재라고도 생각합니다. '직장인'에 대한 배려나 자부심이 많이 모자라는 사회 토양이거든요 흐흐...
이런 것에 열광하는 저는 또 얼마나 정치적인 사람일까요. PGR에 저는 정치글에 덧글을 잘 달지 않습니다. 제 스스로 엄청 정치적인 '과격분자'인 것을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덧글에 달아서 뭐합니까. 보시는분 기분 나쁘고, 싸우고 싶으시면 싸우게요 허허... 저는 푸코주의자입니다. 무슨 철학책을 많이 읽은걸 자랑하네, 그런 말이 아니라, 저는 고민이 많은데, 이 프랑스 동성애자 철학자 '미셸 푸코'라는 양반이 제 고민을 수십년 전에 다 책으로 정리해놓고, 인터뷰로 정리해놓고 그랬더라고요. 그럼 제가 인간적으로 좋아죽을 수 밖에요! 푸코는 말합니다. 지금 옳은 것은, 과거에 옳지 못한 것이었고, 지금 옳지 못한 것은, 과거에 옳았던 것들이라고. 다만 지금은 유행과 취향을 벗어났을 뿐이고, '자기 취향을 강요할 능력이 되는 문화적 '갑'자, 기득권이 존재한다고' 그걸 무시하고, 이게 좋네 나쁘네 어떠내 말을 하려고 한다면 결국 모순점에 도달한다고! 그렇습니다. 저는 취향이 마이너한 사람입니다. 저는 극한의 '가능주의자'입니다. 저는 제 취향을 입밖으로 떠들지 않습니다. 저는 '픽맨의 모델'입니다. 그러니 저는 오늘도 그럴싸한 글을 쓰려고 노력을 합니다. 잘난 평론가가 되지 못해서 글을 쓰고서도, 제 글에 자신이 없어서 오타 수정을 하려고 스무번 옵니다. 혹시나 덧글이 달리면 최대한 '해명/소명'하려고하다 진땀을 빼기도 합니다. 저는 정치적인 사람입니다. 제 취향을 인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자란 글을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더 잘 쓰겠습니다!
19/08/08 23:37
저는 정치글 눈팅만 하고 댓글은 안써야지. 라고 마음 먹은 사람이고 그러고 커뮤니티 생활 중이네요. 흐흐 싸우기도 싫고, 잘 모르는 얘기를 했다가 공격받기도 싫고...
테크노 스릴러라는 장르는 기술이나 정보에 대한 이야기이고, 이걸 서스펜스 내지 공포 요소로 묶어내야하는 장르일텐데, 요새 '기술'이라는 건 훨씬 더 '개인적'인 개념이 강해지는거 같아요. 예전이야 핵 터지면 다 죽는다! 라는 얘기가 맞는 얘기였고, 남녀노소 핵 앞에서는 평등하다! 라는 얘기가 주이고 요새도 핵 기술, 핵 과학자 소재가 참 많이 나오는데, '기술'이라는건 개개인의 취향과 성향을 맞춰드립니다!가 되어가는 추세다보니 훨씬 개인적인거 같아요. 그러다보니 여기서 긴장감을 끌어내기 위해 캐릭터들도 개인적으로 변해가는게 아닌가 싶어요. 2007년 작 이었던 이글 아이가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의 훨씬 더 자극적이고 정신없는 버전이라고 생각하는데, 캐릭터는 반대로 더 평범해지거든요. 또 철저하게 개인적인 요소와 정보기술의 개입 없는 기술적 영화 '서치'도 되게 잘만든 테크노 스릴러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드네요.
19/08/08 21:23
밀덕에 쉽덕인 저는 잘 모르는 장르지만 완벽히 부합하는 영화가 생각나네요
U-571!! 와!! 이니그마 아시는구나!!!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드리자면 진짜 겁.나.복.잡.합.니.다. 그냥 논밀딱의 눈으로 보자면 끽해야 빈티지 타자기 가지고 뭔 죽을 똥을 싸가며 대서양을 빤쓰런 하지 싶으실텐데 그거시야말로 바로 낙지스껌의 치명적 약점입니다!! 이 멍충한 놈들은 전쟁이 끝날때까지 자기들 암호가 철통방어 되는줄 알았다네요!!!(WAW!!)
19/08/08 22:03
페이퍼 플리즈도 최첨단 기술을 다루는 작품은 아니지요. 딱봐도 냉전시대에 짠내나는 아날로그식 일처리에다가...
