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질문게시판에 vs 내기글을 올렸던 적이 있습니다.
https://cdn.pgr21.com/pb/pb.php?id=qna&no=135847
[(스포) 타짜 도일출 vs 장태영. 5만원이 걸렸습니다.]결과만 말하면 제가 장태영이였고 졌습니다....
실제로 본문처럼 상세하고 논리있게 얘길 한게 아니었지만,
얘기를 글로 풀다보니, 쓰는 입장에서 침vs펄 토론 느낌도 들고 재밌더라구요.
반응도 괜찮고,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 주셔서
이 토론 구도를 갖고 가상의 토론 시나리오를 써보면 재밌지 않을까 싶어,
개인적으로 전부터 생각해 왔던 소재중 답이 안나오는 주제를 갖고 가상 시나리오를 써 봤습니다.
슥 보시고 한 마디씩 남겨 주시면 월돚질이 한 껏 풍성해질 것 같습니다.
주제는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 입니다.
소재가 좀 올드한 감이 있는데..이런 글 받아 줄 데가 생각해보니 여기밖에 없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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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규 vs 미달이]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에서 극 전반적으로 누가 더 캐리(carry)했는가?(Carry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여기선 BEST ACTOR로 봐주세요.)
A : 한 명 꼽으라면 영규다.
B : 무슨 소리, 당연 미달이 아닐까?
A : 이야기는 박영규 일가가 오지명 집에 데릴사위로 늘러붙게 되면서 벌어진다. 주인공의 정통성은 박영규에게 있다. 모든 일의 발단이자 원흉. 메인 빌런이 바로 영규다. 극의 근본으로 봤을 때나, 활약상으로 봤을 때나 총체적으로 박영규가 MVP를 받기 충분하다.
B : 지금 얘기하는건 주인공으로서의 정통성을 말하는게 아니다. 스토리상 정통성으로 따지면 '순풍 산부인과'의 원장 오지명이 주인공일 것이다. 여기서 말 하는건 극을 통틀어 누가 '캐리'를 했는가이다. 누가 더 재밌었고 화제를 모았고 하는.. 즉 시즌 MVP를 꼽는 일이다. 미달이가 캐리인 증거로 SBS 유튜브 채널을 증거로 제출하겠다.
https://www.youtube.com/user/SBSNOW1/playlists
보면 알겠지만 미달이 에피소드가 압도적으로 많다. 아니, 미달이만 올라온다. 사람들은 미달이를 더 많이 기억하고 순풍의 대표 캐릭터를 미달이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미달이를 좋아한다. 미달이의 능청맞은 연기력은 당시 큰 인상을 남겼다. 아직도 아역배우의 레전드로 회자되는 캐릭터. 그게 바로 미달이다.
A :물론 아역배우중 원탑은 미달이가 맞긴 하지만, 미달이에겐 정배와 의찬이의 존재가 있었다. 셋의 마리아주가 불러일으킨 파급력 전부가 미달이의 공으로 돌아간 부분도 있다. 반면 박영규는? 캐릭터성 자체가 독불장군 타입이라 혼자서도 극을 이끌어가는데 능하다. 다른 출연진 하나 없이, 영규 혼자 낯익은 장소에서 제 3자들과 원맨쇼를 한다해도 충분히 스토리를 뽑아낼 수 있다. 쉽게 얘기해 미달이가 의찬, 정배와 셋으로 묶여 스토리에 쓰인다면 영규는 순풍산부인과 시나리오에서 단독으로, 또는 어떤 출연자와 함께라도 엮일 수 있다. 이건 큰 차이다.
B : 미달이 역시 단독캐리가 가능하다. 제대로 보긴 봤는가? 의찬이, 정배는 감초역할일 뿐. 미달이가 중심이 되는 레전드 뷔페 일화만 봐도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다. 게다가 혜교 언니나 태란 언니와의 케미도 좋다. 조부가 오지명이기에 산부인과 내 출입도 자유롭다. 수업이 빨리 끝나는 학생이기에 집 내부 스토리. 선우용녀, 박미선 에피소드로 마음껏 침투가 가능하다. 꿀잼 학교 에피소드는 영규가 대체할 수 조차 없다. 미달이 처럼 어린아이가 중심이 된 시나리오는 어린 시청자층의 극 몰입을 가능케 하여, 저연령층의 관심을 끄는데도 성공했다. 즉 활동범위에 대해선 둘이 동일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A : 전혀 동일하지 않다. 미달이는 분명 한계가 있다. 예를들어 표간호사. 허간호사. 이 부부와 미달이와 영규중 하나를 섞어 에피소드를 만든다고 하면 어느쪽이 자연스러울까? 답은 뻔하다.