타인의 삶 같은 영화도 '데드 드롭(Dead Drop)'같은 구시대의 검증된 수법이 등장합니다. 한국어로는 회사(?)에서 뭐라고 부를지는 모르겠네요. '라이브 드롭(Live Drop)'이 주 요원이 직접 접선하는 방식이라면, 데드 드롭은 코인라커, 담벼락 구멍, 도로 연돌 같은 합의된 곳에 다른 시간에게 일부로 물건을 꽂아두고 챙기는 방식인것이지요. 블록버스터의 눈요기를 위해서 첨단기술 같지도 않은 기술-마법을 영화에서 쓰기도 하는데요. 사실 그럴수록 '테크노 스릴러'의 참맛은 줄어드는 법이지요. 지금 소중히 챙기고 있는 기술 쪼가리 하나가 별로 안 귀중해 보이잖아요! 더 좋은 기술이 있으면 있지요... 이건 좀 애먼 예시이지만 '라스트 제다이'와 '캡틴 마블'이 하품 나올 정도로 긴장 하나 없는 이유로는, 우주활극 주제에 '추격전'과 '기술소재'가 쌍으로 후줄근해서 그렇습니다. 반면에 최첨단 기술이 없이, 그냥 짱쎈 사냥꾼이 냄새(?)만 맡고 달려드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기술 스릴러까지는 아니지만, 정말로 훌륭한 스릴러 작품 입니다 크크크.... 다시 말해서, '테크노 스릴러'가 성립하려면 '북한식 구닥다리 기술로 쪼이기'가 작품의 갈등을 끌고 가는 것에는 더 효과적 일지도 모릅니다. 제가 그래서 윗 덧글에도 말한 "스토커" 같은 소련 영화... 그것도 환상적인 색체를 띄는 작품을 많이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니콜라이 고골의 러시아 문학이 그랬던 것처럼, '비현실적으로 구닥다리 러시아 시골'과 '비현실적으로 판타지적인 정치 요소'가 만나서 갈등이 시작되면 몽환적으로 빠져들게 되거든요. 어차피 현실감은 멀리 베링 해협(?) 너머로 던져버렸으니까요. 그리고는 다시 본질로 돌아오는 것이지요. "지구를 지켜라" 같이 현실의 이야기를 합니다. 현실이 개판인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현실 이야기를 꼭 찝어서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이야기가 오히려 더 지리멸렬해지거든요. 지금 정권이 어쩌고, 지금 장관님 어쩌고... 애석하게도 사람 하나의 이야기를 담는 영화도 저는 좋아합니다만, 저는 사람 하나의 이야기 이상을 담을 수 있는 영화도 또 엄청 좋아하거든요! 페이퍼 플리즈가 소름끼치는 이유는 1984와 똑같습니다. '최첨단 독재국가의 통제기술'이요? 보면 코웃음 나옵니다. 지금 중국이 본다면 아주 큰 소리로 비웃을거에요. 자본주의자들의 상상력이 이렇게 빈곤하다고요. 하지만 아닙니다. 이들이 소름 끼치는 이유는, 동서고금이 별로 궁금하지 않을 정도로 비열하고 꼬질꼬질한 독재정치의 현실을 보여주기 때문이지요. 속칭 '인민'에게 자유와 풍요 따위는 이억만년 뒤라도 전혀 바뀌지 않을 듯한 그 탁한 냄새요. 그래서 저는 '기술 스릴러'가 굳이 할리우드 CG의 최첨단 눈요기를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별것 아닌것 같은 기술로, 별것 아닌 것 같은 제도로 사람을 숨막히게 눌러죽이려고 들면 되요. 영화에서 모든 스파이들이 "킹스맨"같은 최첨단 기술을 지키다가 순국하는게 아닙니다. 한국에도 첩보 영화는 많았잖습니까 "공작"도 있었고... 사실 별것 아닌 서류 쪼가리거든요. 중요하다면 중요한건데... 그것 때문에 총쏘고, 독먹고 그럽니다. 그러니 대중의 '눈높이'에 따라서 자꾸 기술력이 비과학적으로(?) 요상해지지요. 그런데 아무튼 종이 하나 때문에 직장인들이 고통받는건 맞잖습니까? 거기에 개인적으로 짜릿한게 아니라, 국제정세가 요동칠거냐니.. 직업적으로도 실패하지 말아야할 이유가 생기고... 그래서 제가 핵이라는 소재에 아직도 집착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1940년대의 기술이잖아요. 그거 선진국이 마음만 먹으면 다 금방 개발하는(?) 물건이거든요, 과장좀 하면. 그런데 중요한건, 핵기술 따위가 아니에요. 핵개발 방식을 고증하고 그런 지엽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결국 어떤 기술이 되었든, 어떤 시대가 되었던, 그 상상도 할 수 없는 인간의 일개 피조물이, 사람을 죽이려고 들어요. 사람 인생을, 사람 집단의 인생을, 아주 집단적으로 조각내고 미치게 만들어요. 내가 발명한 것도 아니고, 내가 이 짓만 해서 먹고 살자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와 제 목을 조입니다. 저는 한국인입니다.
19/08/09 01:25
쉽게 이해하자면 영화 '피스메이커' 와 '썸오브올피어스' 의 차이라고 봐야겠네요.
핵무기의 밀반출과 이를 막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차이 정도로 이해됩니다. 한쪽은 테크놀로지를 동원해 용의자를 색출하고 응징하고 해체하고.... 한쪽은 요원들이 뛰고 전화하며 찾아보지만 결국은 터지고, 그후의 정치적 문제에 휘말리고.....
19/08/09 10:13
메탈기어 시리즈는 끝맺음이 그렇게 되버린게 너무 아쉽죠... 라이징도 마음에 들었고 5이후의 이야기도 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가버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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