미달이는 아이다. 어른이 아이를 보는 시선은 어찌보면 고정적일 수밖에 없다. 미달이가 왈가닥 사고뭉치에 철없는 행동을 밥먹듯 한다 해도 어디까지나 아이이기에 어른들은 받아줄 수 밖에 없다. 즉 미달이 에피소드는 원 패턴이고 그 이상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어엿한 사회인인 영규의 캐릭터성은 독보적이고 입체적이다. 쪼잔한 성격으로 심지어 처음보는 제 3자와도 자연스런 갈등(?)을 순식간에 만드는게 가능하다. 미달이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캐릭터의 그릇과 캐릭터를 써먹을 수 있는 활용성 자체가 다르다.
B : 하나 간과하는 부분을 얘기하겠다. 처음 박영규역은 이덕화에게 갔지만, 이덕화씨가 처음엔 고사했다고 한다. 그리고 순풍 산부인과 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트콤에서, 중년 캐릭터로서 '노주현', '이홍렬', '정보석' 같이 대체 가능 연기자 분들이 존재한다. 박영규씨의 연기력을 폄하하는게 아니지만, 만약 박영규씨가 아닌 당시 연기력 굵은 중년 연기자분이 '박영규' 를 맡았어도 100%는 아니여도 최소 90% 정도는 그 역할을 충족 했을 것이다. 물론 제일 어울리는건 박영규씨였겠지만.. 아무튼.
말 의도를 이해 했는가? 반면 미달이는 한국 아역배우를 통틀어 전후무후 신이내린 재능이다. 지금껏 수많은 아역 배우를 봤지만 미달이만큼 자연스럽고 능청스러운 연기를 했던 아역배우가 없다. 유튜브 댓글만 봐도 '연기천재' 란 수식어가 항상 따라 붙는다. SBS 순풍섹션에 미달이 에피가 제일 많은 이유. 사람들이 미달이만 기억하는 이유. 이게 바로 순풍에서 미달이야말로 진정한 캐리머신인 이유다.
A : 연기력 부분은 일부 동의한다. 엄밀히 말해 부녀 투탑캐리가 맞다. 하지만 역시 박영규의 손을 들고 싶다. 두분 다 뛰어난 메소드 연기력을 가졌고 이는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하지만 둘에겐 큰 차이점이 있다. 미달이 에피소드가 원초적 웃음을 준다면 영규의 에피소드는 뭐랄까.. 같은 사건 사고 라도 좀 더 깊은 차원의 인간관계가 녹아있다.
되돌아 생각해보면 영규의 행동들은 하나 하나 뺨맞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얌체짓이다. 남의 집을 제 집마냥 맘대로 쓰고, 사람에 따라 대하는게 천차만별이며, 쫌생이인 데다 내로남불의 끝판왕이다. 근데 이를 보며 불편했는가? 아니다. 화가 날정도로 불편하진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순화 캐릭터인 '하이킥' 의 정준하가 더 짜증날 정도로 말이다.
미달이가 그 나이대의 아역배우중 신이 내린 재능을 보여 준 건 맞지만 시트콤의 본질인 '불편함 없는 웃음'을 이끌어낸 것은 박영규씨가 한 수 위이다. 30년지기 친구와 연을 끊은 사연. 밥같이먹고 술값 안내는 소재등은 얼핏보면 불편할 수 밖에 없는 미묘하고 갈등의 소지가 있는 소재들이다. 하지만 박영규는 그런 첨예한 소재들을 불편함을 쫙 뺀 부담없는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인생에서 겪은 수많은 곡절... 특히 배경인 IMF시절 한 가족의 가장이자 데릴사위로서 겪어온 캐릭터 '박영규' 의 인생의 굴레는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얄밉지만 마냥 미워할 수 없는 남자. 그게 박영규란 사내다. 즉 극 전체에서 한명을 꼽는다면 주저없이 박영규일 것이다.
B : 일부분 인정한다. 하지만 박영규와 미달이. 둘중 '순풍 산부인과' 하면 누가 떠 오를까? 미달이 아닐까? 유튜브 조회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MVP를 꼽자면 근소한 차이로 미달이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합니다.
아무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sbs 유튜브 바이럴 아닙니다.